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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Author: 임서아
권승준이 불쑥 손을 잡자 허아연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심장이 저도 모르게 점점 빨리 뛰었다.

꼼짝 않고 권승준을 보던 허아연은 조금 긴장됐지만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권승준의 손길이 싫지 않았다.

다만 순간적으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을 뿐이다.

주현우와 한 번 결혼한 적은 있지만 부부로서 관계를 맺은 적도 없고 몇 번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것도 다 주현우가 먼저 다가온 것이었다.

은근 긴장한 허아연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자신을 쳐다보는 허아연의 눈빛에 권승준의 웃음이 더 짙어졌다.

웃던 권승준은 허아연의 손을 잡은 채 몸을 자연스럽게 앞으로 기울여 아주 가까이 다가갔다.

숨을 죽이고 권승준을 바라보던 허아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부드럽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 순간,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거부하지도 않고 밀어내지도 않는 허아연 덕분에 권승준은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승진했을 때도 이 정도로 기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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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22화

    자리에서 일어난 권승준은 먼저 다정하게 허아연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안 선생님, 내일 다시 올게요."허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래요."옆에서 두 사람이 "안 선생님", "권 비서실장님" 이라고 호칭하는 걸 지켜보던 안서준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그래도 나름 색다르긴 했다.권승준을 배웅하고 병실로 돌아온 안서준이 말했다."권승준 사람은 괜찮더라. 이번 안목은 지난번보다 낫네."안서준의 말에 허아연이 웃으며 답했다."사람은 겪어봐야 성장하는 거잖아요."남매는 한참 얘기를 나눴고 안서준은 병실에서 잠시 더 머물다 호텔로 돌아갔다.안서준이 병실을 나가자마자 베개 옆에 놓아둔 허아연의 휴대폰이 울렸다.강성시에서 걸려온 엄마의 전화였다.발신 번호를 확인한 허아연은 곧바로 전화를 받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허아연의 목소리에 엄마 박혜숙이 걱정스레 물었다."시연아, 진 부장한테 네가 오늘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들었어. 지금 몸은 좀 어때?"2년 전 진짜 안시연이 불행하게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로 박혜숙은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았다.그래서 안서준은 오늘 오전에 있었던 사고를 집에 전혀 알리지 않고 계속 숨겨왔다.하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었다. 주현우까지 그토록 심하게 다쳤으니 결국 안씨 가문도 알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소식을 들은 박혜숙이 바로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박혜숙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엄마, 저 괜찮아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지금 영상 통화 할게요."박혜숙을 위로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감정을 추스르지 못할까 봐 걱정된 허아연은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영상 통화를 걸었다.화면 너머 허아연이 정말 다치지 않고 상태도 괜찮은 걸 확인하고서야 박혜숙은 한숨을 돌렸다.그리고 잠시 더 얘기를 나누며 당부의 말까지 전한 뒤에야 아쉬운 듯 전화를 끊었다.영상 통화를 마친 허아연은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정리를 마친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21화

    권승준이 불쑥 손을 잡자 허아연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심장이 저도 모르게 점점 빨리 뛰었다.꼼짝 않고 권승준을 보던 허아연은 조금 긴장됐지만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권승준의 손길이 싫지 않았다.다만 순간적으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을 뿐이다.주현우와 한 번 결혼한 적은 있지만 부부로서 관계를 맺은 적도 없고 몇 번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것도 다 주현우가 먼저 다가온 것이었다.은근 긴장한 허아연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자신을 쳐다보는 허아연의 눈빛에 권승준의 웃음이 더 짙어졌다.웃던 권승준은 허아연의 손을 잡은 채 몸을 자연스럽게 앞으로 기울여 아주 가까이 다가갔다.숨을 죽이고 권승준을 바라보던 허아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그리고…… 부드럽게 바라볼 뿐이었다.그 순간,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거부하지도 않고 밀어내지도 않는 허아연 덕분에 권승준은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승진했을 때도 이 정도로 기쁘지는 않았다.허아연의 손을 잡은 채 점점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다가가던 권승준의 입술이 닿으려던 순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며 간호사가 성큼성큼 들어와 말했다."안시연 씨, 체온 좀 재볼게요."병상에 있던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화들짝 놀라 동시에 멀찍이 떨어져서 거리를 유지하고 바르게 앉았다.병상 위, 허아연은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들어 뺨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너무도 민망했다.병실 문 앞, 약간 통통한 중년 간호사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이 병실에서 애틋한 순간을 보내며 데이트를 하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그럴 줄 알았다면 무조건 노크를 하든지 방해하지 않았을 것이다.분위기를 깬 간호사는 어쩔 수 없이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병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안시연 씨, 체온 좀 재볼게요."허아연은 몸을 바로 세우고 간호사가 건넨 체온계를 받아 체온을 쟀다.이내 병실 안은 조용해졌고 잠시 동안 어색함이 감돌았다.제일 민망한 건 역시 간호사였다.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20화

    31년을 살아오는 동안 한 여자를 이렇게 지켜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고 애틋함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권승준의 다정한 행동에 허아연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권승준은 참 좋은 사람이었다.눈이 마주친 허아연이 그저 빤히 쳐다볼 뿐 말도 하지 않고 국도 먹지 않자 권승준이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입맛에 안 맞아요? 먹기 싫어요?"허아연은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말을 마친 허아연은 권승준이 떠준 국을 받아 마셨다.자신의 돌봐주는 걸 허아연이 거절하지 않자 권승준의 미소가 한결 더 짙어졌다.그 순간, 권승준은 문득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 챙겨줄 수 있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허아연은 침대에 기대앉은 채 권승준이 떠주는 밥과 국을 받아먹었다.아주 따뜻한 분위기였다. 두 사람 다 말을 하지 않고 병실 안도 조용했지만 서로 어색하지 않았다.병실 문 앞에 이미 오랫동안 서 있던 안서준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허아연이 권승준의 보살핌과 다정함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말을 하지 않아도 편안한 분위기인 두 사람을 안서준은 방해하지 않았다.허아연이 권승준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함께 있을 때 얼마나 편안해하는지 눈에 훤히 보였다.알고 지낸 지 2년이 넘었지만 안서준 앞에서도 이렇게까지 편안해 보인 적은 없었다.허아연과 권승준은 정말 잘 맞았다.병실 안쪽을 계속 바라보던 안서준은 식사를 마친 허아연이 입가를 닦아주는 권승준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걸 보고서야 들고 온 저녁 도시락을 챙겨 조용히 자리를 떴다.허아연이 권승준을 선택한다면 안서준도 할 말은 없었다.안서준 입장에서는 허아연이 주현우를 선택하거나 주현우와 엮이지만 않는다면 누구를 선택하든 다 축복해 줄 수 있었다. 이번에 주현우가 허아연을 구해주고 지켜줬다 해도 안서준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사실 허아연도 마찬가지였다.구해준 건 고마운 일이지만 주현우와 허아연 사이에는 이미 사랑이 아니었다. 주현우가 갖고 있는 감정은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19화

    허아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주민경이 이어 말했다."지금 중환자실에 있는데 깨어나면 바로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대요."주현우가 큰 문제 없다는 말에 허아연이 부드럽게 말했다."별일 없다니 다행이네요."턱을 괸 채 허아연을 바라보던 주민경의 눈빛이 부드러워지며 감회에 젖은 듯 말했다."시연 씨, 그냥 드는 생각인데 시연 씨랑 우리 오빠는 안 맞는 것 같아요. 둘이 같이 있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나을 것 같아요."떠보는 건지 그냥 단순하게 하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던 허아연은 주민경을 빤히 쳐다보며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민경 씨, 또 사람 잘못 봤네요."허아연의 귀띔에 주민경도 정신이 든 듯 맑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아, 맞다. 시연 씨는 안시연이네요, 우리 집 아연이가 아니라."이번 사고로 주현우와 허아연 모두 다쳐서 느낀 게 많았는지 주민경도 예전처럼 조급하게 덤벙대지 않고 차분해져 있었다. 인생이란 너무 우쭐거리면 안 되는 법이었다. 주민경이 병실에 함께 있어 주자 허아연도 기분이 좋아져 계속 얘기를 나눴다.저녁 6시가 넘어 박민정과 주건영이 전화를 걸어 주현우 상태를 묻자 주민경은 그제야 허아연에게 인사하고 병원을 나섰다.침대에 기대앉아 멀어지는 주민경의 뒷모습을 보며 허아연도 마음이 뭉클했다.자신이 나타난 것으로 2년 전 주민경의 마음속 허탈한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채워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병실 문을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았을까, 허아연은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고 잠시 눈을 붙였다.잠시 후.다시 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허아연이 들어오라고 하자 권승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손에는 보온 도시락 두 개가 들려 있었다.허아연은 바로 허리를 곧게 펴고 앉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비서실장님."권승준은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허아연에게 다가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좀 어때요?"허아연이 나직이 답했다."괜찮아요."그 말에 권승준은 방금까지 주민경이 앉아 있던 의자를 끌어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18화

    오후 3시가 넘어 수술실 문이 열렸다.전서진 일행은 바로 의사에게 다가가 물었다."주현우 상태는 어때요?"수술실 앞에서 의사가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생명에는 지장 없습니다. 다만 폐에 자상이 있고 등 쪽 갈비뼈 두 대가 골절되고 후두부도 다쳤어요. 다른 부상은 심각하지 않으니 우선 중환자실에서 지켜보면서 이후 상황은 그때그때 보호자분들과 상의할게요."의사의 말이 끝나자 유서희도 부랴부랴 달려왔다.주민경도 알리지 않았는지 다른 사람한테서 소식을 듣고 다급하게 달려온 것이었다."민경아, 네 오빠 어떻게 됐어?"주민경의 팔을 잡은 유서희는 손과 목소리가 다 떨리고 있었다.엄마 손을 마주 잡은 주민경이 말했다."괜찮아요, 의사가 생명에는 지장 없다고 했어요. 오빠 방금 수술 끝났고 일단 중환자실에서 지켜본대요."주현우가 생명에 지장 없다는 말에 유서희는 그제야 한숨 돌리고 다시 물었다."너희들이 말하던 아연이랑 많이 닮았다는 안씨 집 아가씨는? 그 아가씨는 어때, 많이 다쳤어?"유서희의 손을 잡은 주민경이 나긋나긋하게 말했다."엄마, 시연 씨도 뇌진탕인 거 말고는 다 괜찮아요."별일 없다는 말에 유서희는 그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아직 안시연을 직접 본 적도 없고 허아연을 닮았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인데도 벌써 남들과 달리 마음이 쓰였다. 잠시 후 담당 의사가 다시 주현우의 상태를 설명해 주었고 주현우는 의료진들에 의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유리창 너머로 침대에 미동도 없이 누워 있는 주현우를 바라보던 유서희는 2년 동안 우울하게 지냈던 아들을 떠올리고 마음이 아파 눈시울이 붉어졌다.허아연과 결혼했을 때부터 유서희는 허아연한테 잘하고 잘 살아보라고 여러 번 당부했었다.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타이르고 오지은과 엮이지 못하게 뜯어말렸다.주건영과 박민정도 마찬가지였고, 주현우 아버지인 주석진도 같은 입장이었다.온 가족이 한마음으로 뜯어말렸는데도 끝내 듣지 않더니 멀쩡한 결혼 생활도, 세상에 둘도 없는 아내도 다 잃고 만 것이다.병실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17화

    주현우의 마이바흐를 지나치는 남자의 매서운 눈빛은 줄곧 허아연을 향해 있었다.품에 쓰러진 주현우를 부르던 허아연은 문득 몇 년 전 허씨 가문 본가에서 일어났던 화재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불길 속에서 자신을 안고 나왔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고개를 숙여 품 안의 주현우를 내려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주현우 씨, 무슨 일 있으면 안 돼요. 나 더 이상 당신한테 신세 지고 싶지 않아요."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도 모르던 그때, 마침내 구급차 소리가 들려왔고 두 사람 모두 무사히 구조되었다.구급대원에 의해 구급차로 옮겨지던 허아연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낮 12시였다.병실에는 안서준이 있었다.미간을 찌푸린 채 천천히 시선을 거둔 안서준이 허아연을 향해 몸을 숙이며 조용히 물었다."깼어?""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허아연이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목이랑 머리 빼고는 다 괜찮아요."그때, 허아연이 다시 물었다."주현우는 어떻게 됐어요?"허아연의 물음에 안서준이 답했다."주현우는 아직 수술 중이야. 너는 뇌진탕인데 그나마 덜 심각한 편이야." 주현우가 아직 수술 중이라는 말에 허아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또 다시 주현우에게 구조되어 신세 지고 싶지 않았다. 허아연의 침묵에 안서준은 속마음을 짐작한 듯 손을 뻗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별일 없을 거야. 그냥 사고였을 뿐이고 네가 신세 진 것도 아니야."안서준의 위로에 허아연이 문득 뭔가 떠오른 듯 고개를 들고 말했다."차가 부딪힌 뒤에 차 밖으로 캡모자를 쓰고 검은 옷 입은 남자 하나가 지나가는 걸 본 것 같아요."안서준이 답하기도 전에 허아연이 다시 말했다."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낸 걸지도 몰라요." 허아연의 말을 듣던 안서준이 말했다."경찰이 가서 확인했는데 뒤에서 추돌한 차는 빈 차였고 번호판도 위조된 거였대. 경찰이 이미 조사 중이야.""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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