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가느다란 울음소리가 방 안에 퍼지자 연주는 힘겹게 눈을 떴다. 산파의 품에 안긴 아이는 작은 손을 움켜쥔 채 울고 있었고, 연주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손을 뻗었다.
“제게…… 한 번만 안겨 주십시오.”
그러나 산파가 아이를 건네려는 순간, 굳게 잠겨 있던 별채 문이 열렸다.
민소란이 들어왔다.
그녀는 연분홍색 비단 치마를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연주가 혼수로 가져왔던 금비녀가 꽂혀 있었다. 소란은 방 안에 퍼진 피비린내에 잠시 얼굴을 찡그렸지만, 산파의 품에 안긴 아이를 발견하자 환하게 웃었다.
“아들이구나. 이리 다오.”
산파가 망설이자 소란은 손을 내민 채 눈썹을 치켜올렸다. 결국 아이는 어미의 품에 한 번도 안기지 못한 채 민소란에게 건네졌다.
연주는 침상 끝에 매달렸다.
“형님, 아이를 제게 주십시오.”
소란은 포대기를 고쳐 감싸며 아이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네 몸이 이 지경인데 어찌 아이를 안겠다는 것이냐? 그러다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큰일 아니겠니.”
“한 번만 안아 보겠습니다. 제가 낳은 아이입니다.”
“누가 네가 낳지 않았다고 하더냐?”
소란은 부드럽게 웃었지만 아이를 건네지는 않았다. 오히려 품에 더 깊숙이 끌어안으며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큰집에서 키우면 되겠구나. 아이에게는 좋은 유모도 붙여 줄 수 있고, 네가 산후조리를 하는 동안 내가 돌보면 되니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
연주는 그제야 소란이 아이를 데리러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 됩니다. 제 아이를 데려가지 마십시오.”
소란의 미소가 사라졌다.
“연주야, 내가 네 아이를 빼앗는다고 생각하니?”
그녀가 서운한 듯 눈을 내리깔자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윤겸이 들어왔다. 그는 피에 젖은 아내보다 먼저 형수의 얼굴을 살폈다.
“무슨 일입니까, 형수님?”
소란은 아이를 달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아이를 돌보겠다고 했더니 연주가 싫다는구나. 산모가 이리 위중한데 어찌 그냥 둘 수 있겠느냐.”
윤겸은 곧바로 연주를 향해 얼굴을 굳혔다.
“형수님께서 호의를 베푸시는데 어찌 그리 고집을 부리느냐?”
연주는 침상에서 내려오려다 다리가 꺾였다. 옥분이 서둘러 부축했지만, 그녀는 시녀의 팔을 붙잡은 채 남편을 올려다보았다.
“부군, 저 아이는 제 아들입니다. 아직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네 몸을 먼저 추슬러라. 형수님께서 돌보시면 될 일이다.”
“제가 어미입니다.”
연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항변하자 윤겸은 오히려 불쾌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형수님께서 아이를 돌보시겠다는데 무엇이 불만이냐? 네가 이러니 형수님께서도 마음 편히 계시지 못하는 것 아니냐.”
연주는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은 아이를 낳다가 죽어 가고 있었는데, 남편은 형수의 마음이 상한 것만 걱정하고 있었다.
소란이 아이를 안은 채 한 걸음 물러났다.
“도련님, 아이가 추워하는구나. 이만 데려가야겠어.”
윤겸이 곧바로 길을 비켰다.
연주는 침상에서 내려와 소란의 치맛자락을 붙잡으려 했지만, 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아랫배에서 다시 피가 쏟아졌고, 옥분이 비명을 지르며 그녀를 붙잡았다.
“마님!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연주는 옥분의 팔을 밀어내고 문 쪽으로 기어갔다.
“형님, 제발 아이를 돌려주십시오. 한 번만 안아 보겠습니다.”
소란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연주의 피 묻은 손이 치맛자락에 닿으려 하자 소란은 슬며시 뒤로 물러났고, 그 모습을 본 윤겸이 연주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만 추태를 보여라.”
“부군, 제발…….”
연주는 남편의 소매를 붙잡고 매달렸다.
“저를 죽이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아이만은 데려가지 마십시오.”
윤겸은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 냈다.
“아이에게 어미가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반드시 네가 키워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느냐.”
연주는 그 말을 듣고 숨을 멈췄다.
소란이 아이를 안고 문밖으로 나갔다. 윤겸은 그녀의 젖은 치맛자락을 살피며 뒤따랐고, 연주는 마지막 힘으로 문턱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윤겸은 그녀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허리를 끌어당겨 품에 깊이 안았고,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놓지 않았다.연주는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가슴이 저릿했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전생에 흘릴 수 있는 눈물은 모두 흘렸기 때문인지도 몰랐다.그때 소란이 윤겸의 귀 가까이 얼굴을 가져가며 낮게 말했다.“그런데 도련님, 동서가 사당에서 벌을 받는 동안에도 끝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지요?”“고집이 지나칩니다. 조금 더 다스려야겠습니다.”“그러다 정말 화리를 청하러 관아에 가면요?”윤겸은 잠시 침묵하다가 소란의 손등을 쓸었다.“그 전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면 됩니다.”소란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번졌다.“역시 도련님께서 제 마음을 가장 잘 아시는군요.”그녀는 윤겸의 목덜미를 감싸고 다시 입을 맞췄다. 윤겸이 그녀를 안아 들자 창호에 비친 그림자가 흔들렸고, 소란의 웃음소리가 별당 안쪽으로 멀어졌다.연주는 담장 아래에 주저앉을 뻔했다.혼례를 치른 지 며칠 되지 않았다. 자신은 남편에게 첫날밤을 거절당했고, 어머니의 유품을 빼앗겼으며, 도둑이라는 누명을 쓰고 사당에서 밤을 지새웠다.그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윤겸은 형수를 품에 안고 있었다.더구나 그들은 연주의 혼수를 차지하고, 화리를 막기 위해 그녀를 가둘 궁리까지 하고 있었다.연주는 젖은 담장에 손을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지금 별당 문을 열고 들어가 두 사람의 추문을 밝히고 싶었지만, 그 순간 사당에서 보았던 노부인의 얼굴이 떠올랐다.이 집안에서는 사실을 말하는 사람이 벌을 받았다.증거 없이 밀회를 폭로한다면 윤겸과 소란은 또다시 연주를 질투에 눈이 먼 여자로 몰아갈 것이다. 노부인은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그녀를 가두고, 친정에서는 돌아오지 말라는 편지를 한 번 더 보낼 것이다.연주는 별당에서 시선을 거두었다.그녀가 돌아온 것은 그들에게 다시 짓밟히기 위해서가 아니었다.신방에 돌아오자 옥분이 급히 다가왔다. 연주의 치맛자락은 빗물에 젖어 있었고, 손바닥
전생에 자신이 남편에게 손을 내밀면 윤겸은 형수에게 예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매몰차게 뿌리쳤다. 그런데 지금 그는 형수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마치 오랫동안 기다린 정인을 만난 사람처럼 그녀를 품에 안고 있었다.별당 안에서 비단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연주는 담장 아래로 몸을 낮췄다. 창호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고, 윤겸이 소란의 어깨를 감싸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는 모습이 보였다. 소란은 그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 무언가 속삭였으며, 잠시 뒤 두 그림자의 얼굴이 겹쳐졌다.연주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그 순간 자신이 왜 혼례 첫날밤부터 버림받았는지, 남편이 어째서 형수의 처소에서 밤을 보내고도 조금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윤겸은 형수를 아끼는 것이 아니었다.그는 형수를 여인으로 품고 있었다.“연주는 어찌하고 오셨어요?”소란의 목소리가 창호 너머로 흘러나왔다. 윤겸은 그녀의 허리를 놓지 않은 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제 방에서 자고 있겠지요. 그 계집은 요즘 화리니 혼수니 하며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습니다.”소란이 낮게 웃었다.“동서가 아직 어린 탓이지요. 남편의 마음이 제게 있다는 사실을 알면 상처받을 텐데, 어찌 그리 눈치가 없는지 모르겠어요.”윤겸은 소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녀의 머리에 꽂힌 봉황 금비녀가 등잔불을 받아 반짝였다. 연주의 어머니가 혼례를 앞두고 남겨 준 바로 그 비녀였다.“그 비녀가 형수님께 훨씬 잘 어울립니다.”윤겸이 비녀를 뽑아 들자 소란은 고개를 기울였다. 그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다시 비녀를 꽂아 주었으며, 소란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살피다가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동서가 이 비녀를 돌려 달라고 한다지요?”“그깟 장신구 하나에 욕심을 부리더군요. 제 형수님께 드린 것이 그리도 아까운 모양입니다.”“어머니의 유품이라니 아까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게는 이것이 더 잘 어울리잖아요.”소란이 장난스럽게 웃자 윤겸은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형수
시집간 여인은 시댁의 법도를 따라야 한다. 사소한 일로 혼맥을 흔들 생각은 버려라. 강씨 집안의 며느리로서 분수를 지키고, 다시는 친정으로 돌아오겠다는 말을 꺼내지 말라.연주는 편지를 끝까지 읽었다. 그 아래에는 혼수와 관련된 다툼을 집안 밖으로 알리지 말라는 당부까지 적혀 있었다.옥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대감마님께서 뭐라 하셨습니까?”연주는 편지를 접어 서안 위에 놓았다.“돌아오지 말라 하시는구나.”시녀의 얼굴이 굳었다. 연주는 편지를 불태우지 않고 혼수 문서가 든 궤짝에 넣었다. 친정이 자신을 거절했다는 사실 역시 남겨 두어야 했다.그녀는 궤짝을 잠그고 한동안 열쇠를 손에 쥐고 있었다. 시댁에서는 혼수를 빼앗고, 친정에서는 돌아오지 말라고 했다. 혼례를 치른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자신에게 남은 길은 이미 막혀 있었다.그러나 문서만큼은 아직 손에 있었다. 연주는 옥분에게 붓과 종이를 가져오게 한 뒤 빼앗긴 비녀, 누명을 쓴 옥장식, 사당에서 본 하녀의 신발 모양, 친정에 편지를 보낸 날짜를 한 장에 정리했다.“마님, 이것을 모두 적어 두시면 혹시 들키지 않겠습니까?”“그러니 아무도 찾지 못할 곳에 두어야지.”연주는 종이를 반듯하게 접어 혼수 궤짝의 안감 아래에 넣었다. 그곳은 전생에도 누구도 들추지 않았던 자리였다.그날 밤, 연주는 처음으로 옥분에게 강씨 집안의 문과 회랑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물었다. 신방에서 큰마님 처소까지 가는 길, 사당으로 통하는 뒷길, 하인들이 물을 길어 나르는 시간까지 하나씩 확인했다.옥분은 의아해하면서도 아는 만큼 대답했다. 연주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전생에 보지 못했던 집안의 구조를 머릿속에 그렸다.누명을 벗으려면 누가 자신의 방에 들어왔는지 알아야 했다. 그러려면 먼저 사람들이 언제, 어디로 움직이는지 살펴야 했다.***며칠째 비가 내리던 밤이었다.연주는 잠들지 못한 채 창호 곁에 앉아 있었다. 사당에서 밤새 벌을 받은 뒤부터 무릎을 굽힐 때마다 통증이 올라왔고, 찬 기운이 스미는 밤이면 그
연주는 문틈으로 보이는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소란의 곁에는 다른 사람도 서 있었다. 긴 그림자 하나가 기둥 아래로 뻗어 있었고, 비에 젖은 돌바닥에는 남자의 검은 신발이 보였다.그 신발은 강윤겸의 것이었다.연주는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았다. 바깥에서 윤겸이 소란에게 돌아가자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 목소리는 연주에게 향하지 않았다.“부군, 제가 이 안에 있습니다.”그림자가 멈췄다.연주는 문에 이마를 대지 않았다. 대신 빗장이 걸린 높이를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물건을 훔치지 않았습니다. 제 말을 한 번이라도 들어 보실 생각이 있으십니까?”윤겸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소란이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는 기척이 들린 뒤에야, 그는 잘못을 인정하면 아침에 나오게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연주는 문고리에서 손을 뗐다.“그렇다면 내일 아침까지 이곳에 있겠습니다. 하지 않은 일을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바깥에서 윤겸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소란은 잠시 더 머물렀지만, 이내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고집을 꺾지 않으면 오래 고생할 것이라고 말하고 돌아섰다.연주는 사당의 위패를 바라보았다. 전생에는 남편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했을 것이다. 그가 형수의 손을 잡고 돌아가더라도 자신에게 한마디 건넸다는 이유로 밤새 그 말을 곱씹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그녀는 위패 아래에 놓인 작은 등잔을 가까이 끌어왔다. 남은 기름이 많지 않았지만, 불빛이 닿는 동안 소매 속 천 조각을 다시 펼쳐 보았다. 붉은 실 한 올과 닳은 신발 뒤축, 주머니가 발견된 위치를 잊지 않으려 머릿속에 되풀이했다.새벽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무릎이 부어 다리를 펴기도 어려웠다. 연주는 기둥을 붙잡고 몸을 일으키려다가 다시 주저앉았고, 한참 동안 숨을 고른 뒤에야 벽에 기대어 앉을 수 있었다.그때 사당 문밖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마님.”옥분이었다.연주는 급히 몸을 돌렸다. 문 아래로 손바닥만 한 보자기가 밀려 들어왔고, 그 안에는 마른 떡 두 개와
“형수님의 물건을 가져간 것이냐?”연주는 남편의 손에 들린 옥장식을 바라보았다.“아닙니다. 제 방에 누군가 숨겨 두었습니다.”윤겸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어제 형수님께 비녀를 빼앗겼다고 앙심을 품은 것이 아니냐? 네가 직접 가져가지 않았다면 어찌 네 침상 아래에서 나왔겠느냐?”연주는 한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부군께서는 제가 훔쳤다는 증거보다 형수님께서 저를 의심하신다는 사실을 더 믿으시는군요.”“또 형수님을 탓할 셈이냐?”윤겸이 다가와 팔을 잡으려 하자 연주는 한 걸음 물러섰다. 소란은 그 사이에 끼어들어 자신은 연주를 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노부인은 이미 하인들에게 사당 문을 열라고 명하고 있었다.“조상님 앞에 앉혀 놓으면 진실을 말하겠지. 오늘 밤은 사당에서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게 하라.”옥분이 연주 앞에 무릎을 꿇었다.“노마님, 우리 마님께서는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어젯밤 제가 곁을 지켰고, 오늘 아침에도 방을 비우지 않았습니다.”노부인은 옥분을 내려다보며 시녀까지 주인을 닮아 입이 거칠다고 꾸짖었다. 하인이 옥분의 팔을 붙잡자 연주는 급히 시녀를 자신의 뒤로 물렸다.“옥분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저를 벌하실 생각이라면 저에게만 물으십시오.”소란이 그 말을 듣고 연주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더니 노부인에게 새 며느리가 스스로 잘못을 깨닫겠다고 하니 시녀까지 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연주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소란은 이미 자신이 무릎을 꿇게 될 자리를 정해 놓았고, 윤겸은 그 곁에서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있었다.***사당은 집안의 가장 북쪽에 있었다.돌계단에는 밤새 내린 이슬이 남아 있었고, 문을 열자 오래된 향냄새와 눅눅한 나무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연주는 조상의 위패 앞에 무릎을 꿇으라는 명을 받았다. 작은 등잔 하나만 남겨 둔 채 하인들이 물러나자, 무거운 문이 닫히고 바깥에서 빗장이 걸렸다.연주는 차가운 바닥에 앉아 한동안 문을 바라보았다. 신방에 갇혔던 첫날밤과 다를 것
“어머니, 제 탓입니다. 동서가 그리 아끼는 물건인 줄 알았다면 탐내지 않았을 것입니다.”말과 달리 그녀는 비녀를 빼지 않았다. 오히려 노부인이 자신을 두둔하자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했다.연주는 소란의 머리 위에서 흔들리는 홍옥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비녀를 빼앗긴 일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이 집안에서 사실을 말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해졌다는 점이었다.노부인은 연주에게 사과를 명했다. 연주가 끝내 머뭇거리자 옥분을 처소 밖으로 내보내고, 새 며느리의 버릇을 고치려면 곁의 시녀부터 바꿔야겠다고 말했다.그제야 연주는 몸을 깊이 숙였다.“제 언행이 경솔했습니다. 형수님께서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소란이 다가와 그녀를 일으켜 주는 척 팔을 잡았다. 그러나 손가락은 멍든 손목을 정확히 눌렀고, 연주가 통증을 참으며 고개를 들자 소란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낮게 속삭였다.“동서, 그리 애쓰지 않아도 돼. 네가 이 집에서 무엇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으니?”연주는 손목을 빼지 않았다. 소란이 먼저 놓을 때까지 기다린 뒤 소매를 정리했고, 노부인의 허락을 받고서야 처소를 나섰다.회랑 끝에서 기다리던 옥분이 급히 다가왔다. 연주는 시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비녀 하나를 빼앗겼지만, 더 큰 덫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전생의 기억이 알려 주고 있었다.***다음 날 새벽, 강씨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민소란의 처소에서 귀한 옥장식 하나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하녀들은 마당을 뒤지고 창고의 문을 열어 보았으며, 노부인은 집안의 물건을 훔친 자를 찾아내라며 모든 처소를 수색하도록 명했다.연주는 옥분과 함께 아침상을 정리하고 있었다. 전날 빼앗긴 비녀를 돌려받을 방도를 생각하던 중, 갑자기 하녀 셋이 신방으로 들이닥쳐 옷장과 이불을 뒤지기 시작했다.“무슨 일이냐? 누가 내 방을 뒤지라 하였느냐?”하녀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침상 아래에 손을 넣더니 작은 비단 주머니를 꺼냈다. 연주는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