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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Author: 김하이
“그래요.”

심성빈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간호사가 재빠르게 다가와 그의 등 뒤를 겹겹이 감싼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어냈다.

하룻밤을 지내며 붕대는 이미 짓무른 상처와 한 몸처럼 딱딱하게 달라붙어 버렸다.

살짝 떼어냈음에도 살점이 함께 딸려 올라가며 참을 수 없는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심성빈의 몸이 크게 떨렸고 등 근육이 팽팽하게 굳어졌으며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는 턱을 꽉 다물었다. 턱선이 팽팽하게 당겨져 목구멍 속으로 삼켜진 신음과 통증을 억지로 짓누르고 있었다. 단 한 점의 고통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곁에서 이 잔인하고도 참혹한 광경을 지켜보던 고여진은 마치 누군가 자신의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아들이 고통을 참아내는 모습을 차마 더는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린 채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약 바르는 과정은 길고도 괴로울 따름이었다.

간호사는 낡은 붕대를 하나씩 풀어내고 상처에 남아있는 핏자국을 조심스레 닦아냈다. 소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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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63화

    그 완고한 편견을 깨고 남들 모두가 안 될 거라 고개 저었던 이 사랑을 끝내 허락받기 위해 심성빈이 치러야 했던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았을 터였다.이 혹독한 가법은 심성빈이 송하나와 함께할 미래를 위해 스스로 온몸을 던져 쟁취해낸 유일한 출구였을 것이다.“너 진짜 구제 불능이다. 이번 생은 송하나 씨한테 완전히 코가 꿰였네. 그래도 뭐,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후회 없다면 된 거지. 언젠가 두 사람 결혼 날짜 잡히면 꼭 알려라.”두 사람이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최로운은 누구보다 잘 안다.심성빈의 눈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덕담 고마워. 꼭 알릴게.”최로운은 잠시 병실에 머물며 심성빈의 곁을 지키다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마자 딸 최이솔이 짧은 다리를 종종거리며 달려와 그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아빠, 다녀오셨어요!”나긋나긋하고 달콤한 목소리에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최로운은 허리를 굽혀 딸을 품에 안고 말랑말랑한 볼에 몇 번이나 입을 맞췄다.“우리 예쁜 이솔이, 아빠 보고 싶었어?”그는 텅 빈 거실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차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무심결에 물었다.“이솔아, 엄마는?”“방에서 짐 싸고 있어요.”아이는 아빠 어깨에 착 달라붙어 안방을 가리켰다.이에 최로운은 아이를 안은 채 서둘러 침실로 향했다. 방 안에는 차설아가 허리를 숙이고 무언가 분주히 정리하고 있었다.최이솔의 분유와 간식, 속옷, 그리고 장난감들까지 차곡차곡 정리해 수납 파우치에 넣는 중이었다.그 광경을 본 최로운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순간 머릿속으로 온갖 잡생각이 스쳤다.행여나 아내가 화가 나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가려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그는 곧장 아이를 내려놓고는 차설아의 뒤로 다가가 살며시 허리를 끌어안으며 빛의 속도로 사과를 건넸다.“여보, 내가 잘못했어! 오늘 밤엔 무릎이 까질 때까지 싹싹 빌게. 무슨 처벌이든 다 받을 테니까 제발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62화

    “그래요.”심성빈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간호사가 재빠르게 다가와 그의 등 뒤를 겹겹이 감싼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어냈다.하룻밤을 지내며 붕대는 이미 짓무른 상처와 한 몸처럼 딱딱하게 달라붙어 버렸다.살짝 떼어냈음에도 살점이 함께 딸려 올라가며 참을 수 없는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심성빈의 몸이 크게 떨렸고 등 근육이 팽팽하게 굳어졌으며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는 턱을 꽉 다물었다. 턱선이 팽팽하게 당겨져 목구멍 속으로 삼켜진 신음과 통증을 억지로 짓누르고 있었다. 단 한 점의 고통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곁에서 이 잔인하고도 참혹한 광경을 지켜보던 고여진은 마치 누군가 자신의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아들이 고통을 참아내는 모습을 차마 더는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린 채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약 바르는 과정은 길고도 괴로울 따름이었다.간호사는 낡은 붕대를 하나씩 풀어내고 상처에 남아있는 핏자국을 조심스레 닦아냈다. 소독하고 지혈을 하고 약을 바르는 손길은 조심스럽고도 세심했다.고요한 병실 안에는 기구들이 부딪히는 자잘한 소리와 심성빈이 이를 악물고 참아내는 아주 희미한 숨소리만이 울려 퍼졌다.바로 그때, 병실 문이 살며시 열렸다.모두의 시선이 심성빈의 상처에 쏠려 있어 누구도 문 쪽을 신경 쓰지 못했다.최로운은 과일 바구니를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무심하게 둘러보던 그의 시선은 병상에 누워 있는 심성빈의 등 뒤 끔찍하고 흉측한 상처에 멈췄다.그는 눈앞의 광경이 믿어지지 않아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단지 집안 규율을 어겨 벌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 흔한 체벌이라 생각했지 이토록 심각한 부상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평소 고고하고 냉철하며 늘 여유가 넘치던 심성빈이 지금은 만신창이가 된 채 침대 위에 갇혀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쇠약해져 있었다.그 엄청난 낙차에 최로운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처치가 끝나고 간호사가 새 붕대를 꼼꼼히 감아주며 말했다.“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61화

    “감히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대표님께서 임원진 회의 때문에 휴대폰을 곁에 두지 못해 답장을 못 하신 거라고 둘러댔는데 얼마나 믿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심성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낮고 진중한 목소리로 당부했다.“나 없는 동안 하나 잘 돌봐줘. 부상 소식은 절대 누설하지 말고. 해외 계열사 업무는 전적으로 공 비서한테 맡길게.”“네, 대표님.”비서실장 공수현은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 당장이라도 국내로 돌아가 대표님을 뵙고 싶었지만 맡겨진 중요한 업무들이 산적해 있었다.지금은 우선 심성빈의 부탁을 충실히 이행하며 그가 안심하고 요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해야 했다.그 시각, 음대 연습실.송하나가 피아노 연습을 막 끝냈다.조금 전, 그녀는 잠시 넋을 놓는 바람에 건반을 여러 번 잘못 눌렀다.연습을 마치고 나오자 허지안이 다가와 물 한 병을 건넸다.“하나야, 무슨 일 있어? 오늘따라 표정이 영 안 좋아 보여. 넋이 나간 것 같은데 혹시 어디 아픈 거야?”송하나의 눈가에 근심이 드리워졌다.“성빈 씨가 귀국하고 나서 아무 소식이 없으니 내내 마음이 불안하네.”허지안이 그녀를 다독였다.“많이 바쁜가 보지. 너무 걱정하지 마. 정 불안하다면 다시 한번 전화해 보는 건 어때?”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습실을 나와 심성빈에게 전화를 걸었다.병실.심성빈은 몸을 겨우 일으켜 송하나에게 보낼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었다.[보내기] 버튼을 누르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바로 그녀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화면 위에서 반짝이는 발신자 정보를 보며 심성빈은 잠시 망설였다.자신이 다쳤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만약 받지 않는다면 방금 답장을 보내고 연락이 끊긴 셈이 된다.그때 가서 송하나가 더 심하게 흔들리고 불안해할 게 뻔했다.심성빈은 몸을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등 뒤의 상처를 최대한 피하고 호흡을 조절한 뒤, 전화를 받았다.그는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빼고 최대한 평소와 같은 톤을 유지하려 애썼다.“미안해, 하나야. 며칠 동안 회의가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60화

    심성빈이 돌아간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태껏 아무 연락이 없었다.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고 있는 건지 송하나는 내심 궁금해졌다.메시지를 작성해 보냈지만 좀처럼 응답이 없었다.아마도 시차 적응 중이거나 업무가 너무 바빠 휴대폰을 확인할 겨를이 없겠지.송하나는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은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다음 날 아침.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베갯머리에 손을 뻗어 휴대폰을 더듬었다.화면을 켜 심성빈과의 대화창을 열었으나 어제 보낸 메시지 한 통만이 덩그러니 남겨진 채 야속할 정도로 깨끗했다.순간 송하나의 마음 한구석에 묘한 의구심이 피어올랐다.여태껏 함께한 시간 동안 심성빈이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예전에 해외 출장이나 술자리 등으로 바쁘고 힘들 때조차 그는 틈틈이 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행방을 알리곤 했었다. 이렇게 길게 연락이 끊어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가슴 한구석에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어지러웠다.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돌아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복잡해서 곤란한 상황에 부닥친 건 아닐까?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송하나는 간단히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정부가 그녀를 보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하나 씨, 아침 식사 준비해 두었습니다.”식탁 앞에 앉았지만 통 입맛이 없었다.몇 입 대충 먹고 별장을 나선 그녀는 마당에 세워진 익숙한 검은색 세단을 발견했다.공수현이 오래전부터 기다렸다는 듯 그곳에 서 있었다.“타세요, 하나 씨.”차에 올라탄 송하나는 걱정을 누를 수 없어 조용히 물었다.“공 비서님, 혹시 요즘 성빈 씨한테 연락 온 거 있어요? 메시지를 보내도 계속 답이 없길래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죠?”그 말을 듣는 순간, 공수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어젯밤 늦게 국내에서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심성빈이 가족들에게 채찍질을 당해 큰 부상을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59화

    송하나와 허지안은 차에 올라탔다.차는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고 안에서 내린 송하나가 다시 한번 당부했다.“공 비서님, 오늘 종일 고생 많으셨어요.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끝나거든 저 혼자서도 충분히 집에 갈 수 있어요.”“네. 알겠습니다, 하나 씨.”공 비서는 공손히 대답했다.차를 몰고 떠나는 듯 보였지만 그는 곧장 한 바퀴 돌아 다시 목적지 근처에 차를 세웠다.심성빈이 귀국 전에 송하나를 살뜰히 챙기라고 신신당부했던 터라 그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심지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눈에 띄지 않게 보호 인력 두 명을 추가로 배치해둔 상태였다.그 시각, 송하나와 허지안은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메뉴를 주문하고 잠시 후 허지안이 입을 열었다.“하나 씨,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허지안이 자리를 뜨자 송하나는 휴대폰을 꺼내 배달 앱을 켰다. 이어서 꽃 한 다발에 맞춤한 케이크까지 서둘러 주문했다.그런데 주문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가게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손님, 죄송합니다. 주문하신 블루베리 케이크가 오늘 품절돼서 초콜릿 맛으로 바꿔드려도 괜찮을까요?”송하나는 잠시 고민하다 평소 허지안이 초콜릿 디저트를 즐겨 먹던 게 떠올라 친절하게 대답했다.“네, 그래 주세요.”전화를 끊자마자 허지안이 돌아왔다.자리에 앉은 그녀가 장난스러운 말투로 물었다.“하나 씨, 설마 오늘도 심 대표님 호출이에요? 유난이야, 정말.”그녀의 인상 속 송하나가 받는 전화의 십중팔구는 남자친구였다.이에 송하나도 웃으며 별다른 설명 없이 넘어갔다.식사가 반쯤 지났을 무렵, 배달 기사가 화려한 꽃다발과 예쁜 케이크를 들고 식당으로 들어섰다.“실례합니다. 허지안 씨 계신가요?”허지안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저요?”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제가 허지안인데요.”배달 기사는 꽃과 케이크를 그녀에게 건넸다.“주문하신 상품입니다. 확인 부탁드려요.”허지안은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가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난 이런 거 주문한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58화

    고여진은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지유야, 지금 네가 한 말... 다 진짜야?”고여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혹시 일부러 성빈이 감싸주려고 이러는 거야?”“아니요. 방금 한 말 전부 사실이에요.”백지유는 즉시 휴대폰을 켜 사진첩을 열어서 고여진에게 내밀었다.“보세요, 어머님. 이 사람이 제 연인이에요.”화면 속 백지유가 외국인 여성과 다정하게 붙어 있는 사진을 본 고여진은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자신이 그토록 며느리로 들이고 싶어 했던 백지유가 실은 여자를 좋아했다니.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그녀가 낮게 읊조렸다.“그랬구나...”충격과 동시에 마음 한켠으론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적어도 아들 성빈이가 지유 이 아이를 저버린 것은 아니니까.심씨 가문이 백씨 가문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지은 게 아니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고여진의 가슴을 짓누르던 죄책감과 당혹감이 서서히 흩어졌다.그때 백지유가 휴대폰을 거두며 나직이 물었다.“어머님, 성빈 씨가 저희 관계에 대해 집안에 한마디도 얘기한 적 없었나요?”이에 고여진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그래. 아무 말도 없었어.”백지유의 눈가에 짙은 감동이 스쳤다.심성빈은 참 좋은 사람이었다.집안 어른들에게 혹독한 가법을 당하면서까지도 자신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준 채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니.‘내가 남자 좋아했으면 무조건 성빈 씨한테 마음 빼앗겼을 거야.’“어머님, 성빈 씨는 정말 의리가 있는 분이에요. 부디 더는 질책하지 말아 주세요. 제가 이번에 귀국한 것도 오해를 풀기 위해서였어요. 이제 다 밝혀졌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성빈 씨가 몸도 회복해야 하니 들어가서 방해하고 싶지 않네요. 저희 집안은 제가 직접 가서 잘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심씨 가문에 해가 가지 않도록 할 테니 안심하세요.”“그래.”고여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말했다.“지유야,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별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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