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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Author: 정대천
주서화는 신수빈의 말에 목이 막혔다. 윤서원은 그저 반신불수일 뿐 죽은 것은 아니었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정답게 몸을 섞으며 사랑을 속삭이던 사이였던 터라 이제 와서 그의 면전에서 혐오를 드러내는 말을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었다.

신수빈은 말을 끝내자마자 더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일에 불만은 없는 것 같으니 가는 내내 서방님과 함께 하거라.”

그 말에 주서화는 치를 떨었다.

“적어도… 최소한은 서원 오라버니의 침구라도 갈아주고 몸도 정리해 주어야 할 것 아닙니까!”

신수빈은 코를 가린 채 윤서원을 향한 혐오를 감추지 않았다.

“그걸 모르고 하는 말이냐? 전에 태의께서 그러셨지. 이 병증은 바람을 맞거나 체온이 떨어지면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지금 침구는 단 한 하나뿐이다. 갈아입히거나 씻기기라도 한다면 무얼 덮고 무엇을 입을 것이냐? 조금만 참거라. 경성으로 돌아가면 해결될 일이다.”

주서화는 신수빈을 바라보며 낯선 공포를 느꼈다.

“당신… 당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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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25화

    신수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도현은 조금 더 세게 그녀를 눌렀다.그녀가 낮게 신음을 흘리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지만, 그는 못 본 척한 채 여전히 그녀를 내려다봤다.“침상 위의 노리개라면, 본왕은 그녀가 오늘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누가 그녀를 속상하게 했는지 굳이 마음 쓸 필요가 없다. 그녀가 본왕에게 무엇을 바라든 신경 쓸 이유도 없지. 본왕이 원할 때면 언제 어디서든 불려와야 하고, 거절할 권리도 없다. 그저 본왕의 비위만 잘 맞춰 주면 되는 거다. 그 이상 내가 그녀를 어떻게 대하든 무슨 상관이겠느냐.”신수빈의 얼굴은 점점 핏기를 잃어 갔다.입술은 몇 번이나 떨리듯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그때 이도현이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천천히 쓸어내렸다.조금 전까지의 냉기가 거짓말이었던 듯, 그의 눈빛에는 어느새 짙고 다정한 온기가 스며들어 있었다.“헌데 내 부인이라면 다르다.”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나는 그녀를 아끼고 존중할 것이다. 때로는 억울한 일을 겪을까 두렵고, 아플까 마음이 쓰이겠지. 그녀에게 존귀함과 영광을 모두 안겨 줄 것이고, 그녀가 사랑하는 것을 함께 사랑하며, 그녀가 근심하는 일도 함께 짊어질 거다. 침상 위에서조차 내 조급함을 누르고, 가진 모든 인내를 그녀에게 내어 줄 수 있다. 영광도 치욕도 함께 나누고, 비바람 또한 대신 막아 줄 것이다. 이 생이 다할 때까지 그녀를 내 날개 아래 지켜 줄 거다.”이도현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말을 이었다.한 마디 한 마디는 부드러웠고, 그사이 그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까지 조용히 닦아 주었다.“빈아, 잘 생각해 보고 내게 대답하거라.”그 말을 끝으로 그는 몸을 빼내어 그대로 돌아섰고, 다시는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신수빈은 가슴이 미친 듯이 뛰는 걸 느꼈다.그렇게까지 거세게 심장이 요동친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였다.심지어 남자가 떠나려는 순간,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싶어졌다.하지만 끝내 축 늘어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24화

    조정의 대신들은 오늘 분위기가 유난히 무겁다는 것을 단번에 느꼈다.숨 막히는 압박감이 사람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고, 모두 불안한 눈빛으로 상석에 앉아 있는 사내를 힐끗거렸다.장자를 얻은 뒤로 그는 한결 유해졌다.조정에서도 대신들의 의견을 많이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예전처럼 냉혹하고 무정한 표정을 드러내거나 독단적으로 일을 밀어붙이는 일도 드물었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그 익숙한 압박감이 다시 돌아와 있었다.먼저 예부 시랑이 통천서원의 이번 춘시 응시생들을 위해 선처를 구하자, 각 세가 출신 대신들까지 잇달아 나서며 힘을 보탰다.바닥에는 꿇어앉은 관리들이 새까맣게 깔려 있었다.평소 같았으면 설령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상소를 기각하는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그러나 오늘의 그는 달랐다.이미 결정된 일이라며 단호하게 잘라 말했고, 오늘 구명을 청한 자들은 반년 치 녹봉을 삭감하겠다고 했다.더 떠들면 벼슬을 떼고 고향으로 돌아가, 평생 다시 조정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매서운 꾸짖음까지 이어졌다.대신들은 아직도 마용 일가가 그와 맞섰다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래서 감히 더 입을 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그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더욱 깊어졌지만, 동시에 원망 또한 짙어졌다.황좌에 앉아 있는 천자마저 숨을 죽인 채 그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대신들은 서로 얼굴만 힐끗 주고받은 채, 큰일은 짧게 보고하고 사소한 일은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그렇게 모두가 숨을 죽인 끝에 겨우 파조 시간이 되었다.이도현은 근정전에 한참이나 앉아 있었지만, 눈앞의 상주문을 펼쳐 놓고도 도무지 마음이 가지 않았다.그러다 밖에서 심복이 찾아와 무언가를 보고하자, 그는 곧장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놈들의 신원은 밝혀졌느냐? 단서는?”“없습니다. 자객들은 포위되자마자 독낭을 깨물고 자결했습니다. 샅샅이 뒤졌지만 끝내 단서 하나 찾지 못했습니다.”이도현은 잠시 말없이 있다가 손짓으로 그를 물러가게 했다.이후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근정전을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23화

    “왜지? 저건 우리 수입의 가장 큰 부분이야. 광산을 닫아 버리면 정예 병력을 무슨 돈으로 굴린단 말인가.”“자객들이 모두 자결했지만 어젯밤 암살을 실패한 것은, 신 씨가 이미 경계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분명 무언가를 눈치챈 겁니다. 그녀 곁의 고수들은 황족이 길러 낸 최정예들입니다. 이도현이 모를 리 없지요. 이도현이 광산과 장씨 가문의 연관성을 알아차리는 순간, 반드시 끝까지 파고들 겁니다. 그러면 자금의 흐름도 드러날 것이고, 사병을 길러 온 일 역시 더는 숨길 수 없게 됩니다.”장한월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갔다.무엇이 더 중요한지도 분명했다.결국 그는 이를 악문 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태후의 말이 맞았다.그 신 씨는 정말 장씨 가문의 재앙이었다.“광산은 반드시 닫아야 합니다. 그리고 주군께서는 대신 죄를 뒤집어쓸 희생양 하나를 내세우셔야 합니다. 최근 주조한 은화도 함께 경성으로 보내 사죄하십시오. 집안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가족이 몰래 사광을 캐고 있었다고 말하면서요. 일부러 요란하게 입경해 사람들이 직접 보게 해야 합니다. 주군께서 대의를 위해 친족까지 버렸다는 걸 말입니다.”장한월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낮게 물었다.“누굴 내세우라는 겐가?”검은 옷의 사내는 고개를 들어 천천히 세 글자를 내뱉었다.“적장자입니다.”장한월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그건 안 되네!”검은 옷의 사내는 오히려 웃어 보였다.“대업을 이루려는 분께서 어찌 작은 정에 얽매이십니까. 제가 모질어서 주군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헌데 큰공자께서 그간 해 온 일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런 적장자가 훗날 주군의 뜻을 이을 수 있겠습니까? 큰공자 말고도 아드님은 많습니다. 그리고 적장자 정도는 되어야 사람들이 정말로 주군께서 대의를 위해 친족까지 버렸다고 믿을 겁니다.”장한월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검은 옷의 사내는 그의 망설임을 읽은 듯 다시 입을 열었다.“주군께서 차마 손을 쓰지 못하시겠다면, 경성으로 보낸 뒤 제가 처리하겠습니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22화

    신수빈이 조용히 그의 품으로 파고들자,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이도현의 마음을 좀처럼 가라앉지 못하게 했다.가늘게 떨리는 손끝이 거리낌 없이 잠옷 안쪽으로 스며드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의 숨결을 흐트러뜨렸다.이도현은 어느새 자신의 아랫배까지내려온 그녀의 손을 붙잡은 채로 고개를 돌려 신수빈을 바라보았다.짙고 어두운 빛이 눈동자 깊숙이 스쳐 지나간 순간, 그는 몸을 뒤집어 순식간에 그녀의 위를 덮쳤다.곧이어 잠옷조차 벗겨지지 않은 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감각에 신수빈은 미처 준비할 틈도 없었다.통증이 밀려오는 순간 그녀는 멍하니 굳었다가, 이내 낮은 신음을 삼켰다.작고 고운 얼굴이 금세 괴로움에 일그러졌다.“왕야...”몸을 웅크린 채 가늘게 떨고 있는 그녀와 눈가에 맺힌 물기를 본 이도현은 결국 차마 더 몰아붙이지 못하고 조금 물러났다.그는 몸을 숙여 그녀의 속눈썹에 입을 맞추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천천히 닦아냈다.이어 뺨을 따라 내려가 붉은 입술과 새하얀 볼, 가녀린 목덜미까지 천천히 입술을 옮겼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 역시 그와 같은 열기에 잠식된 듯했다.복숭아꽃처럼 붉게 물든 얼굴, 물기 어린 흐릿한 눈빛, 그리고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부름까지.점점 더 부드럽고 애틋하게 얽혀 들었다.이도현은 그녀의 뺨을 감싸 쥔 채 쉰 목소리로 말했다.“빈아, 나를 보거라...”신수빈이 눈을 뜨자, 그의 이마에는 옅은 땀이 맺혀 있었고 두 눈은 희미하게 붉게 물들어 있었다.그녀는 손을 들어 그의 이마의 땀을 조용히 닦아 주었다.지금의 그녀는 마치 그의 손안에 완전히 붙들린 사람처럼, 손끝마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이도현은 그녀의 시선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은 채 집요하게 바라봤다.움직임은 멈추지 않았고, 그의 목소리는 쉰 숨결 속에서도 거칠고 강압적으로 그녀를 몰아세웠다.“본왕을 좋아하느냐?”“...네.”신수빈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아랫배 안쪽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타오르는 듯해 견디기 힘들었다.“직접 말하거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21화

    이도현은 맑고 투명하게 반짝이는 그 눈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느슨하게 끌어올리며 아이의 작은 발을 살며시 쥐었다.“네 어미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아이는 몸을 일으켜 보려는 듯 이불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이도현은 녀석이 품에 싫증 난 걸 알아차리고는 아이를 안아 제 가슴 위에 엎드리게 한 채, 자신은 침상에 편히 누웠다.아이는 고개를 바짝 치켜들며 그의 머리 쪽으로 기어 올라가려 애썼지만, 아직 힘이 모자랐다.이도현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버둥거리면서도 꼼짝 못 하는 아이를 보며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참 둔하군.”바로 그때, 온몸에 힘을 주고 있던 아이가 뽀드득 방귀를 뀌었다.이도현은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가슴이 들썩일 만큼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웃음소리에 아이도 신이 난 듯 까르르 웃어 댔다.“재주는 그것뿐이네.”이도현은 아이를 뒤집어 제 팔 안에 눕혀 안았다.신수빈이 목욕을 마치고 나오던 참이었다.안채 안쪽에서 들려오는 아이 웃음소리에 그녀는 곧장 걸음을 재촉했다.머리도 채 말리지 못한 채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남자의 품 안에 안긴 아이를 보자마자 웃으며 허리를 숙여 아이를 안아 들었다.“우리 아들, 이 어미가 보고 싶지 않았느냐?”이도현은 그녀가 아이를 품에 안아 드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젖은 머리카락 끝이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서늘한 감촉은 금세 멀어졌다.그는 아이를 안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물기 어린 듯 윤기 도는 눈동자, 그 안에 가득 번지는 환한 기쁨.그래, 지금 이 순간의 그녀는 진짜였다.하지만 그것은 자신 때문만이 아니었다.신수빈은 한참 동안 아이를 품에 안고 다정히 위로해주다가, 뒤에 있던 남자가 계속 말이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잠든 줄 알고 몸을 돌려 바라본 순간, 그대로 그의 짙고 깊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그 순간, 신수빈은 살짝 멈칫했다.탐색하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혼란스러운 눈빛까지, 평소의 그답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왕야, 왜 그러세요?”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20화

    신수빈은 무의식중에 그의 옷깃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취기가 오른 사람처럼 느릿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왕야께서 전에 제게 호국부인 작위를 내리시고 삼천 식읍까지 주셨잖아요. 그때 어디를 원하는지 물으셨는데... 이제야 생각났어요. 전 정양을 갖고 싶어요.”이도현은 그녀를 안은 채 계속 안쪽으로 걸어갔다.방금 전과 다를 바 없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어째서 정양이냐?”“선항족이 성을 포위했을 때 정양왕이 절 그렇게 괴롭혔잖아요. 그 사람 봉지를 제가 가져야 속이 좀 풀릴 것 같아서요.”신수빈은 술기운을 빌린 듯 어린애처럼 투정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하지만 그녀 손바닥엔 이미 얇은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이 남자가 과연 허락할지, 그녀도 확신할 수 없었다.안채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시녀들이 욕실에 물을 받아 두고 있었다.이도현은 그녀를 안은 채 곧장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그녀를 내려놓고 손을 뻗어 겉옷부터 벗기기 시작했다.안쪽 옷까지 벗기려는 순간, 신수빈이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왕야...”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서로의 속내까지 흐려 놓는 듯했다.남은 건 봄기운 어린 붉은 얼굴과 물기 어린 눈빛뿐이었다.이도현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낮게 웃음을 흘렸다.“고작 정양 하나가 너의 ‘청’이라는 말까지 들을 일이냐?”그 말에 신수빈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가 몸을 숙여 속옷 매듭을 푸는 틈을 타, 그녀는 그의 뺨에 살짝 입을 맞췄다.“고마워요, 왕야.”이도현은 그녀의 옷을 천천히 벗겨 냈다.커다란 손이 한 손에 다 들어올 듯 가는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너와 나 사이엔 그럴 필요 없다. 얼마든지 솔직해져도 된다.”그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 등 뒤 배두렁 끈을 풀어 내렸다.봄빛 같은 살결이 드러나기 직전, 신수빈은 황급히 가슴 앞 자수를 붙잡았다.봉황과 모란이 수놓인 얇은 속적삼이 미끄러져 내리는 걸 겨우 막아 낸 그녀는, 그를 밀어내며 끝내 함께 목욕하길 허락하지 않았다.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67화

    후부 내의 장부들은 모두 창란원에 모여 있었으나 신수빈은 책을 뒤적이지도 않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이 바로 분가 이후, 이십 해 가까이 이방과 삼방의 점포와 전답에서 들어온 수지 기장입니다. 옛 평양후께서 세상을 떠난 지도 십 해가 되어가죠. 그 십 해 동안은 조모님 곁을 지키던 배필 관사들이 매달, 매해의 출납을 빠짐없이 적어 두었습니다. 그중 몇몇 의복 가게들은 천하가 평정되면서 남쪽에서 진상된 촉비단과 소주 자수가 경중을 휩쓸자 진부한 양식만 내놓던 가게들은 매해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거기에 세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33화

    금자는 주먹을 쥐고 남자에게 다가갔다. 불과 몇 번의 동작만에 남자는 땅에 나가떨어졌고 청하는 재빨리 여자를 부축했다. 신수빈은 다가가 두 아이의 손을 잡아 일으키고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며 얼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여인은 신수빈이 분명 어느 대가의 귀한 부인임을 알아차리고 두 아이를 데리고 얼른 무릎을 꿇어 절을 했다. 신수빈은 그녀들을 일으켜 세웠다."어찌하여 그자와 이혼하지 않으시고 이리도 그에게 휘둘리며 고생만 하십니까?"여자는 목이 메어 답하였다. "이혼이 말이 쉽지, 친정에서도 저를 받아주지 않을 터이고 무엇보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18화

    그의 손은 왼손 호구 자리에 희미하게 남은 이자국을 천천히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것은 어젯밤, 신수빈이 자해하지 못하도록 막다가 그녀에게 물린 자국이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니 감히 그와 눈을 마주치는 자는 없었고 모두가 저절로 머리를 떨구었다.이제서야 모두는 깨달았다. 소위 고명대신, 삼족정립의 형세는 모두 허상일 뿐, 실로 생사대권을 손에 쥐고 있는 자는 줄곧 이도현 한 사람뿐이었다.검시관이 계속 시신을 살폈고 조정에는 감히 다시 입을 여는 자가 없었다.동각대학사, 내각차보라 할지라도, 그가 죽이라 하면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74화

    측근 내시는 명을 받고 물러났지만, 아직 마음속에서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왕야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평소 옷차림에 아무 관심도 없고, 조복 아니면 늘 단정한 평상복이나 갑옷뿐이던 사람이 언제부터 이런 걸 따지게 된 걸까 싶었다. 잠시 후, 여러 벌의 옷이 안으로 들여보내졌다.검은빛, 감청, 자줏빛 같은, 대개가 조정에 나갈 때 입는 색이었다. 평상복이라고 해도 눈에 띄는 색은 거의 없었다.이도현은 문득 모후가 살아있을 때 맞춰 준 한 벌의 비단 옷을 떠올렸다. 그때 그가 그 옷을 입은 모습을 본 모후는 장안에서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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