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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당근케익
이 한 달 동안, 그녀는 송가 사람들과 실컷 ‘놀아줄’ 생각이었다. 임설희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당당하게 송씨 가문의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가정부 윤미정이 문을 열었다. 그녀는 임설희를 보자 깜짝 놀라 입을 벌렸다.

“작은 사모님, 출장 중이셨던 거 아니에요? 어떻게 갑자기 돌아오신 거예요?”

임설희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녀를 지나쳐 거실 안으로 곧장 들어갔다.

“작은 사모님이 돌아오셨어요!”

윤미정은 그녀를 막지 못하자 다급히 안쪽으로 외쳤다.

임설희가 계단에 다다랐을 때, 최현숙이 부엌에서 닭과 인삼으로 끓인 삼계탕을 들고 헐레벌떡 달려 나왔다.

“너, 너 어떻게...”

“시운 씨 위에 있어요?”

“아, 아니, 집에 없어...”

“됐어요. 제가 올라가 볼게요.”

임설희는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도 없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얘야, 얘야, 위로 올라가지 마!”

최현숙이 급하게 그녀를 따라붙었지만 임설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 두 사람이 함께 쓰는 침실 문을 향해 곧장 달려갔다.

과연 현장에서 딱 걸린 두 사람이 어떤 얼굴을 할지 그녀는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문을 열자마자, 막 옷방에서 나온 송시운이 그녀와 마주쳤다.

그의 얼굴은 당황함으로 일그러졌고 반사적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무언가를 가리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설희야...”

“내가 왜 갑자기 출장에서 돌아왔냐고 묻고 싶지?”

임설희는 몇 걸음에 그를 향해 다가가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왜 당신들은 하나같이 다 내가 돌아온 이유부터 묻는 거지? 왜, 난 집에 오면 안 되는 사람이야?”

송시운이 마른 입술을 적셨다.

“그래도 미리 전화는 해줬어야지.”

“전화해서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었거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근데 당신은 놀라긴 놀란 것 같은데, 기뻐 보이진 않네?”

송시운은 억지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럴 리가, 나도 네가 보고 싶었어.”

그는 그녀를 껴안으려 다가왔지만, 임설희는 몸을 피하며 곧장 옷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설희야!”

송시운의 목소리가 급하게 높아졌다. 그는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임설희는 옷방으로 들어섰고, 비록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옷장 문틈에 끼어 있는 붉은 드레스 자락이 그녀의 눈에 확 들어왔다.

박연우가 옷장 안에 숨어 있었다.

‘하, 사람 속이자고 이 정도까지 비굴해질 수 있다니.’

하지만 안타깝게도 임설희는 그동안 눈이 멀어 있었을 뿐, 이제 모든 진실이 눈에 보였다.

그녀는 옷장 문으로 성큼 다가가 손잡이를 단단히 움켜잡았다.

“잠깐만!”

송시운이 그녀의 손을 급히 붙잡았다.

“그게, 그게 말이야 연우 씨가 그러던데, 너 지금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고...”

그 말을 듣고 임설희는 돌아보았다.

‘역시 부부는 닮는다더니. 저리도 뻔뻔하게 사람을 가지고 놀아? 분명히 아주 즐거웠겠지.’

하지만 지금 송시운은 완전히 초조해진 상태였다. 임설희가 문손잡이를 잡은 그 손을 바라보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들은 임설희가 진실을 아는 걸 두려워했고, 그 두려움은 이제 전염되듯 송씨 가문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그녀는 일부러 손잡이를 잡은 채 문을 열려는 듯한 시늉을 했고 송시운의 얼굴은 더욱 하얗게 질려갔다.

‘사기꾼들이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임설희는 천천히 손을 놓았다. 그리고 일부러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건 비밀인데! 연우가 그걸 말해버렸다고?”

“그냥 실수로 말이 나온 걸 거야. 근데 나 하늘담은 별로야.”

당연했다. 그곳에 가면 임설희와의 결혼이 가짜라는 걸 들켜버릴 테니까.

“그럼 다른 데로 바꾸면 되지. 어쨌든 이건 깜짝이벤트니까, 더 이상 캐묻지 마.”

“알겠어.”

송시운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나 그 베이지색 코트 있잖아. 이번에 출장 가면서 챙겼던 건데, 캐리어 안에 없더라고. 혹시 집에 두고 갔나 싶어서.”

임설희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옷장을 열려는 듯 손을 뻗었다.

“어떤 거?”

송시운은 또 놀라며 그녀를 다시 막았다.

“어머님이 사준 거 있잖아. 내가 제일 아끼는 옷인데, 없어지면 안 돼.”

“그건 옷장에는 없어. 내 사무실에 있을지도 몰라.”

“그래?”

“응, 내가 본 적 있어.”

송시운은 그녀를 옷장에서 끌어내듯 밖으로 데려왔다. 그 순간, 헐레벌떡 최현숙이 방으로 들어왔다.

“너, 너...”

“엄마, 설희 코트 못 봤어요? 엄마가 사주신 그 베이지색 코트 있잖아요.”

아들의 말에 최현숙은 눈을 몇 번 깜빡이고서야 간신히 반응했다.

“아, 그 옷? 못 본 것 같은데. 그냥 새로 사주면 되지 뭐.”

“어머님은 참 저한테 늘 이렇게 잘해주시네요.”

임설희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최현숙의 표정은 어딘가 굳어 있었고, 말도 잇지 못했다.

“어머나, 이거 어머님이 끓이신 닭곰탕이죠? 감사해요!”

임설희는 웃으며 윤미정 손에서 그릇을 낚아채더니 한 모금 마셨다.

“그, 그건...”

“왜요? 절 위해 끓이신 게 아니에요?”

최현숙은 몇 번 입을 벙긋거리더니,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임설희는 그들 앞에서 천천히 국을 떠먹으며 몇 번이고 칭찬했다.

“어머님, 역시 음식 솜씨 정말 좋으시네요.”

그녀는 국을 다 먹고도 방을 나가지 않았고 지쳐서 쉬어야겠다며 송시운을 방에서 내쫓고는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녀의 시선은 옷장을 향해 있었다.

‘지금쯤이면, 그 좁은 공간에 몸을 웅크린 박연우는 다리를 펴지도 못하고 숨도 막힐 테지. 얼마나 괴롭고 답답할까.’

임설희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번 한 달, 그녀는 제대로 놀아줄 생각이었다.

밤이 되자 송영석이 귀가했고, 임설희는 그들과 함께 저녁 식사 자리에 앉았다.

진우 그룹은 송영석이 일군 회사였고, 그가 그간 회사를 위해 쏟아부은 노력이 어마어마했기에 아직 예순도 되지 않았는데 흰머리가 머리 가득했다.

임설희는 그런 그를 늘 존경했다. 날카로운 사업 감각만큼이나 사람됨도 신중하고 너그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송시운과 박연우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금원 그룹 쪽 상업단지 건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

송영석이 임설희를 보며 물었다.

이번 출장은 바로 그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금원 그룹에도 결정적인 의미가 있는 사업이었고, 그 덕에 임설희는 김 회장을 만나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지금의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거의 마무리 단계예요. 이제 협약 세부 조율하고 계약만 남았습니다.”

그 말을 들은 송영석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잠시 말을 멈추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 정말 수고 많았다. 회사에서도 그 공을 인정해 보너스를 줄 생각이야. 내일은 본사에 들러서 이 프로젝트, 다른 사람한테 인계하도록 해라. 난 너에게 다른 일을 맡기려 한다.”

임설희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반년 넘게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프로젝트인데 이제 열매를 거둘 시점에, 그걸 넘기라고?’

“누구에게 인계하라는 건가요?”

임설희가 담담히 물었다.

“박연우야. 그 아이도 이 프로젝트에 기여했지 않나. 또 네 가장 친한 친구잖아. 불만은 없겠지?”

그 순간, 임설희의 속에서 차가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역시, 진짜 혼인신고서가 있어야 가족 대접을 받는 모양이네. 중요한 프로젝트를 내 손에 쥐고 있는 걸 불안해한 거겠지.’

하지만 그들은 곧 이 금원 그룹 전체가 임설희의 손아귀에 들어오게 된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원하면 이 프로젝트는 성사될 것이고 마음이 바뀌면 단숨에 무산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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