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교육생들은 그녀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분위기만으로 귀한 손님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엘레노아는 강의실 안을 둘러봤다.먼저 정하은을 보고, 그다음 의자에 앉은 카시안을 봤다.그리고 한쪽 머리가 짧아진 노아를 봤다.“제가 방해한 건가요?”“아니에요.”정하은은 얼른 엘레노아에게 다가갔다.“오늘 오실 줄은 몰랐어요.”“클라라 영애에게 들었어요.”엘레노아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만졌다.“준비가 되면 찾아오라고 하셨다고요.”정하은은 잠시 생각했다.시설은 아직 완전히 정돈되지 않았다.교육생들은 막 첫 수업을 시작했다.마침 클라라는 저택으로 돌아간 상태였다.하지만 미라는 있었다.엘레노아를 교육생에게 맡길 생각은 없었다.오히려 잘된 일이었다.실제 고객에게 어떻게 상담하고 시술하는지 보여줄 기회였다.“물론이죠.”정하은이 옆방을 가리켰다.“다만 교육생들이 지켜봐도 괜찮으세요?”엘레노아는 교육생들을 바라봤다.서른두 명의 시선이 동시에 아래로 떨어졌다.“가까이 오지만 않는다면요.”“멀리서 보기만 하게 할게요.”미라가 곧바로 시술 준비를 시작했다.엘레노아는 거울 앞 의자에 앉았다.정하은은 그녀의 뒤에 서서 머리카락을 살폈다.엘레노아의 머리는 손질이 잘되어 있었다.끝은 가지런했고, 윤기도 있었다.다만 길이도 모양도 너무 단정했다.늘 같은 위치에서 묶고, 같은 높이로 올린 흔적이 보였다.정하은이 물었다.“원하는 모양이 있어요?”“클라라 영애처럼은 하지 않을 거예요.”“그건 저도 반대예요.”엘레노아가 거울을 통해 정하은을 봤다.“이유를 물어도 될까요?”“안 어울리니까요.”정하은은 단호하게 대답했다.“클라라 영애는 들어오는 순간 모두가 보게 만드는 쪽이 어울려요. 하지만 영애는 달라요.”엘레노아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저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뜻인가요?”“아니요.”정하은은 엘레노아의 뒷머리를 들어 올렸다.“영애는 꾸미지 않아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잖아요.”그녀는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기며 얼굴선을 살폈다.
잘린 머리카락이 노아의 발밑에 수북이 쌓였다.노아는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거울을 보고 싶지 않았다.“많이 잘랐습니까?”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노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왜 대답을 안 합니까?”“고개 드세요.”이발사가 노아의 턱을 들어 올렸다.“움직이면 양쪽 길이가 달라집니다.”“이미 다른 것 아닙니까?”“그러니까 더 움직이지 마십시오.”노아의 입이 굳게 다물렸다.주변에 둘러선 교육생들은 웃지도 못하고 숨만 죽였다.정하은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입을 가렸다.웃으면 안 됐다.사람을 억지로 의자에 앉혀 놓고 웃을 수는 없었다.하지만 노아의 표정은 지나치게 비장했다.마치 머리카락이 아니라 명예를 잘리고 있는 사람 같았다.이발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위를 움직였다.사각.사각.노아의 옆머리가 정리될 때마다 교육생들의 시선도 함께 움직였다.처음에는 다들 시범을 보는 눈이었다.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눈빛이 달라졌다.조금씩 긴장한 기색이 보이기 시작했다.직접 저 가위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실감한 것이다.이발사가 가위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자, 여기까지가 기본 정리입니다. 누가 해보겠습니까?”교육생들은 일제히 시선을 피했다.“좋습니다. 오늘 당장 사람 머리에 가위를 대게 하진 않겠습니다.”노아가 눈에 띄게 안도했다.“먼저 제가 몇 번 더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다음 여러분은 가발로 연습하면 됩니다.”“가발은 충분합니까?”누군가 물었다.정하은이 대답했다.“아니요.”교육생들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정하은은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내려다봤다.가발은 비쌌다.게다가 머리카락은 한 번 자르면 끝이었다. 몇 번 연습하고 나면 더는 쓸 수 없었다.교육생은 서른두 명이었다.한 사람당 하나씩만 써도 서른두 개가 필요했다.붙임머리와 염색, 땋기와 장식까지 가르치려면 그보다 훨씬 많이 필요했다.정하은이 한숨을 쉬었다.“연습을 도와줄 사람들을 구해야겠네.”노아가 즉시 고개를 들었다.“저는 오늘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혼자 다 만들 수 있어?”“할 수 있어.”“다른 도시에서도 필요해지면?”엘린이 입을 다물었다.“그건 그때 가서.”“그때 가면 늦어.”정하은은 엘린의 손가락을 가리켰다.“지금도 네 손 다쳤잖아.”엘린은 손을 식탁 아래로 내렸다.“이건 다른 거 만들다가 다친 거야.”“그러니까 혼자 다 하지 말라는 거야.”정하은은 더 몰아붙이지 않았다.엘린은 입술을 깨물다가 말했다.“그럼 난 내 마음에 드는 사람만 가르칠 거야.”“그건 네가 알아서 해.”엘린은 더 말하지 않았다.정하은은 그렌을 봤다.“건물이 필요해요.”“규모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십니까?”“여러 사람이 동시에 배울 수 있어야 해요.”“저택 안은 어렵습니다.”“알아요.”정하은은 그렌에게 다시 말했다.“쓸 만한 큰 건물이 없을까요?”“비어 있는 길드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마일로가 고개를 들었다.“서쪽 시장 끝에 있는 곳 말입니까?”“예.”“너무 낡았습니다.”“그래서 비어 있죠.”그렌이 말했다.“대신 방이 많고 뒤뜰도 넓습니다.”정하은이 물었다.“살 수 있어요?”“값을 알아보겠습니다.”카시안이 말했다.“내일 바로 보러 가지.”그렌이 고개를 숙였다.“준비하겠습니다.”정하은은 사람들을 둘러봤다.“머리 손질을 잘하는 사람들을 찾아줘요.”노아가 물었다.“어디서요?”“아는 데부터.”“아는 데도 없으면요?”베라가 말했다.“이발소.”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아.”실렌이 물었다.“귀족가와 계약을 맺은 사람들도 포함합니까?”“네. 극장이나 유랑단도 살펴보세요.”정하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아, 가발 만드는 사람도 데리고 와요.”정하은이 이어 말했다.“데리고 올 때 돈을 준다고 하세요.”마일로가 장부를 펼쳤다.“얼마를요?”정하은은 카시안을 봤다.카시안이 말했다.“경력과 맡을 일에 따라 나눠.”마일로는 바로 적었다.“학생은 어떻게 모을까요?”“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받아요.”“그렇게 써 붙이면 너무 많이 올 겁니다.”
“근데 너 모아놓은 돈은 좀 있어?”클라라의 웃음이 멈췄다.“돈?”“응.”“왜?”정하은은 대답하지 않고 클라라를 봤다.클라라도 정하은을 마주 봤다.“얼마나 필요한데?”“있는 만큼.”클라라는 잠시 생각했다.“많이는 없어.”“얼마나?”클라라가 대략적인 금액을 말했다.정하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그게 전부야?”“매달 받는 돈은 그 정도야.”“모아둔 건?”“없어.”대답은 빨랐다.클라라는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왜 모아둬? 쓸 데가 있는데.”“어디에 썼는데?”“드레스. 보석. 향수.”클라라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신발. 장갑. 리본.”“됐어.”정하은이 말을 끊었다.클라라는 못마땅한 얼굴로 그녀를 봤다.“돈이 왜 필요한데?”“같이 하기로 했잖아.”“내가 돈도 내야 한다는 말은 안 했잖아.”“나도 방금 생각났어.”“그럼 다시 생각해.”정하은은 잠시 고민했다.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겠네.”클라라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그렇지?”“네 돈으로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뭐?”정하은은 클라라의 시녀가 들고 있던 망토를 받아 클라라의 어깨에 걸쳐줬다.“일단 집에 가.”“어디 가려고?”“돈 구하러.”“누구한테?”정하은은 대답하지 않았다.클라라는 곧 알아차린 얼굴이 됐다.“남편한테?”“응.”“그 사람이 돈을 줘?”“줘야지.”정하은은 클라라의 망토 끈을 묶었다.“안 주면?”클라라가 물었다.“줄 때까지 얘기해야지.”“그러다 쫓겨나면?”“그럼 너희 집으로 갈게.”클라라의 얼굴이 굳었다.“꼭 받아.”“노력해볼게.”“아니. 꼭 받아.”클라라는 마차에 오르며 다시 말했다.“우리 집으로 오지 말고.”정하은은 문이 닫힐 때까지 웃고 있었다.마차가 떠난 뒤에야 몸을 돌렸다.**카시안의 집무실 문이 열렸다.카시안은 책상 위의 서류를 보고 있었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는데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무슨 일입니까?”정하은은 책상 앞까지 걸어갔다.카시안이 그제야 고
36화. 얼굴 마담세실리아가 클라라 쪽으로 걸어왔다.클라라는 다가오는 세실리아를 바라보며 한쪽 어깨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 길어진 머리끝이 가슴 위를 지나 허리까지 이어졌다.세실리아는 가까이 다가오다 걸음을 늦췄다.클라라가 예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살짝 올라간 눈꼬리도,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붉은 입술도 그저께와 같았다.그런데 오늘은 같은 얼굴이 전보다 더 작아 보였다.얼굴 옆으로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이 뺨과 턱을 감싸면서 얼굴선을 좁게 만들었다. 반대쪽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드러난 목선도 평소보다 길어 보였다.“머리를 붙이면 원래 이렇게 달라져요?”세실리아가 물었다.클라라는 머리카락 한 가닥을 손가락에 느슨하게 감았다.한 바퀴.두 바퀴.그리고 천천히 풀었다.금갈색 머리카락이 손가락을 빠져나가며 빛을 받았다.“잘 어울려요?”“네. 잘 어울려요.”세실리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덧붙였다.“하지만 엘레노아 영애는 머리만 길어진다고 모두 클라라 영애처럼 예뻐지는 건 아니라고 하셨어요.”클라라의 손이 잠깐 멈췄다.그녀는 세실리아를 바라봤다.“맞는 말이네요.”세실리아가 눈을 깜빡였다.클라라가 반박할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사람마다 얼굴도 다르고 몸도 다른데, 똑같이 길게 붙인다고 다 예뻐질 리 없잖아요.”말을 마친 클라라는 세실리아의 얼굴을 바라봤다.세실리아는 광대가 조금 도드라졌고 턱은 짧았다. 그런데 머리를 목덜미 안쪽으로 전부 말아 올린 탓에 두 곳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 보였다.“세실리아 영애는 머리를 내리는 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저도 내려본 적은 있어요.”“그런데요?”“얼굴이 더 넓어 보였어요.”클라라는 잠시 세실리아의 얼굴을 살폈다.“양쪽을 다 내려서 그런 거 아니에요?”세실리아가 클라라를 봤다.“한쪽은 올리고, 한쪽만 길게 내리면 되잖아요.”클라라는 자기 얼굴 옆으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쓸었다.“머리가 짧으면 이쪽에만 붙이면 되고요.”
갑자기 이름이 불린 엘레노아가 고개를 들었다.주변의 시선이 한꺼번에 그쪽으로 움직였다.엘레노아는 푸른 리본을 단 영애와 클라라의 머리를 번갈아 봤다.“어두운 색으로 붙이면 낫지 않을까요?”푸른 리본의 영애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밝은색은 안 어울릴 것 같았어요.”조금 전까지 기대와 불안이 섞여 있던 얼굴이 금세 편해졌다.주변에 있던 영애들도 하나씩 말을 보탰다.“짙은 갈색이면 자연스럽겠어요.”“끝만 조금 밝게 해도 예쁘겠는데요.”질문은 정하은에게 들어왔다.결정은 엘레노아의 입에서 나왔다.그리고 사람들은 그 결정을 자기 생각처럼 받아들였다.정하은은 더 말하지 않았다.푸른 리본의 영애는 클라라 곁에 그대로 남았다. 이번에는 떠나지 않았다. 자기 머리색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클라라는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 듯 주변을 봤다.정하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잠깐.”클라라가 따라왔다.둘은 테라스 기둥 뒤로 자리를 옮겼다.클라라가 먼저 물었다.“왜 갑자기 엘레노아한테 물어봤어?”정하은은 시선을 돌렸다.“다들 저 여자 표정부터 보잖아.”클라라는 엘레노아를 봤다.“원래 다들 그래.”“넌?”“뭐가?”“알면서 왜 저 여자한테는 안 물었어?”클라라의 표정이 굳었다.“내가 왜 물어?”“네가 중심이고 싶으니까.”“당연하지.”“하지만 사람들은 네 말을 듣고 저 여자를 봐.”클라라는 입을 다물었다.정하은은 방금 전까지 클라라 곁에 있다가 떠난 사람들을 가리켰다.“네가 예쁘다는 건 다 알아.”“그런데?”“그다음 판단은 네가 아니라 저 여자한테 받고 있잖아.”클라라의 눈이 가늘어졌다.“그럼 엘레노아 말을 들으라는 거야?”“아니.”정하은은 클라라를 봤다.“엘레노아가 네 말을 하게 만들어.”클라라의 표정이 멈췄다.“어떻게?”정하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다시 사람들 쪽을 봤다.엘레노아 주변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지 않았다.하지만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그녀의 반응을 보고 있었다.“일단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