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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Penulis: 당근케익
부서로 돌아오자마자 동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쏠렸고 모두의 얼굴에 걱정과 당혹스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임설희는 어깨를 으쓱하며 가볍게 말했다.

“나, 해고당했어.”

순간, 탄식이 새어 나오고 놀란 기색과 분노가 뒤섞인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문지원은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달려오더니 소리를 높였다.

“부장님이 회사를 위해 해낸 프로젝트가 얼마나 많은데요! 지금 이 회사가 이렇게 성장한 것도 전부 부장님 덕분인데 그런 분을 이렇게 해고한다는 게 말이 돼요? 이건 진짜...”

그녀는 끝내 입 밖에 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 말을 꺼내지 않아도 이미 모두의 머릿속엔 그 표현이 또렷이 떠오르고 있었다.

동료들 모두 문지원의 말에 동의했다. 임설희가 프로젝트 부서를 맡기 전까지만 해도 회사는 지속적인 프로젝트 부족으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과감하게 체계를 정비하고 허황한 프로젝트 대신 소규모부터 착실히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외부의 신뢰를 하나씩 되찾으며 마침내 성종 그룹과의 대형 협업 계약을 따내며 회사를 단숨에 살려냈다.

그렇게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낸 주역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자리에서 잘려 나간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임설희는 문지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괜찮아. 마침 나도 좀 쉬고 싶었거든.”

“그래도 억울하잖아요!”

문지원은 입술을 삐죽이며 진심으로 분개했다.

그러자 임설희는 손을 털며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됐고, 다들 기운 내자. 오늘 저녁 내가 쏠게. 하나는 내가 해고된 걸 축하하고 또 하나는...”

그녀는 말끝을 흐리더니 그녀의 사무실에서 막 걸어 나오던 박연우에게 시선을 돌려 환한 미소를 지었다.

“또 하나는 내 가장 친한 친구 박연우 씨가 우리 부서를 공식적으로 맡게 된 걸 축하하기 위해서야. 이제 너희의 새로운 부장이 되실 분이야!”

박수를 치며 유쾌하게 분위기를 띄웠지만 직원들의 표정은 무겁기만 했다. 리더가 바뀌면 예전처럼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가 계속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임설희는 자신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5년 동안 사용해 온 공간인 만큼 짐도 꽤 많아 금세 상자 하나가 가득 찼다.

“이 커피머신은 너 줄게. 솔직히 말해서 휴게실 인스턴트커피보다 내가 이걸로 내려 마신 커피가 훨씬 맛있어.”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박연우를 바라봤고 박연우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다는 걸 알아. 임설희.’

“설희야, 내가 회장님께 말씀드려볼게. 혹시 남을 수 있으면 계속 여기서 일하자. 그럼 내가 네 곁을 챙겨줄 수 있잖아.”

“역시 세상은 돌고 도는구나. 예전엔 내가 널 챙겨줬는데 이제 네가 나를 챙겨주겠다니.”

“설희야, 난 그런 뜻이 아니라...”

“농담이야.”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나 쉬고 싶다는 말은 진심이야. 몇 년 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서 남편이 바람이라도 피우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라니까.”

그 말에 박연우는 순간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렸다.

“물론, 그 사람이 바람피울 리는 없지. 내가 이렇게 예쁜데 누가 나보다 나은 여자가 있겠어? 그렇지?”

“그, 그렇지...”

박연우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참, 내일 너 가서 계약서 사인해야 하지? 내가 이 프로젝트 정리해서 인수인계해 줄게.”

그러자 박연우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물었다.

“설희야, 혹시 해고당했다고 일부러 정보 잘못 알려줘서 나 계약 못 하게 하려는 건 아니지?”

임설희는 장난스럽게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남이었으면 그랬을지도. 근데 넌 내 가장 친한 친구잖아. 우리가 서로 배신하지 않기로 맹세했었지. 그래서 난 그러지 않을 거야. 그러는 넌, 혹시 나한테 미안할 일 한 적 없지?”

박연우는 살짝 입술을 깨물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당연하지.”

임설희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짧게 말했다.

“그래. 너도 그럴 거라 믿어.”

오후가 되자 임설희는 백화점에 들러 옷을 몇 벌 사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며 화사하게 단장을 마쳤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굵은 웨이브를 늘어뜨린 채 선글라스를 쓰고 저녁 모임 장소인 호텔에 도착했을 땐, 지나가던 사람들이 줄줄이 돌아봤고 그중 몇몇은 그녀를 보고 속삭였다.

“연예인 아냐?”

룸에 들어서자 이미 모든 팀원들이 도착해 있었고 그녀를 본 순간 다들 눈을 휘둥그레 떴다.

“부장님, 평소에 화장도 안 하고 맨날 무채색 정장만 입으신 이유가 있었네요. 우리가 너무 멋져서 일에 집중 못 할까 봐 그랬던 거죠?”

“부장님, 이참에 연예계 데뷔하세요. 전 무조건 팬 할게요.”

“부장님, 진짜 궁금한데요. 남편분 대체 누구예요? 내가 그 남자라면 자면서도 웃고 있을 거예요.”

상하관계였지만 평소에도 격 없이 잘 지냈기에 다들 거리낌 없이 장난을 던졌다.

임설희는 선글라스를 벗고 모두에게 윙크를 날리며 말했다.

“이렇게 예쁘고 우아한 나, 앞으로는 못 본다 생각하니까 좀 아쉽지?”

“이제부턴 나 말고 이분이 새 부장이야. 내 가장 친한 친구고 앞으로 너희는 나한테 하듯 이분께도 잘해줘야 해.”

그녀는 박연우의 어깨에 손을 올려두며 당당히 말했다.

하지만 박연우는 그 자리에 서 있는 게 어쩐지 어색했다. 아니, 정확히는 무례하게 끼어든 사람처럼 느껴졌다. 동료들은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 속에 담긴 진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롱처럼 느껴지는 미묘한 공기가 감돌았다.

박연우는 침착하게 일어나 잔을 들었다.

“프로젝트 부서에 합류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멋진 성과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녀는 모두에게 잔을 들어 건배했고 사람들도 잔을 들었지만 유일하게 문지원은 마지못해 입술만 적셨다.

상황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고 생각한 박연우가 뭔가 더 말하려는 순간, 임설희가 테이블 위에 묵직한 가방을 툭 하고 올려놨다.

“부장님, 그 가방 안에 뭐 들었어요? 무기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

동료가 웃으며 묻자 임설희는 신비한 얼굴로 웃었다.

“맞춰봐.”

모두가 상상력을 발휘해 웃음꽃이 피었고 그녀가 가방을 열었을 때, 사람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안에 든 건 다름 아닌 묶음으로 정리된 지폐들이었다. 그것도 전부 5만원짜리 현금이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함께 울고 웃었던, 밤을 새우며 고생했던 이들을 차례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금원 그룹 프로젝트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내 기준에선 완벽히 마무리됐어. 이 프로젝트의 보너스는 나 혼자 받을 수 없어. 이건 우리 모두의 것이야.”

그녀는 현금을 테이블 중앙으로 밀며 말했다.

“총 2억이고 인당 2천만원이야.”

하지만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채 모두 임설희만 바라볼 뿐이었다.

“우리가 앞으로 못 볼 사이도 아니고 괜히 감정적으로 굴지 말자. 내가 이 무거운 가방 들고 온 이유는 너희 눈물 보려고가 아니라 다들 기분 좋게 돈 받아 가라고 그런 거야.”

그제야 나이 많은 선배가 먼저 일어나 말했다.

“부장님, 우리 사이에 말이 필요하겠어요?”

임설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맞아. 우리 사이에 굳이 말로 다 할 필요는 없지.”

그렇게 모두가 하나씩 돈을 받아갔고 마지막엔 잔을 들고 그녀의 앞날을 축복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박연우만은 그 잔에 함께할 자격이 없었다.

그녀는 철저히 임설희의 그림자로 전락했고 바로 그것이 임설희가 원했던 그림이었다. 자신이라는 선례가 있는 이상, 그녀가 조금이라도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 회사도, 동료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그녀의 자리는 아무나 채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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