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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ผู้เขียน: 석류좋아
심소윤은 주먹을 살짝 움켜쥐었다.

남자의 예쁜 눈과 은발을 본 그녀는 한참 뒤에야 애써 미소를 쥐어 짜냈다.

“고찬솔?”

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온몸이 피투성이인 채로 칼을 들고 자신을 위협하던 음울한 소년의 모습이 떠오르며 남자와 겹쳐 보였다.

남자는 그때보다 냉담함이 줄어들었고 분위기가 훨씬 더 온화하고 차분해졌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것을 아우르는 듯한 강렬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나를 기억할 줄은 몰랐는데.”

고찬솔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웃음기 어린 눈으로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네... 누나.’

심소윤은 조금 뜻밖이라고 생각했다.

결혼하기 전, 심소윤은 해외로 떠나 의학을 전공했었다.

그때 심소윤은 우연히 총을 맞고 다친 고찬솔을 만났고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를 구했었다.

그러나 고찬솔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심소윤의 목에 칼을 가져다 댔다.

당시 고찬솔은 예쁜 얼굴과 달리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으며 암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심소윤은 자기보다 동생인 그를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심하나가 돌아온 뒤 모든 것이 바뀌며 그러한 연민도 서서히 사라졌다.

그 뒤 심소윤은 급하게 귀국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승현과 결혼했다.

그리고 고찬솔은 심소윤에게 메일 하나를 보내 그녀에게 결혼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그런데 다시 만났을 때 고찬솔이 이렇게 신사답고 우아해질 줄은 몰랐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태워줄까?”

고찬솔의 목소리는 낮으면서도 허스키했다.

고찬솔은 심소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질문인데도 불구하고 심소윤은 이상하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

심소윤의 시선이 고찬솔의 차로 향했다.

그의 차는 롤스로이스였다.

심소윤은 잠깐 당황했으나 이내 고개를 숙이고 차에 탔다.

처음 해외에서 그를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고찬솔은 가난한 유학생이었고, 생활비에 쪼들려 길거리를 전전할 뻔하기도 했었다. 심소윤은 그런 그가 안쓰러워 도와주었었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오히려 그녀가 비참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심소윤은 뒷좌석에 앉아서 피식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동안 잘 지냈었나 봐. 혹시 부자라도 된 거야?”

고찬솔은 살짝 멈칫하더니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빌린 거야.”

“어?”

심소윤은 당황했다.

“나는 거래처 때문에 영산시에 온 거야. 체면을 차리려고 비싼 차랑 비싼 시계를 좀 빌렸지.”

고찬솔은 조금도 민망해하지 않고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심소윤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그녀는 뒷좌석에 앉아 고찬솔을 살펴보았다. 정장도, 명품 시계도 그에게 굉장히 잘 어울렸다. 아무리 빌린 것이라고 해도 그의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고급스러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고찬솔은 연기를 꽤 잘하는 듯했다.

거울을 통해 고찬솔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소윤은 흠칫하며 서둘러 시선을 내려뜨리면서 그의 시선을 피했다.

“누나, 그런데 누나 몸의 상처 말이야...”

고찬솔은 거울을 통해 심소윤의 상처를 훑어본 뒤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많이 아파?”

고찬솔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온화함이 느껴졌다.

“실수로 넘어져서 그래.”

심소윤은 시선을 내려뜨리면서 조금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아마 아주 추하고 초라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심소윤은 고찬솔과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굳이 그의 앞에서 안 좋은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었다.

대화가 잠깐 멈췄다. 차 안이 따뜻해서 심소윤은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

고찬솔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잠이든 심소윤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여자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고 촘촘한 속눈썹이 불안한 듯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그녀의 도도함과 화려함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고찬솔은 자신이 조사한 자료를 떠올리며 마음속에서 들끓는 살기를 억눌렀다.

가늘게 뜬 그의 두 눈에 한기가 감돌며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한참 뒤, 고찬솔은 부드럽게 심소윤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더니 심소윤이 깰까 봐 걱정되는 것처럼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 그 사람이 잘 안 돌봐줬으니까... 나를 탓하지는 말아줘...”

그들이 탄 차는 한 낯선 아파트 앞에 멈춰 섰다.

잠에서 깬 심소윤은 살짝 당황했다.

“여기는 어디야?”

“누나가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누나한테 집이 하나 필요할 것 같았어. 이 아파트는 내 친구 건데 임차인이 없어서 지금 비어 있어.”

고찬솔은 시선을 들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은근히 유혹하듯 말했다.

“그러니까 한 번 들어가 볼래?”

그 아파트에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고 채광도 좋았다.

심소윤은 주저하는 얼굴로 조용히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이런 아파트의 월세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면 우스운 일이었다. 그녀는 그동안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었다. 박승현의 회사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심지어 거래처 응대까지 전부 그녀가 맡았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그 돈은 전부 박승현의 손에 들어갔다.

심지어 심소윤은 몇 년 동안 박승현이 준 카드를 썼었는데 가끔 기분이 언짢으면 그녀의 카드를 말도 없이 정지시켜 버렸다.

그러면서 심하나에게는 동생을 챙기는 거라면서 흔쾌히 큰돈을 주었다.

심소윤은 쓴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호의는 고맙지만 나는...”

고찬솔은 마치 심소윤의 불안함과 난감함을 보아낸 것처럼 태연하게 그녀의 말허리를 끊었다.

“만약 월세가 걱정되는 거라면 일단 여기서 며칠만 지내. 월세는 급하지 않으니까 신경 안 써도 돼.”

고찬솔은 부드럽지만 거절할 수 없는 어투로 말했다.

심소윤이 계속 망설이자 고찬솔이 그녀에게 키를 건네며 말했다.

“여기 월세 엄청 싸.”

고찬솔이 금액을 얘기하자 심소윤은 조금 놀랐다.

그 정도 가격이라면 공짜로 지내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감동한 심소윤은 웃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고마워.”

“고맙긴. 그리고 말이야.”

고찬솔은 따스한 눈빛으로 심소윤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내 친구가 굉장히 유명한 이혼 전문 변호사거든. 혹시 필요하다면... 연락처를 알려줄까?”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운 말투였다.

고찬솔은 심소윤이 어쩌다가 다쳤는지를 빠르게 눈치챈 듯했다.

심소윤은 순간 코가 찡해져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가능하다면 순조롭게 이혼하고 싶었기에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결혼 후 심소윤은 휴대폰을 바꾸고 번호도 바꿔서 고찬솔과 연락할 수가 없었다.

심소윤은 자연스럽게 고찬솔의 휴대폰을 건네받은 뒤 자신의 연락처를 입력했다.

“고맙긴.”

고찬솔은 심소윤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을 보탰다.

“누나, 하루빨리 자유를 되찾길 바라.”

말을 마친 뒤 그는 그곳을 떠났다.

심소윤은 조금 의아한 얼굴로 고찬솔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왠지 모르게 고찬솔이 자신의 이혼에 굉장히 적극적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고찬솔은 박승현과 아예 모르는 사이였고, 고찬솔도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 박승현과 아무런 접점이 없을 텐데 왜 그렇게 느껴진 걸까?

심소윤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호하면서도 결연한 눈빛으로 집 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반드시 이혼할 것이다.

문밖에 있던 고찬솔은 문을 닫는 순간 눈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며 압박감을 내뿜었다.

이마 위로 드리워진 몇 가닥의 머리카락은 그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그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면서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 이번에는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야.”

그때 그 사건만 아니었다면 심소윤은 이미 그의 것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박승현은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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