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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임셀리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0 22:28:29

도혁의 차가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 주택 단지의 오르막을 서서히 올랐다.

하나 같이 고급스러운 주택들의 가장 안쪽, 가장 높은 곳이 도혁의 본가였다.

대문마저도 웅장해 세나는 절로 기가 죽었다.

여기서 반대를 하시면 어떻게 설득하나 걱정과 긴장으로 입 안이 바싹 말랐다.

“어머니는 별 말씀 안 하실겁니다. 그러니까 긴장은 안 해도 돼요.”

차에서 내린 도혁이 세나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하지만 큰 위로는 되지 않았다.

“어서 와요.”

“안녕하세요.”

도혁의 어머니, 서애리.

나이 치고 큰 키에 잘 관리한 몸.

젊었을 때는 굉장한 미인이었을 얼굴이었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젋은 사람의 기를 죽일만큼.

도혁은 어머니의 외모를 그대로 물려 받은 듯 했다.

다만 남자이다 보니 선이 더 굵다고 해야 하나.

짙은 눈썹과 오똑한 코의 유전자가 제일 강해 보였다.

“뭘 좋아하시는 지 몰라서 꽃을 준비해 봤어요.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세나가 건네는 풍성한 꽃다발마저 초라해 보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으로 사 왔네. 고마워요.”

그 꽃다발은 어머니 서애리의 취향을 알고 있는 도혁이 주문해서 픽업해 온 것이었다.

“이리로 앉아요.”

거실의 응접 세트에 세 사람이 앉았다.

그 때를 기다렸다는 듯 사용인이 김이 올라 오는 차와 다기세트를 테이블에 조심스레 올렸다.

“곧 식사를 할 거니까.”

다관에 넣어 우려 나길 기다린 차는 녹차였다.

거실에는 쪼르륵, 차를 따르는 소리만이 있었다.

잘 우러난 차의 싱그러운 초록색에 마음이 조금 가라 앉았다.

“내 평생 소원이 우리 차회장 장가 가는 거였는데 이제 그 소원이 이루어 지려나 보네.”

차를 한 모금 마신 서애리가 세나를 물끄러미 보았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짝을 찾아 주려 일찍부터 노력했지만 아들인 도혁은 시큰둥했다.

언제나 핑계는 있었다.

아직 어려서.

아버지의 후광없이 인정받을 때까지.

아버지가 돌아 가신 후에는 조직의 안정화를 위해.

조직의 규모가 커졌을 때는 사업 확장을 위해.

그래도 제 어미 낯은 세워 주려 가라는 대로 선자리에 앉기는 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선자리에 나온 어떤 여자도 두 번은 만나지 않았다.

조직을 이끌어 가는데 힘이 되어줄 집안의 딸들과 짝이 되기를 바랐지만 그건 서애리만의 희망이었다.

그룹을 키워 가는 동안 여자 만날 기회를 놓쳐 평생 혼자 사는 건 아닌가 걱정도 많았다.

그랬던 도혁이 난데없이 결혼을 하겠다는 통보를 하고 신부를 인사 시키러 온다고 했다.

사람을 시켜 어떤 아가씨인가, 뭐 하는 집안인가 알아 오라고 했지만 도통 정보가 없었다.

도혁이 데려온 아가씨는 미인이었다.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여리여리하고 청초한 것이 남자들의 보호 본능을 절로 이끌어 낼 얼굴이었다.

얼굴은 동글하고 귀염상인데 키는 크고 늘씬하니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만난지는 얼마나 됐니."

서애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도혁에게 물었다.

"만난지는 얼마 안 됐습니다만 이 여자 놓치면 평생 결혼을 못 할 거 같아서 서두르고 싶습니다."

시선을 내리 깔고 있던 세나가 무릎위에 올려 놓은 주먹을 꽉 쥐었다.

첫 눈에 반했다에 이어 놓치고 싶지 않다까지.

거짓말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이 남자의 능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며.

"우리 차회장이 이럴 수도 있나 싶네. 아가씨 이름이..."

"오세나입니다."

"고마워요, 오세나씨."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 놓으며 서애리가 찬찬히 세나를 뜯어 보았다.

성격이 드세 보이지 않아 도혁의 머리 위에 올라설 일은 없어 보였다.

"그래, 올해 나이는?"

"네. 스물 다섯입니다."

스물 다섯이라는 말에 서애리의 눈이 동그래졌다가 원래대로 돌아 갔다.

"우리 차회장 나이는 알고 있죠?"

"어머니.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제가 이 여자 아니면 안 되는데."

"네, 알고 있습니다."

"아직 어리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나이 많은 남자 뒷바라지, 잘 할 수 있겠어요?"

어려 보이긴 했지만 이렇게나 어릴 줄은 몰랐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여자를 제 취향대로 만들려고 선택한 건가.

"어머니. 제 뒷바라지 시키려고 결혼하는 거 아닙니다."

"그래, 내가 실수했어.미안해, 차회장."

잠시 어색해진 분위기는 식사 준비가 다 됐다는 사용인의 보고에 다소 누그러졌다.

식사를 하며 결혼 장소와 날짜등 조금 더 구체적인 부분을 도혁과 서애리가 의논했다.

도혁의 호텔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내로.

그렇게 결혼은 완전하게 결정되고 세나의 부모님께 통보되었다.

*****

결혼은 오래 걸릴 것도 없었다.

예약이 꽉찬 주말 예식홀의 취소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어 금요일 오후로 날을 잡았다.

세나가 도혁에게 결혼하겠다고 약속한 지 열흘만이었다.

혼수라든가 예단같은 일반적인 과정은 모두 생략했다.

태원 그룹의 수준에 맞춰서 세나가 혼수를 해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리고 도혁 역시 몸만 오라고 했으니.

도혁이 혼자 살던 집이 신혼집이 될 예정이었다.

약속한 대로 대명 푸드는 부도 직전 살아 났다. 새로운 거래처를 두어 개 개척해 줬을 뿐인데 공장도 돌아 가기 시작했고 밀린 임금 문제도 정리되었다.

세나는 그거면 됐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아빠의 평생이 깃든 회사가 문을 닫지 않은 것만으로 됐다고.

아빠의 회사에 지불한 돈만큼 아니 그 이상의 역할을 해 내야 한다고.

태원 그룹 회장 차도혁의 개인 비서로 취직했다 생각하고 지내면 될 뿐이라고.

눈물을 참고 결심에 결심을 더했다.

동생 하준과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의 마지막 밤을 눈물로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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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의 순정   83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수업이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주는 집에서 쉬기로 했다.몸살이 났다고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온 몸에 그림처럼 울긋불긋한 도혁의 흔적들때문이었다.집에서도 목끝까지 올라오는 옷들을 입어야 해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여행에서 돌아오는 내내 세나는 잠을 잤다.집에 돌아왔을 때 도혁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세나를 침실로 데리고 가 강제로 눕힌 일이었다.차에 가득한 여행짐을 가지고 올라 와서 정리할 일이 남아 있지만 도혁이 알아서 할테니 쉬라고 했다.여기서 나오면 화 낼거야. 오빠는 너한테 화내고 싶지 않으니까 쉬고 있어.문이 열고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세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혼자 그 많은 짐들을 올리고 정리하려면 힘들텐데.하지만 온 몸이 뻐근했다.몸이 힘든 이유를 떠올리며 세나는 혼자임에도 민망했다.여러 번을 힘드냐고 물었지만 몸을 멈추지는 않았다.다리가 도혁의 어깨위에서 흔들리고, 고개가 바닥에 묻힌 채로 쿵쿵 박혔다.눈 앞에 폭죽처럼 터지던 별이 사라지고 난 후에야 몸 위에서 내려오는 도혁을 보며 끝이구나 싶었지만 옆으로 몸을 돌려 다시 시작이었다.끝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처음의 고통은 이제 기억이 나지 않았다.도혁의 숨과 손길에 발가락이 곱아 드는 것 같이 저릿한 느낌은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미쳤어, 미쳤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세나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썼다.“일어나 봐.”짐을 모두 정리한 도혁이 침실로 들어 왔다.이불밖으로 얼굴을 내밀자 도혁의 손에 들린 수건이 보였다.세나의 등을 받치고 몸을 일으킨 후 목에 수건을 대 주었다.“뭐예요?”“핫타월. 멍이 빨리 빠지라고.”핫이라고 하지만 따뜻하게 데운 수건을 세나의 목주위로 찜질을 했다.“옷 좀 벗어봐.”“왜요?”“가슴에도 해야 할 거 아니야.”“가슴은 가려지니까 안 해도 괜찮아요.”필사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에 한 발 뒤로 물러났다.“이왕 이렇게 된 거 이번 주는 푹 쉬어. 재충전하러 갔다가 몸만 상해 왔네. 충전은

  • 보스의 순정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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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의 순정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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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의 순정   80

    “오빠.”같은 단어라도 누가 부르냐에 따라서 마음이 달라지는 건가.오빠라는 두 글자가 싫을 때가 있었다.진영이 오빠라고 부를 때, 대답않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 연달아 부를 때.그 단어를 세상에서 없애 버리고 싶었다.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재영이 죽은 후 진영을 돌봐 주며 알게 된 그녀의 실체때문에 그랬다.그래서 다른 남자들처럼 그 단어에 큰 감흥이 없었다.세나가 ‘오빠’라고 부르자 도혁의 가슴 저 아래에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는 기분이었다.도혁의 호칭인 ‘여보’라든가 ‘당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연기처럼 피어 오른 아지랑이는 도혁의 가슴 전체로 퍼져 그 한 마디에 중독된 것처럼 자꾸 듣고 싶었다.“한 번 더 해 봐.”“오빠.”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도혁이 몸을 돌리자 세나가 기대고 있던 머리를 떼어 냈다.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할 틈도 없이 거칠게 입술이 붙어 왔다.“흡!”더 바짝 몸이 붙으며 도혁의 숨이 세나에게 넘어 갔다.무방비 상태로 마구 휘저어 졌다.도톰한 세나의 입술을 깨물고 연하디 연한 혀를 뽑을 듯이 빨아 당겼다.세나의 목이 저절로 꺾어 지고 고개가 젖혀졌다.도혁의 거친 숨이 세나에게로 달려 갔다. 세나는 그대로 얼어 붙은 채 도혁이 하는 대로 마구마구 삼켜질 뿐이었다.금세 두 사람의 숨이 뜨거워 졌다.서로의 혀가 강하게 휘감길 때마다 아릿하고 아찔한 감각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도혁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을 때, 세나가 도혁의 어깨를 작게 두드렸다. 고개를 틀어 입술을 떼어 냈다.“자, 잠깐만,요. 숨이…”세나가 밭은 숨을 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향긋한 복숭아 냄새가 맡아 졌다.눈꺼풀 안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다가 서서히 잦아 들었다.번들거리는 세나의 입술을 도혁이 엄지 손가락으로 쓱 닦아 냈다."오빠라는 말이 이렇게나 위험할 지 몰랐어요.숨을 진정시킨 세나가 놀란 얼굴로 도혁의 눈을 피했다.도혁도 인정했다.그 한 마디가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나 흥분시키나."자러 갈까

  • 보스의 순정   79

    여름의 끝자락이지만 산 속은 그리 덥지 않았다.그 덕에 숯불에서 고기를 굽는 것도 할 만했다.원목사이트에 그늘막을 치고 그 아래로 테이블과 의자를 옮겼다.“접시.”도혁이 말에 세나가 접시를 얼른 그 앞으로 가지고 갔다.접시 위로 먹기 좋게 자른 고기가 올려 졌다.“앉아서 먼저 먹어요. 고기 좀 올려 놓고.”세나가 테이블에 앉아 뜨거운 고기를 후후 하고 부는 모습을 도혁이 흐뭇하게 바라 보았다.여러 장 겹친 채소 위에 고기를 올려 야무지게 싼 쌈을 들고 세나가 일어 났다.“아, 하세요.”세나의 작은 손이 도혁의 입 근처로 왔다.“먼저 먹으라니까.”나오는 말과는 다르게 고기쌈을 쏙 받아 먹었다.한 덩어리의 고기를 더 익힌 후 도혁도 목장갑을 벗고 세나 옆에 앉았다.고기에 곁들여 먹는 음식들은 바로 먹을 수 있게 집에서 손질을 해서 왔다.“많이 먹어요. 고기 먹고 싶어했잖아.”“너무 맛있어요. 밤새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의지는 넘쳤지만 세나는 그리 많이 먹지 못 했다.세나가 먹고 싶다고 했던 만두도, 쫄면도 냉장고에 그대로 두고 바베큐는 정리했다.소화를 시킬 겸 관리자가 알려 준대로 비탈길 아래 계곡으로 산책을 나갔다.캠핑 사이트와 멀지 않아 쉬엄쉬엄 내려 가기 딱 좋았다.계곡으로 내려 오니 물 흐르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물에 발을 담그지 않아도 온 몸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조심.”손을 잡은 채로 도혁이 앞장 서고 세나가 뒤를 따르며 널찍한 바위를 찾아 앉았다.적당한 그늘과 바람, 물 소리.도시에서는 느껴 보지 못 하는 것들 투성이였다.“물이 어쩜 이렇게 깨끗할 수가 있죠? 너무 투명해요.”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라 세나는 모든 것들이 신기했다.“여름 방학 때 바다는 가 봤는데 계곡은 처음이에요. 조용하고 시원하고. 공기마저 깨끗하고.”매미 우는 소리에 세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섞여 들었다.“바다도 좋지만 산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생각을 정리하기도 좋고. 마음을 가라 앉히기도 좋고.”아무도

  • 보스의 순정   78

    주말인데도 도혁과 세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 났다.새벽 5시.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최근에 구입한 캠핑카는 전 날 운전 기사가 와서 청수 탱크를 채우고 배터리도 완충해 두었다.차는 바로 떠날 준비가 되었는데 1박 2일동안 해 먹을 음식을 준비하느라 세나가 바빴다.바로 먹을 수 있는 완전 조리 음식을 사면 되는데 굳이 세나는 이것 저것, 여러 가지를 쿨러에 담았다.먹고 싶은 게 많았을 테니 도혁은 말리지 않았다.전 날 퇴근하며 도혁은 샴페인을 구입해서 왔다.세나가 민석과 나윤의 결혼식 날 마셨던 것으로.샴페인이 깨질까봐 수건으로 돌돌 말아 쿨러에 넣는 것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는 끝이 났다.“어디로 가는 거예요?”“홍천.”“강원도까지요?”“2시간 정도면 갑니다. 일찍 출발했으니 천천히 가죠.”도혁이 운전을 하고 세나가 옆 자리에 앉았다.캠핑카는 2인용으로 개조한 터라 기사를 데리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둘만의 여행이니 두 사람만 가는 게 맞았다.차가 골목을 완전히 벗어나 한산한 도심을 달렸다.늘 차가 빽빽해 답답하다고 느껴지던 익숙한 풍경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세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도혁을 보았다.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큰 차를 운전하는 그의 모습은 완전한 어른의 섹시함을 갖추고 있었다.핸들을 잡고 있는 손에 불거진 푸른 핏줄, 이마를 덮은 앞머리, 오똑한 코에 올려진 선글래스까지.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혼자 상상하다 얼굴에 열이 오른 세나가 고개를 창 밖으로 돌렸다.이제 홍천까지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기만 하면 된다.“휴게소에 들러서 아침 먹고 갈까요?”“그럽시다.”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싸는 것도 모자라 세나는 유부 초밥을 만들었다.도혁을 위해 얼음을 가득 넣은 보틀에 커피까지 내려서.도혁은 두 번째 휴게소로 진입해 차를 세웠다.대형트럭용 주차장에 주차를 해 놓고 두 사람은 뒷 자리로 옮겼다.“앉아 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하느라 고생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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