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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Penulis: 복덩이
휴대폰 너머의 반하준은 진작 전화를 끊어버렸다.

강민아는 차에 올라타 액셀을 밟고 달려나갔다. 하지만 검은색 스포츠카 한 대가 따라오고 있다는 건 알아차리지 못했다.

...

도로 양쪽의 풍경이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은색 볼보가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번개처럼 달려갔다.

강민아는 칠흑같이 어두운 눈빛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차를 이렇게 빨리 몰아본 게 정말 오랜만이라 계기판의 수치와 함께 아드레날린도 폭발했다.

현란한 색상의 스포츠카 세 대를 연속 추월하자 스포츠카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소리쳤다.

“대박. 저 사람 누구야?”

다른 스포츠카에 타고 있던 사람이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부하에게 지시했다.

“저 차 번호판 좀 조회해봐.”

강민아는 개조된 스포츠카들을 가볍게 제쳤고 커버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몇몇 재벌 집 자제들이 낀 이어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찾았습니다. 강씨 가문의 차입니다.”

누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강씨 가문? 그럼 운전자가 강나현인가?”

“강나현이 운전 저렇게 잘한다고? 그럼 전에 우리랑 레이싱할 때 실력을 숨기고 있었단 말이야?”

은색 볼보가 산길을 따라 뱅글뱅글 올라갔고 뒤에 검은색 페라리가 바짝 따라붙었다.

심은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그 순간 머리카락이 눈썹 앞으로 툭 내려왔다.

그는 한때 카리스마가 넘쳤던 강민아를 본 적이 있었다.

강민아는 14살에 고연대학교 영재반에 입학하여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3년 연속 우승한 천재였다. 19살에는 자동차 경주 연맹에 지원하여 레이싱 면허를 취득한 후 월드 랠리 챔피언십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그녀의 인생은 꽃길이었고 항상 꽃과 박수갈채가 함께했다.

그런데 박사 공부를 한 지 3년이 되던 해에 갑자기 학업을 포기하더니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재벌가 전업주부가 되었다.

그 후로 그녀의 차에는 카시트가 설치되었고 시속이 70㎞를 넘은 적이 없었다.

타이어가 지면과 마찰하면서 귀를 째는 듯한 소리가 났다. 흰 연기가 피어오르던 그때 강민아의 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

심은호의 페라리가 그대로 추월해 지나갔다. 이젠 백미러를 통해서만 강민아가 길가에 세워둔 볼보를 볼 수 있었다.

강민아가 전화를 받자 차 안의 스피커에서 반우정의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민이 어머님, 빨리 어린이집으로 오셔야겠습니다. 현민이가 오늘 왁스 병 캔디를 가져와서 친구들한테 나눠줬는데 배가 아프다는 아이들이 몇 명 있어서요.”

그녀는 아직 조금 전 레이싱의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생님, 전 더는 현민이 엄마가 아닙니다. 앞으로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현민이 아빠한테 연락하세요. 절 찾지 마시고요.”

그러면서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겼다. 목소리가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더는 그 아이를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네?”

담임 선생님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일을 해결하려면 강민아를 찾아야 했다.

“현민이가 그러는데 왁스 병 캔디를 어머님이 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먹다가 목에 걸린 아이들이 몇 명이나 있었는데 저희가 제때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어요. 지금 다른 어머님들이 오셨거든요. 현민이 어머님이 직접 오셔서 해명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반현민과 반우정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부유한 아이들만 다니는 귀족 사립 어린이집이었다.

담임 선생님이 전화 왔을 때 휴대폰 너머에서 여자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정확히 들려왔다.

“현민이 어머님한테 연락이 닿았나요? 어떻게 아들한테 이런 걸 어린이집에 가져오게 할 수가 있죠?”

“우리 애는 아직 어려서 왁스를 뱉어내야 하는지도 모른다고요. 목이 다 긁혀서 피가 나요.”

강민아가 물었다.

“우리 딸 정이랑 통화할 수 있을까요?”

“네. 잠시만요.”

“엄마.”

반우정의 앙증맞은 목소리가 강민아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강민아가 물었다.

“정이 넌 왁스 병 캔디 먹었어?”

“민이가 나한테 뚱보라고 놀리면서 다른 친구들한테는 다 왁스 병 캔디를 줬는데 나한테는 안 줬어요.”

강민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왁스 병 캔디 누가 민이한테 줬는지 알아?”

“이모요.”

강나현일 거라고 진작 예상하고 있었다.

반하준이 항상 강나현을 감싸준 바람에 반현민도 그대로 따라 했다. 반우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휴대폰 너머에서 반현민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왁스 병 캔디는 엄마가 준 거야. 현이 형이 준 게 아니라.”

“반현민, 거짓말하지 마.”

“닥쳐. 으앙.”

강민아는 그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곧 반현민의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담임 선생님이 큰소리로 말했다.

“반우정, 현민이 때리면 안 돼.”

맞은 게 딸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강민아는 전화를 끊고 오소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주머니, 방금 민이 담임 선생님이 전화 왔는데 민이가 가져간 왁스 병 캔디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대요. 담임 선생님이 지금 왁스 병 캔디를 더 보내 달라고 하시네요.”

“네? 왁스 병 캔디요?”

강민아는 어리둥절해 하는 오소정을 뒤로 하고 할 말만 한 다음 전화를 끊어버렸다.

오소정은 오늘 반현민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길에 강나현을 만났다고 했던 운전기사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하여 바로 운전기사에게 강나현이 왁스 병 캔디를 준 게 맞는지 확인했다. 그러고는 강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현 씨, 그 왁스 병 캔디 어디서 샀어요? 도련님 반 친구들이 너무 좋아해서 담임 선생님이 왁스 병 캔디를 좀 더 보내 달라고 하시네요.”

강나현의 얼굴에 기쁜 미소가 나타났다. 드디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반현민의 새엄마 노릇을 할 기회가 생겼다.

오소정이 거절할 리가 없었다.

“알았어요. 그럼 부탁할게요.”

...

강민아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검지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때 누군가가 유리창을 두드렸다.

유리창을 내리자 뼈마디가 뚜렷한 손가락 사이에 껴있는 명함 한 장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검은색 금박 명함에 대성 로펌 파트너 심은호라고 적혀있었다.

“이혼 상담이 필요하면 나한테 연락해요.”

강민아가 명함을 받으며 말했다.

“심은호 씨는 서경시 최고의 변호사라서 수임료가 너무 비싸요.”

심은호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서 있었다. 양복을 입긴 했지만 넥타이를 매지 않았고 셔츠 깃을 밖으로 펼쳐 목이 더 섹시해 보였다.

“돈 안 받아도 됩니다.”

강민아가 웃으며 말했다.

“돈 말고는 드릴 게 없는데요.”

“5년 전에 민아 씨가 박사 과정을 밟다가 포기하고 결혼하러 간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잖아요. 아버지가 요즘 몸이 안 좋으신데 시간 나면 보러 좀 와줘요. 그럼 소송을 무료로 도와줄게요.”

심은호의 아버지 심한기는 과거 서경대학교 수학 학과 교수이자 강민아의 박사 과정 지도교수였다.

강민아가 고연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심한기는 얼른 대학교를 졸업하여 박사 과정을 밟으라고 했었다.

나중에 그녀는 서경대학교의 박사 과정을 밟았고 심한기는 그녀에게 자꾸만 연구를 다그쳤다. 왜냐하면 해외에서 대학교에 대한 봉쇄 제재가 언제 있을지 모르기에 그때가 되면 연구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었다.

강민아는 서경대학교와 반씨 가문을 오가면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반하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요리, 꽃꽂이, 예술품 감상 수업을 등록해주었다. 그녀는 훌륭한 재벌가 며느리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일과 학업을 모두 잘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결국 임신하고 하혈한 후에 심한기에게 자퇴하겠다고 했다.

“교수님을 뵐 면목이 없어요.”

그녀는 아직도 심한기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분노나 비난도 없이 그저 고개를 돌렸고 더 이상 그녀와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심은호는 한 손으로 차 문을 짚고 좁은 차 안의 강민아를 내려다보았다.

“젊었을 땐 누구를 사랑해도 괜찮고 성숙했을 땐 무엇을 포기하든 다 괜찮아요. 아직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다시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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