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7화 지킨다는 것

Author: 花柳響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5 05:00:31

“한번 안아 볼래?”

 내가 묻자 태윤이 그대로 굳었다.

“내가?”

“아빠가 안고 싶으면.”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큰 손바닥, 굵은 손가락.

“너무 작잖아.”

“그래서 배우는 거지.”

“내가 힘 조절 잘못하면 어떡해.”

 그 목소리에 진짜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말했다.

“네 손이 망가뜨리기만 한 손은 아니야.”

 태윤이 고개를 들었다.

“구로 원룸에서 내가 아플 때 허리 주물러 준 것도 그 손이고, 오늘 밤 내 손 잡아 준 것도 그 손이야.”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아이는 우리 둘의 아이야. 너도 천천히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52화 비행기로 온 당근

     해준이가 생후 여섯 달이 되던 가을이었다. 창밖에서 매미 소리가 사라지고 마른 낙엽 냄새가 들어왔다. 오늘은 처음으로 젖이 아닌 음식을 먹이는 날이었다. 부엌에서 준비를 시작하려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요 며칠 나는 미음을 어떻게 끓일지 찾아보고 작은 그릇과 숟가락을 닦아 두었다. 무엇부터 먹여야 할지 생각하며 장도 봤다. 태윤이 준비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는데,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걸 초인종이 알려 주었다. 화면 속 택배 기사는 손수레 옆에서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문을 열자 커다란 나무 상자 세 개가 현관을 가득 채웠다. 냉장 항공편으로 온 신선 식품이라고 했다. 상자를 열자 축축한 흙 냄새가 올라왔다. 종이에 하나씩 싸인 당근과 감자, 시금치가 보석처럼 담겨 있었다. 첨부된 설명에는 알프스의 눈 녹은 물과 무농약 토양 이야기가 길게 적혀 있었다. 받는 사람 이름을 확인하고 서명하는 동안에도 기사는 이 양이 한 가정에 갈 줄 몰랐다는 눈치였다. 나는 무거운 뚜껑을 다시 덮었다. 현관을 채운 세 상자를 이대로 부엌으로 옮길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왔다.“강태윤!” 그가 커피 잔을 든 채 걸어 나왔다.“해준이 놀라. 아침부터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이게 다 뭐야?”“제때 왔네. 통관이 조금 늦어졌다고 들었는데.”“채소를 비행기로 보냈다고?”“오늘 해준이가 처음으로 먹는 음식이잖아. 농약이나 비료가 걱정되는 걸 줄 순 없어. 스위스 농장의 토양부터 운송 온도까지 확인했어.”“온도도?”“항공 운송 중 변동이 생기면 바로 보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51화 야근 수당

     태윤은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무릎을 굽혔다. 잠든 해준이의 등과 머리를 받친 채 침대 매트리스에 내려놓고, 팔을 조금씩 빼냈다. 나는 숨을 죽여 지켜봤다. 여기서 아이가 깨면 방금 전의 긴 연설을 다시 들어야 할지도 몰랐다. 해준이는 잠결에 입술만 움직였다. 태윤이 한참 만에 숨을 내쉬고 내 옆으로 돌아왔다. 티셔츠에 닿은 그의 팔은 땀이 났고 체온도 높았다. 겨우 몇 분 안고 있었을 뿐인데 온몸을 쓰고 돌아온 사람 같았다.“수고했어. 훌륭한 발표였어.”“발표가 아니야. 진심으로 말한 거다.” 그는 내 허리에 팔을 둘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굳어 있던 몸이 이제는 풀려 있었다.“그래도 해준이가 정말 잠들었잖아.”“목소리가 일정하면 안정되나 보지. 결과가 중요해.” 뻣뻣한 대답에 웃음이 났다. 태윤의 코끝이 내 목 가까이에 닿았다. 땀과 익숙한 향수 냄새가 섞여 있었다.“좀 쉴 수 있겠어?”“응. 그 목소리 듣다가 나도 졸려졌어.”“그럼 내 수당은?”“수당?”“심야 특별 수당.” 손이 등에서 허리로 내려왔다. 얇은 잠옷 너머로 닿는 열기에 나는 몸을 움찔했다. 이 시간에, 이렇게 지쳤는데. 태윤은 내 반응을 보면서도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를 얼굴을 했다.“해준이 깨. 내일 일도 해야 하고.”“깊이 잠들었어. 난 아직 버틸 만하고.” 그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나는 잠시 그를 봤다가 몸을 돌려 엎드렸다.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50화 아버지의 연설

     태윤은 방을 몇 바퀴나 돌았다. 큰 손으로 해준이의 등을 일정하게 두드려도 울음은 줄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무슨 문제가 생겨도 해결책을 찾던 사람이, 말도 못 하는 넉 달짜리 앞에서 막막한 얼굴을 했다. 그는 침대에서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했다. 팔이 아플 텐데 아이를 내려놓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해준이는 숨이 찰 때 잠깐 조용해졌다가 다시 울었다. 그때마다 태윤의 걸음도 빨라졌다.“이러면 서린이가 하나도 못 쉬는데.” 그가 걸음을 멈췄다.“정말 모르겠어. 웃어도 울고 안아도 우는데 어떻게 달래지?” 억지로 상냥한 목소리를 낼 필요는 없다고 했다. 평소 회의실에서처럼 낮고 차분하게 얘기해 보라고.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면 아이도 안심할지 몰랐다. 태윤은 내 말을 생각하더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동화책 읽는 목소리는 못 내.”“그렇게 해 달라는 게 아니야. 평소 목소리로 천천히 말해.” 나는 그가 평소에 쓰는 낮은 말투를 뜻했다. 아이가 내용은 몰라도 아버지의 숨결과 떨림은 느낄 테니까. 태윤은 뜻밖에도 발표를 앞둔 사람처럼 자세부터 바로잡았다.“알겠어.” 그가 숨을 고르고 해준이를 마주 봤다.“강해준. 네 야간의 울음은 지금 이 집의 안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네 어머니의 피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야.”“……태윤?”“의사소통 수단이 울음뿐인 건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는 네 요구를 들어주고 싶어. 그러니 일단 진정하고, 무엇이 불편한지 함께 알아보자.” 그는 아이의 등을 일정한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49화 새벽 두 시의 울음

     여름밤의 습기가 암막 커튼 너머까지 차 있었다. 에어컨을 켜 두었는데도 얇은 이불이 땀에 젖은 피부에 달라붙었다. 침대 옆 시계는 새벽 2시 14분을 가리켰다. 생후 넉 달이 된 해준이는 요 며칠 밤마다 울었다. 젖을 먹여도, 기저귀를 갈아도, 방 온도를 바꿔도 소용없었다. 낮에는 그렇게 잘 웃던 아이가 밤만 되면 목이 터져라 울었다. 잠을 설친 날들이 쌓여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도 버거웠다. 삼 분만 더 자고 싶었다. 낮잠이라도 같이 자면 나아질 텐데 세탁물과 식사, 밀린 연락을 처리하다 보면 해가 졌다. 해준이를 재운 뒤에도 몸은 소리에 먼저 반응했다. 베개에 뺨을 묻은 채 아이의 숨소리를 듣고 있다가 겨우 잠에 빠졌는데, 시계는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고 알려 주었다.“으아아앙!” 아기 침대에서 울음이 터졌다. 몸이 먼저 반응해 이불을 짚고 일어나려는데, 옆에서 커다란 손이 내 어깨에 닿았다.“누워 있어. 내가 갈게.” 태윤은 두 시간쯤 전에야 퇴근해서 잠들었다. 하루 종일 이사회에 참석했고 내일 아침에는 해외 고객과 회의도 있었다.“잠을 자야 하잖아. 내일도 회의 있잖아.”“내가 잠을 좀 못 자도 회사는 안 무너져. 네가 쓰러지면 이 집은 어떻게 해. 나도 해준이도 너 없이는 못 버텨.” 태윤다운 계산이었다. 그래도 마지막 말은 계산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는 가장 어두운 밝기로 수면등을 켜고 아이에게 갔다. 회색 티셔츠를 입은 넓은 등이 아기 침대 앞에서 다시 굳어졌다. 난간 사이로 보이는 해준이는 얼굴을 빨갛게 한 채 손발을 뻗어댔다. 꼭 손익을 따지듯 말했지만, 침대에서 일어나는 등을 보고 나는 다시 누웠다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48화 처음 안아 본 무게

     내 배에 얼굴을 묻고 울던 밤 이후 태윤은 달라졌다. 오래 눌러 두었던 감정이 열렸고, 그 자리에 해준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어왔다. 무엇이든 제 뜻대로 움직이게 하던 사람이 이제 갓 태어난 아이 앞에서는 발도 떼지 못했다. 나는 말부터 보태기보다 굳은 손가락을 천천히 풀어 주었다.“전에 뭘 쥐고 살았는지는 상관없어.” 차갑게 굳은 손가락을 하나씩 폈다.“지금은 팔을 이렇게 만들면 돼. 해준이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튼튼해. 우리 아이잖아.” 태윤은 한 번 발을 버텼지만, 내가 손을 끌자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해준이가 꿈을 꾸는지 입술을 달싹이고 주먹을 얼굴 옆에서 흔들었다. 태윤은 그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금방 나를 돌아보았다.“깨는 건가?”“자는 거야. 자, 팔 내밀어.”“잠깐. 머리는 어느 각도로 받쳐야 하지? 척추를 똑바로 하려면 힘을 얼마나……”“힘부터 빼.” 오른팔은 목 아래로, 왼팔은 엉덩이 밑으로 넣게 했다. 니트 소매 너머로도 팔 근육이 딱딱하게 굳은 것이 느껴졌다. 물에 둥둥 뜬 통나무처럼 힘을 빼고 안으라고 하자, 태윤은 나무는 물에 가라앉을 수도 있다며 엉뚱한 대꾸를 했다. 더 따지기 전에 나는 그의 팔을 받치고 해준이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태윤의 입에서 낯선 비명 같은 숨소리가 났다. 아이의 머리를 팔꿈치 안쪽에 눕혀 그의 가슴 앞에 안겼다. 태윤은 숨도 쉬지 않는 듯했다. 남색 니트에 해준이의 하얀 볼이 닿았다. 멀리서 차가 지나가고 벽시계 초침이 움직였다. 우리 사이에서는 아이의 고른 숨소리만 들렸다. 나는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47화 아기 침대 앞의 마왕

     둘째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지금, 몇 년 전 해준이를 처음 집으로 데려온 날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봄볕이 거실의 나무 바닥에 네모난 빛을 드리웠다. 조금 열린 창으로 젖은 흙과 새잎 냄새가 들어왔다. 며칠 동안 병원의 흰 천장만 보다가 돌아온 집은 눈부셨다. 출산을 마친 몸은 여기저기 쑤셨고, 소파에 깊숙이 기대 허브차가 든 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잔의 온기가 차가워진 손끝에 천천히 퍼졌다. 이대로 한동안 쉬고 싶었다. 평온한 오후였다. 거실 한가운데 놓인 새 아기 침대 앞만 빼면. 강태윤은 짙은 남색 니트와 편한 바지 차림으로 침대 곁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수백억 원짜리 거래를 결단하던 남자의 어깨가 숨을 쉴 때마다 미세하게 들썩였다. 오후 한 시에 해준이를 눕혔으니, 두 시간이 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었다. 누가 보면 아이가 잠든 곳이 아니라 지뢰밭 앞에 세워진 사람 같았다.“있잖아.”“쉿.” 태윤은 돌아보지도 않고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갔다.“깨겠어.”“나 세 글자밖에 말 안 했는데?”“그 세 글자가 신생아 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우리가 어떻게 알아.” 어이가 없어 소파에서 자세를 고쳐 앉자 작은 삐걱임이 났다. 태윤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얼굴에는, 회사 사람들을 얼어붙게 하던 냉기가 없었다. 모르는 생물을 마주한 듯한 두려움뿐이었다. 아기가 깰까 봐 입도 마음껏 벌리지 못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올 뻔했다.“서린. 숨 쉬고 있나?”“누가?”“해준이.”&ld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