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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Penulis: 당근케익
“이 립스틱 누구 거야?”

임설희가 손에 든 립스틱을 들이밀며 따지자 송시운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고 순간적으로 룸미러 너머 조수석에 앉은 박연우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짧았지만 당황과 초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리고 박연우는 마치 잘못을 들킨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며칠 전에 비서가 이 차를 썼거든.”

송시운은 최대한 태연한 척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마 그때 조수석에 누굴 태운 모양이지. 내가 내일 한 소리 해야겠다.”

임설희가 날카롭게 되물었다.

“정말이야?”

“믿기 어려우면 내일 비서 불러서 네 앞에서 직접 해명하게 할까?”

그 말에 임설희는 슬쩍 눈꼬리를 풀며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럴 것까진 없어.”

“여보.”

송시운은 한층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세상 어떤 남자든 의심해도 돼. 하지만 나만은 아니야. 난 널 제일 사랑하니까.”

“제일?”

임설희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렇게 말하는 거 보면 사랑하는 여자가 더 있다는 말처럼 들리잖아?”

그제야 송시운은 다급히 말을 고쳤다.

“아, 말이 헛나왔어. 제일이 아니라 난 오직 당신 하나만 사랑해.”

임설희는 마치 그 말에 기분이 풀린 듯 립스틱을 다시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이거, 연우가 자주 쓰는 브랜드인데.”

그 말에 박연우의 어깨가 한 번 더 움찔했다.

“그, 그래?”

“응. 양 비서 여자친구 센스 괜찮은데?”

차는 어느새 박연우가 사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고 임설희는 송시운에게 그녀를 꼭 집 앞까지 데려다주라고 했다.

두 사람이 함께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임설희는 슬쩍 고개를 젖혀 박연우의 집 창문을 바라보았다. 불이 켜지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금쯤 둘이 껴안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겠지. 내가 계속 몰아세워서 진땀 뺐을 테니까.’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송시운은 오래 머물지 않고 금방 내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지하 주차장에 차가 멈추자마자 임설희는 갑작스럽게 몸을 돌려 그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며 안겼다.

“여보, 우리 이렇게 안 지낸 지 얼마나 됐지?”

길게 내려오는 그녀의 머릿결이 송시운의 얼굴을 스쳤고 그는 그 순간 본능처럼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숨소리를 삼켰다.

“설희야, 사랑해.”

“알아.”

그의 손이 천천히 그녀의 다리로 미끄러지려는 찰나 임설희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왜?”

송시운은 숨이 조금 가빠져 있었다.

임설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유혹적인 눈빛으로 그의 목덜미에 입술을 가까이했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시선이 그의 목덜미 어딘가에 머물렀고 이내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시운 씨, 당신 목에 뭐가 묻었네? 멍 자국 같기도 하고... 어디 부딪혔어?”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곧 가방을 뒤적이며 휴대폰을 꺼냈다.

“잠깐만, 내가 사진 찍어볼게.”

그 순간 송시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다급히 말을 뱉어냈다.

“그, 그거... 아마도 모기한테 물린 거야. 우리 그냥 올라가자.”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그녀가 말릴 틈도 없이 차 문을 밀치고 먼저 내려버렸다.

임설희는 속으로 비웃었다.

‘박연우, 오늘 꽤 자극받았나 봐. 결국엔 흔적까지 남겼네? 그래도 내가 그걸 바로 문제 삼을 줄 알았으면 오산이야.’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시부모는 모두 잠든 상태였고 두 사람은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갔다.

송시운은 손에 수건을 들고 바로 객실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한 뒤, 이내 일을 더 해야 한다며 서재로 향했다.

임설희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서재 안에 설치된 CCTV 화면을 켰다.

서재 안, 송시운은 문을 닫자마자 의자에 발길질을 했다가 곧 그녀를 놀라게 할까봐 재빨리 의자를 다시 제자리로 세웠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상대가 받자마자 그는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낮추었지만 분노는 감추지 못했다.

“박연우, 너 일부러 그런 거지? 내 목에 일부러 흔적 남긴 거잖아. 설희한테 들키게 하려고, 일부러 우리 사이 폭로하려고 그런 거잖아?”

상대가 무어라 대답하자 그는 책상을 내리치며 고함쳤다.

“내가 말했지. 내가 직접 말하겠다고. 너 따위가 끼어들 일 아니야!”

“너랑 혼인신고도 했고 네가 우리 애 가졌다는 것도 받아들였잖아. 그 정도면 된 거 아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설희야. 그건 바뀌지 않아. 그 정도는 이해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다신 이런 유치한 짓 하지 마. 안 그럼 나도 가만 안 있어.”

그는 전화를 끊고 의자에 앉으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이 방 안을 채웠다.

그리고 그 모습을, 임설희는 침대 위에서 휴대폰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지켜보며 황당함에 웃음조차 나왔다.

“사랑한다고? 그래, 사랑은 하겠지.”

하지만 그 사랑이 다른 여자랑 결혼하고 아이까지 갖는 걸 막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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