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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作者: 석류좋아
박승현은 차가운 얼굴로 심소윤이 목발을 짚고 절뚝대며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걸 지켜보았다.

그는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출소 후 심소윤은 점점 더 제멋대로 굴었다.

박승현은 그녀와 잘살아 보려고 했는데 말이다.

“소윤아, 너 대체 왜 그래?”

박승현이 미간을 찌푸린 채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겨우 목걸이일 뿐이잖아? 너 정말 미쳤어?”

심소윤은 싸늘한 눈빛으로 박승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심장이 서서히 차게 식어갔다.

박승현은 그 목걸이가 심소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고 있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이유는 따지고 보면 심소윤이 그에게 그만큼 아무런 가치가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어차피 3개월 뒤면 떠날 테니 말이다.

박승현의 마음 따위 심소윤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엄마, 이기적으로 굴지 말아요.”

박유민은 박승현을 따라서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엄마는 지금 세상에 불만 가득한 아줌마 같아 보여요. 엄마라면 당연히 어른스럽고 진중해야죠.”

심소윤은 박유민의 말을 듣고 헛웃음을 치면서 되물었다.

“엄마라면 당연히 어른스럽고 진중해야 한다고? 엄마가 되면 자신의 감정 따위 완전히 무시해야 한다는 말이야?”

박유민은 그녀의 말에 말문이 막혔으나 그럼에도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심소윤을 향한 애정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경계심이 보였다.

“엄마가 계속 그러면 저는 엄마 같은 엄마는 필요 없어요.”

박유민은 코웃음을 치면서 심하나의 손을 잡았다.

“저는 하나 이모를 우리 엄마로 삼을 거예요. 하나 이모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엄마 같은 가정주부랑은 달라요!”

심소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만약 박승현과 결혼해서 박유민을 낳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지금쯤 박사가 되었을 것이다.

심소윤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공부를 포기했는데 박유민은 그녀가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그의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심소윤은 황당한 말에 기가 막혔다.

그녀가 열 달 품어 낳은 아들은 박승현의 매정한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심소윤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나는 네 엄마가 될 자격이 없지.”

박승현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심소윤, 그 말 무슨 뜻이야?”

심소윤의 눈동자에 잠깐 괴로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네 엄마 안 할래. 그러니까 너도 네가 원하는 사람을 엄마로 삼아.”

심소윤은 박유민을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앞으로 후회하지 마. 그리고 너는 몸이 약하니까 너무 과하게 놀면 안 돼...”

“저도 엄마가 우리 엄마이길 바란 적 없어요. 만약 저한테 선택권이 있었다면 저는 하나 이모를 선택했을 거예요!”

박유민은 얼굴이 빨개진 채 불같이 화를 냈다.

그는 서랍 위에 놓여있던 레고를 집어 바닥에 내팽개쳤다.

“저도 엄마한테서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요! 늙은 아줌마처럼 잔소리만 해대는데 누가 엄마를 좋아하겠어요? 우리 엄마로 살고 싶지 않다면 엄마는 앞으로 제 일에 간섭할 자격이 없어요!”

바닥이 부서진 레고로 엉망이 되었다.

심소윤은 덤덤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 아파했다.

그 레고는 박유민의 생일날 박유민과 심소윤이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함께 완성한 것이었다.

심소윤은 말을 아꼈다.

박유민이 원치 않는다면 그녀도 더 할 말이 없었다.

박유민이 원하는 것은 심하나였으니 심소윤은 그의 소원을 이뤄줄 것이다.

심하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전부 내 탓이야. 미안해, 언니. 언니가 나를 이렇게 깊게 오해한 줄 알았다면 이곳에 오지 않았을 텐데...”

“심소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박승현은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심소윤의 손목을 잡았고 그 탓에 심소윤은 손목에 통증을 느꼈다.

심소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바로 승현 씨랑 결혼한 거야.”

심소윤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거실 구석구석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승현 씨, 우리 이혼해.”

심하나를 위해 박승현은 심소윤을 망가뜨렸다.

이제 심소윤은 박승현과 박유민에게 자유를 돌려줄 것이다.

박승현은 미간을 사정없이 구기더니 별안간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다.

“너 감옥에 가더니 완전히 미쳤구나?”

박승현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그는 여전히 심소윤의 손목을 잡은 채로 거만하게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싸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결혼하고부터 지금까지 박승현은 늘 심소윤에게 냉랭했지만 그가 지금처럼 화를 내는 모습을 심소윤은 처음 보았다.

“심소윤, 여기 말고 네가 갈 데가 어디 있어?”

박승현이 섬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자꾸 이러면 네 카드를 전부 정지시킬 줄 알아. 네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할 때까지 말이야.”

심소윤은 웃음이 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사실 박승현에게 3개월 뒤 떠날 거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때 심하나가 돌연 앓는 소리를 냈고, 박승현은 급하게 심소윤의 손목을 뿌리치고 심하나를 향해 걸어갔다.

심소윤은 박승현이 갑자기 손을 뿌리치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겨우 소파를 짚어서 균형을 잡았다.

고개를 든 심소윤은 심하나가 박승현의 품에 기대 있는 걸 보았다.

“오빠, 나 다리가 너무 아파. 설마 앞으로 춤을 출 수 없게 되는 건 아니겠지?”

박승현의 걱정하는 표정을 본 심소윤은 씁쓸함을 느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쉰 뒤 입꼬리를 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이건 소리 소문 없이 박승현과 박유민의 곁에서 사라지라는 하늘의 뜻일지도 몰랐다.

그녀에게는 작별 인사를 할 기회도, 제대로 설명할 기회도 없었다.

“이혼합의서는 사람을 시켜서 작성할 테니까 승현 씨는 나랑 같이 이혼신고만 하러 가면 돼.”

심소윤은 덤덤히 말한 뒤 그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홀로 목발을 짚으며 떠났다.

절뚝거리며 멀어지는 심소윤의 야윈 뒷모습을 본 박승현의 눈동자에 어떤 감정이 스쳐 지나갔으나 그는 이내 그 감정을 억눌렀다.

“어머, 어떡해. 오해가 더 깊어졌겠어.”

심하나의 눈동자에 오만함이 차올랐지만 그녀는 이내 그것을 숨겼다.

“솔직히 말해서 여자들은 정말 예민한 것 같아. 나랑 오빠가 형제와 다름없는 사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우리는 진짜 친형제 같은 사이잖아. 게다가 나는 이미 결혼까지 했는데 말이야. 오빠, 얼른 가서 언니를 달래 줘.”

심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비록 언니가 날 밀치긴 했지만 난 아마 괜찮을 거야. 내가 워낙 튼튼하잖아. 언니처럼 연약하지 않아.”

박승현의 마음속에 다시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그는 시선을 내려뜨리면서 못마땅한 듯이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그냥 놔둬도 돼. 어차피 소윤이는 여기 말고 달리 갈 데도 없고 소란을 부릴 힘도 없으니까. 오히려 네가 걱정이지. 네 다리는 아주 소중한 다리잖아. 다치면 안 돼.”

그동안 심소윤은 심하나 때문에 여러 차례 화를 냈었다.

박승현은 가방을 사주면서 달래주면 심소윤의 화가 금방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심소윤은 달리 의지할 곳도 없고 지금은 장애까지 앓고 있으니 갈 곳도 없었다.

심소윤이 지금처럼 성질을 부리는 이유는 그가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고 아껴주기를 바라서일 것이다.

그리고 심소윤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것은 전부 그의 탓이었기 때문에 그건 앞으로 따로 보상해 주면 되었다.

박유민이 두 사람에게 다가가 심하나를 안고 말했다.

“맞아요. 하나 이모, 엄마는 원래 그래요. 엄마는 저랑 아빠가 너무 잘 챙겨줘서 버릇 없어졌어요. 며칠 지나면 순순히 돌아올 거예요.”

박유민은 바닥에 널브러진 레고들을 보며 조금 속상해했지만 이내 자신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나랑 아빠를 사랑하니까 절대 우리를 떠나지 않을 거야. 엄마는 분명히 예전처럼 홧김에 그런 말을 한 걸 거야!’

...

집 밖으로 나온 심소윤은 그제야 자신이 아무것도 챙겨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심지어 현금도 챙기지 않았다.

박승현의 말이 맞았다.

박승현이 카드를 정지시키면 장애가 있는 심소윤은 아무 데도 갈 수 없었다.

심소윤이 망연한 표정으로 목발을 짚고 길가에 서 있을 때 갑자기 등 뒤에서 매력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윤 누나.”

조금 익숙한 목소리였다. 남자는 일부러 끝음을 살짝 올린 듯했다.

심소윤은 살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차 문에 기대어 서 있었는데 검은색의 차 때문에 피부가 유독 더 하얘 보였다. 그는 은발을 뒤로 넘겼는데 머리 몇 가닥이 이마 위로 드리워져 있었고 두 눈동자는 매우 매혹적이었다.

고귀하고 우아해 보이는 남자는 심소윤을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심소윤의 다리를 힐끗 보더니 아주 살짝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차에 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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