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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Penulis: 보라돌이
진의댁은 경계하며 주변을 살짝 둘러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가서 이야기하자.”

백비아가 중얼거렸다.

“왠지 요즘 저 멍청이가, 멍청해 보이지 않습니다.”

앞서 걷던 백진아의 귀가 살짝 움직였다. 그녀는 공간 영천수 덕분에 오감이 더 예민해졌고, 그녀들의 대화를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

역시, 이 모녀는 문제가 있었다.

‘좋아, 천천히 놀아보자!’

백진아는 백가의 가마를 타고 능왕부로 돌아왔다. 연란거의 서쪽 별채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홍연고골 해독약을 만들려 했다.

문을 열자, 연천능이 떡하니 탁자 앞 상석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백진아는 안에 사람이 있을 줄 몰랐고, 흰옷까지 입고 있는 상대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놀란 심장을 달래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어찌 그리 조용하십니까? 너무 놀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상처가 가득한데, 왜 가만히 쉬지 않는 걸까? 왜 이리저리 다니는 걸까?

“상처가 벌어지면 처리가 더 힘듭니다. 제 노고를 이렇게 함부로 다루시는 것입니까?”

말을 마치고, 그녀는 눈을 흘겼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 의자에 앉았고, 찻주전자를 들어 차를 따라 마셨다.

연천능은 표정 없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어디에 다녀온 것이냐?”

낮은 목소리와 특유의 냉기가 백진아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평소에는 검은 옷이나 능왕의 관복을 입고 있던 그가, 오늘은 어쩌다 흰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금색 자수가 새겨진 옷을 입어, 더욱 준수하고 고상하며, 설명할 수 없는 존귀함을 풍기고 있었다. 왠지 그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진짜… 너무 잘생겼다!’

백진아는 흰옷의 연천능을 무시할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저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연천능은 애정이 어린 눈빛을 가장 싫어했다. 그의 그윽한 눈동자는 어두워졌다.

“묻는 말에 답하거라!”

백진아는 정신을 차리고,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 이런 쌀쌀맞은 사내는, 멀리하는 것이 좋은 법. 그녀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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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100화

    “무슨 말이냐?”연천능은 옥처럼 하얀 손을 바라보며, 그녀의 손이 생각보다 예쁘다고 느꼈다.백진아는 눈을 굴리며 말했다.“휴서요. 제가 여인의 덕을 지키지 않았으니, 제 능왕비 신분을 없애야지 않겠습니까?”연천능은 순간 마음 한쪽이 답답해졌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엉엉 울며 변명할 때가 아닌가? 왜 휴서 이야기를 꺼내는 거지?‘이 여자, 정상이 아니야!’그는 얼음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황실의 며느리가 예법을 어기면, 폭사하거나 절로 보내질 것이다.”즉, 죽이든지, 출가시키든지 둘 중 하나라는 뜻이었다.‘잔인하네, 인간의 권리도 없다니?’백진아는 그의 목소리에 움찔하더니, 풀이 꺾이고 말았다. “그, 그럼… 전하는 저를 죽이실 것입니까? 아니면 출가시킬 셈입니까?”“아직 결정하지 않았다.”연천능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를 꿰뚫는 듯 바라봤다.‘이 여자, 말과 행동이 완전히 달라졌군.’혜비와 유여매는 그녀가 준 약을 먹고,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가려움이 사라졌다. 그 약은 어의와 고지행도 배합법을 연구해 내지 못한 것이었다.오늘 백진아를 뒤따른 부하는, 그녀가 씨앗 한 자루를 사서 기생집에 보냈다고 했다. 그런데 기생집 안에서는 그 씨앗 자루를 찾을 수 없었다.정말… 이상했다!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백진아에게는 너무 비밀이 많았다. 그는 그녀가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아내고 싶었다.백진아는 그의 시선이 불편했고, 마치 옷을 입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럼, 천천히 생각하십시오!”백진아는 말을 마치고, 투덜거리며 약방으로 향했다.그때, 연천능이 작은 자기 병 하나를 꺼냈다.“중독된 피다. 확인해 보거라.”연천능은 당연한 듯이 명을 내렸고, 그녀를 하인처럼 대하고 있었다.백진아는 병을 받아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냄새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한 시진 동안 약으로 검사를 해야 하니, 먼저 돌아가 쉬세요. 결과가 나오면 하인을 보내겠습니다.”그녀는 그저 연천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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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98화

    백경유는 조금 피곤한 듯, 눈꺼풀을 살짝 내리며 말했다.“사람을 경계하는 마음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사람이 이렇게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 믿지 않습니다.”백우씨의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그래. 하지만 네 누나가 한발 물러섰으니, 너도 매몰차게 굴지 말고, 체면을 챙겨주거라.”“어머니, 악담은 마음을 찌르는 칼과 같습니다. 예전에 누나는 내가 죽기를 저주했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이유도 없이 잘해주다니요? 제가 어찌 단번에 모든 원한을 풀 수 있겠습니까?”백우씨는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진아가 만든 해독제는 먹을 것이냐?”“먹어야지요. 어찌 안 먹겠습니까? 약에 문제가 없으면, 몸도 나아질 것이고, 누나와 사이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만약 약에 문제가 있다면, 저희도 사람의 본성을 알게 될 것입니다. 어차피 저는 열 살을 넘기지 못할 텐데, 일찍 죽는다고 해도 고생을 줄이는 것입니다. 손해 보는 건 아니에요.”백경유의 말투는 담담했고, 마치 남의 일을 말하는 듯했다.백우씨는 입술을 다물고 곰곰이 생각했다.“어미는 그래도 진아를 믿고 싶구나.”백경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물잔을 들어 천천히 마셨다. 어쩐지 오늘 물이 유독 맛있게 느껴졌다.한편.백진아는 정원 밖으로 나서자마자, 정문 근처를 맴돌고 있던 진의댁과 백비아를 만났다.백진아를 보자, 진의댁은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으며, 억울함을 당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다가와 백진아의 손을 잡고 걱정스레 말했다.“어찌 돌아온 것이냐? 혹시 능왕부에서 괴롭힘을 당한 것이냐?”“그저 오고 싶어서 왔습니다.”백진아는 티 내지 않고 진의댁를 한 번 훑어보았다.이 여자가 범인일까?백비아 또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백진아를 살피며 말했다.“언니, 괜찮으십니까? 어머니가 때리진 않으셨습니까?”그녀는 때리긴 했지만, 도망쳐서 맞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었다.“아니.”진의댁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이내 다정하게 백진아의 팔을 감싸고,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별채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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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진의댁의 아들 백경폐가 백가의 장자였다. 백경유는 몸이 좋지 않았지만, 백경폐는 군에서 백근당을 돕고 있었다. 그래서 백우씨 명의로 기록되어 정실 아들로 올라가게 되었다.백비아 또한 백근당의 총애를 받아, 백진아라는 정실의 딸보다 명성이 자자했다.그래서, 정실 자식이 없는 상황에서, 진의댁이 가장 큰 수혜자이자 가장 큰 용의자가 되는 셈이었다.백우씨도 바로 그 사람을 떠올렸다.“틀림없이 진 씨, 그년이야! 그런데… 왜 나한테 바로 독을 쓰지 않은 것이냐? 독에 능한 것으로 보아, 분명 나를 죽이거나, 회임할 수 없는 약을 먹이기가 쉬웠을 텐데... 내가 죽으면, 네 아버지는 진 씨를 총애하기 때문에, 정실로 올려주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아이를 정실의 이름으로 하는 것보다, 정실부인이 되는 것이 명분이 있고 당당한 일이 아닌가?백경유가 조용히 어머니를 위로했다.“어머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천천히 조사하십시오. 상황도 이미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그의 표정과 목소리는 모두 차분했다. 생사의 문제를 담담하게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오랫동안 병마에 시달린 백경유는 감정의 기복이 크면 안 되는 상태였다.어릴 때는, 다른 사람처럼 건강한 몸을 가지지 못했기에 성격이 까칠했었다. 그리고 질투와 시기심을 느꼈으며, 몰래 어머니를 원망하기도 하고, 하늘과 운명을 탓하기도 했다.그런 부정적이고 우울한 감정은 성격을 격하게 만들었고, 허약한 몸을 자극해 몇 차례나 실신하게 했다.의원의 진심 어린 충고, 어머니의 눈물과 애통함으로 정신을 차린 백경유는, 자신에게 제멋대로 굴 권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감정을 조절하고 풀어내는 연습을 하며,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다.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어떤 상황도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었다.백진아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녀는 현대에서 이곳까지 오며 겪은 일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건강 상태를 알게 되었을 때 많이 놀랐었다.백우씨는 착한 아들을 품에 안고, 안타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96화

    백진아가 잔을 그에게 건넸다.“무섭지 않냐? 화나지 않냐? 범인을 원망하지도 않냐?”백경유는 잔을 힐긋 보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평소 찬물을 마시지 않았지만, 백진아가 처음 따라준 물이었기에, 결국 건네받았다.“원망합니다. 어찌 원망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원망 때문에 내가 괴로워진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지요.”그가 말하며 잔 속의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는 그저 잘못을 깨달은 누나의 체면을 지켜주려, 형식상 한 모금만 마시려 했다. 하지만 한 모금 마신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물이 너무 맛있었다.달콤하고 시원했고, 위로 들어가자, 온몸에 청량감이 퍼졌다.그는 저도 몰래 다시 벌컥 한 모금 마셨고, 무겁고 피곤했던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을 받았다.“이건 무슨 물입니까? 달콤합니다.”백진아는 태연하게 말했다.“몸 상태 때문에 긴장할까 봐 꿀을 조금 넣었다. 단 음식이 긴장을 완화해 준다.”‘자식, 입맛이 예리해서 한 모금 만에 차이를 알아차렸네?’백경유는 반신반의했지만, 그래도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그는 잔 안의 영천수를 다 마셨다.백진아가 다시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능왕부로 돌아가, 홍연고골 해독약을 만들어주마.”“예.”백경유는 사실 백진아가 해독제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그는 많은 어의와 명의들을 봤지만, 다들 그의 독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런 독을 어찌 열여섯 짜리 어린 여자가 없앨 수 있겠는가?하지만 그는 굳이 백진아에게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녀의 의술을 의심하는 것이 좋은 뜻도 아니었고, 과거의 백진아라면 펄쩍 뛰며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단 말이 있지 않은가? 그는 백진아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고 믿지 않았고,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마음속에 아직 벽이 남아 있었고, 오래 얼었던 마음이 하루아침에 녹을 리 없었다.두 사람은 말이 없었고, 방 안은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다행히, 백우씨는 진의댁 모녀를 돌려보냈고, 하녀를 밖에 남겨 문을 지키

  •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제95화

    백진아는 백경유가 쉽게 속지 않는 녀석임을 느끼고 말했다.“변방에서 군의원에게 배운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몇 번이나 봤었냐?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백진아는 어린 시절부터 진 씨를 따라 변방에 있었다. 비록 간혹 경성에 돌아오긴 했지만, 백경유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 게다가 몇 년 전에는 훨씬 어렸으니, 더더욱 만나지 못했다.백진아는 열넷이 되어 혼담을 논하러 경성으로 돌아왔고, 열다섯 살에 정실부인인 능왕비가 되어 능왕부로 시집갔다. 백경유는 줄곧 침상에 누워 집 밖에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두 사람은 거의 만난 적 없었다.둘의 기억 속에는 불쾌한 기억만 남아 있었다. 몇 번 만나지도 않았고, 나눈 말도 거의 없었으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도 좋은 말이 아니었다.백우씨는 두 사람이 다툴 기색을 보이자, 다급히 말했다.“빨리 피를 뽑아 경유에게 보여주거라.”백진아는 약상자를 가져오지 않았기에, 은침을 구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밖에서 하녀가 알렸다.“부인, 진의댁과 둘째 아가씨께서 문안드리러 오셨습니다.”진의댁와 백비아가 왔다고 하자, 백진아는 눈썹을 찌푸렸다.‘왜 하필 지금 온 거야? 아직 어머니한테 고충 얘기도 못 물어봤는데…’백우씨도 그다지 달갑지 않은 듯 낮게 말했다.“기다리라 하거라!”그녀는 말을 마치고, 하녀를 불러 얼굴 씻고 화장하게 했다. 눈가에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고, 눈도 부었기에, 화장해야 했다.백경유는 계속 백진아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그는 그녀가 진의댁의 이름을 듣고 예전처럼 반가워하지 않고, 오히려 짜증이 섞인 기색을 보인 것을 발견했다.그는 냉정하게 말했다.“달라진 게 너무 많으십니다. 정말 제 누나가 맞습니까?”“예전엔 내가 어리석었다. 그동안 어리석은 탓에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고,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안 되는 것이냐?”백진아가 깊이 한숨 쉬며 말했다.백경유의 시선은 그녀 얼굴의 흉터에 머물렀다. 그도 그녀가 능왕부에서 고생을 많이 한 걸 알고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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