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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미르 (3)

Author: 이온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9 21:30:32

양손에 불을 두른 채였다.

천우의 양쪽 귀를 앗아갈 기세였다.

탓-

이번에는 천우도 가만있지 않았다.

온몸에 힘을 모으고, 칼날에 푸른 기운을 응집시킨 채로 도약했다.

어리는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그러나 물러서지는 않았다. 냉소를 머금은 채로 공중에서 더 빨리 날아들었다.

파앙-!!!

칼과 손이 허공에서 맞붙었다.

붉은 기운과 푸른 기운이 서로 엉기며 파열음을 냈다.

휙-

어리는 다른 손도 놀리지 않았다.

천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서로 다른 색상을 띈 기운을 담아 손바닥끼리 밀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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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빛미르   작별 인사 (3)

    “그래서 어찌 되었습니까?”이도가 못내 궁금하다는 투로 물었다.옆에 함께 서 있던 백사성, 지운도 눈을 반짝이며 답을 채근하고 있었다.“그렇게 안고 난 뒤에 말입니다.”이도가 조바심을 냈다.“그렇게 그냥 끝났습니까? 붉빛미르가 그냥 끝을 냈습니까?”“그러하였습니다. 전하.”천우가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붉빛미르는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포옹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말입니다.”“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말 그대로입니다. 제가 껴안고 있던 중에 붉빛미르가 사라졌습니다.”“물빛께서 안고 계시던 품에서 말입니까?”“네. 마치 연기처럼.”천우는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투로 웅얼거렸다.“이 팔에 안겨있던 감촉이 여전히 남아있거늘…….”아쉬운 것인지, 꿈을 걷는 것 같은 몽롱함에서 벗어나려는 것인지는 몰랐다.그러나 품안 가득 다가왔던 온기, 촉감, 부드러움은 방금 있었던 일처럼 생생했다.“천우 네 말은.”잠자코 듣고 있던 백사성이 나서 말했다.“붉빛미르가 나타났고, 하늘로 돌아가겠다며 작별을 고했고, 마지막으로 한번 안아달라고 했고

  • 붉빛미르   작별 인사 (2)

    붉빛미르가 이어 말했다.“우리 두 미르는 사람들의 지혜가 늘어나 천문을 읽게 되는 순간, 더 이상의 쓸모가 없어 하늘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요?”“알고 있소.”“저는 그것이 싫어 불로 저항했던 것입니다. 왜 사람의 행보로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이해하고 싶지 않았지요. 하지만 물빛미르께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만을 바라보셨지요. 사람과 섞여 사셨고요.”머리칼을 가만히 넘기는 기척이었다.“저 또한 그것이 어떤 삶일지 궁금하여 사람의 모습으로, 여인의 모습으로 지내보기도 하였습니다만……. 여전히 저는 사람보다는 미르에 가까운 넋이었습니다. 더욱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사람은 여전히 어리석고 폭력적인 생물이지요. 그렇지만 미르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단단한 생명이기도 하고요.”“…….”“물빛미르와 여러 번 싸우면서 겨우 깨달았습니다. 나와 같은 미르가, 이토록 사력을 다해 사람을 지키려고 한다면 그것 또한 미르의 뜻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나, 붉빛미르가 일으킨 사단은 항상 울음소리와 피만을 불러왔지요.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언제부턴가 의심이 들더군요. 그래도 인정 못하고 마지막 발악으로 내가 당신을 가장 미워하던 때로 시간을 돌려 싸워보기도 하였고요.”“이포교를 숙주로 삼았을 때의 말이로군.”“네. 그리고 결국 물빛께서 저와 대등하게 맞서셨지요. 그리고 천지신명께서도 직접 답을 주셨고요.”붉빛미르의 고개가 올라갔다.

  • 붉빛미르   작별 인사 (1)

    “역시 당신이었군.”천우가 굳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붉빛미르 쪽에서 어둠 속에서 가만히 고개만 끄덕여보였다.“언젠간 찾아올 것이라고 짐작했소.”천우의 칼 쥔 손에 꽈악- 힘이 들어갔다.“당신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생각했지.”“똑똑하시네요.”“이렇게 나타나주어 고맙소. 마음 졸이며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끝을 내는 것이 나을 것이오. 나한테든, 당신에게든.”천우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산속에 잠든 물 전체가 우르릉- 대는 소리와 함께 진동했다.천우의 명에 맞추어 움직이겠다며 한껏 예기(銳氣)를 다듬는 듯했다.붉빛미르는 가만히 이쪽을 살피기만 할뿐, 손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불길이라도 내밀 줄 알았는데, 별일이었다.“어떠셨습니까?”불쑥, 붉빛미르가 그리 물었다.“뭐를 말이오?”천우가 되물었다.“붉빛미르가 나타나지 않은 지금의 조선 땅 말입니다. 물빛께서 보시기에는 이쪽의 삶이 만족스러우십니까?”“갑자기 무슨…….”“이쪽의 삶은, 시간은, 붉빛미르가 나타나지 않은 세계. 천지신명의 뜻을 받든 붉빛미르가 세상을 침범하지 않고, 천문을 읽으려는 사람들을 놔두기로 결심한 세계.

  • 붉빛미르   바라면 다시 만나니 (6)

    지운이 물었다.“서촌 말씀이십니까?”“이왕 여기까지 나온 김에 그동안 하늘 보는 거 어디까지 되었나 살펴보기도 하고 말입니다. 학사들 은자(銀子)라도 좀 챙겨줘야 닭백숙이라도 고아 먹으면서 일하지 않겠습니까?”“전하의 은덕이 하해와 같으십니다.”그렇게 4명의 사내는 순식간에 다음 행보를 정하고는 곧바로 서촌으로 옮겨갔다.“저, 전하!”어김없이 장영실이 나와 맞이했다.지난 기억보다 조금 더 피곤하지만, 눈의 생기만큼은 곱절은 더한 장영실이었다.장영실뿐 아니라, 다른 학사들도 여럿이 한자리에 있었다.밤중에 오직 장영실 혼자만 일하던 기억 때문일까. 학사들이 우글거리는 광경이 오히려 낯설게 보였다.“어, 어인 일로 옥체를 직접 행차하셨습니까?”“잠깐 볼일이 있어 암행을 나왔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한번 와 보았다. 자, 일단 이것들 좀 받고.”이도가 비단 주머니 하나를 꺼내 옆에 있던 학사에게로 건넸다.천문 연구에 지친 사기(士氣)를 채워줄 묵직한 은자 덩어리였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은자를 받아든 학사가 전원이 허리를 굽히며 감사했다.장영실이 그 학사를 가만히 불렀다.“이여립. 자네는 얼른 그것을 가지고 장터에 나가 좋은 술과 포(脯)를 사오게.”“

  • 붉빛미르   바라면 다시 만나니 (5)

    “뉘십니까?”맑은 목소리가 들렸다.여인의 목소리였다.“지나가던 길손인데, 말씀 좀 묻겠소.”천우가 의아함을 숨긴 채로 대답했다.끼익-문이 열렸다.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엇…….”놀란 천우가 저도 모르게 탄식을 냈다.어리였다.틀림없는 어리였다.호기심이 담긴 눈으로,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한 자태로 문을 열고 나와 이쪽을 보는데,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붉빛?”천우가 부지불식중에 그리 불렀다.“네?”어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외람되지만, 선비님 존함은 어찌 되십니까?”빙긋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서는 어리였다.그 바람에 천우는 뒤로 물러서며 물의 힘을 끌어올렸다. 여차하면 물보라를 일으켜 다시금 물과 불의 다툼을 재현할 작정이었다.“나, 나는…….”천우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백……. 백천우라고 하는데&he

  • 붉빛미르   바라면 다시 만나니 (4)

    “시간을 바꾸다니요?”지운이 아연한 목소리로 되물었다.“그것이 가능하다는 말씀이십니까?”“따지고 보면 미르가 존재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얘기 아니오? 필요할 때 비를 주시고, 필요할 때 불과 무력을 주시는 것도 사람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지. 그러니 시간을 바꾸는 것도 일어날 수 없지만 또 일어날 수도 있는 일 일겁니다.”“그렇다면…….”“아마 물빛미르께서 붉빛미르를 베어내시면서, 우리가 있는 시간대가 바뀌어버린 것이 아닐까. 그렇게 추측되오.”이도가 조곤조곤 읊조렸다.맑은 두 눈에 지성(至聖)의 빛이 반짝 빛났다.“나 또한 천문 연구에 돌입하면서 조금이나마 깨달은 이치가 있소.”이도의 말이 이어졌다.“시간은 일직선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고, 점과 점이 이어져 길게 이어지는 형태로 흘러가는 것이오. 다만 그것이, 점점이 이어져 끊어지지 않은 선으로 보이는 것이지.”“그 점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전하?”“우리의 선택으로 빚어진 시간이오. 모든 선택이 한데 모여 길고 긴 세계를 이루는 것이지. 물빛미르께서 한양으로 올라오기로 결심하신 선택, 저자의 사람들을 돕기로 하신 선택, 붉빛미르를 무찌르신 선택 등이 말이오.”이도가 거기까지 말하곤 천우를 흘깃거렸다.“그리고 물빛미르께서 붉빛미르를 벤 그 선택으로 시간이 뒤바뀐거요. 이미 그려진

  • 붉빛미르   집결 (1)

    푸하-차가운 물이 얼굴을 뒤덮었다.반촌 밖 한적한 개울가에 다다르자마자 거기 엎어지듯 뛰쳐나간 천우는 냅다 개울물에 머리를 박고 찬물을 한 사발은 들이켰다.이렇게 물이 주린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심한 갈증은 처음이었다. 오죽하면 개울물이 천우보고 괜찮냐고 묻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후우…… 후우……&rdqu

  • 붉빛미르   불의 속삭임 (3)

    “뭐라 하셨소?”천우가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반촌에 있던 관리를 없앴다? 내가 맞게 들은거요?”“네. 조선 땅의 역법을 연구하던 관리였습니다. 강원도 산속에 들어가 일몰, 일출 시각을 적어서 정리하고 있더군요. 그러다 한양에 자료를 제출하러 돌아왔고.”어리가 담담하게 대답했다.모골이 송연해진 천우가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없앴다는 말은… 설마 살해했다는 뜻입니까?”“……”“대답해보시오.”천우가 설마- 하는 심정으로 재촉했다.눈앞에 서 있는 여인이 무자비한 살인귀가 아니기를 바랐다. 그 순간만큼은.“그저 앞길

  • 붉빛미르   불의 속삭임 (2)

    어리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땅의 사람들이 더 이상 미르가 필요 없음을 천지신명께 증명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점진적으로, 순차적으로, 그리고 파괴적으로 그 작업은 행해지고 있지요. 착실하게.”“그게 무슨……”“사람들도 애초부터 우리를 노리고 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벌이는 일이 우연찮게도 미르를 몰아내는데 일조하고 있을 뿐이지요.

  • 붉빛미르   불의 속삭임 (1)

    일순간 죽음과도 같은 적막이 흘렀다.바람조차 놀란 것인지 밤중의 산속임에도 나뭇잎 하나 흔들리는 소리 하나 들리질 않았다. 세상 만물이 모두 이쪽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했다.“그, 그게……”천우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시오?”“지금 이 조선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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