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하는 그녀를 향해 느끼한 미소를 남발했다.“별말씀을요, 우리가 남도 아니고!”양태하의 말에 안혜윤은 마음이 불편해졌다. 지금까지 안혜윤은 단 한 번도 양태하에게서 이성적인 호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고 그저 친구로 여겼다.만약 양태하가 고백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이춘화와 안성찬, 그리고 박세영은 양태하에게 듣기 좋은 소리를 하며 아첨을 멈추지 않았다.“태하 씨, 어린 나이에 허원철 어르신과 유한민 청장 같은 거물급 인사들과 안면을 튼 사이라니, 정말 대단하네요.”“태하 형님, 형님은 제 우
‘너희들의 아첨하는 상대는 내 눈에 개미만도 못한 존재들이지. 그리고 네가 말한 또 다른 거물급 인사가 바로 나야.’연승우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호의는 고맙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닌것 같아. 식사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갈게.”연승우는 홀가분하게 발걸음을 내디뎠다.“승우 씨...”안혜윤은 한스러운 표정으로 연승우를 쳐다보았다.‘평생 운전기사 노릇이나 하겠다고? 하찮기는...”그녀는 연승우에게 매우 실망한 눈치였다.‘승우 씨, 당신이 양태하의 반만 따라가도 난 이혼까지 하려 하지 않았을 거야.’연승우가 사과도
유한민도 덩달아 분위기를 풀어보려 노력했다.“은지 씨, 승우 씨는 젊은 청년이지만, 정말 능력 있는 분이에요. 그가 아니었다면 제 아들은 아마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거예요.”허은지는 다시 연승우를 보고 물었다.“그 얘기는 나도 들었어요, 승우 씨가 유 청장님의 아드님을 담배로 살려냈다면서요?”연승우는 고개를 끄덕이자, 허은지가 말을 이었다.“담배가 병을 고친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보네요. 그냥 운이 좋았던 거 아닌가요?”연승우는 허은지에게 변명하기 귀찮았다.허원철은 버릇없는 손녀에게 화가 단단히 나서 견딜
세 사람은 깜짝 놀라 어리둥절해졌다. 허원철 어르신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지 귀를 의심했다.“승우 씨, 술을 마셔도 상관없다는 건가요?”연승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하루 세 끼는 거르지 말고 꼭 마셔야 해요. 한 잔도 모자라서는 안 됩니다.”허은지는 갑자기 초조해졌다.“연승우 씨, 제대로 된 처방 맞아요? 우리 할아버지의 체질이라면 술 한 잔도 해서는 안 된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제가 내린 처방을 못 믿으시겠다면 안 마셔도 됩니다.”“믿습니다!”허원철 어르신이 잔을 들고 단숨에 들이
그래, 어쩔수 없지!양태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연승우 앞으로 걸어가 그에게 술을 가득 따라주었다.“연… 연승우 씨, 내가... 술을 따라 드리지요.”그러나 연승우는 양태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저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양태하는 난처한 얼굴을 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 그럼 제가 세 잔을 마시는 것으로 연 선생에게 따르지 못한 술을 대신하겠습니다.”양태하는 연속 세 잔을 마신 후 유한민과 허원철에게 술을 권했고 그다음 안혜윤 옆으로 갔다.안혜윤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연승우 앞으로 걸어왔고 하고 싶은
허은지는 분노가 가득한 얼굴을 하며 자리를 떠났다. 이춘화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듯 얼굴이 시뻘게졌다.“이 미련한 놈이 허원철까지 속이다니!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네.”안성찬도 화가 난 얼굴로 언성을 높여 말했다.“진짜로 연승우가 그동안 우리에게 능력을 숨기고 있었다고 믿을 뻔했잖아. 내가 멍청했지.”안혜윤도 연승우에게 완전히 실망했다.예전부터 안혜윤은 연승우가 비록 능력은 없지만 적어도 성실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혼하자마자 사기를 치며 살아가다니! 안혜윤은 자신이 그동안 연승우라는 사람의 본성을 제대
서준표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왜? 너도 마음에 안 들면 때려.” “우리 중에 누가 주먹이 센지 한번 겨뤄보자고.”“그래, 어디 한번 겨뤄봐.”연승우는 외투를 벗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게 소원이라면 얼마든지.”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었다.“그만!”결정적인 순간에 주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녀는 성큼성큼 걸어와서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고 있는 연승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무슨 일이에요?”“아무것도 아니에요.”서준표는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새로 온 이 친구가 실수로 아침 식
“이 자식, 오늘이 네 제삿날이니 미리 유언이나 남겨!”서준표 손에서 번쩍이는 칼은 주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이 긴박한 순간에 사무실 문 앞에서 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오늘 주성 그룹이 떠들썩하네요. 내가 제대로 날 잡아서 왔네요.”사무실의 모든 사람은 즉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문 앞에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알아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었다. 서준표도 연승우에 대한 화를 가라앉히고 칼을 거두었다.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사해 상회 직원들이고 제일 앞에는 부회장 성남길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