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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먼저 달린 사람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27.08.2026 19:30:07

경연은 답 대신 안왕부에 낼 수색 문서를 펼쳤다.

“서문 포졸이 교대하는 해 질 무렵에 보냅니다.”

“두 시진이나 남았습니다.”

“낮에는 둑 위에서 전부 보인다. 숨겨둔 사람이 있으면 우리가 가는 것을 먼저 안다.”

소의는 지도 위의 점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금연이 죽은 지 여러 날입니다. 려화가 아직 거기 있다면 두 시진도 깁니다.”

“그래서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

경연은 고환에게 수색패를 내주고 다시 문서를 보았다. 왕족 별원에 들어가려면 도장이 하나 더 필요했다. 소의는 그 절차를 알았다.

“노탁이 돌아올 때까지 이 방에 계십시오.”

소의는 닫힌 창과 문 앞의 포졸을 보았다. 경연은 자리를 내준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에게는 나가지 말라는 말부터 들렸다.

알면서도 벽에서 지도를 떼어 들었다.

“청묵재에 다녀오겠습니다.”

경연이 고개를 들었을 때 소의는 이미 문밖에 있었다.

문이 닫힌 뒤 그는 같은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붓을 들었으나 먹이 종이에 닿지 않았다.

“진소의를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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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혼서   247화. 닿지 않은 전갈

    돌아온 역졸의 말이 문 안에서 다리를 꺾었다. 역졸이 급히 고삐를 놓고 옆으로 뛰어내렸다. 마구간지기가 달려와 안장을 풀었다. 경연은 대청을 내려가려다 말이 놀라지 않도록 걸음을 멈췄다.“어디까지 갔소?”“북쪽 다리 앞까지입니다. 수레는 못 건넙니다.”연경을 떠난 지 나흘째였다. 정주로 먼저 보낸 전갈이 어디까지 갔는지 확인하려 했는데 다음 역참에서 돌아올 답도 늦었다. 경연은 역졸이 숨을 고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물었다.“다리가 끊겼소?”“교각을 고치는 중입니다. 어젯밤 물이 불어서 임시 널판도 걷었습니다.”역졸의 신과 바짓단은 무릎까지 젖어 있었다. 그는 전갈을 지닌 사람이 다리를 건넜는지는 그곳에서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건너편 역참에서 올 사람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이 전부였다.경연은 마당 끝의 호위를 불렀다.“말을 바꾸어 다녀오시오. 건너편에서 누구라도 만나—”호위가 허리띠를 당겨 매는 것을 보던 소의가 고개를 들었다. 밤길을 갈 준비였다. 대청 밖에는 벌써 그림자가 길게 내려와 있었다.“이분도 다리 앞에서 돌아오셨는데요.”경연의 말이 끊겼다. 호위는 명령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연은 그 얼굴을 보았다. 피곤한지 아닌지, 길을 아는지 묻지도 않았다. 답이 늦는 불안을 다른 사람에게 길을 건너라는 말로 내보내고 있었다.“오늘 밤에는 가지 마시오.”그가 고쳐 말했다.“내가 서둘렀소. 말도 사람도 쉬게 하시오.”호위가 준비하던 손을 내렸다. 경연은 다시 역졸에게 다리의 위치와 우회로를 물었다. 이번에는 대청에 앉게 하고 물부터 건넸다.*동쪽 옛길을 아는 수레꾼이 마당 흙바닥에 길을 그렸다. 소의는 두 갈래가 갈리는 곳에 돌멩이를 놓았다. 다리가 마르기를 기다리면 언제 건널지 몰랐고, 옛길로 돌면 바퀴를 밀어야 하는 비탈이 있었다. 작은 수레는 갈 수 있지만 짐이 많으면 해가 진 뒤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소의는 마부에게 바퀴와 말 상태를 물었다. 경연이 묻던 것보다 사소한 일이었으나, 마부는 그제야 어제부터 한

  • 붉은 혼서   246화. 역참에서 남은 저녁

    서쪽 숙소의 문을 여니 젖은 이불 냄새가 났다. 들보 아래로 여행자들의 옷이 걸려 있었고, 구석에서는 아이 하나가 기침을 했다. 소의는 문 앞에서 멈췄다. 방을 비워달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안쪽의 여자가 아이를 끌어안았다.역참을 맡은 사람이 뒤늦게 따라왔다.“말을 바꿔드려야 하는데 들어올 말이 늦었습니다. 저분들은 낮에 떠날 줄 알았지요.”경연은 열린 방문을 닫았다. 비우라고 할 생각은 없었으나 그가 관복을 입고 서 있는 것만으로 안쪽이 조용해졌다. 그는 길을 막지 않게 옆으로 비켰다.소의가 남은 곳을 물었다. 마당 뒤에 작은 방이 하나 있고, 서리는 바깥 숙소에 다른 여행자와 함께 묵을 수 있다고 했다. 호위는 교대로 마구간 곁에서 쉬기로 했다. 담당 서리는 기록함을 직접 챙겨 바깥채로 갔다.경연은 소의를 따로 불렀다.“내가 밖에서 자면 되오.”그녀는 뒤쪽 방의 문을 열어보았다. 좁지만 바닥은 말라 있었다. 안에서 걸 수 있는 빗장도 있었다.“같이 쓰면 안 돼요?”경연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소의가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들었다.“불편해서 물으신 거면 저는 괜찮아요.”그는 그제야 들어가자고 했다.*경연은 침구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소의는 가방을 풀다 그의 시선을 보고 이유를 알았다. 겉으로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접힌 이불 끝을 손으로 만지지도 않았다.집에서는 그가 늘 깨끗한 천을 곁에 두었다. 남이 마신 잔을 섞지 않았고, 조금만 먼지가 앉아도 옷을 갈아입었다. 여행길에 그런 것을 모두 갖출 수 없다는 것은 경연 자신도 알았다. 그래서 더 말하지 못하는 듯했다.소의는 챙겨온 얇은 천을 바닥에 폈다. 그 위에 자기 담요를 펼치고, 베개는 깨끗한 수건으로 감쌌다.“이건 제가 빨아둔 거예요.”경연은 그녀의 손을 봤다. 당연히 자신이 깔고 잘 몫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망설임 없이 그의 쪽까지 폈다.“그대 덮을 것이 모자라오.”“안에서 같이 덮으면 돼요. 겉옷도 있고요.”그녀는 태연하게 말하고 나서야 잠깐 귀가 붉어졌다. 경연

  • 붉은 혼서   245화. 혼자 먼저 가지 않는 길

    대문 자물쇠의 고리가 끝까지 들어가지 않았다. 소의는 문짝을 조금 들어 올려 맞춘 뒤 자물쇠를 잠갔다. 새집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느 쪽이 처지는지 이제 알게 됐는데, 벌써 오래 비우게 되었다.곡우가 열쇠를 받아 소매 안에 넣었다.“걱정 마세요. 제가 가끔 와서 볼게요.”소의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한 번 더 눌렀다. 안쪽 선반에 경연의 찻잔을 두고 나왔다. 가져갈까 물었더니 그가 돌아와 쓸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이 좋아서 자신도 평소 쓰던 잔을 곁에 놓았다.골목 끝에서 수레가 기다리고 있었다.북방 출장의 승인은 전날 내려왔다. 시승이 배정한 서리가 제5혼서 관련 진술과 제출 자료를 따로 맡았고, 소의는 문서 참고인으로 동행했다. 경연의 개인 짐과 공무에 필요한 물품도 구별했다. 그녀는 자기 노자를 넣은 주머니를 가방 안쪽에 다시 밀어 넣었다.경연은 수레 옆에서 기다리다가 손을 내밀었다. 소의가 발판을 밟자 바퀴가 조금 움직였다. 그가 허리를 받쳐주었다.“괜찮아요.”소의가 말했지만 그의 손은 그녀가 안에 앉은 뒤에야 떨어졌다.*삭풍문 앞에는 숯을 실은 수레가 길게 늘어섰다. 말들이 입김을 뿜고 땅을 긁었다. 경연은 말 위에서 통행 확인을 기다렸고, 소의는 창을 조금 열어 성벽 위를 보았다. 연경을 이렇게 멀리 떠나는 일은 오래간만이었다. 곡우가 창에 걸어준 작은 주머니가 흔들릴 때마다 말린 대추가 부딪쳤다.성문을 지나자 길이 넓어졌다. 담과 처마에 가려 있던 하늘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소의는 잠시 밖을 보다가 안쪽으로 앉았다.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다.경연의 말발굽 소리는 처음에는 창 옆에서 들렸다. 그러다 조금씩 멀어졌다. 마부가 속도를 맞추려 채찍을 들자 수레가 돌을 넘어 크게 흔들렸다. 소의는 문서함을 붙잡느라 어깨를 벽에 부딪쳤다.밖에서 경연이 멈추라는 말을 했다.그는 말에서 내려 창을 들여다봤다.“다쳤소?”“아니요. 함이 넘어질 뻔했어요.”경연은 문서함과 그녀의 어깨를 번갈아 보았다. 먼저 역참에 가서 말과

  • 붉은 혼서   244화. 묻지 못한 사람

    문 안에서 걸상을 끄는 소리가 났다. 소의는 한 발 물러나 기다렸다. 왕부에 청원을 전했던 사람이 알려준 거처였다. 갈충의 딸이 잠시 머무는 곳이라 했지만, 낮에도 창이 닫혀 있어 사람이 없는 집처럼 보였다.문이 손바닥만큼 열렸다.“관가에서 왔소?”소의는 대리시에 제출된 청원을 보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뒤에 선 경연은 소개하되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면담 기록을 맡은 서리는 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여인은 경연의 옷차림을 훑어봤다. 소의를 보며 열렸던 문이 조금 좁아졌다.“잡아가려는 게 아니면 왜 여러 사람이 왔소.”“오늘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디서 누구와 이야기하실지 먼저 여쭈러 왔어요.”갈씨는 문고리를 놓지 않았다. 자기 아버지 이름을 올리면 오래된 혼서만 확인하고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대리시까지 일이 넘어갔다. 자식들은 왜 굳이 묻힌 일을 꺼냈느냐고 했고, 그녀도 밤이 되면 그 말이 옳았나 생각했다.경연이 말했다.“고월낭을 직접 아십니까?”소의가 그를 돌아봤다. 갈씨는 곧바로 문을 당겼다.“나는 지금 그 이름을 말한 적 없소.”“서류에—”문이 닫혔다. 빗장이 들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났다.경연은 문 앞에 선 채 입을 다물었다. 어렵게 찾아낸 사람이 또 말을 거두려 한다는 생각에 손이 먼저 문으로 향했다. 소의가 그 손목을 잡았다. 세게 잡지 않았는데도 그는 멈췄다.안에서 갈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 아버지는 사람을 숨겨 돈 번 사람이 아니오. 우리 애들은 아무것도 몰라요.”경연은 그 말을 듣고 손을 내렸다. 자신은 한 사람의 행방을 물었지만 상대에게는 가족의 죄를 캐러 온 관원으로 보였다. 알고 있던 일을 막상 문 앞에 서니 잊었다.그는 한 걸음 물러났다.“서둘러 물었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안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소의는 문 가까이 가되 두드리지 않았다.“청원 때문에 곧바로 가족을 잡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앞으로 무엇을 확인할지는 숨기지 않고 말씀드릴게요. 원하시면 오늘은 돌아가

  • 붉은 혼서   243화. 배씨 집의 약속

    경연의 이복누이 명주는 왼쪽 귀고리를 빼놓고 오른쪽 것만 단 채 앉아 있었다. 춘초가 두 번이나 알려주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탁자 위에는 혼처에서 보냈다는 비단이 놓여 있었다. 빛깔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더 성가셨다.소의가 들어오자 명주는 남은 귀고리마저 뺐다.“이거 가져가고 혼인은 안 해도 될까요?”“돌려달라고 하지 않을까요?”“그러겠죠.”명주는 비단을 밀어놓았다. 웃어넘기려고 꺼낸 말인데 소의가 진지하게 대답하니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았다. 오늘 소의를 부른 것은 대신 거절해달라고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혼담을 듣고도 자신이 또 괜한 고집을 부리는 것인지 확인받고 싶었다.방여운은 조금 늦게 들어왔다. 소의에게 자리를 권한 뒤 딸 앞으로 종이를 놓았다.“저쪽에서 북방 일로 집안이 소란해질까 염려한단다.”명주는 종이를 펼치지 않았다.“그럼 혼담을 거두면 되잖아요.”“네 오라비 일을 들춰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면 된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보기도 전에 다 막을 필요는 없지 않으냐.”명주는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도 이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도 한 번 만나보라는 말이 붙었다. 좋은 집의 혼처를 놓치면 딸이 나중에 원망할까 걱정해서일 것이다. 그 걱정 속에 자신이 싫어하는 까닭은 좀처럼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나중에 관청에서 물어도 모른다고 하라는 건가요?”“그런 데까지 적힌 것은 아니다.”“저는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어요. 그러니 약속 못 해요.”여운은 딸의 손을 보았다. 명주는 무릎 위에서 손가락을 꼬고 있었다. 평소에는 남의 말꼬리를 그렇게 잘 잡으면서 자기 혼사 앞에서는 긴장해 손을 가만두지 못했다.소의는 차를 마시지 않은 채 기다렸다. 여기서 딸 대신 어머니를 설득하면 명주는 잠깐 편할지 몰랐다. 하지만 다음에도 같은 종이가 오면 소의가 있어야 했다.명주는 마침내 종이를 열었다. 한 줄씩 읽은 뒤 마지막 장을 덮었다.“어머니, 이건 제가 답할게요. 비단도 돌려보내 주세요.”여운은 한동안 말이 없었

  • 붉은 혼서   242화. 가져갈 겨울옷

    곡우는 받아둔 의뢰를 세다가 세 번째 묶음을 다시 풀었다. 남편에게 보낼 서찰과 관아에 낼 소장이 같은 끈에 묶여 있었다. 소의가 밤마다 원고를 가져가 마무리하다 보니 돌려놓는 자리가 달라진 것이었다.“아씨, 이것까지 제가 대신 쓰는 건 아니죠?”소의는 얼른 손을 내밀었다.“그건 오늘 끝낼 거야. 부탁한 날이 다르니까 따로 묶어줘.”곡우는 콧등을 찡그리며 끈을 풀었다. 북방에 같이 가면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잠깐 생각했었다. 경연과 소의 둘만 먼 길을 간다는 것이 섭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이 쌓인 책상을 보니 자기가 비우고 돌아왔을 때 무엇부터 수습해야 할지 먼저 보였다.“저는 여기 있을게요. 급한 소장은 새로 안 받고, 다 된 것만 찾아가게 할게요.”소의가 고개를 들었다.“가고 싶었던 거 아니야?”“가고 싶죠. 말만 들으면요. 그런데 장사도 제가 한번 맡아보고 싶어요.”곡우는 말하고 나서 괜히 종이를 두드려 맞췄다. 소의가 돌아와 엉망이라고 하면 어쩌나 싶었지만, 언제까지 옆에서 물건만 건네고 싶지도 않았다.소의는 미리 받은 돈과 남은 품삯을 구별해 적었다. 곡우에게 맡길 열쇠도 하나씩 확인했다. 서묵소원에는 사흘에 한 번 창을 열어주고, 비가 많이 오면 뒤뜰 물길만 봐달라고 부탁했다.곡우는 그제야 웃었다.“빈집 걱정은 마세요. 아씨는 제 몫까지 구경하고 오세요.”*소의가 집으로 돌아오니 고운 모직 겉옷이 앞방에 펼쳐져 있었다. 경연은 안감이 두툼한 것을 골랐다고 했다. 손을 대보니 가볍고 따뜻했다. 소의는 소매를 한번 끼워보다가 다시 벗었다.경연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마음에 들지 않소?”“예뻐요. 그런데 수레 바퀴에라도 걸리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그녀는 가져가려고 꺼내둔 옷을 보여주었다. 팔꿈치가 닳았고 옷고름 한쪽이 짧았다. 안에 솜을 조금 더 넣고 덧대면 입을 수 있었다.경연은 그 옷을 받았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데 그중 하나마저 받아주지 않는 것 같아 잠깐 서운했다. 곧 그런 생각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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