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퇴원하는 날.
차가 멈추고 엔진 소리가 사라졌다. 내 품에서는 아이가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도착했어.” 옆에 앉은 태윤이 낮게 말했다. 그가 내 무릎 위 담요 끝을 다시 정리했다. 운전기사가 문을 열자 아직 차가운 봄 초입의 공기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가 조금 움직였다. 나는 품을 더 안정적으로 받쳤다.“천천히 내려.” 태윤이 먼저 차에서 내려 두 손을 내밀었다.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라서, 나는 그의 도움을 받아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새로 깐 자갈이 신발 밑에서 가볍게 울렸다. 고개를 들자 완공된 집이 눈앞에 서 있었다. 몇 달 전 프러포즈를 받았을 때는 철골과 콘크리트가 드러난 공사현장이었다. 지금은 밝은 외벽과 큰 창을 가진 집으로 완성돼 있퇴원하는 날. 차가 멈추고 엔진 소리가 사라졌다. 내 품에서는 아이가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도착했어.” 옆에 앉은 태윤이 낮게 말했다. 그가 내 무릎 위 담요 끝을 다시 정리했다. 운전기사가 문을 열자 아직 차가운 봄 초입의 공기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가 조금 움직였다. 나는 품을 더 안정적으로 받쳤다.“천천히 내려.” 태윤이 먼저 차에서 내려 두 손을 내밀었다.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라서, 나는 그의 도움을 받아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새로 깐 자갈이 신발 밑에서 가볍게 울렸다. 고개를 들자 완공된 집이 눈앞에 서 있었다. 몇 달 전 프러포즈를 받았을 때는 철골과 콘크리트가 드러난 공사현장이었다. 지금은 밝은 외벽과 큰 창을 가진 집으로 완성돼 있었다. 크기는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예전에 태윤이 혼자 살던 성북동 집처럼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정말 완성됐네.” 내가 중얼거리자 태윤이 내 표정을 살폈다.“너무 커?” 나는 그의 불안한 눈빛을 알아봤다. 구로구 5평 원룸에서 지내던 우리를 갑자기 이 큰 집 안에 넣으면, 다시 예전의 거리로 돌아갈까 봐 걱정하는 얼굴이었다.“아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이상하게 낯설지 않아.”“왜?” 나는 잠시 집을 바라보다 웃었다.“계속 나한테 물어보고 만들었잖아. 어떤 동선이 편한지, 아이 방은 어디가 좋은지, 주방은 어느 높이가 좋은지.” 태윤의 얼굴에서 긴장이 풀렸다.
“한번 안아 볼래?” 내가 묻자 태윤이 그대로 굳었다.“내가?”“아빠가 안고 싶으면.” 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큰 손바닥, 굵은 손가락.“너무 작잖아.”“그래서 배우는 거지.”“내가 힘 조절 잘못하면 어떡해.” 그 목소리에 진짜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말했다.“네 손이 망가뜨리기만 한 손은 아니야.” 태윤이 고개를 들었다.“구로 원룸에서 내가 아플 때 허리 주물러 준 것도 그 손이고, 오늘 밤 내 손 잡아 준 것도 그 손이야.”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이 아이는 우리 둘의 아이야. 너도 천천히 배우면 돼.” 태윤이 깊게 숨을 내쉬었다.“……손부터 씻고 올게.” 그는 병실 세면대로 갔다. 비누로 손을 꼼꼼히 씻고, 안내된 대로 손 위생을 마친 뒤 돌아왔다. 표정이 마치 중요한 계약 체결 직전보다 더 굳어 있었다.“이렇게 긴장하는 거 처음 봐.”“웃지 마.”“안 웃었어.”“지금 웃고 있잖아.”“조금.” 나는 신생아 코트 쪽을 가리켰다.“간호사 선생님이 알려 준 대로 하면 돼. 목하고 뒤통수 잘 받치고.” 태윤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아이에게 닿기 직전 다시 멈췄다.“서린.”“응.”
태윤은 침대 옆에 주저앉듯 무릎을 굽혔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가 이렇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회사도 돈도, 사람들 앞에서 만들어 온 단단한 얼굴도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저 처음 아이를 마주한 한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태윤 씨.” 나는 아이를 품에 둔 채 손을 뻗었다. 그가 내 손을 잡았다. 손바닥이 뜨거웠다.“……고마워.” 태윤이 겨우 말했다.“서린, 정말…… 고마워.”“나한테만 하지 마.” 나는 울면서도 웃었다.“나도 이 아이도 같이 한 거야.” 태윤은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아이의 작은 발끝이 움직이자 그의 시선이 그쪽으로 빨려 들어갔다.“진짜…… 사람이네.”“그럼 뭐라고 생각했어?”“사진이랑 초음파로만 봤잖아.” 너무 진지한 대답이라 웃음이 터졌다. 웃다가 몸이 아파 얼굴을 찌푸리자 태윤이 바로 긴장했다.“아파?”“출산했는데 안 아프겠어?”“의사 부를까?”“지금은 괜찮아.” 나는 그의 손을 다시 잡았다. 창밖으로 새벽빛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었다. 길고 힘들었던 밤이 끝나고 있었다.“봐.” 나는 아이를 내려다보며 속삭였다.“네 아빠야.” 태윤의 얼굴이 다시 무너졌다.“또 울어?”
시간 감각이 흐려졌다. 창밖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 같았지만 시계를 볼 여유는 없었다. 진통은 점점 강해졌다. 나는 몇 번이나 ‘못 하겠다’고 말했고, 그때마다 의료진은 지금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차분히 알려 줬다. 태윤은 내 손을 놓지 않았다.“아파…… 진짜 너무 아파.”“알아.”“넌 모르잖아.”“맞아. 내가 똑같이 알 수는 없어.” 태윤이 숨을 삼켰다.“그래도 여기 있을게.” 그 답이 마음에 들었다.‘괜찮아’라고 쉽게 말하지 않아서. 다시 강한 수축이 왔다. 나는 눈을 감고 숨을 내쉬었다. 태윤의 손을 너무 세게 잡았는지 손등의 힘줄이 선명하게 튀어나왔다.“손 아파?”“지금 그게 중요해?”“부러지면 곤란하잖아.”“회사보다 먼저 고칠게.” 평소라면 어이없다고 했을 말에 웃음과 울음이 동시에 나왔다. 의료진이 진행 상황을 확인한 뒤 말했다.“이제 많이 진행됐어요. 다음 단계부터는 제가 호흡과 힘주는 타이밍 알려 드릴게요.” 나는 겁이 났다. 숨이 너무 가빠져서 가슴이 아팠다. 태윤이 내 손등에 이마를 잠깐 댔다.“무서워?”“응.” 처음으로 솔직하게 말했다. 태윤이 고개를 들었다.“나도.” 그의 얼굴도 창백했다.“그래도 같이 있자.”“응.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몇 번이나 태윤의 팔을 붙잡았다. 통증이 올 때마다 그는 휴대폰 시계를 확인했고, 내가 숨을 내쉴 때 같이 숫자를 세었다.“하나, 둘, 셋…… 천천히.”“네가 더 숨 못 쉬는 것 같아.”“나도 알아.” 통증 사이 짧은 틈에 그 대답이 우스워 웃음이 났다. 병원에 도착하자 분만실 직원이 바로 우리를 안내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조명은 밝았고, 의료진의 움직임은 차분했다. 진찰과 모니터링이 이어졌다.“규칙적인 진통이 맞습니다. 진행 상황 계속 볼게요.” 담당 의료진의 설명을 듣자 오히려 마음이 조금 놓였다. 내가 누운 침대 옆에서 태윤은 질문을 쏟아낼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먼저 나를 봤다.“뭐 필요한 거 있어?”“물.” 그는 곧바로 빨대가 꽂힌 물병을 가져왔다.“천천히.” 몇 모금 마신 뒤 또 통증이 시작됐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태윤이 잡았다.“세게 잡아도 돼?”“부러져도 돼.”“그건 안 돼.” 그의 손은 크고 따뜻했다. 통증이 허리까지 번지자 그는 의료진에게 배운 대로 허리 쪽을 눌러 줬다.“여기?”“조금 아래…… 응, 거기.”“이 정도?”“더 세게.” 태윤이 조심스럽게 힘을 조절했다. 예전 구로 원룸에서 내가 허리가 아픈 날이면, 서툴게 마사지해 주던 손이었다
태윤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자 심장이 빠르게 뛰는 소리가 들렸다.“주주총회 때보다 긴장했지?” 내가 묻자 그가 잠깐 침묵했다.“비교가 안 돼.”“그렇게까지?”“주주총회는 부결되면 다시 싸우면 되잖아.” 그가 내 머리 위에 턱을 가볍게 얹었다.“너한테 거절당하는 건 다시 싸우면 안 되는 문제고.” 그 말을 듣고 나는 팔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잘 배웠네.”“선생이 무서워서.”“누가 누구더러.” 우리는 동시에 웃었다. 한참 뒤 태윤이 몸을 조금 떼고 내 얼굴을 내려다봤다.“키스해도 돼?”“또 묻네.”“계속 물을 거야.”“응.” 그의 입술이 조심스럽게 닿았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곳 같았다. 길지 않은 입맞춤 뒤, 태윤의 이마가 내 이마에 닿았다.“고마워.”“뭐가?”“내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준 거.” 나는 고개를 저었다.“기회는 우리가 같이 만든 거야.” 태윤의 시선이 내 배로 내려갔다. 그가 손을 올려도 되냐는 듯 나를 보았다. 내가 먼저 그의 손을 끌어 배 위에 놓았다.“그리고 이제 셋이 만들 거고.” 마침 안쪽에서 작게 움직이는 느낌이 왔다. 태윤의 얼굴이 순간 밝아졌다.“움직였어.”“네 목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