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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作者: 자몽
윤채아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어 택시를 잡아 성씨 저택을 떠났다.

다만 그녀는 이나연의 집 대신 이원대 근처에 작은 아파트를 하나 구했다.

그사이 성우현에게서 전화가 한 통 걸려왔지만 받지 않았다.

이틀간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눈도 완전히 회복되었다. 그제야 성우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이혼 얘기를 꺼냈다.

오늘 아침 이원대로 향하기 전, 윤채아는 습관처럼 성우현과의 대화창을 열어 보았으나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그날의 전화 외에는 그 어떤 연락도 없었다.

이원대학교 생명과학연구원.

윤채아는 임 교수님의 가장 촉망받는 제자가 자신을 마중 나올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

한정빈은 그녀를 보자마자 반색했다.

“선배, 진짜 시력 회복하신 거예요? 며칠 전에 교수님께 말씀 들었을 땐 긴가민가했는데...”

윤채아는 머쓱했다. 3년간 학업을 중단한 사이 한정빈은 어느덧 임지호 교수님 밑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선배’라는 호칭이 영 어색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고민을 들은 한정빈은 시무룩한 얼굴로 투덜거렸다.

“안 돼요! 제가 처음 연구실 들어왔을 때 교수님이 선배한테 저를 맡기셨어요. 누가 뭐래도 저한테는 선배이세요!”

윤채아는 빙긋 웃었다.

“교수님은 연구실에 계셔?”

“아뇨, 안 계세요!”

한정빈이 흥분 조로 말을 이었다.

“아직 모르셨죠? 며칠 전에 우리 연구실에 엄청난 거물급 인사가 수십억 원을 후원하면서 학생 한 명을 교수님 밑으로 들이려고 했어요. 그분들 마침 오늘 오셨는데 비주얼이 기가 막혔어요. 교수님은 아마 응접실에서 그분들을 맞이하고 계실 거예요.”

한정빈은 말하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 후원받아 온 여학생이 선배랑 좀 닮긴 했는데... 그래도 선배가 훨씬 예쁘세요! 이름이 뭐였더라... 지은수라고 했나?”

윤채아는 눈앞이 아득해졌다. 소매 안으로 주먹을 꽉 쥐어서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날 지경이었다.

“선배, 왜 그러세요? 채아 선배?”

“아, 아니야 아무것도.”

윤채아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천천히 주먹을 풀었다.

한정빈의 안내를 받아 연구실을 둘러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학교 밖으로 나가 식당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한정빈이 전화를 한 통 받고 돌아오더니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 교수님 일행분들이 식사 자리를 예약하셨는데 바로 근처예요. 그 후원자분도 오신대요. 교수님이 저희도 오라고 하시네요. 서로 인사할 겸 같이 식사하자고요.”

윤채아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선배?”

“먼저 가 있어.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나서 말이야. 교수님께는 못 간다고 대신 좀 전해줄래?”

그녀는 애써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늘 나랑 같이 다니느라 수고 많았어. 이번엔 기회가 안 되네. 다음엔 무조건 밥 살게.”

...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식당 앞, 롤스로이스 한 대가 멈춰 서고 성우현이 안에서 내렸다.

날카로운 눈매가 가늘게 휘어지고 상위자 특유의 압도적인 기세가 숨김없이 뿜어져 나왔다.

방금 착각이었을까? 윤채아의 뒷모습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고작 한순간이었고 이내 사라졌다.

그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말도 안 돼. 눈도 안 보이는 애가 혼자 돌아다닐 리가 없지.’

성우현은 휴대폰을 열어 윤채아가 보낸 이혼 메시지를 확인하고 코웃음이 나왔다.

이혼하자는 생각도 아마 그녀의 친구가 부추긴 것이고 메시지 또한 그 친구가 대신 보냈을 터였다.

오직 그의 주의를 끌기 위한 수작일 뿐이었다.

지은수를 별장으로 데려와 지내게 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난리를 피우다니.

‘지켜볼게, 채아야. 네가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잠시 후, 식당 룸 안.

술잔이 몇 번 오가자 임지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미소가 번졌다.

사실 처음에는 지은수라는 여학생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구실의 발전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거액의 후원금만 아니었다면 그는 이렇듯 학벌만 좋고 머리가 텅 빈 학생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자신의 연구 인생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자신의 마음속에 최고의 연구 재능을 지닌 학생이 곧 돌아올 테니까.

한편 한정빈은 윤채아와 헤어진 후, 배탈 때문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행여나 교수님께 꾸지람을 들을까 봐 룸에 들어설 때 숨을 헐떡였다.

임지호는 오늘 그가 늦은 것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뒤를 빤히 보며 물었다.

“채아는?”

한정빈은 머리를 긁적였다.

“선배가 급한 일이 생겨서 나중에 식사하자고 하셨어요.”

임지호는 여전히 온화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임지호의 성격이 괴팍하기로 유명하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연구 성과를 낸 학생이라고는 한정빈밖에 없는데 그 위에 또 선배가 있었다니.

임지호는 뭇사람들의 궁금증을 눈치채고 웃으며 설명했다.

“채아는 내 제자 중에 가장 재능 있는 학생인데 안타깝게도 불의의 사고로 학업이 지체됐었죠. 다행히도 최근에 다시 연구할 수 있게 됐어요.”

성우현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임지호가 인재를 아끼는 마음은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었다.

한편 옆에 앉아 있던 지은수는 눈을 흘겼다.

저 늙은이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으니까.

‘우현 오빠가 그렇게 많은 돈을 줬는데도 여전히 이름도 없는 평범한 학생한테만 신경을 쓰네. 나한테는 아부할 생각조차 안 하고! 진짜 눈치도 없어. 나한테 잘 보이면 오빠한테 더 많은 후원금을 뜯어낼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채아는 개뿔. 왜 하필 또 그 장님이랑 이름이 똑같고 난리야. 재수 없어 정말! 나중에 연구실에서 마주치면 절대 가만 안 둘 거야.’

...

다음 날 아침.

임지호는 연구실에 새로 온 학생이 두 명이나 되는지라 모두 모이면 간단히 소개할 예정이었다.

윤채아는 이미 마음을 다잡고 지은수에게 정체를 들킬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9시를 넘어 10시가 다 되어가도, 임지호가 학생들에게 아침 회의까지 다 마쳤어도 지은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비록 ‘낙하산’ 같은 이 학생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제자가 된 이상 규율을 따라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큰 연구실이 매일 지각하는 학생들로 혼란스러워질 테니까.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임지호는 성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애교 섞인 상냥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나긋나긋한 목소리에는 애교가 흘러넘쳤다.

“오빠, 전화 왔어요.”

임지호는 이 목소리가 어제 식사 자리에 있던 그 여자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그녀가 이렇듯 느긋하게 굴며 연구실에 와서 출석 체크를 해야 한다는 것마저 모르는 태도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임지호는 즉시 연구실을 나가 전화를 받았다.

방 안에 남겨진 학생들은 서로 눈만 끔벅였다.

이때 윤채아가 입꼬리를 씩 올렸고 옆에 있던 한정빈이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선배가 어제 저녁 식사 자리에 안 계셔서 모르시겠지만, 성 대표님이 그 여자애를 정말 살뜰히 챙기더라고요. 둘이 하도 친해 보여서 남매가 아니라 연인인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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