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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열지 말아야 할 방

Author: 花柳響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2 00:12:52

 2층 복도는 죽은 듯 고요했다. 발소리를 삼키는 긴 파일 카펫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창문 하나 없는 공간에는 간접조명만 희미하게 켜져 있어, 바깥세상과 완전히 끊어진 곳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복도 끝에 묵직한 문이 보였다. 검게 윤이 나는 목재 표면에 잔잔한 나뭇결이 떠 있었다.

 카드키를 대자 무표정한 전자음과 함께 잠금이 풀렸다. 차가운 손잡이를 돌리고 무게감 있는 문을 천천히 밀었다.

“…….”

 한 발 들어서는 순간 숨이 멎었다.

 두꺼운 암막 커튼으로 닫힌 어두운 방. 살짝 벌어진 틈으로 회색 하늘빛이 실처럼 들어와 카펫 위에 가느다란 무늬를 만들고 있었다. 내가 사는 원룸이 몇 개는 들어갈 법한 공간 한가운데, 짙은 색 침구가 덮인 킹사이즈 침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냄새.

 차갑게 정돈된 거실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방 안의 공기를 들이마신 순간, 선명한 태윤의 향이 가득하다는 걸 깨달았다.

 고급스러운 코롱의 깨끗한 향, 희미하게 남은 담배 냄새. 거기에 남자 특유의 체온이 섞여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7년 전 그 비 오는 밤, 가까이 붙들렸을 때 맡았던 것과 같은 향이었다.

 태윤아…….

 아무도 없어야 하는데 어딘가에서 시선을 받는 것 같아 발이 굳었다. 벽의 추상화도 검은색으로 통일된 가구도 모두 그의 기척을 머금은 듯했다.

 도망치듯 벽의 스위치를 눌렀다.

 따뜻한 주황빛 조명이 켜지며 모델하우스처럼 정돈된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먼지 하나 없는 완벽한 공간. 다만 아름다운 나뭇결의 협탁 위에는 물방울이 맺힌 반쯤 남은 물잔과 무심하게 벗어 둔 은색 손목시계가 있었다.

 여기서 그가 잠들고, 눈을 뜨고, 숨을 쉰다.

 그 현실감에 명치가 조여 왔다.

“빨리 끝내자…….”

 카트에서 새하얀 시트를 꺼내 침대로 다가갔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내 호흡만 귀에 크게 들렸다.

 누군가 누웠던 무게로 두꺼운 이불이 흐트러져 있었다.

 걷어 내려고 손을 뻗다가 손끝이 베개에 닿았다.

 서늘하고 매끄러운 실크 촉감.

 순간 손끝부터 전기가 오른 듯 몸이 굳었다.

‘내 것이 되고 싶다고 했지.’

 그날 밤의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귓가에 닿던 뜨거운 숨, 젖은 원피스 사이로 파고들던 거친 손.

 무서웠고 비참했다. 그런데 그만큼 몸 깊은 곳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밀쳐지고 거절당한 상처는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시트의 작은 주름이나 그가 머리를 댔을 베개의 움푹 팬 자리 같은 흔적만 보아도 가슴이 왜 이렇게 술렁이는지 알 수 없었다.

 ……나 지금 뭐 하는 거야.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건 안다.

 지금의 나는 유니폼을 입고 일하러 온 하우스키퍼일 뿐이고, 태윤은 이 집의 이용자이자 내 일정을 사실상 좌우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나를 잔인하게 밀어냈던 남자였다.

 머리로는 다 아는데도 자석에 끌리듯 베개를 두 손으로 들어 올렸다. 천 너머로 전해지는 희미한 무게마저 이상할 만큼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대로 얼굴을 묻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

 폐 깊숙한 곳까지 태윤의 향으로 찼다.

 차갑고 선명한데 끝에는 미묘한 체온의 단내가 남아 있었다. 머리가 저릿해지며 넓은 가슴에 안긴 것 같은 터무니없는 착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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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165화 가족이라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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