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손왕이 못 참고 얼른 물었다. “다섯째야, 아바마마 병환이 어떠시냐?”우문호가 말했다. “전 의술은 몰라서요. 원 선생 말로는 아마 한동안 정양하셔야 할 것 같다고 하네요.”“매화장 때문이야?” 손왕이 물었다.“모르겠습니다.”그러자 안왕이 우문호에게 따지듯 물었다. “네가 어떻게 모르느냐?! 아바마마께서는 뭐든 너한테 말씀하시는데 말이야.”“아바마마께서 제게 말씀하시는 건 모두 조정에 관한 일입니다.” 우문호는 형제들의 간절한 얼굴을 보고 사실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성지가 내려오기 전에는 말을 꺼내기가 곤란했다.안왕이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 “정말 모르는 거 맞느냐? 참, 이상한데. 아바마마께서 아프신 것도 이상하고. 우리가 입궐해서 병문안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으시잖아.”회왕이 전에 별장에서 안풍 친왕이 만약에 황제가 퇴위하시면 이라고 하던 얘기가 기억나서 우문호를 보니 얼굴빛이 평온하게 별로 걱정하는 기색은 아니였다. 그럼, 설마….하지만 회왕은 함부로 그 얘기를 입 밖에서 꺼내지 못했다. 형제지간에도 친하고 소원한 사이가 있기 마련이라, 만약 진짜면 그것도 아바마마께서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일 테니 아들로서 당연히 지지해야 마땅했다.손왕, 위왕, 그리고 순왕 이렇게 세명은 여전히 아바마마의 옥체에 정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형제들이 열심히 상의했지만 결국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고 돈 문제는 자연스럽게 흐지부지 되었다. 모두 이만 돌아가서 조용히 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그렇게 이틀 후 아바마마께서 마침내 성지를 내려 친왕들에게 입궐하여 문병하는 것을 허락했다.친왕들이 같이 입궐해 어전에서 기다렸다.어의가 안에서 침을 놓고 휘장이 내려와 있어 안에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기에 마음이 다급해졌다.대략 차 한잔 마실 정도로 시간이 지난 후 목여 태감이 나와서 휘장을 걷고 명원제가 침대에서 몸을 살짝 일으켰는데 안색이 어둡고 눈가가 퀭했다. 친왕들은 그런 아바마마를 보고 충격을 받아 얼른 꿇
우문호는 아바마마께서 진짜 병을 앓고 계신 건 아니지만 자신들의 형제들이 이렇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영 마음이 불편해 표정도 상당히 침울해져 있었다.안왕은 원래 이상하다고 의심했으나 우문호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보고 아바마마께서 정말 큰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다.며칠 내내 명원제는 움직이지 않고 조정 일을 모두 태자와 냉 재상에게 맡겼다. 나이 든 신하들이 문안을 오려 해도 윤허하지 않고 멀리서만 문안을 올리게 할 뿐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다시 그렇게 며칠이 흘리고 태상황이 궁으로 돌아왔다. 이 일에 대해 다들 추측이 난무했는데 모두 명원제의 병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의가 명원제를 진찰해 보니 몸조리를 잘 해야 한다며 무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하지만 명원제는 바로 퇴위를 선포하고 태자 우문호에게 선위를 발표했다. 성지가 내리자, 조정이 온통 놀라서 들끓어 올랐다. 이런 큰 일을 내각과 상의도 조정의 회의도 거치지 않고, 중병이란 소식이 들린 이래 보름도 되지 않아 바로 퇴위와 선위를 선포하였으니 말이다. 심지어 어의도 상태가 특별히 엄중하다고 하지 않아 정양이 필요하다고만 했을 뿐인데 이렇게 바로 퇴위의 성지를 내리다니 청천벽력이 따로 없었다. 이런 모습은 전혀 명원제답지 않았다.그리고 황제가 병에 걸린 것도 공교로운 것이 너무 갑작스러웠다. 여러 군데 알아보니 황제가 안풍 친왕의 매화장에 보물이 있다고 생각해 거액을 들여 샀으나 없다는 것이 밝혀져서 천불이 올라온 나머지 쓰러지게 되었다고 했다. 이 얘기는 북방에 금세 퍼졌지만 이상하게도 안풍 친왕을 욕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 소문과 동시에 안풍 친왕이 음풍농월하며 유유자적한 삶을 보내는 얘기가 여럿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경성의 일부 노인들은 안풍 친왕이 이렇게 악명 높은 사람인 것을 기억하고, 악명 높은 사람이 돈을 좀 속였기로 황제가 못 본척하는 거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이런 소문이 우문호 부부의 귀에도 들렸다. 원경릉이 살짝 한숨을 쉬었다. “
위왕의 대답이 경성 모든곳에 전해졌다. 어떤 방식이든 결국 끝은 아쉬움만 남았다.초왕부에서도 이견이 분분해져 태자 부부가 얘기를 나눴다.“난 셋째 형이 일부러 주 아가씨가 경성에 오는 걸 막지 않았다는 의심이 든단다. 천하에 자기 뜻을 공포할 계기가 필요했던 거겠지. 정화 군주가 이전의 전신에게 시집가는 의식을 치른 것처럼 말이야.” 우문호가 말하자 원경릉이 탄식을 했다. “하지만 이로써 두 사람 일은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마무리된 거잖아. 어쩌면 제일 나은 결말일 지도 몰라.”우문호가 말했다. “난 오히려 앞으로 충분한 변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누구도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 죽지 않은 이상 정해진 건 하나도 없어.”원경릉이 웃었다. “어쩌면 자기 말이 맞을지도 몰라. 아니면 내가 맞을 수도 있고. 하지만 저분들 인생이니 결정권은 저들에게 있지, 그분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린 존중하면 그만이야!”“그래, 바로 그거지!” 우문호가 원경릉을 보는 눈엔 사랑이 가득했다. “우리처럼 이렇게 행운인 사람은 별로 없다니까. 우리 서로를 더 아껴주자.”그러자 원경릉이 과거를 회상하며 뿌듯해했다. “우리도 적지 않은 일을 겪었네, 다행히 서로에게 믿음을 가지고 그 비바람을 잘 이겨왔어.”우문호가 원경릉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고 기쁨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이제 대관식 날도 정해졌으니, 우리도 그쪽에 연락해야 하지 않을까. 채비하시라고. 좀 당겨서 오시면 더 좋고.”“당신 그 일에 엄청 신경 쓰네?”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농담했다.“어떻게 신경을 안 써? 난 이번 혼례야말로 당신이 제일 원한다고 생각해. 가족, 친구가 모두 당신 곁에 있는 결혼식이잖아.” 우문호는 원경릉의 등을 살살 쓰다듬으며 자기가 말해놓고 자기가 감동해서 눈시울이 붉혔다. “이번 혼례는 전부터 당신에게 제일 해주고 싶었던 거야. 조금의 아쉬움도 남기고 싶지 않아.”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도대체 이번 혼례를 간절히 원하는 게 나야 자기야? 난 사실….”우문호가
우문호가 반성하고 다시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마디 더 보내자면, 아바마마께서 연극을 정말 잘하시더군. 얼굴 분장한 것 빼서 봐도 정신이 몽롱해 보이고 숨도 잘 안 쉬어지시는 모습이 나도 미리 몰랐으면 아바마마께서 정말 중병에 걸리신 거라고 깜박 속을 뻔했어.”원경릉이 말했다. “그건 꾸며내신 게 아니야. 어쨌든 백만 냥이 사라졌으니, 나라도 일이 년은 가슴이 답답할 테니깐. 마침 가장 마음이 힘드실 때가 지금이잖아. 어떻게 숨이 안 차시겠어?”우문호가 동정 어린 표정으로 걱정했다. “그것도 그러네, 나라면 평생 못 잊을 거야.”원경릉이 밖을 보더니 물었다. “위왕이 청란 대가에서 고함친 뒤로 돌아오지 않으시는데 어디로 가신 걸까?”우문호가 말했다. “모르지. 그 주 아가씨인지 하는 사람만 집에 안 오면 돼. 지금 내쫓기도 뭐하고 들어오게 하는 건 더 도리도 아니고 말이야.”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우문호가 이 말을 마치자마자 녹주가 등장했다. “태자비 마마, 주 아가씨라는 분이 오셔서 위왕 전하를 찾으십니다. 문지기가 밖에서 잡아두고 있는데 쫓아낼까요?아니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명을 내려주십시오.”다들 주 아가씨 신분이 특이하다는 것을 알기에 무작정 쫓아내기도 그랬다. 우문호가 미간을 찡그렸다. “입이 방정이지!”원경릉이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밖에서 위왕 전하를 여러 차례 막아섰는데 성공하지 못해서 조만간 찾아오겠지 싶었는데.. 잘 됐어, 들어오시라고 해, 내가 얘기할 테니까.”“당신은 마음이 약해서 걱정이야. 주 아가씨가 일편단심인 걸 봐도 넘어가면 안 돼.”우문호는 위왕이 전에 주 아가씨가 주명량과 닮았다는 말에 내내 신경이 쓰였다. 그러자 원경릉이 대꾸했다. “마음이 약한 게 뭐 어떻다고? 위왕 전하께서 내 말을 들을 것도 아닌데. 난 그냥 주 아가씨가 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자신을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를 쫓아온 게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그리고 계속 이렇게 훼방을 놓고 다니다가 정화 군주를 찾아
주 아가씨 눈빛은 오히려 고요해졌다. “전 조금도 겁나지 않아요. 오히려 평생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게 두렵죠.”잠시 후 주지가 물었다. “그 여자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제가 만나볼 수 있나요?”“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녀가 아가씨를 만나고 싶어 할지는 더더욱 모르겠네요. 하지만 전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아가씨와 위왕 전하의 일이지 그 여자분과는 무관하니 그녀를 더는 괴롭히지 말았으면 해요.”주지는 그 여자가 고의로 심술궂게 군다고 생각해 비웃는 듯한 얼굴로 당당하게 말했다. “그녀가 복을 걷어찼네요. 그렇게 좋은 사람을 마다하다니. 앞으로 후회할 거예요. 우리 강북부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위왕 전하를 좋아하는지 알아요? 위왕 전하를 한 번 보겠다고 비바람이 불든 눈보라가 치든 종일 자리를 지키며 위왕 전하께서 군영이나 산에서 돌아오시는 걸 기다렸다가 한번 보는 것으로 한 달은 행복해해요. 이런 마음을 당신네 경성 귀부인들은 모르시겠군요.”이 말은 적의로 가득 차서 원경릉도 담담하게 웃을 뿐이였다. “어쩌면 전 이해 못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래도 제가 드리는 말은 같아요. 정화 군주를 찾아가지 마세요. 두 분 일은 그녀와 무관해요. 제가 원래 아가씨를 설득하려고 했는데 아가씨에게 이미 결심이 섰으면 제가 뭐라고 해도 소용없겠군요. 가세요!”주지는 여전히 노여움을 띤 얼굴로 비꼬았다.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뭐든 당신들이 다 보호해 줘야 하고, 그런 사람이 위왕 전하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나요?”그러자 원경릉의 낫빛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아가씨가 위왕 전하를 좋아하고, 그녀는 자기 삶을 살면 되지 아가씨가 그 사람을 공격해서 어쩌자는 건가요? 됐으니까 이만 가시지요!”주지가 벌떡 일어나 차갑게 말했다. “보아하니 경성 사람들은 다 이렇군요. 희로애락을 모르고 체면만 차릴 줄 알지, 말이 한마디도 통하지 않네요. 실례했습니다. 그럼, 이만!”그러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애써 지으며 성큼성큼 나갔다.녹주는
위왕이 말했다. “내가 뭘 한다는 것이냐? 물건 남겨봤자 소용없어. 그리고 계속 강북부에 있을 거라 앞으로 일 년에 한 번도 경성에 오기 힘들 것이야. 식구도 없고 봉양할 노인도 없으니 봉록만으로 나 하나 먹고살기는 충분해.”“정화 군주도 원할까요?” 원경릉이 물었다.“모르죠. 일곱째 시켰으니까 잘하면 술 한잔 사주고 못 하면 한 대 패주면 됩니다. 술이냐 주먹이냐는 일곱째 능력에 달렸지요.” 말을 마치고 위왕은 방으로 들어갔고, 우문호는 원경릉을 마차에 태우고 가리개를 내린 뒤 말했다. “셋째 형은 강북부에서 늙어 죽을 생각인가 봐.”원경릉은 아무 답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위왕이 가산을 처분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확실히 그럴 마음이였다.하지만, 이 일은 주변 사람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는 일로 본인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한다. 두 사람이 입궐할 때 명원제는 막 안정제를 먹고 졸음이 온 상태였는데, 우문호 부부를 보더니 잠기운이 싹 달아났다.두 사람이 예를 취하고 명원제에게 물었다. “아바마마, 무슨 일이십니까?”명원제가 손짓을 하자 목여 태감이 비단 상자를 하나 가지고 들어왔다. 비단 상자를 열고 명원제가 잠시 들여다보고 몇 장 꺼낸 뒤 목여 태감에게 말했다. “태자한테 줘!”그러자 목여 태감이 안고 와서 우문호에게 건네었다. “전하, 받으시지요!”우문호가 받아 들고 잠시 보더니 할 말을 잊고 멍해졌다. 상자안에는 두꺼운 지폐 더미와 보관증이 있었다.“아바마마, 이….” 우문호가 고개를 들어 의혹에 가득 찬 낯으로 명원제를 바라봤다. ‘이게 아바마마의 개인 재산인가?’“이 은자는 짐이 너에게 주는 것이긴 하나, 너한테 쓰라고 주는 게 아니니 잘 보관하도록 해. 짐이 여기에 총 삼백 만 냥을 넣었고, 그중 일부는 이자를 불리는 중이라 보관증으로 넣어두었어. 이 은자는 네가 써서는 안 돼. 황실의 급한 일을 위해 남겨두어라. 전부 짐이 아낀 것으로 꼭 짐에게 약속하거라. 만일의 상황이 아닐 때 이 돈을 쓰지 않기로.”
우문호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감동 받은 말투로 말했다. “아바마마, 원하시면 소자 매일 수라 드실 때 함께 하겠습니다.”명원제가 미소를 머금었다. “앞으로 넌 정무로 바쁠 거라 자기 밥때도 못 챙기지 싶구나. 황제란 것이 그렇단다. 숨 돌릴 시간도 없어. 네 효심은 알지….”명원제가 지폐를 손으로 만지막거리며 말했다. “짐이 삼만 냥을 자신을 위한 용도로 둔 게 작다면 작지만 짐은 아들들이 각자 효심을 발휘하면 몇십만 냥은 더 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네. 짐이 쓰는 돈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은자가 곁에 있으면 왠지 마음이 든든하단 말이야. 너희들은 그렇지 않니?”우문호가 감동한 참이라 아바마마의 이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명원제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그거 잘 됐구나, 짐은 오십만 냥만 있어도 든든하겠어.”오십만 냥은 명원제가 매화장을 살 때 쓴 돈으로 그 돈을 되찾기만 한다면 만족한다는 뜻이었다.우문호는 곧바로 감동이 없어졌다. 그리고 잠시 곱씹어 보다가 깜짝 놀라 상자의 지폐와 원경릉을 번갈아 보았는데, 상자에 지폐는 사용할 수 없는데 아바마마께서 오십 만 냥을 원하시니 우문호에게 일부를 내라고 하는게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그럼, 넌 이 얘기를 어서 형제들에게 전하고 돈이 준비되면 궁으로 가져오너라.” 명원제는 우문호의 대답을 듣고 정신이 맑아진 모양이었다. 매화장 때문에 본 손해는 본전을 찾았지 싶었다.원경릉은 모든 과정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적어도 몇만 냥은 쓰게 됐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하지만 아바마마께서 이 돈을 모아서 우문호 손에 쥐여준 그 마음만은 정말 귀하고 귀해서 돈으로 측량할 수 없었다.몇만 냥은 긁어모으면 어떻게든 낼 수 있었다.집으로 돌아와 세보니 이자를 받으려고 돈놀이한 차용증이 있어 확실하게 삼백만 냥은 족히 되었다. 전부 조정에서 발행한 지폐로 아주 안정적이었으나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은자로 바꿔 땅에 묻어도 되었다.“이건 아바마마께서 십몇 년을
“본인이 온다고?” 안왕이 화가 치밀어 올라 탕양에게 눈을 부라렸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연아와 아이를 건드렸다가는 가만두지 않겠어. 그럼 너도 절대 멀쩡하지 못할 거다.’안왕의 화에 탕양은 화들짝 놀랐다. “왕야 그 말씀이 대체 무슨 뜻입니까? 왜 태자 전하께서 못 오시는 지요..?”탕양은 안왕이 이미 태자의 의도를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속으로 호통을 쳤다.그런데 안왕은 탕양이 반어법으로 비아냥거리는 줄 알고 귀까지 빨개지며, “좋아, 내가 가주지. 우문호가 어쩔 거야, 넌 기다리고 있어. 내가 들어가 왕비에게 얘기하고 올 테니까.”탕양이 말했다. “예, 그럼 소인은 먼저 가 있겠습니다!”안왕은 탕양이 먼저 간 것을 보고 자신이 가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안왕은 더욱 분노해 씩씩거리며 옷자락을 떨치고 안 왕비를 보러 안으로 들어갔다.안 왕비에게 짐을 꾸리라고 하고 말을 준비시켜 만약 자신이 초왕부에서 돌아오지 않으면 모녀는 바로 경성을 떠나 강북부로 돌아가라고 했다.그러자 안 왕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당황햇다. “태자 전하께서 왕야께 뭔가 상의하러 오시라는 것 뿐인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는 게 아니십니까?”안왕이 답했다. “다섯째가 나랑 얘기할 게 뭐가 있어? 지금 대관식 날짜도 정해졌고 당장 황위가 손에 잡힐 상황인데 이런 중대한 시점에 다섯째는 모든 장애를 없애버리고 싶을 게 틀림없다고. 내가 전에 자기와 태자 자리를 놓고 다퉜으니 날 어떻게 용서할 수 있어? 전에 잘 지낸 건 아마 어질다는 명성을 가장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거였고, 이제 모든 게 다 결정된 상황이니 절대로 날 용납하지 못할 거야. 이건 일부러 당신을 놀라게 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내 말만 들으면 돼.”안 왕비가 고개를 저었다. “태자 전하는 그러실 분이 아니세요.”“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당신이 어떻게 잘 아느냐?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거라. 모험을 해서도 사람을 너무 믿어서도 안 돼. 다섯째가 이러는 걸 그렇게 뭐라고 할 수도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