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만복은 살림방 문턱 안에 전을 쏟았다.짤랑, 전이 바닥을 튀어 장롱 밑까지 굴러갔다. 복례는 줍지 않았다.“오늘 품삯 전부야.”“세어놓고 줘.”“숨긴 게 없다는 걸 보이려고.”“장롱 밑에 숨었네.”복례는 문밖에 세워둔 밧줄도 확인했다. 세 꾸러미 가운데 하나는 만복이 십이등루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맞혀 축축했다.“돈만 숨긴 게 아니네. 이걸 그대로 두면 썩어.”둘은 돈을 세기 전에 마당에 밧줄부터 풀어 널었다. 만복은 배가 고프다고 했고, 복례는 젖은 줄을 다 펴기 전에는 밥이 없다고 했다. 결국 두 사람은 처마 밑에서 찬 떡을 한 조각씩 씹었다.만복은 엎드려 전을 꺼냈다. 이마에 먼지가 묻고 팔이 장롱 아래에서 빠지지 않았다. 복례는 결국 장롱 한쪽을 들어주었다.돈은 밥값, 방세, 품팔이패 공동 몫으로 나뉘었다. 십이등루 외상은 만복 개인 몫이었다. 그는 입을 삐죽였지만 다시 섞지는 않았다.복례는 외상 갚는 동안 술값도 개인 몫에서 내라고 했다. 만복은 일을 마치고 마시는 한 잔까지 빼면 장정들이 자기를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그럼 장정들 술만 사. 네가 마신 잔은 네 돈으로.”“그걸 어떻게 가르오?”“잔마다 네 입술 자국을 새겨둘까?”만복은 투덜거리면서도 장부에 술 한 잔 칸을 따로 만들었다. 글씨가 비뚤어 복례가 두 번이나 다시 쓰게 했다.두 사람은 찢어진 어깨받이 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복례가 바늘을 밀면 만복이 천을 잡아당겼다. 너무 세게 당겨 바늘땀이 오므라들 때마다 복례가 손등을 때렸다.천에는 만복의 어깨 모양이 깊이 배어 있었다. 열아홉 해 전 두 사람이 처음 산 천도 같은 빛깔이었다. 그때는 한 장을 번갈아 썼고, 비 오는 날에는 젖은 쪽을 서로 떠넘기며 싸웠다.“이건 버리자.” 만복이 말했다.“아직 세 해는 더 써.”“당신이 나보다 이 천을 더 아껴.”“이 천은 거짓말 안 하잖아.”“손이 왜 이래. 나무를 꿰매?”“평생 밧줄만 잡은 손이오.”“그 손으로 남의 허리는 잘 잡았더라.”만복이
복례는 남편부터 보지 않았다.계단 아래 선 채로 초앵의 풀린 옷깃과 만복의 붉어진 손등을 차례로 보았다. 무엇이 있었느냐고 묻지 않았다. 먼저 휘장 밖 문지기에게 내려가도 된다고 했고, 구경하던 시비들에게는 각자 일을 하라고 말했다.만복이 아내에게 다가가자 복례가 계산패 꾸러미를 그쪽 가슴에 밀어붙였다.“들고 있어.”“내 말부터—”“당신 말은 돈보다 자꾸 불어나. 나중에 들어.”계산칸 상 위에 놓인 패를 한 장씩 뒤집었다. 술, 노래, 동석, 위층 방. 손가락 끝이 잠자리 패에서 잠깐 멎었지만 다시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내가 보낸 건 이것뿐인데.” 초앵이 말했다.복례가 품에서 자기 장부를 꺼냈다.“하나가 빠졌어.”말투가 거칠었다. 초앵의 어깨가 굳었다.“없는 패를 만들어내라는 뜻이면—”“사월 열이틀, 은자 한 냥.”“잠자리 값을 더 받아냈다고 생각하시는 거면 틀렸어요.”“그런 뜻 아니야. 이 사람이 그날 공동 선금을 가져갔어.”복례는 초앵이 쥔 약값표를 보았다. 자기가 몸을 팔았다고 멸시하러 온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말을 찾다가 더 거칠게 내뱉었다.“돈 받은 건 네 일이고, 돈 훔친 건 저 인간 일이야.”초앵은 눈을 가늘게 떴다가 어깨를 풀었다.“그날은 안 왔어요.”두 여자가 동시에 만복을 보았다.만복은 뜯어진 소매만 만졌다.“일꾼들 밥값으로 썼어.”“그날 품팔이패는 문씨 장례 일을 했고 밥은 상가에서 먹었어.” 복례가 말했다.“그러면 밧줄을 샀나 보지.”“밧줄 파는 사람이 나야.”만복은 더듬거리다 물을 달라고 했다. 아무도 주지 않았다.복례와 초앵은 낙조문 장터의 빈 찻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십이등루 앞에서 계속 장부를 펼치면 구경꾼이 늘어날 판이었다. 만복은 두 사람 뒤에서 장부 궤와 밧줄 꾸러미를 들었다.찻집 주인과 자리값을 흥정한 끝에 뜨거운 물 한 주전자만 놓였다.처음에는 말이 맞지 않았다. 복례는 잠자리 값을 몸값이라 불렀고, 초앵은 자기 몸은 누구에게도 팔리지 않았다며 패값이라고 고쳤다.
“무슨 빚을 어디까지 세겠다는 거야?”만복이 소매를 홱 잡아뺐다. 낡은 솔기가 부욱 뜯어졌다.초앵은 계산칸 휘장을 내렸다. 큰방의 낮 손님까지 나간 뒤였지만 뒤부엌 사람들은 계속 들락거렸다. 빈 술병이 네 병, 닦지 않은 상이 셋이었다.그는 휘장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손 하나 들어갈 만큼 틈을 남겨두고, 계산칸 안쪽의 작은 종을 자기 가까이 당겼다. 만복은 그 움직임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내가 무슨 취객이오?”“취하지 않고도 손부터 쓰잖아요.”그는 나무패를 차례로 놓았다.“술 한 상. 노래 두 곡. 동석 반 시진.”“그 뒤에 위층도 갔잖아.”“잠자리 패는 여기.”붉은 줄이 하나 그어진 패가 네모난 상 위에 놓였다.“그러니까 내가 돈 안 낸 사람처럼 말하지 말라고.”“돈 냈어요. 그날 것만.”지난겨울, 만복은 패를 손에 쥐고 이층 끝방까지 따라왔다. 초앵은 강 쪽 들창을 열어두었고,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기 전까지만 받겠다고 했다.방에 들어가기 전 그는 술을 더 마시지 않겠다는 말과 얼굴을 때리지 않겠다는 말을 만복에게 직접 받아냈다. 만복은 웃으며 그런 짓은 안 한다고 했으나, 초앵은 웃지 않고 다시 대답하게 했다.만복이 서둘러 옷고름을 당기자 그는 그 손부터 떼어냈다.“내가 풉니다.”초앵은 자기 옷을 제 속도로 열었다. 만복의 손을 원하는 곳에 가져다 놓고, 거친 손바닥이 가슴을 감쌀 때에는 몸을 기대었다. 입술이 목 아래로 내려가자 짧게 숨을 흘렸고, 치맛자락을 걷는 것도 자기가 했다.모래가 절반쯤 남았을 때 초앵이 만복을 침상으로 밀었다. 그 위에 올라앉아 속도를 골랐고, 그의 손이 허벅지를 너무 세게 누르자 손등을 쳐 힘을 늦췄다. 만복은 그날만큼은 말없이 따랐다.모래가 다 떨어진 뒤에는 초앵이 먼저 옷을 입었다. 그는 더 머물겠다는 만복에게 물 한 잔만 주고 문을 열었다.만복은 다음 날도 왔다. 초앵은 패가 없으면 이층으로 오를 수 없다고 계단에서 돌려보냈다. 사흘째에는 노래패만 샀고, 닷새째에는 돈이 없다며
혜란의 손가락이 떨어진 뒤에도 혜진의 소매에는 젖은 주름이 남았다.수레가 움직이자 혜진은 고개를 돌려 그 주름만 폈다. 대리시 보호방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도 자매가 나눈 말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보호방에서 혜진은 십오 년 전 자기 가마를 멘 사람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친정 창고 장부에 가마채 수리비가 두 번 적혀 있었고, 두 번째 돈을 받은 가마패가 낙조문 밖에서 일했다는 말을 일꾼에게 들었다. 소의는 유덕창이 감추려던 장부 사본을 품에 넣었다.그날 오후 소의는 낙조문을 나섰다.십이등루에는 열두 등 가운데 두 개만 켜져 있었다. 밤새 엎어진 술상을 치우는 때였다. 큰방 바닥에는 과일 껍질이 붙어 있었고, 뒤부엌에서는 기름 묻은 그릇이 달그락거렸다. 낮은 무대 위에서는 늙은 악사가 줄 끊어진 비파를 고치고 있었다.초앵은 휘장 뒤 계산칸에서 목을 달이는 물을 마셨다. 노래 두 곡을 연달아 부른 다음 날에는 말을 아꼈다.궤짝 위에는 늙은 스승의 약봉지가 날짜별로 묶여 있었다. 초앵은 자기 목에 쓸 감초 한 조각을 떼려다 스승 몫이 모자란 것을 보고 다시 넣었다. 대신 미지근한 물만 천천히 삼켰다.“십오 년 전 가마패를 찾습니다.”소의가 조칠의 이름을 내놓자 초앵은 대답 대신 약물부터 삼켰다.“손님 장부를 보겠다는 뜻이면 돌아가세요.”“조칠이 손님으로 온 날을 묻는 게 아닙니다.”“관청 사람들은 처음엔 늘 한 줄만 달라고 하죠.”소의는 대리시 위촉패를 꺼내지 않았다. 작은 종이에 초앵의 이름과 오늘 치 노래 품삯을 적었다.“그날 이곳에 온 사람들의 이름은 필요 없습니다. 조칠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만 묻겠습니다.”“지금 하나를 주면 내일 다른 관리가 와서 어제 무엇을 말했는지 묻겠죠.”“그때도 거절하실 수 있습니다.”초앵은 그 말을 믿는 얼굴이 아니었다. 휘장 틈으로 큰방을 보고, 잠에서 덜 깬 여자들이 모두 내려왔는지 먼저 셌다.“말씀하시는 동안 받지 못할 돈입니다. 증언 삯으로 청하겠습니다.”초앵이 종이를 가져가
밥상에 숟가락이 놓이기도 전에 정례헌 대문이 울렸다.쾅! 쾅!“부인! 형부 군졸들이 유씨 댁을 에워쌌습니다!”혜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온은 빈속에 물만 한 모금 마시고 어머니를 따라 나갔다.그들이 유씨 저택에 닿았을 때 골목은 관병과 비단 수레로 꽉 막혀 있었다. 형부 군졸들은 검은 체포패를 들었고, 대리시 조졸들은 대문 안쪽 계단을 지키고 섰다. 어느 쪽도 먼저 칼을 빼지는 않았지만 손은 모두 칼자루에 올라가 있었다.새벽부터 내린 가는 비가 군졸들의 어깨와 천 꾸러미를 고르게 적셨다. 형부 쪽에서 대문을 향해 다시 외쳤다.“형부의 명을 받았다. 유혜진을 내놓아라!”유덕창은 물품문으로 천을 빼내라 소리쳤다. 일꾼들은 붉은 비단을 든 채 앞사람 등에 부딪쳤다.“동쪽 골목으로 돌려!”“거기도 형부 사람들이 막았습니다!”“그럼 지붕으로 올려!”창고지기는 사람을 잡아가는 판에 누가 지붕에 비단을 올리느냐며 소리쳤다. 덕창은 천 한 필 값이면 네 석 달 품삯이라 맞받았다. 군졸들 사이에서도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지금 천이 문제예요?” 아완이 소리쳤다.“젖으면 네가 물어낼 테냐!”아완은 입을 벌렸다가 명산에게 목덜미를 잡혀 뒤로 물러났다. 자온은 처음 보는 동갑내기 여자아이의 목청에 놀라면서도 자기 어머니 앞을 막았다.형부 군졸이 대문 안으로 한 발 들이밀었다.“죽은 유씨 장녀를 사칭하고 관의 혼적을 어지럽힌 죄인이다.”“체포패의 이름부터 틀렸습니다.” 소의가 말했다.그는 경연 옆에서 체포패 사본을 펼쳤다. 경연은 소의를 뒤로 물리려 팔을 들었다가, 그가 팔꿈치를 툭 치자 옆으로 자리를 내주었다.“형부가 적은 이름은 유혜란으로 사칭한 유혜진입니다. 어느 혼적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까?”군졸을 이끈 관원이 대답했다.“심문하면 밝혀질 일이다.”“누구를 심문할지 모르는 채 잡아가겠다는 말이군.” 경연이 말했다.“경 소경께서 형부 집행을 막으시겠습니까?”“대리시에서 이미 출석 명을 내렸다. 먼저 온 명을 어기는 쪽이 누구인
자온은 정례헌으로 돌아오자 서재 문을 잠갔다.아침상이 문 앞에 놓였다가 점심상이 되어도 손대지 않았다. 혜란은 시비에게 저녁상은 하나만 가져오라고 했다. 자기가 문턱 밖에 앉아 같은 밥을 먹지 않자 숟가락도 두 벌 필요 없었다.서재는 가운데 뜰 동쪽에 있었다. 자온이 여섯 살 때 도언이 직접 책장을 들여놓고, 아홉 살 때는 북쪽 창 아래에 작은 화로를 놓아주었다. 혜란이 겨울마다 문풍지를 덧댄 흔적도 그대로였다. 문 하나 안에 세 사람 손이 겹쳐 있었다.문 안에서는 종이 넘기는 소리만 났다.“밥은 먹어.”대답이 없었다.“화가 나도 굶으면 배만 아파.”“어머니는 누구입니까?”혜란은 무릎 위의 손을 맞잡았다.“문을 열면 말해줄게.”“밖에서 말하십시오.”“그러면 네가 밥부터 먹겠다고 해.”“또 조건을 거십니까?”말끝이 갈라졌다. 문 안에서 숨 들이켜는 소리가 나고, 곧 소매로 입을 막는 부스럭거림이 따랐다.혜란은 방문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나는 유혜란으로 태어났어. 네 큰이모는 유혜진이고. 네가 태어났을 때는 모두 나를 유혜진이라 불렀다.”“그럼 제 어머니는 큰이모 이름을 훔친 사람입니까?”혜란의 손가락이 치맛자락을 구겼다.“처음에는 빼앗겼고, 나중에는 놓지 못했어.”“왜요?”“그 이름을 놓으면 네가 현씨 집 아들이 아니게 될까 봐.”“저를 위해서였다는 말입니까?”“처음부터 그랬다고 하면 거짓말이야. 무서워서 시키는 대로 했고, 나중에는 네가 생겨서 못 나갔어. 더 나중에는 어디로 나가야 할지도 잊었다.”“그럼 저는 어머니를 붙잡은 사람입니까?”“너는 내 아들이야. 어른들이 한 짓까지 네 등에 올리지 마.”문 안에서 무엇인가 넘어졌다. 혜란이 손잡이를 붙들었지만 열지는 않았다.현도언이 복도 끝에서 걸어왔다. 그의 뒤로 총관과 서재 문을 뜯을 목수가 따라왔다.“비켜서시오.”“기다리세요.”“내일 스승이 온다. 아이가 방 안에서 계속 이럴 수는 없소.”도언이 문고리를 잡자 혜란이 그 앞을 막았다.“문을 부수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