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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눈꽃을 위해 겨울 나무는 시들지 않는다
사라질 눈꽃을 위해 겨울 나무는 시들지 않는다
작가: SaiaKu

여름에 찾아온 눈꽃

작가: SaiaKu
last update 게시일: 2026-07-30 17:32:43

7월 여름 에어컨 바람도 닿지 않는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의 교실은 숨이 막힐 만큼 달아올라 있었다.

​

창밖에는 시끄러운 매미 소리와 함께 교실의 앞문이 열리면서 한 여자애가 들어왔다.

​

"오늘부터 우리 반과 함께하게 된 전학생이다.

"자 자기소개 한번 해주겠니?"

"네. 아사히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전학생의 자기소개가 끝나자마자 교실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

나는 전학생으로 인해 떠들썩해진 교실에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그저 귀찮다는 듯 팔짱을 낀 채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

하지만 떠들썩해진 교실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으며 나는 창문에 비친 전학생의 모습만으로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칠판 앞에 선 전학생은 서리를 얹은 듯한 새하얀 피부와 커다랗고 맑은 눈동자 누구라도 한 번쯤 시선을 빼앗길 만큼 눈부셨다.

​

"아사히나는 저기 시노노메 옆에 빈자리에 앉으렴."

​

선생님의 손끝으로 옆 빈자리를 가리며 교실의 모든 주목이 내 쪽으로 쏠렸다.

​

그리고 나는 창밖 하늘을 바라보며 그저 이 무더위와 시끄러운 교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

한동안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

"스르륵."

​

옆자리 의자가 천천히 끌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자리에 앉았다.

​

전학생이 자리에 앉자 선생님이 말했다.

​

"자 아사히나는 멀리서 전학 왔으니까 친하게 지내고, 모르는거 있으면 도와줘야 한다."

​

그렇게 선생님의 이야기가 끝나고 교실 밖으로 나가자.

​

반 아이들이 전학생의 자리로 몰려들어 질문 세례를 쏟아 냈다.

​

"우와 아사히나! 어디서 전학을 왔어?"

"피부가 너무 좋다. 따로 뭐 관리해?"

​

쏟아지는 반 아이들의 정신없는 질문 속에도 아사히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

그리고 차분하게 아이들의 질문의 답변을 이어 나갔다.

​

"아, 응. 도쿄에서 왔어."

"대박! 진짜 도쿄?"

"도쿄는 지금 엄청 덥지 않아?"

​

반 아이들은 도쿄에서 왔다는 이야기에 흥분하며 아사히나에게 질문을 쏟아내자.

​

내 옆자리는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

그렇게 한동안 내 옆자리가 시끄러워지자 나는 짜증 난 표정을 지으며 창 밖을 바라보고 있자.

​

창문에 비친 전학생의 실루엣이 보였다.

​

그렇게 나는 실루엣이 비친 모습을 보자.

​

천천히 전학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그러자.

​

들 떠 있는 반 아이들의 사이.

​

조그마한 틈새 사이에서 아사히나가 살짝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나는 순간 당황해서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

그렇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교실 밖으로 나갔다.

​

"......... 뭔데 사람을 보고 웃는 거야."

​

나는 교실 밖을 나와 복도를 걸어가며 당혹감을 털어내듯 혼잣말을 뱉었다.

​

아니 애초에 그녀가 왜 나를 보고 웃었는지 이해가 할 수 없었다.

​

그렇게 나는 조용히 독서실로 향해 걸어갔다.

​

독서실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자.

​

아무도 없었고 고요해서 어딘가 모르게 편안하게 느껴지자.

​

나는 구석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앉아 책을 펼쳤다.

​

교실의 소란함도, 창밖의 매미 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공간..

​

다른 사람들은 이 공간이 답답하다고 말했었다.

​

하지만 나에게는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기에 편안했다.

​

그리고 시끄러운 대화도 주변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곳

​

그렇게 한동안 독서실에서는 내 책장만 넘기는 소리만 조용히 울려 퍼졌다.

​

하지만 나만의 고요한 공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

"드르륵."

​

조용히 독서실 문이 열리고 낯선 발소리가 들려왔다.

​

나는 독서실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독서실에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

교실에서 웃으며 나를 처다 보던 바로 그 전학생 아사히나였다.

​

"......."

​

나는 그녀를 보자

​

유일한 나의 공간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

"우와 여기 엄청 조용하고 시원하구나~"

​

아사히나는 독서실 안을 둘러보더니 내 자리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

"무슨 책 읽어? 나도 여기 앉아도 돼?"

"......어, 앉아도 상관없어."

"정말? 고마워."

​

나의 차가운 말투에도 아사히나는 옅게 웃으며 내 옆자리에 앉았다.

​

그리고 조용히 옆자리에 앉은 아사히나는 슬쩍 내 눈치를 살피다가 조그맣게 소리 내어 물었다.

​

"저기 아까는 교실에서 왜 그렇게 도망치듯 나갔어?"

​

아사히나의 말을 들은 나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며 펼쳐진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

귀찮다는 목소리로 답했다.

​

"도망? 난 그냥 조용한 곳에서 책 읽으려고 나간 거야."

​

나의 귀찮다는 말투에도 아사히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다행이다.. 난 나 때문에 불편해서 교실에 나간 줄 알고 마음이 쓰였거든.

"........"

​

맞는 말이라서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

아니. 어떤 변명을 해야 할지 생각조차 나지 않아 그저 책장만 넘기자.

​

다시 잠시 동안 도서관에는 정적이 흘렀다.

​

그러다 잠깐의 정적을 깨고 아사히나가 말을 걸어왔다.

​

"너 책 좋아하나 보네?.독서실 매일 오는 거야?"

"응"

"혼자서?"

"응"

"외롭지 않아?"

"....딱히."

"왜 항상 혼자 다녀?"

"괜히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봤자 피곤하잖아."

​

나는 무심하게 대답하고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

보통이라면 이쯤에서 애가 나를 싫어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말을 걸기를 포기하고 돌아갔을 텐데.

​

아사히나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

" 그럼 나도 가끔 여기 와야겠다. 아, 맞다. 나는 아사히나라고 해."

"...알아"

"응? 어떻게 알아?"

"아까 교실에서 자기소개 했었잖아"

"아... 맞다 교실에서 자기소개 했었지."

​

아사히나는 머쓱한듯 웃었다.

​

"근데 넌 이름이 뭐야?"

​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시노노메."

"시노노메구나."

​

아사히나는 내 이름을 천천히 되 뇌었다

​

그리고 또 다시 정적이 흘렀다.

​

그런데 갑자기 그녀는 무언가 떠올린 듯 눈을 살짝 크게 떴다.

​

"아, 맞다."

​

아사히나는 해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께."

"다음에도 잘부탁해, 시노노메."

​

그렇게 아사히나 웃으며 천천히 독서실을 나섰다.

​

나는 독서실 문이 너머로 아사히나가 사라지자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

"...참 이상한 애네."

​

그렇게 아사히나가 나가자.

​

또 다시 독서실에는 나의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남았다.

​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고요한 공간이

​

어째서인지 평소처럼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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