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마르코가 따라 나오려다가 패드를 받친 손을 다시 벽에 붙였다. 서우는 간호사에게 아이 옆에 들어올 자리를 내주었다.
“마르코 씨도 잠깐 비켜주세요. 장비 들어와야 해요.”
그가 패드를 고정하고 몸을 옮기자 장비가 들어왔다. 단우는 문틀에 선 채 침대 아래의 아이를 봤다. 웅크린 몸에서 빠져나온 맨발이 힘없이 바닥을 쓸었다.
그 순간 아이의 고개가 툭 떨어졌다.
“레오야.”
서우가 부르는 소리가 바뀌었다. 아이의 가슴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단우는 문턱을 넘었다. 서우가 아이의 머리맡에 자리를 잡는 동안 간호사는 모니터를 연결했다. 뒤늦게 들어온 의사의 손에는 호흡 보조 장비가 있었다.
“병원에 연락하세요. 이송이 필요합니다.”
서우가 말하자 의사가 단우를 봤다.
“보호자분이 외부 이송은 안 된다고—”
“지금 이곳에서 더 기다릴 수 없어요.”
단우가 안아 올리려던 팔을 거뒀다. 서우와 간호사가 아이의 머리맡을 차지했다. 의료진 뒤에서 그에게 보이는 것은 레오의 맨발뿐이었다.
“레오가 왜…….”
단우가 아이를 다시 불렀다. 입술색이 더 달라져 있었다. 레오는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단우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살려줘. 차서우, 이 아이만은.”
서우는 그의 얼굴을 오래 보지 않았다.
“호흡을 도우면서 병원으로 옮겨야 해요. 배는 지금 뜰 수 있어요?”
단우는 경비를 더 태우겠다는 부하를 돌려보내고 이송팀이 쓸 배부터 비우게 했다. 그사이 서우와 의사는 아이의 호흡을 도왔다. 얼굴에 맞지 않던 마스크를 고쳐 잡자 작은 가슴이 올라왔다.
병원에서 받겠다는 연락이 왔다. 간호사가 남은 약과 투약 시각을 챙겼다. 단우가 뒤따르던 의사를 불렀다.
“누가 뭘 줬는지 병원에서 물을 거다. 너도 같이 가.”
이동 침대가 문턱에 걸렸다. 단우가 바퀴 쪽으로 몸을 낮췄다. 아이 곁을 차지한 사람들을 밀어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가 바퀴를 넘기자 서우는 간호사와 함께 다음 숨을 살폈다. 레오의 가슴이 잠깐 멎은 듯 보였다.
“커헉.”
아이에게서 짧은 기침이 나왔다.
단우가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 레오의 가슴이 다시 올라갔다. 서우는 다음 숨까지 보고서야 간호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관찰할게요. 출발 준비해주세요.”
마르코가 벽에 손을 짚었다. 단우는 아이가 다시 숨을 들이마시는 것만 보고 있었다. 서우가 자기 이름을 두 번 부른 뒤에야 고개를 돌렸다.
“보호자는 당신이에요. 같이 가실 거죠?”
“간다.”
“그럼 무기는 여기 두고 가요.”
남자의 눈이 재킷 안쪽으로 내려갔다. 문 앞의 경비가 그 눈길을 따라 손을 내밀었다. 서우는 아이가 움직이는 소리에 침대 옆으로 돌아섰다.
레오가 눈을 떴다. 가까운 마스크를 밀어내려다 서우의 소매를 잡았다. 작은 손가락이 옷을 끌어당겼다.
“숨을 도와주고 있어. 나는 여기 있고.”
서우가 손을 보여주자 아이는 잠깐 그것을 봤다. 그러나 문 쪽에서 구두 소리가 나자 팔을 끌어안았다.
통증이 파고들었다.
레오가 그녀의 왼쪽 팔 안쪽을 물고 있었다. 서우는 반사적으로 팔을 빼려다가 버텼다. 간호사가 곁으로 다가왔다.
단우의 손이 아이에게 뻗었다.
“당기지 마!”
서우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간호사가 두 사람을 다치지 않게 도왔고, 아이가 입을 뗐다. 팔에 피가 맺혔다.
레오는 울면서 서우의 가운을 잡았다. 서우는 가까이 와도 된다고 말하며 몸을 낮췄다. 아이가 먼저 기댔다. 간호사는 바로 옆에서 호흡을 살폈다.
단우의 손이 허공에 남았다. 같은 아이에게 물렸는데도, 자신은 더 다가서지 못하고 여자는 아이를 받치고 있었다.
서우는 아픈 팔을 받칠 위치를 바꾸었다. 웃어줄 여유는 없었다. 대신 레오의 얼굴이 보이는 높이에 머물렀다.
“지금은 여기 있을게.”
잠시 뒤 아이의 손이 느슨해졌다. 서우는 침대에 눕히고 간호사에게 자리를 넘겼다. 거즈로 상처를 누른 뒤에야 단우 쪽으로 왔다.
“제 전화 주세요.”
단우가 그녀의 피 묻은 팔을 봤다.
“그것부터 치료해.”
“그러려고요. 병원으로 가면서 제가 어디 있는지도 알릴 겁니다.”
마르코는 전화기를 꺼내다가 보스 앞에서 멈칫했다. 서우는 거즈를 누른 채 손을 내밀었다.
“제 위치 알리고, 저도 진료받을 겁니다. 주세요.”
단우가 마르코에게서 전화기를 받아 건넸다. 서우는 곧바로 화면을 켰다.
화면에는 윤아의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남아 있었다. 서우가 이름을 누르자 단우가 물었다.
“내 얘기도 하나?”
“네. 저를 데려오라고 시킨 사람부터요.”
“백단우. 날 데려오라고 시킨 사람 이름이야.”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서우는 단우를 보며 말했다. 남자는 손을 뻗지 않았다. 다만 이름을 듣는 순간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같은 시각, 요새의 빈 사무실.서우는 연결 전에 레오에게 다녀왔다. 아이의 식사는 간호사가 보고 있었고, 오후에는 마르코와 항구 진료를 다녀올 예정이었다. 자신이 함께 가지 못한다고 말하자 레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엄마는?”레오는 가방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서우가 앉자 아이는 같이 병원에 가는 것인지부터 물었다. 아니라는 대답을 듣고는 가방을 놓았다. 그녀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더 묻지 않았다. 끝나면 진료받은 얘기를 듣겠다고 하자 레오는 자기도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우는 아이에게 잠깐 등을 돌려 숨을 골랐다.“내가 아는 일을 말해야 하는 날이야. 오늘은 마르코와 다녀올 수 있을까?”레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우가 가방을 챙기자 소매를 잡았다. 그녀는 잠시 손을 잡아주고, 병원에 도착하면 통화할 시간을 정했다. 회의가 길어지면 간호사가 먼저 전화받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문을 나오는 순간 아이가 울었다. 서우는 돌아서려다 멈췄다. 마르코가 눈을 맞추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맡겠다는 뜻이었다. 서우는 복도 끝까지 걷고서야 숨을 길게 내쉬었다.사무실에는 물과 휴지가 놓여 있었다. 단우가 준비해둔 것 같았지만 그는 없었다. 서우는 문을 닫고 전화기를 무음으로 바꿨다. 아이의 연락은 따로 받을 수 있도록 해두었다.법률 상담을 맡은 사람이 먼저 연결됐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답하고 추측과 기억을 나눠 말하자는 당부를 들었다. 서우는 메모한 종이를 뒤집었다. 답을 외우기 시작하면 자기 기억까지 준비한 문장처럼 느껴질까 봐 두려웠다.연결 버튼을 누르자 강시혁이 보였다. 그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등이 굳었다. 수술실에서 부르던 음성과 다르지 않았다.“잘 들립니다.”서우는 먼저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흔들리는 것을 누구나 들을 수 있었겠지만, 연결을 끊지는 않았다.시작 전에 진행자가 참석자들의 역할을 설명했다. 서우는 자기 화면 옆에 뜬 이름들을 하나씩 읽었다. 병원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보다, 그날 같은 방에 있었던
오전 6시, 작은 집무실.서우와 단우는 같은 화면을 보았다. 재단은 기자 질문에 답하는 영상을 배포해두었다. 강시혁은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한 뒤 곧바로 서우의 이름을 꺼냈다.“자리를 비운 담당 의료진에게도 설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그는 직접 도주라는 말 대신 해외 체류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서우는 연락처와 의견서 접수 메일을 제출 자료에 더했다. 화면 속 강시혁이 독단적 투약과 연구비 이야기를 꺼냈다.종이에 적힌 3억 원은 연구 전체의 예산이었다. 서우가 컵을 들었을 때 손이 떨렸다. 단우는 화면을 끄려다가 그녀가 다시 재생하는 손을 보고 물러났다.“내 답변은 내가 보낼게요.”그녀가 말했다. 단우는 팬텀 담당자를 연결해 자신이 요청한 회신을 받았다. 각 거래처가 확인한 항차와 재단 설명을 이제 함께 놓을 수 있었다. 어느 한쪽의 말로 나머지 기록을 맞출 수는 없게 됐다.서우가 원본을 보다가 빠진 항차를 물었다. 별도 목록에는 단우가 승인한 현금 정산이 있었다.“이걸 빼면 날짜가 맞지 않아요.”담당자는 단우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가 승인한 거래에서 약품이 넘어갔다. 단우는 그 부분도 붙이고 거래 상대에게 같은 원본을 보내게 했다. 서우에게만 준 자료라며 부인할 길을 먼저 닫는 일이었다.“지금 내면 다음 물량을 맡기기 어렵습니다.”그 배가 끊기면 갈라놓은 운송편도 전부 이어지지는 않았다. 단우는 대체 운송을 맡은 사람에게 오늘 준비한 자리까지는 비우지 말라고 했다. 나간 원본을 거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서우는 그가 통화를 끊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같은 항차를 자기 자료에 넣었다.“안 내면 저쪽이 내 이름을 빼고 설명하겠지.”법률 담당자가 승인란을 다시 읽었다. 서우는 화면을 옆으로 밀었다가 자기 쪽으로 돌려놓았다. 화면 아래에는 조금 전 마시던 커피잔이 있었다. 조금 전 설탕을 따라 넣던 사람이 승인한 배였다.“이 물량이 뭔지는 봤어요?”“그때는.”남자는 말을 끊었다. 다시 승인 날짜를 봤다. 선주에게
그녀가 간 뒤에는 외부 담당자의 질문에 답했다. 네리오에게 먼저 이름을 댄 경위였다. 창가에서 답하던 그는 서우가 앉았던 소파를 봤다. 조금 전에도 저 여자를 자기 곁에 앉히려고 자리를 골랐다. 그는 전화기를 책상에 놓지 않은 채 자기 질문을 그대로 읽어주었다. 담당자가 답을 받아내려 한 것이냐고 다시 물었다. 단우는 형 사진 쪽으로 돌아섰다. 이번에는 서우가 그의 얼굴을 읽어줄 수 없었다.***새벽 5시 15분, 단우의 방.단우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한 번 깬 뒤 다시 잠드는 데 오래 걸렸으나, 밤을 전부 책상 앞에서 보내지는 않았다. 창가의 커튼 너머로 빛이 들어왔다.책상 위 알림이 울렸다. 마르코는 레오가 새벽에 물을 마셨다고 알렸고 선장은 취소 비용을 보냈다. 단우는 승인한 뒤 안드레아의 새 명세를 옆으로 밀었다. 어제 실린 물량이 새 명세에서는 사라져 있었다. 처음 것을 보관한 사람에게 둘 다 넘긴 뒤 세면대로 갔다.세수를 하고 나오니 문이 두드려졌다. 서우였다. 어제와 다른 옷을 입었고 머리를 하나로 묶었다. 손에는 식판 대신 봉투가 있었다.“오늘 바빠요. 아침 먼저 먹어요.”그가 봉투를 보자 서우는 자기 사건에 관한 자료 검토회의에 원격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법률 상담을 맡은 사람과 함께 들어갈 예정이었다.“네가 직접 말하나.”“그럴 수 있게 해달라고 했어요.”서우가 앉자 단우는 어제 말한 음식을 주방에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웃다가 봉투를 식탁에 놓았다.“병원 협의나 면담이 있는 날에는 육지 숙소에 있을 거예요. 돌아오는 배에 맞춰 끝내지 않으려고요.”“알아들었다.”식사가 오는 동안 서우가 문서를 전송했다. 단우가 마지막 장을 읽으려 할 때 발송 완료가 떴다.“보여주러 온 게 아니었군.”“내가 오늘 무슨 말 하는지는 알았으면 했어요.”서우는 봉투를 거뒀다. 그의 손과 닿았지만 옆자리로 옮기지는 않았다.“날 보고 싶다는 말은 믿어요. 그래서 내 일을 줄이고 싶어지는 건 싫고요.”“내가 줄이라고 했나.”
밤 9시, 단우의 방.단우는 서명한 계약서를 봉투에 넣고 책상을 비웠다. 마르코에게 남길 일을 전한 뒤에는 전화기를 뒤집어놓았다. 오늘 끝낼 수 없는 답은 내일 받기로 했다.서우가 왔을 때 식탁에는 따뜻한 수프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가운을 벗고 다른 옷을 입었다. 단우가 문을 열자 방 안을 먼저 보고 물었다.“오늘은 여기서 일 안 해요?”“그래서 먼저 끝냈지.”그가 의자를 빼주었다. 서우는 자리에 앉아 자기 가방을 발치에 놓았다.“물어볼 게 많다면서요.”“병원에서는 무슨 밥을 먹었나. 선생이 좋아하는 건 여기 음식이랑 다를 것 같아서.”서우는 숟가락을 들다가 웃었다. 윤아가 피곤한 날에도 꼭 매운 것을 시켰다고 했다. 자신은 속이 쓰리다며 투덜거리고도 같은 집에 주문하곤 했다. 단우는 주방에서 만들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고 말했다.“그 집하고 같지는 않을 텐데.”“비교해보면 되겠군.”서우는 식은 커피를 붙들고 밤새던 당직실 얘기를 했다. 한밤중에 식사를 시켜놓고도 수술실에 들어가야 했던 날에는 윤아가 자기 몫까지 남겨뒀다. 돌아와 둘이 찬밥을 먹었다는 말에 단우가 왜 새로 시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그땐 다시 부를까 봐요. 뜨거우면 빨리 못 먹잖아요.”말하고 나서 서우가 웃었다. 그런 것까지 설명할 줄은 몰랐다.“이런 얘기도 재미있어요?”“선생은 몰랐나 보군. 자기 얘기할 때 말이 빨라지는 거.”서우는 윤아가 보낸 당직실 사진을 보여주었다. 자기 책상에는 다른 사람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단우가 사진 속 한쪽을 가리켰다.“저기 앉았나.”“네. 문 열리면 바로 보이는 자리.”그는 그 자리를 다시 보다가 식탁 옆 찻장 문을 열었다. 안쪽에 엎어놓은 액자가 있었다. 세워놓자 레오를 안은 젊은 남자의 사진이 나왔다.“형.”서우는 레오의 그림을 꺼내 옆에 세웠다. 종이가 말려 넘어지자 뒤에 책을 받쳤다. 단우는 사진을 찍던 날을 말했다. 형은 레오가 내려달라고 보채는 동안에도 안고,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빨리 찍으라고 했다.“
단우는 통화를 끝냈다. 재무 담당자가 이미 지급한 돈과 새 물품 값, 취소 비용을 불렀다. 회수할 수 없는 금액까지 듣고 자기 계정으로 정리하게 했다. 외부 담당자가 부두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약품 상태를 조사하러 온 외부 담당자가 갑판에 올랐다. 선장은 서우가 배를 막았다고 했다. 단우가 자신이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답했다.네리오는 그 곁으로 가려다 담당자가 가리킨 반대쪽에 섰다. 서우는 발견한 상태를 설명한 뒤 질문의 순서를 말했다.“처음 들은 건 자기가 바꾼 게 아니라는 말이었어요. 안드레아 씨가 시켰다는 답은 그 이름을 질문에서 들은 뒤에 나왔고요.”단우에게는 갑판에, 서우에게는 아래쪽에 남아달라는 말이 돌아왔다. 내려가던 그녀를 그가 불렀다.“내가 그 답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나.”“모르겠어요. 그래서 들은 순서대로 말했어요.”그는 더 묻지 못하고 돌아섰다. 끝나고 나왔을 때도 단우는 갑판에 있었다. 서우는 마르코에게 오후 진료실 연락처만 전하고 자기 병원 협의 자료를 가지러 갔다. 배가 떠날 때 그가 이쪽을 봤는지는 알 수 없었다.***정오, 뒤뜰 온실.서우는 밖에서 입었던 가운을 갈아입고 손을 씻었다. 부두에 남긴 물량은 외부 담당자가 확인할 때까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온실 문을 열자 레오가 뛰어왔다.“엄마!”서우는 아이를 안으며 늦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레오는 배가 고프냐는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대신 스케치북을 펼쳤다.유리 집 안의 모래성 앞에 세 사람이 서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키 큰 사람 위에는 ‘삼촌’, 흰옷을 입은 사람 위에는 ‘엄마’, 둘의 손을 잡은 아이 위에는 ‘레오’라고 적혀 있었다. 삼촌과 엄마의 팔이 종이 밖까지 길게 나왔다.서우는 그림에서 자기 얼굴을 찾았다. 레오는 대답을 듣고 싶어 하는 듯 그녀를 보고 있었다.“이 손은 어디까지 가?”레오가 꽃밭까지 걸어가는 그림이라고 했다. 서우가 다음 장에도 이어 그려달라고 하자 아이는 바로 그리지 않았다.“다음에는 엄마도 와?”“같이 갈 날을
단우는 네리오 앞에서 선장을 돌아봤다.“엔진 꺼.”선장이 기관실에 손을 들었다. 마르코가 전화기의 녹음을 켰다. 배가 조용해지자 단우는 네리오에게 봉투를 내놓으라고 했다. 사내가 쥔 손을 등 뒤로 돌리자 그가 먼저 가까이 갔다.“봉투 내놔. 그 안에 든 것부터.”네리오가 내민 봉투에는 처음 납품서와 고친 납품서가 함께 있었다. 정상 물량 일부를 다른 구매자에게 넘기고 반품 표시가 붙은 물건으로 수량을 채웠다는 말이 나왔다.“빅토르 님 창고에서 받은 거라서 저는…….”“안드레아가 바꾸라고 했지.”단우가 말을 잘랐다. 네리오는 선장을 보았다. 단우가 한 걸음 다가서자 시선이 돌아왔다.“네가 처음부터 고른 일로 남길까. 시킨 사람을 말할까.”“안드레아 씨가 시켰습니다.”답이 빨랐다. 서우가 고개를 들었다.“받은 그대로라는 말도 했어요. 언제 뭘 들었는지 따로 물어봐야 해요.”단우는 봉투를 쥔 채 그녀를 봤다. 선장이 납품처를 말하기 시작하자 서우는 먼저 외부 확인처에 사용 보류를 알렸다. 해당 물량이 어디로 갔는지 추적해달라고 했다. 갑판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마르코는 그 대답까지 녹음한 뒤 파일을 저장했다.마르코는 더 내리려던 짐을 멈추고 외부 담당자가 볼 구역을 비웠다. 조금 전에는 같은 상자를 병동으로 올리려던 참이었다. 그가 섬의 진료실을 부르며 목소리를 높이자 서우가 먼저 답했다.“레오한테는 안 썼어요. 사용 내역도 확인했어요.”마르코는 대답을 한 번에 못 했다. 단우도 그쪽을 봤다. 서우는 안심시키는 말을 더하지 않고 다른 납품처를 물었다. 아직 답하지 않은 곳이 있었다.“그럼 당장 쓸 것은.”“병원 약국에서 다시 받아야 해요. 오늘 필요한 것과 미뤄도 되는 것부터 나눌게요.”단우는 대체 물량을 받을 배를 불렀다. 선장은 다음 항차도 이미 잡았다며 자기 배의 이름을 댔다.“그 창고 물량은 취소해.”선장이 비용을 부르자 단우는 마르코에게 인부들 이름과 금액부터 받게 했다. 사람들이 선장 대신 그쪽으로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