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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군주의 아내
문제적 군주의 아내
Author: 달빛 종소리

1장

Author: 달빛 종소리
달콤한 향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정교한 원형 탁자 위, 금빛 상서로운 동물 모양의 향로에서 하얀 연기가 부드럽게 피어올랐다. 이곳은 임 씨 가문의 대나무 정원 한가운데 자리한 고요한 손님 접객용 별장, 은화각이었다.

“헉!”

순백의 얇은 옷차림을 한 젊은 여인이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마치 방금 전까지 숨 쉴 틈조차 없었던 듯, 온몸이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에 여우처럼 날카로운 눈이 휘둥그레 떠졌고, 그녀는 불안한 시선으로 방 안을 훑었다.

‘여기는 대체 어디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 촬영장에서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아악!”

가냘픈 손이 양쪽 관자놀이를 감싸 쥐었다. 무거운 망치로 머리를 내리친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과거의 기억이 파도처럼 쏟아져 들어오며, 그녀는 눈앞의 상황을 단번에 깨달았다.

지금 이 몸은 바로… 임 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임지윤이었다.

‘임지윤… 이건 내가 촬영하던 웹 드라마 속의 악역 캐릭터잖아!’

하지만 그녀가 연기했던 배역은 임 씨 가문의 장녀, 임채윤이라는 여주인공이었다.

“하… 내 이름과 같은 캐릭터로 환생할 줄 알았다면, 진작 이름부터 바꿔둘 걸.”

지윤은 아쉬운 듯 툴툴거렸다.

여주인공과 악역의 운명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여주인공은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주인공의 넘치는 애정 속에서 행복하고 긴 삶을 누린다. 반면, 악역은 질투와 어리석음, 무능과 탐욕으로 가득 차, 결국엔 모두의 조롱거리가 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이 향은…”

그녀의 오뚝한 코가 킁킁거리며 방 안 가득한 향기를 맡았다. 미향산이라 불리는 최음향을 알아챈 지윤은 놀라 속삭였다.

“정욕을 부르는 향로라니!”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한 남자의 몸 위에 걸터앉아 있음을 깨달았다. 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의 준수한 얼굴은 고요했고, 숨소리는 규칙적이었다.

‘이 남자는…!’

그녀는 급히 드라마의 줄거리를 떠올리며 이 순간이 어떤 장면인지 파악하려 애썼다.

“설마, 이야기 초반부터 이 세계로 넘어온 거야?”

이 드라마는 지윤의 친부, 임중범 후작의 생일 연회로 막을 연다. 수많은 문무 관료들과 여러 왕자들이 초대된 성대한 술자리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바로 김이현, 즉 현 왕자.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자 어린 시절 우연히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인물이다. 그때의 일은 사소한 사건이었지만, 기억은 그녀의 가슴 깊이 새겨져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눈에 현 왕자는 그저 쾌락을 좇는 방탕한 왕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옥처럼 빛나는 외모와 신선 같은 미모는 수도의 여인들을 단번에 홀리기에 충분했다.

오늘은 절호의 기회였다.

지윤은 가문의 딸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현 왕자의 술에 강력한 약을 타고, 아버지를 구슬려 현 왕자를 손님 대접 명목으로 은화각 별장의 별채로 모셔왔다.

그리고 그녀는 미리 미향산을 피운 뒤 옷을 벗고 현 왕자가 자신을 범한 듯한 상황을 연출하려 했다. 이를 통해 현 왕자가 책임을 지고 자신을 정실부인으로 맞아들이도록 만들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녀도, 그 누구도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현 왕자는 단지 방탕한 왕으로 위장한 인물이었다는 것. 그는 대선 왕국의 전설적인 전쟁 영웅, 철면장군 김이현이었다. 무패의 전설 ‘흑기군’을 이끄는 그는 전쟁의 위협이 있을 때만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향 따위가 그에게 통할 리 없었다.

드라마 원작에서라면, 지윤이 향에 취해 몽롱해질 즈음 현 왕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옷을 추스르고 유유히 떠난다. 그는 비밀 호위들에게 길에서 잡아온 거지 둘을 대신 방에 들여놓으라고 지시한 뒤, 망토를 휘날리며 태연히 사라졌다.

또한, 지윤의 충직한 시녀 애나는 계획대로 연회에 모인 손님들을 이끌고 별채로 향한다. 계획대로라면 그녀는 현 왕자의 정실 부인이 될 예정이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자신의 명예와 가문의 체면을 짓밟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안 돼…”

지윤은 점점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으려 세게 고개를 흔들었다. 향의 영향으로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럴 때가 아니야. 우선… 눈앞의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해…”

그녀는 더 이상 드라마 내용을 떠올리는 것을 멈췄다. 지금은 눈앞의 문제, 자신의 무릎 아래에 누워 있는 이 사내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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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적 군주의 아내   314장

    지윤은 가슴속이 먹먹함으로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두 손으로 남편의 손을 꼭 쥐며, 힘을 전해주려는 듯했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이후로, 그는 줄곧 침묵만 지키고 있었고, 그 모습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마마께서 말씀하시는 건…”지윤이 조심스레 물었다.“선왕비 마마께서는 출산 중 과다 출혈로 돌아가셨다는 뜻이신가요?”주실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기억하는 것은 그것뿐이다. 그리고 아무도 선왕비가 해를 입었을 것이라 의심하지 않은 이유는… 임신 초기부터 여러 어의들이 줄곧 폐하께 선왕비의 몸이 허약하다고 아뢰었기 때문이지. 게다가 출산이란 본디 한 발은 저승에 들여놓는 일. 출혈이 많았다는 설명은 충분히 납득할 만했어.”“더구나…”주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날 출산을 도운 어의, 산파, 궁녀들… 모두 선왕비의 사람이었다. 외부에서 누군가가 손을 쓸 여지는 거의 없었지.”홍춘궁 안은 잠시 고요에 잠겼다. 모두가 제각기 생각에 잠긴 채, 이 완벽해 보이는 ‘사고’ 속에서 어디에 틈이 있었는지를 곱씹고 있었다.‘사인은 과다 출혈…’‘폐하께서 그토록 총애하셨던 선왕비를, 임신 전에 충분히 보양하지 않았을 리는 없는데…’‘그렇다면… 무엇이 과다 출혈을 불러왔던 걸까?’“왕비 마마.”지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출산 후에는 반드시 어혈을 빼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선왕비 마마께서 그 약을 과다 복용하셨을 가능성은 없을까요?”“어혈을 빼는 약?”주실이 그 말을 되뇌며, 곁에 선 진 시녀장을 바라보았다.“그때, 선왕비의 어혈약을 검사한 적이 있었느냐?”진 시녀장은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고개를 저었다.“검사하지 않았습니다. 방 안에 있던 이들이 모두 선왕비 마마의 사람들이라 여겼고, 마마께서 승하하신 뒤로는 정리와 청소만 했을 뿐입니다.”“그렇다면…”이현이 마침내 낮은 목소리로 결론지었다.“어혈약이군.”지윤도 고개를 끄덕였다.“출산한 여인은 누구나 그 약을 마셔야 합니다. 피할 수 없는 절차

  • 문제적 군주의 아내   31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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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적 군주의 아내   3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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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적 군주의 아내   31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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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적 군주의 아내   3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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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적 군주의 아내   309장

    “뭐라고? 아앗!”지윤이 지은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가냘픈 몸이 탁자를 쾅 치며 벌떡 일어섰다가, 허리에 몰려오는 극심한 뻐근함에 얼굴이 일그러지며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태자의 선왕비께서… 스스로 돌아가신 게 아니라, 그런 식으로 해를 입으셨다는 말이야?”지은은 그 고통의 원인을 잘 알고 있었기에, 지윤의 반응을 보며 입술을 삐죽였다.“그래. 나와 정 왕자는 그렇게 결론 내렸어.”“그들은 네 명이고, 둘째는 틀림없이 후궁이야.”지은은 차분히 정리했다.“이 부분과, 선왕비께서 출산하셨을 당시의 자세한 정황은 정 왕자가 왕비에게서 정보를 캐낼 거고.”“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머지 세 사람의 정체를 밝히는 거야. 만약 그 셋을 통해 둘째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다면, 정 왕자가 용의자를 좁히는 데 훨씬 수월해질 거야.”‘잠깐만… 왜 자꾸 정 왕자지? 이런 일은 당연히 우리 남편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원래는 아침에 너랑 태자에게 함께 말하려고 했어.”지은이 덧붙였다.“그런데 어젯밤 청연각에 손님이 너무 많아서 늦게 잠들었거든. 눈을 떠 보니 이미 태자는 정 왕자와 함께 조정 아침 회의에 나가 있었고. 정 왕자가 얼마나 알아냈는지는 나도 모르겠어.”‘흠… 한마디 걸러 정 왕자네… 이거…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나는 말이야…”지윤은 더 캐묻지 않기로 마음먹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로 화제를 돌렸다.“시간이 너무 흘렀어. 미사 화장품 상점 곧 문 열어야 할 시간이야. 가게로 가서 그 여자들을 기다리자.”두 여인은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지은은 곧바로 청연각의 두 관리인, 기연과 다빈에게 지시를 내렸고, 지윤은 생각 끝에 이현이 어제 아들을 궁으로 들여보냈다는 사실을 떠올려 애나에게 먼저 궁으로 가서 아들 시후를 데리러 갈 것이라 전하게 했다.지윤의 생각은 분명했다.미사 화장품 상점에서의 일이 어떻게 끝나든, 그 뒤에는 반드시 왕비를 알현해 모든 것을 직접 물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명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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