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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음을 굳게 먹고

Author: 은울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9 16:11:57

선우는 이준의 질문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후회...해..."

"...."

"그런데, 또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

깊은 한숨을 쉬어낸 이준이, 선우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

*

"나은이가 3일 째 방 안에만 있다고요?"

급한 마음에 대문에서 부터 뛰어 들어간 두 사람을 송집사와 사용인들이 맞았다.

"네, 3일 동안 식사도 안 하시고...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어요 이사님."

장례식장에서도 이준이 끌고 가 강제로 먹여야만 몇 술 뜨던 나은 이었기에 그 후로도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제가 들어가 볼게요."

이준이 나은의 방 쪽으로 몸을 틀자, 송집사가 이준을 붙잡았다.

"이사님. 그 쪽이 아니라... 전 회장님 방이요."

머리를 한 대 얹어 맞은 듯 멍하게 송집사를 바라보던 선우와, 마른 세수를 하며 한숨을 쉬는 이준이 천천히 안세희의 방으로 걸어갔다.

이준이 방문에 손을 가져가려는 순간.

-흐윽...흑...-

방 안에서 들려오는 흐느낌 소리에 일순 몸이 멈추고 말았다.

"3일 동안... 저렇게 서럽게 울기만..."

마음이 아픈 송집사는 말 끝을 흐리며 눈물을 닦아 냈고, 손에 힘이 풀린 이준은 손잡이에 가져갔던 손을 내려놓았다.

문 옆, 벽에 기대 고갤 들고, 시선을 천장에 가져간 선우의 목울대가 오르내린다.

주륵.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눈물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장례식장에서는 그렇게 꾹꾹 참아내기만 하던 나은이, 제 엄마의 방에서 며칠 째 서럽게 울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두 사람은, 가만히 문 옆에 서서 나은이 진정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어느 누구도 그러자고 먼저 말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

똑똑똑.흐느낌 소리가 잦아들자 이, . 준이 방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안에서는 , .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 나은아, 오빠 들어가도 돼?"

잠시 후, 탁! 하고 문 손잡이가 돌아갔다.

퉁퉁 부어있는 눈으로 방문을 열고 나오는 나은을 보며 송집사도 사용인들도 그제야 안심한 듯 긴장되었던 숨을 뱉었다.

이준이 나은을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울고 싶을 때 실컷 우는 건 괜찮아 그런데 밥은 먹어야지."

나은이 천천히 고갤 끄덕였다.

이준의 품에서 벗어나 고갤 드는 순간, 나은의 몸이 경직되며 일순 모든 동작이 멈춰버렸다.

자신을 바라보고 굳어 버린 나은을 보며 선우는 또 한번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 나은ㅇ.."

" 이만 가봐 오빠. 밥 먹을 게 내일 출근도 해야해서 좀 쉴게"

선우에게 어떠한 기회도 주지 않겠다는 듯 가볍게 무시한 나은이 이준을 바라보며 힘 없는 목소리로 말하곤 주방으로 발을 돌렸다.

고갤 떨구는 선우를 돌아보며 이준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

[다음 날]

늘 듣던 알람 소리, 눈을 뜨면 늘 보이던 천장, 일어나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고, 출근 준비를 하는 나은은 마지막으로 바라보고 선 전신 거울 앞에서 또 한 번 멍해져 버린다.

습관처럼 삐걱거림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출근 준비, 일주일 전과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나은의 인생은 일주일 전과 너무도 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엄마가 없다.

사랑한다고 얘기해 주던 엄마가 이젠 내 곁에 없다.

남선우가 돌아왔다.

하필 가장 아플 때, 날 그렇게 아프게 했던 남선우가 다시 돌아왔다.

오늘부터 나은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 많았다.

자신이 안세희 전 회장의 딸이라는 것을 회사 직원들은 이미 알게 되었을 것이고, 이제 달라진 그들의 태도들을 상대하며 하루하루 버텨내야 한다.

엄마의 그늘이 없어진 입양아 안나은에 대해서도 이제 사람들은 이런 저런 대놓고 말하기 시작하겠지..

나은은 딱 어제까지만 울기로 엄마와 약속했다.

절대 무너지지 않겠다고, 나에게 솔의 나라를 맡기고 싶다던 엄마의 바람을 내가 꼭 이룰 거라고, 멋지게 해 보이겠다고, 나는.. 나는 엄마의 딸이니까.. 그렇게 약속했다.

나은은 멍한 눈을 꾹 감고서 천천히 숨을 뱉어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눈을 뜨고 전신 거울 안에 자신을 바라 보았을 때, 그 속에 안나은은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

맨 아래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은은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올랐다.

한 층, 한 층, 올라 1층에 다다르자 비상문을 열고 나가 로비에 들어섰다.

-(故)안세희 전 회장 추모 공간(분향소)-

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과 함께, 엄마의 사진과 그 옆으로 하얀 국화가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오늘이면 이 분향소도 정리가 된다고 들었다.

나은은 한 쪽에 준비 되어 있는 국화꽃 하나를 꺼내 영정 사진 앞에 놓고 가만히 엄마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런 나은을 발견한 사람들은 한 발 짝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치를 보았다.

나은은 마음을 굳게 먹고 몸을 돌려 앞만 보고 걸었다.

***

-나은아 나 도착했어-

"응 나도 거의다 도착했어 조금만 기다려"

호주에서 어제 밤 돌아온 유림과 퇴근 후 둘이서 자주 가던 와인바에서 만나기로 했다.

2주 전, 호주에 살고 있는 친언니의 결혼식으로 인해 온 가족이 호주로 출국했다.

안세희 전 회장의 사망 소식에 당장 비행기를 타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만류에 결국 통화로 위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바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유림에게 나은은 그저 고마운 마음이었다.

와인바 안으로 들어가니, 얼굴을 알아본 직원이 나은을 룸으로 안내했다.

나은이 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 유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먼저 다가와 나은을 꼭 끌어 안았다.

"장례식 못 가서 미안해"

울먹이는 유림의 등을 토닥이며 오히려 위로하는 나은은 괜찮다며 작게 웃어 보였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고, 어느 순간 유림은 슬쩍 나은의 눈치를 보며 할 말을 삼키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김유림. 너 무슨 할 말 있지?"

"...장례식장에 왔었다며?"

"응? 누구?"

누구냐고 묻고 있지만, 유림이 누구를 물어 보는 것인지 모르지 않았다.

수호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는 유림은, 이미 수호를 통해 선우가 돌아왔다는 것을 들었을 테니...

"남선우 말이야.."

나은은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응. 수호 오빠한테 들었구나?"

"응...오빠도 6년 만에 장례식에서 만난 거라 당황했다고 하더라고.."

나은은 씁쓸하게 웃으며 와인을 머금었다.

"너..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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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주 선 우리   151. (외전18) 성격 겁나게 급한 감희서

    결국은 들켜 버렸다. 안이준의 생일을 오래도록 비밀번호로 사용하던 저를 말이다.새빨개진 얼굴은 곧 다시 아래로 아래로 쥐구멍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그러다 멈칫.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굳어버렸다.커다란 손이 조그마한 그녀의 정수리에 내려지자, 저도 모르게 볼륨이 올라간 심장 소리와 함께 울컥함이 코끝을 때렸다.가만히 올려둔 그의 큰 손이 "다 알아.." 하고 얘기 해 주는 것 같아서..."성격 겁나게 급한 감희서. 오늘은 끝까지 내 말 좀 들어 봐"희서는 고갤 들지 못했다. 그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내가 어제 너에게 미안하다고 했던 건... 이렇게 예쁜 널 이제야 알아본 게 속상해서.. 너무 오래 돌아온 것 같아서...""..!""염치없지만, 이젠 내가 너한테 좀 매달려야 할 것 같은데.."후두둑.대리석 바닥에 투명한 액체가 연속으로 쏟아지는 걸 보면서도 희서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 낼 수조차 없었다."어떻게. 넌 좀 더 도망 다녀 볼래? 아니면 빨리 포기하고 나한테 올래?"가는 어깨가 떨려오자 이준의 가슴이 뻐근해져 왔다.더는 한계였다.그녀의 머리 위를 쓰다듬는 손을 그대로 둔 채, 천천히 몸을 낮춰 반 무릎을 하고 앉았다.그녀는 아직도 고갤 들지 못하고 바보같이 울고만 있었다."얼굴 좀.. 보여주면 안 되나?"애가 탄 그의 목소리에 희서는 재빠르게 두 손으로 얼굴을 정리한 후 천천히 고갤 들었다."아!"이렇게 가까이에 그의 얼굴이 있을지 몰랐다.당장 입술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리에서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는 이준의 타는 눈빛에 희서는 입이 벌어졌다."응?...대답은?"또다시 질문을 던지는 그의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자 희서 또한 더는 망설일 수 없었다.눈물 때문에 목이 메어 목소리 대신 작게 고갤 끄덕였다.그제야 안심한 듯 길게 휘어지는 그의 두 눈과, 유한 호선을 그리는 그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그럼...흡"성격 겁나게 급한 감희서.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입술부터 붙여

  • 마주 선 우리   150. (외전17) 비밀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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