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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습관

Autor: 데이지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6-21 06:57:48

태성은 그날도 같은 시간에 움직였다.

회사의 불이 꺼지는 시각과 거의 겹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루를 끝냈다는 안도보다,

이제 어디로 갈지 이미 정해져 있다는 확신이 더 가까웠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차에 오르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어제와 비슷한 리듬으로 이어졌다.

태성은 채널을 바꾸지 않았다.

바꾸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늘어날수록 사람은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착각에 기대게 된다.

그는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았다.

경로를 입력하는 행위 자체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신 몸이 먼저 움직였다.

익숙한 신호에서 속도를 줄이고, 익숙한 골목 앞에서 방향을 틀었다.

머리는 판단하지 않았고, 몸만이 길을 기억하고 있었다.

장미 미용실의 문은 닫혀 있었지만,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이수는 창가 쪽 의자에 앉아 태블릿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도 위에는 점들이 찍혀 있었고, 점과 점을 잇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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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륜해드립니다.   258. 같은 자리

    천천히.서두르지 않는 걸음.서랍을 열었다.안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이미 준비되어 있던 물건.그는 돌아섰다.봉투를 손에 든 채, 두 사람을 바라봤다.“이 정도까지 왔으면…”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일정했다.“…이건 봐야지.”그가 봉투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툭.작은 소리.하지만 그 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게 들렸다.이수는 움직이지 않았다.시선만 내려갔다.봉투.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이미 알고 있는 종류의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그럼에도 이번에는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재촉하지도 않았다.대신 기다렸다.이수가 직접 선택하기를.이수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봉투 위에 닿았다.손끝이 잠깐 멈췄다.숨이 한 번 멎었다가 다시 이어졌다.그리고, 봉투가 열렸다.봉투가 열리는 순간, 종이는 가볍게 펼쳐졌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이수의 손끝에서 멈춘 건 종이가 아니라, 그 안에 붙잡혀 있던 장면들이었고, 눈으로 확인하는 동시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감각이 따라붙었다.첫 장을 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이 완전히 고정됐다.병실 복도.이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대신 시선만 움직였다.사진 속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그리고, 지금,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민준.시선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이수는 두 장면을 동시에 보고 있었다.“……”그녀의 입이 열리지 않았다.다음 장으로 손이 넘어갔다.병실 안. 산소호흡기.그리고, 하빈. 이수의 손이 멈췄다.이번에는 사진 때문이 아니라, 옆에 서 있는 사람 때문이었다.천천히 고개가 돌아갔다.하빈. 지금 이 자리.그리고..그날.두 장면이 겹쳤다.이수의 시선이 흔들렸다.“너…”이번에는 말이 끊기지 않았다.“…거기 있었어?”하빈은 피하지 않았다.짧은 침묵이 있었지만, 그 침묵은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응.”그 한 마디가 바로 떨어졌다.이수의 호흡이 어긋났다.사

  • 불륜해드립니다.   257. 내가 보여줄 타이밍이거든

    로비는 예상보다 조용했다.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소리가 크게 부딪히지 않는 구조였다. 발걸음과 대화가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간격으로 흩어져 있었고, 천장이 높아서인지 공기가 아래로 눌리지 않고 위로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덕분에 공간 전체가 이상할 만큼 정돈되어 있었다.이수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입구를 지나며 한 번 주변을 훑었지만, 시선이 오래 머무는 곳은 없었다. 처음부터 찾고 있는 대상은 하나였고, 그 외의 것들은 지금 중요한 정보가 아니었다.엘리베이터 앞.버튼을 누르는 손이 흔들리지 않았다.하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엘리베이터 위의 숫자를 잠시 바라봤다. 내려오는 중이라는 표시가 켜져 있었고, 숫자가 한 칸씩 줄어들고 있었다.이수는 숫자를 보지 않았다.이미 올라가야 할 층을 알고 있었고, 그 위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도착음이 울렸다.문이 열렸다.둘은 동시에 안으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 안은 더 조용했다.닫히는 문 사이로 로비의 빛이 한 줄로 들어왔다가 끊어졌고, 그 순간 공간이 완전히 분리된 것처럼 느껴졌다. 외부와의 연결이 끊긴 상태.이수는 층 버튼을 눌렀다.짧은 진동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위로.아주 일정한 속도였다.하빈이 벽에 기대지 않은 채 서 있었다.이수도 마찬가지였다.둘 다 중심을 스스로 잡고 있었다.거울처럼 반사되는 벽면에 두 사람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었지만, 한 화면 안에 들어와 있었다.이수는 그 모습을 잠깐 봤다가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말했다.“들어가면…”그녀의 말이 잠시 멈췄다.하빈이 시선을 옮겼다.이수는 이어갔다.“내가 먼저 말할게.”그 말은 순서를 정하는 것이었다.누가 먼저 움직일지, 누가 흐름을 잡을지에 대한 결정.하빈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그는 더 묻지 않았다.이수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이미 충분했다.엘리베이터가 중간에 멈추지 않고 올라갔다.층 숫자

  • 불륜해드립니다.   256. 직선

    두 사람은 말을 더 이어가지 않았다.한 번 정해진 방향은 굳이 반복해서 확인할 필요가 없었고, 같은 속도로 걷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충분한 합의처럼 작용하고 있었다. 골목을 빠져나와 큰 도로로 나섰을 때, 도시의 소음이 한 번에 밀려 들어왔지만 그 소리는 외부의 것이었고, 지금 이수의 안쪽에서 움직이고 있는 흐름과는 전혀 다른 층위에 있었다.택시를 잡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하빈이 손을 들었고, 차는 바로 멈췄다.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은 말없이 뒷좌석에 올라탔다. 목적지를 말하는 순간조차 망설임은 없었고, 기사도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차가 출발했다.창밖의 풍경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고, 유리창에 비친 두 사람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이수는 시선을 창밖에 두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고 있는 것은 그 풍경이 아니었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음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고, 그 장면 속에서 자신이 어떤 말을 하게 될지,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까지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그 예상이 정확할 필요는 없었다.중요한 건 도착한다는 사실이었다.하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위치 알고 있어?”이수는 짧게 대답했다.“응.”그녀의 말은 간단했지만, 그 안에는 확인이 끝났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민준의 사무실 위치, 건물 구조, 출입 동선까지 이미 한 번 이상 머릿속으로 정리해둔 상태였다.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방향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하빈은 더 묻지 않았다.대신 시선을 앞으로 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만나면…”그가 말을 꺼냈다가 멈췄다.이수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설득 안 해.”그녀의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 포함된 의미는 분명했다.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럴 생각 없어.”그 답변에는 합의가 있었다.이번 만남은 이해를 구하거나, 감정을 정리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끝을 내기 위한 자리였다.차는 신호에 걸려 잠시 멈췄다.빨간 불.짧은 정지였지만, 그 시간 동안

  • 불륜해드립니다.   255. 여기까지면 돼

    문을 나선 이후에도 발걸음은 바로 빨라지지 않았고, 이수는 한동안 같은 속도를 유지한 채 골목을 벗어나고 있었다. 비가 그친 뒤의 공기는 여전히 눅눅하게 남아 있었고, 바닥에 고여 있던 물이 햇빛을 받으며 느리게 말라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시선이 거기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머릿속은 정리되어 있었다.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끝내야 하는지까지.그 대신 남아 있는 건 다른 종류의 문제였다.이수는 걸음을 멈췄다.뒤에서 따라오던 하빈도 자연스럽게 멈춰 섰다.둘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유지되고 있었고, 그 거리는 의도된 것이 아니었지만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경계에 가까웠다.이수는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여기서부터는… 같이 안 가.”하빈의 걸음이 아주 미세하게 멈췄다.그는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이수는 그대로 말을 이어갔다.“이건… 내가 정리해야 되는 일이야.”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고, 감정을 섞지 않으려는 의지가 분명하게 담겨 있었다.하빈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은 동의도, 거부도 아닌 상태였다.이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하빈과 시선이 마주쳤다.“여기까지면 돼.”그녀가 말했다.“지금까지 같이 온 건… 충분해.”그 말은 고맙다는 표현처럼 들릴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선을 긋는 쪽에 가까웠다.더 들어오지 말라는 의미.하빈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눈을 내렸다가 다시 들었다.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시선은 이전보다 더 또렷해져 있었다.“그다음은.”그가 말했다.이수는 잠시 말을 멈췄다.그리고 답했다.“그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게.”그녀의 말은 완결형이었다.그 안에는 설명도, 설득도 없었다.그저 관계를 정리하려는 방식이었다.하빈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그리고 조용히 물었다.“정리하려는 거야.”이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잠시 숨을 고르고, 시선을 잠깐 피했다가 다시 맞췄다.“응.”짧은 대답이었다.“여기까지면…

  • 불륜해드립니다.   254. 무너지는 쪽

    영상은 이미 멈춰 있었지만, 그 장면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화면이 꺼진 뒤에도 그 순간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기계음이 사라진 자리에서조차 귀 안쪽에는 그 리듬이 남아 있는 듯했다. 이수는 카운터에 손을 짚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가, 결국 휴대폰을 다시 들어 같은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흔들리는 화면, 반쯤 열린 문, 그리고 그 안쪽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번에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손이 닿는 순간을 끝까지 바라봤고, 멈춰 있는 프레임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기억과 영상 사이에 있던 간격이 사라지면서, 그날의 시간은 더 이상 흐릿하지 않은 형태로 되살아났고, 그 안에서 무엇이 자신의 선택이었는지도 더 이상 분리할 수 없게 붙어 있었다.그녀는 재생을 멈추지 않았다.같은 장면을 한 번 더, 그리고 다시 한 번 반복했다.설명을 붙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망칠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였다.영상이 멈췄을 때, 이수는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손끝이 식어 있는 감각이 올라왔지만, 그 감각을 밀어내지 않았다.그 상태 그대로 받아들였다.“그날…”입 밖으로 나온 말은 작았지만 끊기지 않았다.“…내가 한 거야.”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문장이 아니었고, 변명도 아니었으며, 지금까지 계속 비껴가던 결론을 스스로 정확하게 짚어내는 방식에 가까웠다. 그날 병실 안에는 여러 조건이 있었고, 복도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으며, 선택을 밀어붙이는 말도 존재했지만, 그 모든 조건이 존재하더라도 마지막 순간에 손을 움직인 것은 결국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더 이상 부정하지 않았다.이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이번에는 장면이 아니라 감정이 올라왔다.그날 이후로 계속 미뤄왔던 것, 설명으로 덮어두고 있던 것, 구조로 해석하면서 거리를 두려 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왔고, 그 밀림을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 대신 그대로 내려앉도록 두었다.몸이 무너지는 느낌이 아니라, 중심이 아래로 가라앉는 감각에 가까웠다.그때 뒤쪽에서

  • 불륜해드립니다.   253. "장면을 믿을지, 이유를 볼지

    병실.기계.그리고 손.이수의 손이 산소호흡기 장치에 닿는 순간. 그 장면이 끝이었다.설명도 없었고, 맥락도 없었다.그렇기 때문에 더 강했다.이수는 영상이 끝날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았다.그리고 화면이 멈췄을 때,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생각보다 빨리 올라왔네.”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하빈이 말했다.“타이밍… 일부러 맞춘 거야.”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아.”그녀의 시선이 다시 자신의 기사 쪽으로 이동했다.기록.설명.그리고, 영상.두 개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이수는 조용히 말했다.“이제부터는… 사람들이 고르는 거야.”하빈이 물었다.“뭘.”이수는 잠시 생각했다.그리고 말했다.“장면을 믿을지, 아니면 이유를 볼지.”그 말은 상황을 정확히 짚고 있었다.사람들은 항상 더 단순한 쪽을 먼저 선택한다.눈에 보이는 장면.즉각적인 판단.하지만, 그 다음이 남는다.하빈은 화면을 보며 말했다.“댓글 방향 바뀐다.”이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응.”이미 알고 있는 듯한 대답이었다.하빈은 몇 개를 읽었다.“‘이건 그냥 살인 아닌가’… 이런 쪽 올라오고 있고.”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반대로… '의사 소견도 봐야 한다'이런 것도 같이 올라오고 있어.”이수는 조용히 말했다.“갈라지면… 괜찮아.”하빈이 바라봤다.이수는 말을 이어갔다.“한쪽으로 쏠리는 게 더 위험해.”그 말은 계산된 판단이었다.지금은 승부가 아니라, 균형이었다.같은 시각.민준의 사무실.그는 영상이 올라간 화면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조회 수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댓글도 붙고 있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손을 움직이지도 않았다.그 대신 화면을 계속 바라봤다.영상.단 한 장면.그리고 사람들의 반응.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이 정도면…”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확신이 담겨 있었다.“…충분하다.”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그의 시선이 옆으로 이동했다.이수의 기사.병원 기록.설

  • 불륜해드립니다.   7. 문 앞

    문 앞에 불이 켜져 있었다.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불빛이었다.간판은 작았고, 글자는 오래돼서 몇 글자가 흐릿했다.진상은 문을 바로 열지 않았다.손이 손잡이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왔다.“여기… 시끄럽진 않아요.”그가 말했다.설명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변명이었다.이수는 간판을 한 번 봤다.술집이라는 건 분명했지만, 어떤 술집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지금 이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괜찮아요.”그녀는 그렇게 말했다.들어가겠다는 뜻도, 거절하겠다는 뜻도 아닌 말.문은 그대로 닫혀 있었다.안쪽에서

  • 불륜해드립니다.   6. 오늘은 안 돼

    비는 새벽에 그쳤다가, 아침에 다시 내렸다.내리는 방식이 비슷해서 더 지쳤다.젖는 게 새롭지 않은 날이었다.이수는 카페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종이 울렸고, 안쪽 공기는 눅눅했다.커피 냄새가 평소보다 무거운 건, 아마 습기 때문일 것이다.습기는 냄새를 붙잡고 오래 놓아주지 않았다.진상은 이미 카운터 뒤에 서 있었다.오늘은 기계를 닦고 있었고, 천천히 닦는 손이 어딘가 과했다.바쁘지 않은데도 서두르는 사람처럼. 그런 날은 보통,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쉰다더니, 어떻게 왔어요?.”그가 말했다.물음이 아니라 확인이

  • 불륜해드립니다.   5. 흔들림

    아침 공기는 전날보다 무거웠다.비가 그쳤다는 사실보다, 언제든 다시 내릴 수 있다는 기척이 먼저 느껴졌다.습기는 벽에 남아 있었고, 냄새는 아직 빠지지 않았다.이수는 카페 문을 열며 잠시 멈췄다.안쪽에서 나는 소리가 어제와 달랐다.머신이 돌아가는 소리,컵이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사람의 움직임이 섞여 있었다.진상은 이미 나와 있었다.평소보다 이른 시간이었다.“오늘은 왜이렇게 일찍 왔어요?”이수가 말했다.말끝은 가볍게 올렸지만 의미를 묻지는 않았다.“잠이 안 와서요.”그는 그렇게 답했다.변명처럼 들리지 않게,

  • 불륜해드립니다.   4. 닿은 손등

    비는 밤새 그쳤다 다시 내리기를 반복했다.아침이 되자 길 위엔 물기가 남았고, 공기는 묘하게 가벼웠다.무언가 씻겨 내려간 뒤의 냄새였다.이수는 카페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종이 울렸고, 그 소리에 진상이 고개를 들었다.“일찍 왔네요.”어제와 같은 말이었다.하지만 어제와는 조금 다른 눈빛이었다.말보다 먼저 인식하는 방식.그건 습관이 아니라 선택에 가까웠다.“네.”이수는 가방을 내려놓고 앞치마를 집어 들었다.손이 앞치마 끈을 묶는 동안,진상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손을 따라갔다.손목, 손가락, 매듭.이수는 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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