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본관에 도착하자마자 우문호가 물었다.“짐과 함께 처음으로 출정을 나갔을 때, 넷째 형님이 무장 한 명에게 쓸모없는 겁쟁이라고 꾸짖었던 일이 생각이 나느냐?”서일은 곰곰이 생각해 봤다.“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그 무장이 어떤 말을 했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 우리와 북막병의 군사력 차이가 매우 크니, 싸움에서 이길 수 없으면.....뭐 대략 이런 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당시 그 무장이 첫날밤부터 술에 취해, 출발 직전에 이런 말을 하여 사기를 떨어뜨리니, 안 왕이 크게 노하여 그 자리에서 그에게 군용 곤장 서른 대와 추방 명령을 내렸습니다.”우문호도 대충 생각났다.“그래,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구나. 그때 넷째 형님은 이미 전쟁터에 몇 번 나갔고, 몇 차례 군공을 세워서 보주를 하사받고, 보주 친왕의 존호를 받았으니. 젊고 기세도 왕성한 데다 군공까지 세웠으니, 군의 원수 허락 없이 스스로 그 무장을 처리했어.”서일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나리, 그런데 왜 갑자기 몇 년 전의 일을 물어보시는 것입니까?”“그 무장의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하느냐?”우문호가 물었다.서일은 고개를 저었다.“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들과 접촉한 적이 없어서요. 아니면 전진 장군에게 물어보십시오. 전진 장군은 기억하고 있을 수도요.”“네가 가서 모셔 오너라.”우문호가 말했다.“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모시는 게 어떨까요?”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아니다. 지금 당장 모셔 오너라.”서일은 분명 급한 있다고 생각하고, 바로 몸을 돌려 전진 장군을 모시러 갔다.우문호는 소월각으로 돌아가서 원경릉에게 알렸다. 그녀도 안왕이 온 걸 알고 있으니 분명히 자지 못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원경릉은 일어나 등불을 켜고 책을 읽다가 우문호가 들어온 걸 보고는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무슨 일로 오셨어요? 왜 아직 안 가신 거예요?”그녀의 우문호가 대답했다.“나한테 모진 말을 퍼붓고 갔어. 나에게 전하
조사서일은 밤을 새워 전진 장군을 모셔 왔다. 전진 장군이 아직 군대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빨리 서두른다 해도 전진 장군이 왕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우문호가 처음 전쟁에 나갔을 때 전진 장군이 옆에 동행했다. 그래서 당시의 상황을 그도 기억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무장은 그가 책임지고 추방했기 때문이다.“그 무장은 조홍방이 틀림없습니다. 그날 전선에서 병사 소집을 하는데, 그는 전날 밤 술에 취해 다음 날 소집할 때까지 술을 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쓸데없는 얘기로 사기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곤장 서른 대를 맞은 후 소인이 그를 압송했습니다. 그리고 안왕께서 그를 내보낸 후 먼저 경조부에 감금하고, 전투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패배하면 그를 죽이고, 승리한다면 그를 풀어주라고 명령하셨습니다.”“그래서 그는 나중에는 어디로 갔느냐?”우문호가 물었다.“전투에서 승리하여 조정에 돌아간 다음 안 왕께서 감옥에 가서 한바탕 그를 꾸짖은 후에야 풀어주었는데, 후에 어디로 갔는지는 소인도 모릅니다. 하지만 군기를 어기고 안 왕의 미움을 산 자를 누가 보병으로 삼으려 하겠습니까?”우문호는 이 사람이 군대의 장군이었고 북당군의 훈련과 배열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어려울 때 누군가 그를 도와줬다면 독고의 밀정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가 안 왕비와 안지를 납치한 것일까?그는 눈동자를 번쩍이며 말했다.“전진 장군, 경조부에 가서 제나라 왕을 찾아, 이 조홍방이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호적을 조사해 보아라. 비록 그가 살던 곳에 살고 있을 거란 보장은 없겠지만 우선 거기부터 조사해 보아라. 네가 짐을 대신해 방문하는 것이니 몰래 행해야 한다. 기억하거라. 절대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네, 알겠습니다.”전진 장군이 대답했다.“서일아,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니, 짐은 궁의 의정에 참여해야 하니, 너는 먼저 가서 좀 자라, 끝나고 짐이 궁 밖으로 나오면 짐과 함께 안왕부에 다녀와야 한다.”우문호가 말했다
우문호와 안왕의 결투우문호는 그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두렵다고요? 지난날에는 조금 두려웠었죠. 하지만 문무가 가득한 이곳에서 누가 형님을 지지한단 말입니까? 형님은 정말 약을 나눠 주고 명성을 얻어서 저에게 맞서겠다는 허황한 꿈을 꾸고 계신 겁니까?”“그럼 닥치고 지켜 보아라.”안왕의 위풍은 어젯밤보다 훨씬 못했다. 약간 풀이 죽은 듯했다.우문호는 코웃음을 치더니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그에게 말했다.“형님이 전에 몇 번이고 저를 해쳤지만, 전 그거에 개의치도 않아 했습니다. 안 왕비가 일이 생겼을 때 원 선생도 여러 번 도와줬고요. 안 왕비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원 선생에게 떳떳한지.”그는 말하면서 밖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이리 오너라. 안 왕비를 모셔 오거라.”“지금 여기에 없다.”안왕이 차갑게 말했다.“안 계신다고요? 그렇다면, 제가 직접 찾아보죠.”우문호가 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자안왕은 그에게 소리 질렀다.“거기 서!”순순히 말을 들을 우문호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발걸음이 더 빨라지자 안왕은 재빨리 일어나 뒤쫓아 나갔다. 경공 몇 번으로 우문호 앞을 막아섰고, 그의 곁에 있던 사람도 빠른 걸음으로 걸어와서 우문호의 뒤를 막았다.우문호는 안 왕을 걷어차면서 입으로 소리 지르며 말했다.“이 배은망덕한 놈, 짐이 애초에 너를 위해 사정하지 말았어야 했다. 부황에게 말해서 너를 강북부에 보내 평생 돌아오지 못하게 해야 했는데. 네가 몇 번이나 나를 해쳐도, 늘 형제간의 정을 생각하여 너를 봐주었다. 그런데 너는 내가 나랏일에 바쁠 때, 일부러 약초를 쌓아놓고 내가 백성들의 비난을 받게 했지.”안왕도 분노가 극에 달해 우문호가 발로 차자 그도 바로 반격했고, 두 사람은 마당으로 뛰어들어 서로 얽혀 치열하게 싸웠다.두 형제의 원한은 이미 너무 깊었다. 그동안은 신분 때문에 서로에게 잔인하게 하지 못했지만, 오늘 싸움은 매우 잔인했다. 단 50수 만에 안왕은 피를 토할 때까지 걷어차이고, 우문호
아공과 안왕안왕은 몸부림을 쳐도 소용없자 우문호에게 박치기했다. 우문호가 열 받아서 안왕의 멱살을 잡고 힘껏 누르며 말했다. “내가 쓰레기고 병신이라고 했지, 오늘 똑똑히 보여주지. 누가 쓰레기인지.”결국 우문호가 안왕을 끌어안고 구르며 주먹을 휘두르는데 어찌나 힘껏 주먹질을 해대는지 보고 있기가 처참할 정도다.안왕은 완전히 뻗어버려서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미친 개새끼, 꺼져, 당장 꺼지라고!”안왕은 힘겹게 고개를 들고 종자와 시위대장에게 소리 지르며 말했다. “너희들 다 뒤졌어? 내가 거의 죽어가는 거 안 보여? 아직도 안 돕고 뭐 해?”종자가 바람처럼 날아왔다. 이번엔 귀영위가 막지 않은 게 우문호가 이미 일어섰기 때문이다.종자가 안왕을 일으키자 안왕이 종자의 얼굴에 따귀를 날리며 무섭게 노려보더니 말했다.“내가 다 죽어가는 거 보면서 와서 돕지도 않아? 진짜 내가 죽는 게 보고 싶어?”종자는 눈에 한 줄기 분노가 번뜩했으나 곧 자제하고 고개 숙여 말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우문호가 미친듯이 웃으며 말했다. “네 주변 인간들이 얼마나 식충이에 밥통 같은지 보라고, 나를 상대할 생각조차 못 하는 거 봐, 꿈 깨!”우문호는 계속 미친듯이 웃어 제치며 긴 여운을 남겼다.안왕이 열 받아서 옆에 나무를 발로 찼는데 나뭇잎만 몇 개 떨어지자 이를 갈며 말했다. “우문호, 너 용서 못 해, 두고 봐,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널 끌고 같이 죽을 테니까!”종자가 안왕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왕야, 태자 전하와 싸움을 일으키시면 안 됩니다.”안왕은 분이 가시지 않아 말했다. “내가 도발했어? 우문호가 왕비를 보러 간다니까 그러지, 왕비가 집에 없다는 걸 알려야겠어?”종자도 여전히 꾸짖듯 말했다. “원래 왕야께서 어젯밤 태자 전하를 찾아가시면 안 되는 거였어요. 자기 일만 신경 써서 잘하시면 되니까요.”안왕이 입가의 피를 닦으며 차갑게 말했다. “경솔하게 말하는구나. 전에 우문호에게 경성을 떠날 거라고 얘기
안왕비와 안지가 눈늑대봉?본론으로 들어가자 이리 나리는 이전의 나태함을 떨쳐버리고 예리한 눈빛으로 우문호의 말을 듣고 말했다. “전하 말씀은 안왕비 마마께서 아라의 오빠가 시킨 사람들에게 잡혀갔다? 아라라 함은 안왕 전하의 예전 후궁을 말하는 거지요? 오빠는 아공이라 하고? 그 이름은……”이리 나리가 생각해 보는데 어딘가 낯익은 이름이다.우문호가 말했다. “사식이가 듣기로 아공이 그들을 눈늑대봉으로 보내 일을 처리하라고 했다는데 인질을 눈늑대봉에 감금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눈늑대봉이란 말을 듣고 이리 나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눈늑대봉? 눈늑대봉에 모신 거라면 찾기 편한 게 사람을 숨길 만한 곳은 한 군데 밖에 없습니다. 바로 눈늑대봉 정상에 있는 자운사(慈雲寺)죠. 하지만 극한의 추위가 몰아치고 공기가 희박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아예 있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곳인데, 안 왕비 마마와 어린 군주가 거기 계신다면 정말 위험합니다. 만약 그들이 안왕 전하를 통제할 목적이라면 인질을 산꼭대기에 둘 리가 없어요.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안왕 전하께서 그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시지 않겠습니까?”“그래서 제일 좋은 방법은 누군가 가서 우선 자운사는 제외하고 찾아보는 것입니다. 이리 나리 수하에 경공 고수들이 있다고 들었으니 그들이 가서 찾아보면 적들에게 발각되지 않을 겁니다.”이리 나리가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아니요, 아무리 경공에 능한 자도 그들이 산꼭대기를 점령하고 있으면 누군가 파수를 볼 것이고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을 반드시 발견할 겁니다. 눈늑대봉 전체가 흰색 일색이기 때문에 설사 흰옷을 입는다고 해도 주의를 끌 수밖에 없습니다.”“밤은 어떻습니까?” 이리 나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저녁이라면 경공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길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반드시 불을 밝혀야 하는데 횃불을 드는 순간 주목을 끌지 않을 수 없습니다.”우문호는 원 선생과 만두 늑대의 대화를 기억해 내고 순간 기뻐서 말했다. “문득 돈오했습니다. 제
엄살쟁이 우문호만두 늑대는 단번에 원경릉의 말뜻을 알아듣고 ‘우우’하고 울며 바로 갈 수 있다고 했다.원경릉이 염탐만 하고 절대로 손을 쓰면 안 된다고 거듭 신신당부했다. 눈 늑대는 안 왕비 모녀를 데리고 하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눈 늑대는 자리에서 뱅뱅 돌며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원경릉은 눈 늑대가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본 적이 없어 깜짝 놀랐다.그리고 만두 늑대만 가는 게 아니라 경단이 늑대와 찰떡이 늑대도 같이 따라가는데, 휙 하고 달려나가는 소리만 들리고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게 원경릉은 쟤들이 이렇게 흥분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놀라우면서도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됐다.비록 걔들이 원경릉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해도 결국 이성이 통하지 않는다.원경릉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우문호의 상처를 치료하러 들어가서 말했다.“눈 늑대가 엄청 흥분했던데 왜 그런 거야?”우문호가 징징거리며 말했다.“아파, 살살해.”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좀 참아, 이마 여기 살갗이 벗겨져서 소독해야 해. 전에는 더 아파도 잘 참더니 어째 이제 피부만 까져도 아프다고 해?”“아프다고 엄살 안 부리면 당신 가슴 아파 안 할 거면서.”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키스하며 눈웃음을 지었다.“마음 아파.” 원경릉이 우문호를 바라보며 알코올로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앞으로 조심해서 얼굴은 맞지 마, 잘 생긴 얼굴이 이게 뭐야?”“그럼 다음부턴 상대에게 미리 경고부터 해야겠네, 다른데 때리는 건 괜찮은데 얼굴은 안된다고.” 우문호가 광대뼈를 눌러보며 말했다.“여기 부러진 거 아니야?”“안 부러졌어.” 원경릉이 살살 우문호의 손을 떼고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며, “아파?”“엄청 아파!” 우문호가 눈썹을 찡그렸다.“뼈에 금이 간 건 아니겠지?”“그거 진짜 재수 없는 경운데.” 우문호는 자신이 넷째를 위해 잘생긴 얼굴을 희생하는 날이 올 줄 생각도 못했다.원경릉이 조심조심 약을 발라주고 차가운 습포를 얼굴에 대주자 한결 편안해졌는지 방금 눈 늑대 얘기에
별궁우문호는 퍼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이 일은 여기까지 알아보면 됐어. 넌 우선 군으로 돌아가 봐. 이 일은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말고.”“그러죠. 제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명령만 하세요.” 전진 장군이 인사하고 나갔다.우문호는 사람을 보내 조굉방을 감시하게 했다. 한편 이때 눈 늑대도 탐색을 마치고 돌아와 원경릉과 ‘우우’하고 한참을 울었다. 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눈늑대봉에 없데.”우문호는 오히려 안심이 되는 것이 눈늑대봉에 있으면 구해내기 쉽지 않을뿐더러 기후가 너무 열악해 아가가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우문호는 다시 별 보고 나가 별 보고 들어오는 생활이 시작됐고 원경릉에게 외부 일을 거의 말 할 기회가 없었다.며칠이 지나고 궁에서 성지가 내려왔는데, 원경릉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별궁에서 한동안 태상황 폐하를 모시라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성지에 원경릉은 우문호가 돌아오길 기다려 물어봤더니 말했다. “그저께 태상황 폐하 옥체가 불민하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어쩌면 별궁에서 요양을 하시려는 걸지도, 당신도 알지만 태상황 폐하는 외로운 걸 싫어하시잖아.”“하지만 지금 외롭지 않으실걸, 평남왕 전하께서 궁에 계시잖아?”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 “늙은이들 몇 명이 같이 있어도 고작해야 그 시절 얘기지,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더 할 말도 없으실걸? 며칠같이 있어, 어쨌든 지금 집에 일도 없고.”“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지? 나한테 얘기해.”우문호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일은 무슨 일? 독고도 아직 경성에 안 온 지금이 얼마나 귀한 여유인데, 가봐.”“여유라고 하기엔 자기 최근에 엄청 바쁘던데.” 원경릉은 아무래도 그렇게 간단한 문제 같지 않은 것이 태상황이 이렇게 중차대한 시점에 원경릉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가자는 건 분명 무슨 일이 있어서다.“조정에 일을 정리하고 나면 독고가 바로 경성으로 올 것도 아니니 걱정하지 마. 만약 정말 위험한 일이 발생하면 먼저 당신한테 얘기할 거야, 당신이
별궁에 온 원경릉원경릉은 아니나다를까 잔소리를 해대고 태상황은 가만히 듣고 마음대로 잔소리하게 놔뒀다.원경릉이 말을 마치길 기다렸다가 태상황이 원경릉을 앉으라고 하고 말했다. “억지로 있는 거 봐, 와서 과인 곁에 있는 게 싫은 거 아니야?”“그럴 리가 있어요? 곁에 있고 싶어도 못 있는데. 귀찮은 일은 그만 좀 참견하세요.”“정말 곁에 있고 싶었단 말이야?”“당연하죠!” 원경릉이 약 상자를 정리하고 태상황에게 말했다. “정말 별궁에서 몸조리 하시는 거뿐인가요?”“아니면 또 뭐가 있어?” 태상황이 원경릉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사람이 너무 똑똑하면 안 돼, 너무 총명하면 손해거든. 그리고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걱정할 필요 없어, 누군가 네 앞을 막아줄 테니까, 넌 행복해야 마땅하지 암.”원경릉은 결국 반박하지 못한 채 약상자를 들고 말했다.“그럼 좋아요. 전 행복을 만끽하러 방으로 돌아갑니다.”우문호는 밖에서 평남왕 등과 대화하다가 원경릉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서 말했다. “황조부께서는 괜찮으셔?”“괜찮아, 약 드시고 쉬시면 돼.” “다행이다. 여기 머물면서 며칠 함께 해 드려.” 우문호가 다가와 약상자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당신을 위해 호숫가 방을 골랐어, 분명 좋아할 거야. 보러 가자.”원경릉이 평남왕과 양대 거두에게 인사를 드리고 우문호와 같이 나왔다.우문호가 고른 호숫가 명지원(明芷院)은 복숭아나무가 잔뜩 심겨 있었다. 가지엔 복숭아가 가득 달려 분홍빛이 도는 초록빛으로 며칠 지나면 먹을 수 있어 보인다.별궁 대부분은 2층 건축 양식으로 1층은 본관과 사랑채, 부엌에 하인들이 사는 방이 2칸 있고, 2층은 주인의 침실과 곁채, 전부 5칸으로 원경릉 등이 살기엔 충분했다.원경릉이 들어가서 보니 물건이 전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이불은 새것으로 원경릉은 속으로 짚이는 게 있는 것이, 이건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미리 준비해 놓은 게 틀림없다.아마도 큰 움직임이 있을 것이 확실하다.우문호가 원경릉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사건은 결국 크게 번져지고 말았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소요공 일행에게 해명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신시의 유명한 목호에 도착한 뒤였다. 목호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댓글이나 메시지를 볼 시간조차 없었다.지금 추 어르신은 노인이 시를 읊고 글을 짓는 데만 정신이 팔려, 어디를 가든 꼭 한 편의 시를 남긴 후, 돌아가서 희 상궁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이미 반 이상 지나온 것이었다. 과거에 300년을 살겠다고 다짐한 만큼,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적을 마주했기에, 이번에 만난 유아독존은 그냥 한 번 겨루었을 뿐이기에 바로 잊혀졌다.목호 여행을 마친 뒤, 그들은 차로 독고 도로로 향했다.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며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영상도 많이 찍었지만, 편집할 시간이 없어 업로드는 하지 못 했다. 편집으로 추 어르신의 시간을 많이 빼앗었다 보니, 그가 그동안 풍경을 놓치는 일도 많았었다. 눈도, 손도 한 쌍뿐인 데다, 다른 두사람은 편집을 전혀 몰랐기에 북당의 수보인 추 어르신 혼자 애써야 했다.그래서 영상 업데이트는 잠시 미루고, 길가의 풍경을 잘 감상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짧은 영상 제작에 정신을 빼앗겨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초심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과 여행 중인 배낭 여행객, 캠핑카 족들이 줄줄이 따라붙으며 영상을 빨리 올리라며 재촉했다.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쫓아와서 소리치며 재촉하는 모습에 추 어르신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내심 이렇게 자신들을 좋아해 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추 어르신은 무상황과 십팔매에게 대결을 시켰다. 그리고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해, ‘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배경음악과 함께 바로 영상을 올렸다.영상에 무상황이 처음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상황의 무공은 소요공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다양해서
유아독존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그는 링 위에서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고, 평생 이렇게 큰 공포를 느낀 적 없었다. 눈앞의 이 노인은 공격할 때, 눈빛에 살기가 서려 있었던 데다가,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장군과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어, 그저 한 번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그는 다시는 이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아졌다.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거만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비열함 때문에 앞으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소요공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빌지 않겠다면, 그냥 일어나거라. 난 어린애랑 진지하게 겨룰 생각이 없으니."처음에는 소요공도 유아독존이 꽤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저 밥이나 축내는 무능한 자였다. 이런 사람이 수백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팔로워 수가 그보다 적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기분까지 상했다.유아독존은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요공의 표정에 갑자기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자, 다시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터벅터벅 무대를 내려갈 뿐이었다.소요공은 이번 대결로 엄청난 스타가 된 반면, 유아독존은 몰아치는 욕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더 이상 아무런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팬들은 그의 이전 영상이나 D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다. 유아독존은 과거 소요공의 영상에 댓글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는 이 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칠 동안 여러 매체가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보내 방송 출연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DM도 보지 않고, 어떤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인기를 이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일정을 늦추지도 않았다.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고 나서야, 팬들은 그들이 이미 새로운 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영상에는 그
붉은 피가 아치형을 그리며 공중에서 뿜어져 나왔고, 두 개의 이가 튀어 나가 버렸다. 그에게 전해진 강한 힘 때문에, 유아독존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바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관객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박수를 치는 것도 잊어버렸다.발목이 묶여 있는데도 이렇게 유연하게 뛰어올라 무릎으로 유아독존의 턱을 가격하고, 착지까지 안정적으로 해내다니!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하지만 곧이어 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소요공은 간신히 몸을 일으킨 유아독존을 향해 다시 뛰어올랐다. 이번에는 무려 3미터 높이까지 뛰어오른 후, 세 바퀴를 돌며 내려와 두발로 유아독존의 뺨을 쳤다.다시 한번 핏줄기와 함께 이빨이 튀어나왔고, 유아독존은 또다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짧은 정적 후, 경기장 천장을 날릴 것 같은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이전까지 유아독존을 지지했던 네티즌들은 소요공의 첫 번째 영상이 특수효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요공은 이 싸움을 통해 직접 특수효과가 아니라 진정한 무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생방송 채팅창에는 소요공을 향한 칭찬의 댓글이 연이어 쏟아졌다."탄성을 자아내는 광경!""라이브가 아니었다면 믿을 수 없었을 거야!""이게 진정한 무술이구나!""아니, 이건 무공이야!""무협 영화를 보는 것 같아!""어르신, 최고!""어르신 최고!"그 이후 채팅창은 하나같이 '어르신 최고'로 도배되었다.그리고 칭찬을 한 몸에 받는 소요공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밧줄에서 벗어났다. 그의 손목과 발목을 묶고 있던 밧줄은 힘을 받고 끊어지고 말았다. 그는 무상황과 추 어르신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는 눈빛으로 무상황에게 명대로 상대의 이를 부러트렸다고 전했다.추 어르신은 무표정으로 생각했다.‘역시 허세가 많아, 또 경공을 선보였군.’무상황은 아주 기쁜 듯 소요공에게 잘했다며 손짓을 보냈다. 어차피 오늘 밤 이후로 그들은 인기가 치솟을 것이었기에,
유아독존은 여전히 소요공에게 거만하게 말했다."노인네, 항복할 준비나 해요. 절대로 봐주지 않을 테니까!”무상황은 그의 거만하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며, 소요공의 귀에 속삭였다."저 누런 이빨을 모조리 부숴버려라. 이것은 명령이다!""명 받들겠습니다!"소요공은 쉬운 일이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를 곧게 폈다.생중계되는 대결이라, 카메라는 이미 링을 비추고 있었다. 잠시 후 사회자가 몇 마디 하며 관객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무술은 건강을 위한 것이지 싸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이 말은 소요공이 사회자에게 부탁한 것이었고, 추 어르신이 따로 소요공에게 이런 말을 부탁해달라고 시켰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 이내 양측 선수를 소개해주었다.유아독존이 먼저 링에 올랐는데, 방금까지 거만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용감하고 바른 자세로 이번 대결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노약자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무술이 허울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했다.그리고 자신이 연세가 지긋한 소요공을 봐주겠다고 약속했다.번지르르한 말만 골라 하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소요공은 한쪽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누렇게 변색한 유아독존의 이빨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 대결은 별다른 제한 없는 자유 무술로 진행된다. 무기만 사용할 수 없을 뿐 손발은 물론, 머리 정도는 쓸 수 있었다. .대결 시작 전, 소요공은 무상황에게 자신의 두 손을 묶어달라고 부탁했다.유아독존에게 전하는 모욕과도 다름없는 행동에, 관객들은 충격에 빠졌다.라이브로 보고 있던 네티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노인네, 제정신이야? 손을 묶으면 발로만 싸우겠다는 거야?”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두 발까지 묶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허수아비처럼 링 위에 곧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 모습을 보고 다들 그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심판, 경기장 주인, 중계 사이트 관계자들 모두 당황
두사람의 대결은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내 인기 화제가 되어, 검색어 상위에 올르며, 대립적인 의견을 불러일으켰다.일부 사람들은 유아독존이 어르신을 힘들게 한다고 했다. 그저 어르신이 퇴직 후의 삶을 기록하려 영상을 찍었을 뿐, 굳이 그가 대역을 썼는지 깊게 파고들 필요가 없고, 다들 영상도 재밌게 봤으니, 그만이다는 생각이었다.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퇴직한 삶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은 괜찮지만, 무술을 더럽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심지어 첫 번째 영상에서 소요공이 특수 효과를 사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영상 속 행위가 워낙 위험해 보였기에, 젊은이들도 해낼 수 없고, 노인이라면 더더욱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무협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물론 이 사람들은 소요공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닌, 소요공 뒤에 있는 회사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수백만 명의 팬을 가진 계정은 대개 회사가 운영하고 있기에, 노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고 여긴 것이었다.청조 영상 사이트는 이번 독점 생중계 권한을 얻었다.추 어르신은 이번 대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 좋아했다. 무술에 관한 주제가 사람들 입에 자주 입에 오르고 있으니, 무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그들이 이곳에 존재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곳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원경릉의 오빠와 부모님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괜히 걱정되었다. 그들은 유아독존의 영상을 보고, 상대가 꽤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주진이 바로 그들을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세요, '유아독존' 백 명이 와도 상대가 되지 않아요."이상하게 믿음이 가는 주진의 말에, 두 사람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신중히 처리하기 위해, 그들은 차를 타고 소요공 일행과 합류하러 길을 나섰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의사인 그들이 제때 응급처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드디어 대결의 날이 왔다.대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