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마주 선 우리 / 4. 어떡하면 좋을까

Share

4. 어떡하면 좋을까

Author: 은울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9 16:13:03

어깨를 으쓱, 올렸다 내리며 정제된 표정을 지어 보인 나은은

"안 괜찮을 건 또 뭐야. 그게 언제 적 일인데"

하고 말했다.

나은이 얼마나 아파했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워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유림은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SNS를 열어 본 유림이 순간 인상을 쓰며 휴대전화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왜 그래?"

나은이 묻자, 유림이 머리를 갸웃하곤 나은을 쳐다보았다.

"온다예 장례식장 왔었어?"

"다예?.. 그러고 보니까, 다예를 못 봤네.. 바쁜 일 있었나 보지"

유림이 휴대전화를 나은 앞으로 내밀었다.

장례식 이틀째 날, 일본 여행을 갔던 기록이 날짜와 함께 고스란히 올려져 있었다.

SNS를 하지 않던 나은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크게 타격감이 들지도 않았다.

"나는 호주에서 당일 날 기사로 바로 알았는데.. 장례식 이튿날에 여행을 갔네? 이걸 또 SNS에 올려 놓았네 얘가.. "

사실 나은은 알고 있었다. 다예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등학교 때부터 셋이서 늘 상 함께 다녔기에, 지금까지도 유림과 셋이서 한 번씩 만나오곤 있지만, 다예와 둘이서는 따로 만나지도 연락을 하지도 않는 어색한 사이었다.

"미리 계획된 거면 그럴 수도 있지 신경 쓰지 마"

***

"손님, 도착했습니다"

여성 대리 운전기사가 눈을 감고 있던 나은을 향해 말했다.

천천히 눈을 뜬 나은은 작게 미소 지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대리기사가 먼저 차량을 벗어나고, 깊은 한숨을 몰아쉰 나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차 문을 열었다.

평소보다 무리해서 마신 탓인지, 머리가 살짝 어지럽기까지 했다.

"후우..."

정신을 바로 차리기 위해 머리를 흔들어 대던 나은이 대문을 향해 걷는데..

"이제 술도 마시네"

잊어 본 적 없는 목소리, 언제나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불러주던 그 목소리에 우뚝 자리에 멈춰선 나은이었다.

자신의 앞으로 다가와 선 선우를 올려다 보는 나은의 눈빛은 차가웠다.

"비켜"

두 주먹을 꽉 쥐고, 최대한 냉정함을 잃지 않으려 애를 썼다.

"보고싶었어"

짝!

선우의 얼굴이 돌아갔다.

"난 안보고 싶었어. 한 번 만 더 찾아오면 신고할 거야"

선우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냉정하게 돌아서 집으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흐릿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

주말 오후, 본사 회장실에 방문한 나은은 비서 실장이 직접 열어주는 문을 통과해 집무실에 들어섰다.

"회장님"

"어? 나은이 왔구나~ 어서 와서 앉어"

일이 바쁠 때마다 주말도 없이 출근을 하고 있는 안서후 회장은 젊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묵직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나은은 제 사촌오빠이자, 현 아론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는 안서후 회장을 어릴 적부터 참 좋아하고 존경해 왔다.

"주말에는 좀 쉬시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하는 나은의 목소리에 안회장이 웃었다.

"그래, 나은이 걱정 안 하게 잘 쉬면서 할게. 너야 말로 몸 관리 잘해. 살이 더 빠진 것 같아 어째"

"네. 잘 관리 할게요"

"혼자 적적하면, 오빠네 집으로 들어올래? 새언니랑 이준이도 좋아할 텐 데"

왠지 그렇게 얘기 할 것 같았다.

어릴 적부터 나은을 친 딸처럼 걱정하고 챙겨왔던 분이니..

"고민..해볼게요"

안회장이 고갤 끄덕였다.

"지분 상속 절차는, 2주일 안으로 다 마무리 될 것 같아. 그 이후에 주주총회에서 네 사내 이사 선임을 위한 결의안을 내놓을 거야"

"네.."

"그리고, 다음 주에 마케팅 MD팀 대리에서 경영지원부 전략기획팀 과장으로 부서 이동과 승진 공지 올라 올 거야"

"저요?"

위 사항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나은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나은아.. 솔의 나라는 결국, 네가 이끌어야 할 브랜드야. 고모님의 평생의 노력이 들어간 곳이었고, 고모님도 네가 맡아주길 원하셨어"

알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 마음도 먹었고,

그러나...

"오빠, 사실은 저..드릴 말씀이 있어요"

안회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갤 끄덕였다.

"유학을 다녀올까 합니다"

"뭐??"

예기치 못한 발언에 안회장의 입이 떡 벌어졌다.

나은은, 이미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교에서 화장품 공학과 경제학과를 복수로 전공하며 처절한 4년을 보냈다.

방학 때마다 솔의 나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현장을 뛰어 다녔다.

하지만, 나은이 무슨 마음으로 유학 얘기를 꺼냈는지도 이해가 되는 안회장이었다.

사실은, 그런 나은을 위해서 세희가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닌가?

"아직은 제가 너무 부족한 것 같아서..."

"나은아.."

차분한 목소리로 나은을 부르는 안회장을 나은은 또렷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음 주에 경영지원부 총괄 부장이 부임할 예정이다.

너에게 힘이 되어 주고, 너를 끝까지 이끌어줄 사람이야."

"네?"

"총괄 부장의 도움을 받으면서, 현장에서 배우는 게 더 낫지 않겠니?"

그렇지만...

Drrrrrr Drrrrrr Drrrrrr Drrrrrr

아까 전부터 주기적으로 울려 대던 진동 소리에 결국 나은은 휴대전화를 꺼 버렸다.

"누군데 그래? 받아도 돼"

"스팸이요"

나은이 꺼진 휴대전화에 시선을 가졌다.

저 가야 해요...

이것 때문이라도... 가야 해요.

솔의 나라를 위한 노력은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존재가 아론에 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작은 이슈 하나에도 주가 그래프가 파도를 치는데, 혹시라도 자신 때문에 조금이라도 아론에 피해가 된다면 그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유학이었다.

대학원에서 경영학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고 돌아오면 그래도 지금보다 보는 눈이 조금은 더 나아져 있지 않을까?

사실은, 도전을 가장한 회피임을 모르지 않았으면서...

차마 입 밖으로 꺼내 놓지도 못하고, 나은은 생각해 보겠다는 말만 남긴 채 대화를 마무리 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어떡하면 좋을까?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마주 선 우리   155. (완결) 속도보다 방향

    강선정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어금니를 사리 무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밟은 건 사실이나, 상해를 가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일부러 밟으셨나요? 왜 그러셨나요? 대응할 변호인은 선임하셨습니까?=> 현재 오랫동안 몸담았던 기획사에서 계약 해지를 요구받았다고 하는데 변호인은 개인적으로 선임하실 계획입니까?=> 녹화 당시 스텝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입니까?=> 누출된 동영상에서 감희서씨 노래할 때 표정 관리가 안 되시던데 질투가 나셨습니까?결국, 강선정은 눈물만 뚝뚝 흘리다 어떠한 변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자회견장을 떠나야 했다.***이준과 함께 소파에 앉아 기자회견을 보고 있는 희서의 마음은 복잡했다.자신이 피해자이긴 했지만, 사건은 몸을 부풀려 큰 이슈를 낳았고, 결국 한 사람은 연예계를 떠나게 되었다.며칠 전 엄마의 기일 날은. 단호하게 말리는 아버지 때문에 본가에 가지도 못하고, 결국 작년처럼 올해도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분명히 자신의 잘못은 없었지만, 모든 결과에 대해 그녀는 실체 없는 죄책감에 시달렸다.그때, 커다란 손이 희서의 정수리 위에 올려지며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러지 않아도 돼 감희서""...응?"희서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이준을 올려다보았다."네 책임 아니야. 네가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고.."순간 배에서부터 뜨겁게 올라오는 그 무언가에 희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촉촉하게 눈만 적셔갔다.이준은, 희서를 가만히 안아주었다.한참을 안고 있던 이준이 살며시 몸을 떼고 말했다."오늘은, 본가에 가봐야 할 것 같아.""응...."이준은 일주일이 넘도록 본가에 가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비서를 통해 전달받았고, 매일같이 몰아쳐 오는 이슈에 발까지 다친 희서를 혼자 둘 수 없어 그 옆을 지켰다.그런데 오늘은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부모님을 직접 찾아 뵈어야 하는 일이었다.*늦은 오후, 이준은 본가로 돌아갔다.매일같이 부모님과 통화를 했고, 가끔 본사로 넘어가 아버지

  • 마주 선 우리   154. (외전21) 큰일났네

    강선정. 10년 전, 한 달 내도록 대표가 찾아와 사정하고 매달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곡을 만들어 주었지만, 사실 라임은 강선정이 부른 제 곡을 실제로 몇 번 들어보지 못했다.아니, 듣길 거부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고음 테크닉에 맞춰진 편곡과, 마음에 전혀 와 닿지 않던 곡 해석이, 라임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 이유였다. 그래도, 꽤 인기를 끌며 그 곡 하나로 강선정이라는 가수가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그저 다행이다 생각하고 조용히 넘어가 주었다."하...그때 곡을 주는 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오만해졌을 줄..""여보, 그래도 조금만 참고 기다려 봐. 이준이가 해결하고 있으니까"***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준은 주말 내도록 희서의 집에 머물며 그녀와 시간을 보냈다.딱히 거창한 걸 하지 않아도, 함께 대화를 하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또 사랑을 나누는 것 만으로도 시간은 빠르게도 흘렀다.출근을 위해 일찍 일어난 이준은 비서가 가져다준 새 슈트를 입고 노트북을 챙겼다.어제도 체력 좋은 이준을 받아내느라 녹초가 된 몸으로 잠이 든 희서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집을 나서기 전, 침실에 들러 잠든 희서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미리 적어 놓은 메모지를 협탁 위에 올려두고, 희서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난 출근해. 일찍 퇴근하고 올 테니까 밥 잘 챙겨 먹고 있어]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내며 몇 번이고 잠든 희서를 돌아보았다.*잠에서 깬 희서는 이준이 협탁 위에 올려둔 쪽지를 발견하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금,토.일요일을 제 집에서 지냈는데, 이준은 오늘 퇴근 후에도 오겠다고 했다.불과 며칠을 함께 지낸 것뿐인데, 이준이 집으로 돌아간 후엔,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허전함이 몰려올 것 같았다. 벌써부터 희서의 마음이 일렁거렸다."큰일났네..."똑톡!때마침 울린 메시지 알림음에 희서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줄곧 꺼 놓았던 휴대전화를 어제야 다시 켰는데, 겨우

  • 마주 선 우리   153. (외전20) 열애 중

    뒤늦게 잠에서 깬 희서는 이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다.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는데, 거실 탁자 앞에서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적으며 집중하고 있는 이준의 모습이 보였다.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이준의 곁으로 조심히 걸어갔다.아픈 발 때문에 걸음이 어색하니, 커진 발소리에 이준이 고갤 들고 희서를 바라보았다."깼어?"막, 메일을 전송한 이준이 소파에 올라와 앉으며 두 팔을 벌렸다."이리 와 봐"희서가 바로 앞까지 다가가자 이준이 희서를 제 무릎에 앉히곤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었다."오늘 오후에 기사 하나가 나갈 거야""응? 기사?""아침부터, 너 녹화 중에 다친거랑,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해 추측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어""정말?"놀란 희서가 허리를 세우며 이준을 바라보았다."너와 내가 연인 관계라는 기사가 나갈 거야. 우리 부모님께도 말씀드렸고, 너희 회사 대표님과도 얘기했고"눈이 커진 희서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이준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알고 있었지? 강선정이 일부러 그런 거""아....""네 뒤에 내가 있다는 걸 알아야 순순히 나올 거야""어떻게 알았어?..."이준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그냥, 보였어"보호받고 있는 느낌. 생소한 안정감이었다.희서는 울컥 차오르는 가슴에 이준의 목을 끌어안았다."고마워..."그런 희서의 몸을 끌어안고 이준이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한 거지. 내 애인인데..""힝..."결국 울음을 터뜨린 희서가 귀여워 이준은 희서를 꼭 힘주어 안아주었다.*그 날 오후, 이준의 말대로 두 사람에 대한 기사가 터지고, 희서의 휴대전화는 끊임없이 울려댔다.결국 전원을 꺼 놓을 수밖에 없었다.이준은, 희서의 회사 대표와 함께 강선정 회사 대표를 만나고 오겠다고 말한 뒤 저녁에 잠시 집을 나섰다.***=가수 감희서. 아론 그룹 황태자 안이준과 열애 중=-[아론 그룹] 측에서 공식 입장을 통하여 안이준 부사장과 가수 감희서가 좋은

  • 마주 선 우리   152. (외전19) 이거 꿈이야?

    정확한 안이준은, 딱 10분이 지나자 침대에서 내려왔다.거실에 널브러져 있던 옷들 중 제 바지를 주워 입고, 나머지 옷들은 차곡차곡 개어서 소파 위에 올려두곤 주방으로 향했다.바쁜 스케줄에도 시간이 있을 때마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지 냉장고 안은 생각보다 쓸만한 재료들이 채워져 있었다.이준이 음식을 하는 동안, 희서는 매니저가 병원 건물에서 구입해 온 방수커버를 깁스 위에 씌우고 조심히 걸어 욕실로 들어갔다.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는데 번진 화장에 소리를 지를 뻔했다.이런 모습으로 이준이와 마주 보고 있었다니...민망함에 얼굴에 확~ 열감이 올랐다.*욕실을 나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희서가 조심히 걸어 주방으로 건너갔다.잘 잡힌 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맨살 위에 앞치마를 한 그의 뒷모습은 희서의 심장을 바닥으로 추락시킬 뻔했다.인기척을 느꼈는지 이준이 하던 일을 멈추고 희서에게 다가가 몸을 부축해 주었다.안전하게 식탁 의자에 앉힌 후 다시 야채를 볶고 있는 그의 뒷모습이 너무도 섹시해서 저도 모르게 입술을 말아 잡았다.[맛있는 밥이 완성 되었습니다]밥솥에서 흐르는 익숙한 소리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설레게 들리는지 모를 일이다.잠시 후.."와...""너무 오래 걸리면 안 될 것 같아서 오므라이스로 했어"너무도 예쁜 때깔의 계란 이불을 보고 희서는 감탄하며 입을 벌렸다."이렇게 요리를 잘하는 지 몰랐어."미소를 지으며 마주 보고 앉은 이준이 순간 눈을 가늘게 뜨며 희서를 바라보았다."감기 걸리게 머리를 왜 안 말리고 나왔어?""어?...아.."평소에는 잘 말리는데, 그냥 네가 빨리 보고 싶어서 패스하고 나왔어.. 라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머뭇거렸다.이준은 희서를 일으켜 화장대 앞으로 데리고 가 앉혔다."빨리 말리고 가서 먹자. 이 봐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잖아"급기가 드라이기를 들고 직접 머리를 말려주는 이준이었다.놀란 희서가 눈을 크게 뜨고 거울 속에 비치는 이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이

  • 마주 선 우리   151. (외전18) 성격 겁나게 급한 감희서

    결국은 들켜 버렸다. 안이준의 생일을 오래도록 비밀번호로 사용하던 저를 말이다.새빨개진 얼굴은 곧 다시 아래로 아래로 쥐구멍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그러다 멈칫.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굳어버렸다.커다란 손이 조그마한 그녀의 정수리에 내려지자, 저도 모르게 볼륨이 올라간 심장 소리와 함께 울컥함이 코끝을 때렸다.가만히 올려둔 그의 큰 손이 "다 알아.." 하고 얘기 해 주는 것 같아서..."성격 겁나게 급한 감희서. 오늘은 끝까지 내 말 좀 들어 봐"희서는 고갤 들지 못했다. 그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내가 어제 너에게 미안하다고 했던 건... 이렇게 예쁜 널 이제야 알아본 게 속상해서.. 너무 오래 돌아온 것 같아서...""..!""염치없지만, 이젠 내가 너한테 좀 매달려야 할 것 같은데.."후두둑.대리석 바닥에 투명한 액체가 연속으로 쏟아지는 걸 보면서도 희서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 낼 수조차 없었다."어떻게. 넌 좀 더 도망 다녀 볼래? 아니면 빨리 포기하고 나한테 올래?"가는 어깨가 떨려오자 이준의 가슴이 뻐근해져 왔다.더는 한계였다.그녀의 머리 위를 쓰다듬는 손을 그대로 둔 채, 천천히 몸을 낮춰 반 무릎을 하고 앉았다.그녀는 아직도 고갤 들지 못하고 바보같이 울고만 있었다."얼굴 좀.. 보여주면 안 되나?"애가 탄 그의 목소리에 희서는 재빠르게 두 손으로 얼굴을 정리한 후 천천히 고갤 들었다."아!"이렇게 가까이에 그의 얼굴이 있을지 몰랐다.당장 입술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리에서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는 이준의 타는 눈빛에 희서는 입이 벌어졌다."응?...대답은?"또다시 질문을 던지는 그의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자 희서 또한 더는 망설일 수 없었다.눈물 때문에 목이 메어 목소리 대신 작게 고갤 끄덕였다.그제야 안심한 듯 길게 휘어지는 그의 두 눈과, 유한 호선을 그리는 그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그럼...흡"성격 겁나게 급한 감희서.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입술부터 붙여

  • 마주 선 우리   150. (외전17) 비밀번호

    주눅이 든 채 뒤따르는 매니저의 어깨가 한없이 작아졌다.저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희서에게만 유난히 다정하다는 것을 아직은 눈치채지 못한 듯하다.병원 엘리베이터가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자, 매니저가 얼른 차를 가까이 이동해 왔다.그러자, 이번에도 이준은 희서를 번쩍 안아 들었다.그리곤, 희서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얌전히 안겨 있어"결국 희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이준이 이끄는 대로 안겨 차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어제 그렇게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고 혼자 한참을 울었는데, 다시는 이준과 마주 볼 일은 없을 거라 여겼는데..지금 이 상황들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희서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한 매니저는, 이젠 자연스럽다는 듯 희서를 안아 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이준의 뒤를 따랐다.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오르자마자 희서가 층수를 누를 수 있도록 몸을 기울여 주자, 17층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매니저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곧 문이 닫혔는데."왜...."당황한 매니저가 흔들리는 눈으로 이준의 발을 내려다 보았다.닫히고 있는 문 사이에 매끈한 명품 구두가 껴있었고, 곧 문은 다시 활짝 입을 벌렸다."매니저님은 회사에 가셔서 스케줄 조정하셔야죠""네?""4주 동안 깁스해야 한다잖아요. 무리하면 안 되는데 스케줄을 강행하실 건가요?""아!"그러더니 이준이 엘리베이터 밖을 향해 턱짓을 했다.잽싸게 밖으로 뛰어나간 매니저와, 어쩔 줄 몰라하는 희서를 안은 채 태연한 자세로 서 있는 이준이, 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았다.때마침 다시 닫힌 문 사이로 이준이 미소를 지으며 작게 고갤 숙였다.결국 문이 닫히자, 매니저의 얼굴은 그제야 환해졌다."와... 웃었다. 날 싫어하는 게 아니었어"***"오픈~"현관문 앞에 선 이준이 시원한 목소리로 오픈을 외치자, 희서가 머뭇거렸다."저..이준아..""씁~ 오픈"희서는 결국 도어록 비밀번호를 하나 하나 찍어가기 시작했다.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천천히 번호를 누르는데,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