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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Lady-Noi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1 08:26:49

제2장: 토사구팽(兎死狗烹)의 마지막 선

문이 열리자마자 진한 알코올향과 익숙하기 짝이 없는 남성용 향수 냄새가 엠마의 코끝을 찔렀다. 거실에 걸린 디지털시계는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클럽에서 마신 술 세 잔 때문에 여전히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정신은 완전히 돌아온 뒤였다. 거실 가죽 소파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겨운 광경을 똑똑히 똑똑히 볼 수 있을 만큼은 말이다.

제인은 셔츠 상단 단추를 풀고 뒤로 젖혀 앉아 있었고, 그의 무릎 위에는 노출이 심한 드레스를 입은 금발 여성이 제인의 목을 핥으며 붉은 자국을 남기느라 바빴다. 그 여성은 몇 시간 전 제인과 열애설이 터진 신인 배우 바이올렛 아이리스였다.

사실 엠마에게 이런 광경은 새로울 것도 없었다. 지난 7년 동안 제인의 여자가 바뀌는 모습을 질리도록 봐왔으니까. 하지만 오늘 밤,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희망이 산산조각 난 뒤라 그런지 엠마의 가슴은 짓눌리다 못해 바스러지는 것만 같았다.

현관 쪽의 미세한 움직임을 채챈 제인이 고개를 돌렸다. 날카로운 눈동자가 석상처럼 서 있는 엠마를 포착했다. 제인은 단호하지만 무심한 손길로 바이올렛의 어깨를 밀쳐냈다.

"그만해, 바이올렛." 낮게 갈라진 목소리였다. "내 아내가 오해하겠어."

바이올렛은 붉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리고는 이 아파트에 엠마가 있다는 사실에 전혀 놀라지 않은 듯, 엠마를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같은 연예계 종사자로서 바이올렛은 엠마가 누구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제인의 뒤를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여자.

"아내요?" 바이올렛이 애교 섞인 웃음을 터뜨리며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제인의 드러난 가슴을 다시 쓸어내렸다. "제인, 언제부터 아내가 있었어요? 훗, 아내 아니잖아. 그냥 장난감일 뿐이면서, 안 그래요?"

제인은 바로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있는 엠마의 표정을 슬쩍 훑어본 뒤, 다시 바이올렛을 바라보았다.

"그래, 내 장난감이지." 제인은 그 말이 아무런 무게감도 없다는 듯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 하지만 내 장난감이 오해하는 건 싫거든."

바이올렛은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얼굴을 바짝 밀어붙여 엠마가 보는 앞에서 제인의 뺨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쪽 소리를 냈다.

"제인, 나 당신처럼 유명해질 때까지 꼭 도와줘야 해요, 응?" 분위기에 흐르는 긴장감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이올렛이 간드러진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제인은 그저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자신의 주변 모든 여자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남자 특유의 오만한 미소였다.

엠마는 그들의 상호작용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더 이상 상관없었다. 제인과 바이올렛 아이리스가 어디까지 갔는지조차 알고 싶지 않았다. 몇 시간 전부터 끊임없이 밀려온 통증은 그녀의 마음을 마비시켜 버렸다. 엠마는 아무런 말도 없이, 거실 소파를 지나 곧장 방으로 향하려 발걸음을 옮겼다.

엠마의 차가운 반응에 제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그는 바이올렛이 소파에서 거의 튕겨 나가다시피 할 정도로 억세게 밀쳐냈다. 그리고는 제인은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가 엠마의 손목을 강하게 낚아챘다.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 제인의 목소리에는 취조하듯 다급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그는 흐트러진 엠마의 옷차림을 보며 눈을 날카롭게 찌푸렸다. "이 시간에 귀가라니. 내가 찾고 있었던 거 몰라?"

엠마는 걸음을 멈췄다. 저항하려 하지도 않고, 그저 제인에게 잡힌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지난 7년 동안 함께했고, 동시에 사랑해 마지않았던 남자의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해 보았다. 다만, 언제부터 그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엠마 자신도 알지 못했다.

엠마의 입술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

"저는 그냥 도련님의 비서일 뿐이잖아요, 제인 도련님." 엠마의 목소리는 너무나 담담했다. 지독할 정도로 담담해서 오히려 섬뜩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왜 비서한테 이렇게까지 집착하세요?"

제인의 미간이 좁혀지며 눈가에 분노의 기운이 서렸다. "비서?"

"아, 죄송해요. 제가 말을 잘못했네요." 엠마는 자조 섞인 빈정거림을 가득 담아 말을 수정했다. "제 말 뜻은... 전 그냥 장난감이라고요! 그게 더 적절한 표현 아닌가요, 제인 씨?"

"엠마!" 제임스가 소리를 질렀다. 정적을 깨뜨리는 고함에 목소리가 찢어질 듯 울렸다. 거친 숨을 내쉬며 화를 참아내고 있었다. 그는 엠마가 냉소적으로 굴며 자신들 사이에 선을 긋기 위해 '장난감'이니 '비서'니 하는 단어를 쓰는 것을 지독하게도 싫어했다.

엠마는 제인이 당황한 틈을 타 손을 세게 뿌리쳤다. 제인의 악력이 풀렸다. 엠마는 눈물이 차오르는 눈으로 제인을 바라보았지만, 이 남자 앞에서 다시는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축 늘어진 그녀의 어깨에는 지난 수년간 쌓여온 극심한 피로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나 지쳤어, 제인. 진짜 너무 지쳤다고." 엠마가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엠마의 얼굴에 드러난 절망의 기색을 본 제인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제인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엠마는 이미 돌아서서 복도 끝에 있는 자신의 방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찰칵하는 소리는 작았지만 단호했다.

거실에 남겨진 제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이곳에 있는 바이올렛의 존재 자체가 이제는 역겹게 느껴졌다. 그는 소파에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바이올렛을 향해 돌아섰다.

"나가가." 제인의 목소리는 낮고 협박조였다.

"하지만 제인, 우리 아직—"

"나가라고 했지, 바이올렛! 당장!" 제인이 냉정하게 소리쳤다.

제인의 분노에 겁을 먹은 바이올렛은 서둘러 핸드백을 챙겨 들고 도망치듯 아파트를 벗어났다. 문이 서급하게 닫혔다.

한편,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엠마는 킹사이즈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불도 켜지 않은 채, 떨리는 몸을 밤의 어둠 속에 맡겼다. 참아왔던 눈물이 마침내 터져 나오며, 평소 제인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눕던 베개를 적셨다.

엠마는 눈을 감고 답답한 가슴을 쥐어뜯었다.

'그래, 엠마. 한 달만 더.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한 번만 더 주는 거야.' 엠마는 속으로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아까 바에서 술에 취해 가입했던 '매치 프라임(Match-Prime)' 앱이 떠올랐다. 무의식 속에서 팝업 광고의 중요한 세부 사항이 떠올랐다. 그 프라이빗 맞선 모임의 일정이 정확히 한 달 뒤로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한 달. 30일. 그것은 엠마가 제인에게 주는 유예 기간이자, 지옥 같은 이 관계에서 자신이 버틸 수 있는 마지막 한계였다. 만약 앞으로 30일 동안에도 제인이 자신을 미래 없는 장난감 취급한다면, 엠마는 미련 없이 돌아서서 떠날 것이라 맹세했다. 그 앱에서 만날 이름 모를 남자와의 혼인 계약이 자신의 인생 전체를 바꾸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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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8장뒷뜰의 공기가 순식간에 숨이 턱 막힐 만큼 무겁게 가라앉았다. 한낮의 눈부신 햇살조차 수영장 근처의 탁 트인 공간을 짓누르는 긴장감을 뚫지 못하는 듯했다.제인은 정원 돌길을 강하게 내딛으며 위협적인 발소리와 함께 빠르게 다가왔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에마에게서 겨우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바이올렛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무슨 소릴 하는 거야, 바이올렛? 말을 왜 그따위로 해?" 정적을 깨뜨린 제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억눌린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에마 앞에서 거만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바이올렛은 제인의 눈에서 일렁이는 분노의 불길을 보자 순식간에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눈을 몇 번이고 깜빡였다."제인... 난... 난 그저 이 여자한테 사실을 말해준 것뿐이야." 바이올렛은 목소리가 떨려 오는 와중에도 변명하려 애쓰며 불안하게 대답했다. "우리가 그렇게 쉽게 끝날 리 없다는 걸 말했을 뿐이고—""누가 너더러 여기 오래, 어?!" 제인이 바이올렛의 말을 끊어버리며 고함을 질렀다. 그의 거친 목소리가 저택 뒷뜰의 정적을 깨부수며 울려 퍼졌다.에마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옛 애인과 그 남자의 과거 여자가 벌이는 이 한심한 다툼에 끼어들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자신을 그저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치부하던 조금 전 바이올렛의 말을 떠올리자, 에마의 가슴은 분노와 불쾌감으로 뒤엉켜 턱 막혀왔다. 바이올렛이 집 안까지 끌고 들어온 이 싸구려 드라마를 단 1초도 더 듣고 싶지 않았다.에마는 두 사람에게 한마디 말도 섞지 않은 채,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몸을 돌렸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제인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뒷뜰을 벗어나 저택의 쪽문으로 향했다.제인은 눈꼬리로 에마가 떠나는 모습을 흘낏 보았지만, 이내 시선은 앞에 서 있는 여자에게로 돌아갔다."잘 들어, 바이올렛." 제인이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차갑게 읊조렸다. "어제 밤 클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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