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경찰서에서 가장 뛰어난 아날로그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그녀는 강직하고 정직했다. 그런데 내가 구조 전화를 걸었을 때, 엄마는 날 욕했다. “오늘이 네 여동생의 성년식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 못된 수단으로 동생 성년식 망치고 싶어? 납치됐으면 납치범이랑 연기라도 해!” 엄마는 내가 장난친 것이라고 확신하고 경찰서에 가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미뤄서 나를 구할 최적의 시간을 놓쳤다. 나는 고역을 겪고 죽었고 나중에 DNA 검사 결과가 나오자, 엄마는 비틀거리며 현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내 뼈에 기대어 두 손을 떨면서 내 얼굴을 한 획 한 획 그려냈다. “어떻게 하진일 수 있어? 내가 잘못 그렸나?” 하지만 몇 번이고 반복해도, 다 그리면 죽은 내 모습이 나왔다. 줄곧 나를 미워하던 엄마의 눈에서 드디어 눈물이 났다.
View More나는 그런 엄마를 보고 놀라지는 않았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엄마는 하정을 더사랑했으니까 말이다.저녁이 되자, 엄마는 자기를 내 방에 가두어 놓고 내 사진을 안고 손을 떨며 천천히사진 속의 나를 쓰다듬었다.“미안해, 미안해, 하진아. 오랜 시간, 정말 많이 섭섭했지? 우리가 너한테 사랑을 못 줬어, 그치?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동생이랑 같이 사죄할게.”엄마는 서랍에서 약병을 꺼냈고, 요 며칠 동안 엄마가 계속 악몽을 꾸면서 잘 자지 못해 병원에 가서 수면제를 처방받았었다.나는 엄마가 수면제 한 통을 다 물에 넣는 것을 보았고 다음 날, 엄마는 하정이 좋아하는 음식을 가득 만들었고 그 안에 모두 수면제를 넣었다.하정은 다 먹고 방에 가서 깊은 잠이 들었고 엄마는 하정의 방에 가서 핸드폰을 빼냈다.그리고 문을 잠그고 창문을 모두 닫아버렸다. 가스 스위치를 켜고 화덕을 최대한 세게 돌린 다음 물을 부어 다시 껐다. 이 모든 준비를 마친 그녀는 나의 영정사진을 안고 소파에 앉아 조용히 죽기를 기다렸다.나는 엄마의 맞은편으로 날아가서 엄마를 보고 있었다.엄마의 숨결이 점점 가빠졌고 눈동자가 점점 커졌으며 입술은 이상한 체리 빛으로 물들었다.“엄마, 왜 이렇게 하는 건데? 이렇게 죽으면 내가 이해해 줄 거로 생각하는 거야?”‘아니야! 영원히 용서 안 할 거야!’엄마는 점차 숨을 거두었고 나와 연결됐던 가족이라는 유대가 점점 사라졌다.내가 문 쪽으로 가자 그 유대는 완전히 사라졌다.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다.“하진!”엄마는 조심스럽고도 기쁘게 나를 불렀다.“하진아, 너야? 가지 마, 하진아. 고개 돌려서 엄마 좀 봐봐, 응? 엄마 좀 봐봐...!”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이 장면은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보고 싶지 않던 장면이었고 죽은 뒤에도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나의 영혼은 점차 알갱이로 변해 바람 속에 흩어졌다.수많은 유광이 밤하늘을 가르며 산과 바다 사이에 흩어졌다.별똥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그러면 다음
다음 날, 엄마는 일찍 일어나 시장에 가서 자주 사던 생선을 사려고 했다. 엄마가 가게로 다가가자, 주인장이 오늘은 새우가 새로 들어왔는데, 크고 신선하다고 했다.“언니, 이거 좀 사가세요, 딸이 좋아할 거예요!”엄마는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딸은 새우 안 좋아해, 해산물 알레르기 있어.”주인장이 깜짝 놀랐다.“아닐 텐데? 하정이 새우 안 좋아해요?”엄마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채소 파는 옆집으로 갔다.엄마는 왔다 갔다 하며 당근을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고 피망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엄마의 행동이 정말 이상했다.그래서 가게 주인이 말했다.“추천해 드릴까요?”나는 엄마가 그 자리에 서서 애써 회상하는 것을 보았고 문득 깨달았다.엄마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랐던 것이다.나는 어렸을 때부터 하정처럼 주문할 수 있는 특권도 없었고 편식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항상 엄마가 해주는 대로 먹었다.결국, 엄마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돌아가는 길에 정육점 주인이 갑자기 볶은 고기 한 그릇을 꺼내 옆에 있는 거지에게 내밀었다.“오늘 우리 딸이 피아노 콩쿠르에서 일등 했지 뭐예요, 너무 기쁘니까 이거 드릴게요.”거지, 피아노, 이 두 단어가 칼이 되어 엄마의 신경을 건드린 것 같았고 엄마는 갑자기 허리를 굽히고 눈물을 흘렸다.“하진야, 하진아, 우리 하진은 사랑받지 못한 거지가 아니야, 내가 사랑해, 우리 딸!”나는 엄마가 김대철이 날 살해하던 장면을 떠올린 것을 알았다.“가족이 있으면서 사랑해 주는 사람은 없는, 거지보다 못한 사람이네.”나는 마음이 평온했고 김대철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죽은 후에야 얻을 수 있는 사랑이 무슨 사랑인가?’엄마는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고 텅 빈 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고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일어나 다시 내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정신이 딴 데 팔려서 내 곤파스에 손톱이 박혀 버렸고 위에서 천천히 흘러나오는 핏자국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엄마가 갑자기 멍하니
‘또 저러네.’이것은 예전에 하정이 나에게 사용한 수법 중 하나였고 하정은 이런 것을 특히 좋아했다.엄마 앞에서 편하게 얘기하는 척하면서 나는 엄마 없이도 잘 사는 것처럼 포장했다.나는 엄마와 하정 앞에서는 말수가 적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는 말도 잘하고 표현도 잘했다.그로 인해 나와 엄마의 갈등은 깊어졌고, 엄마는 나를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하지만 오늘은 이 방법이 갑자기 효과가 없어졌다.엄마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끔찍할 정도로 차가운 시선으로 하정을 노려보았다.“엄마...!”하정이 두 글자를 뱉자마자, 엄마는 하정의 뺨을 때렸고 하정은 너무 놀라 멍해졌다.엄마는 손에 나와 심리 의사의 대화 기록을 들고 있었다.[언제부터 자해하기 시작했죠?][중학교 3학년 때부터요.][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동생이 날 거짓말로 몰아가서 엄마가 절 안 믿어줘요. 제가 동생의 돈을 도둑질한 적이 없는데, 날 몰아가면서 오빠랑 함께 죽었어야 했다고 했어요. 나처럼 악운을 가져오는 사람은 존재하면 안 된대요.][엄마까지도 절 낳은 걸 후회해요.]엄마의 입술이 떨렸고 늦게 찾아온 고통에 빠진 것 같았다.“내 앞에서는 그렇게 말 잘 듣는 척하더니...!”엄마의 목소리에 충격이 깃들어 있었다.“뒤에서는 언니한테 이런 짓을 한 거야?”하정은 뺨을 맞아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하정은 엄마를 바라보며 한참 있다가 달콤하고 악의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마치 잎이 독액 속에 빠진 꽃처럼 말이다.“엄마, 잊으셨어요? 그때, 제가 나이가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어요. 허하진이 오빠를 죽인 일은 엄마가 저에게 말씀하신 거잖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밖으로 뛰쳐나갔고 엄마는 멍하니 하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결국 소파에 앉아 진료기록을 뒤적거리고 있다가 해가 지기 시작했다.새빨간 석양이 유리를 뚫고 방안으로 쏟아졌고 창밖에서 자동차의 경적이 들려왔다.엄마는 하던 일을 멈추고 멍을 때렸다.“하진아, 엄마가 잘못했어.”“엄마
재판이 끝나자, 대철이 엄마를 만나겠다고 요구했고 엄마는 동의했다.김대철이 엄마를 보자, 웃었다.“야, 너 드디어 우니? 그 애의 죽음에 슬퍼하는 거야? 얼씨구, 불쌍하네, 걔가 죽기 전에 끊임없이 엄마를 찾던데?”그는 내 모습을 따라 했다.“이렇게 발버둥 치며 울더라? 계속 엄마 찾으며 살려달라고 했어. 그리고 너 아직 모르나 본데, 내가 처음에 네 둘째 딸한테 전화했는데, 걔가 나한테 언니 죽이라고 했어.”“어차피 넌 큰딸은 안 사랑하니까, 죽어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릴 줄 알았는데, 하하하, 임지연, 네가 키운 애도 너랑 똑같네, 차갑고 정 없고, 다 틀려먹었어!”대철의 변태적인 웃음소리에 엄마는 괴로워하며 허리를 굽혔고 피를 토했다.남자는 그 상황을 보고 더 밝게 웃었고 한참 동안 입가에 남아 있는 피를 닦던 엄마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때, 네 형인 김철수가 날 찾아와 그려달라고 했던 건 납치범이 아니라 아무 죄도없는 경찰의 자식이었어. 김철수가 그들한테 잘못한 일이 있어서 그 사람들이 네 형수로 위협하면서 나한테 초상화를 요구하라고 한 거야. 살인으로 화를 풀려고! 그들이 전에 잘못을 저지른 걸 그 경찰이 잡아냈거든.”“임무를 완성하지 못해서 네 형수를 죽인 거야.”엄마는 증오하는 눈빛으로 대철을 보며 한 글자씩 뱉었다.“이미 틀려먹은 사람을 위해 두 사람의 인생이나 박살 냈어!”대철은 깜짝 놀랐다. 그는 엄마를 향해 소리쳤다.“그럴 리가 없어! 날 속이려 하지 마!”엄마는 갑자기 쓰러져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다시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이 되자, 엄마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졌다.퇴원하는 날, 하정이 엄마를 데리러 갔고 차에 앉아 있던 엄마가 갑자기 소리쳤다.“하정아.”하정은 불안한 듯 엄마를 바라보았고 눈에는 감출 수 없는 불안함이 있었다.“언니가 납치당했을 때, 너한테 전화 왔었지?”하정이 입을 벌렸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말을 버벅거린 적이 없던 하정이 말을 못 할 이유가 없었다.한참 후에 하정이 말
영상이 끝나자, 현장은 흉악범의 잔인함에 분노가 쏟아졌다.엄마는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고 온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떨구었다.‘어쩐지 납치범이 처음부터 끝까지 돈을 노리는 게 아니더라니, 엄마한테 복수를 하려는 거였군.’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기분인지 말할 수 없다. 슬프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했다. 슬픈 것은 엄마가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행인 것은 그녀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엄마는 비록 나를 사랑하지 않지만, 업무와 관련된 일은 항상 열심히 했다.납치범의 형을 그리려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그럴만한 고충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나는 그녀를 원망하지만, 엄마가 죽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어쨌든, 나의 엄마니까, 항상 엄마에게 희망을 걸었었다. 영원히 엄마가 언젠가는 나를 조금이라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랐다.하지만 더 이상 기회가 없다....엄마는 계속해서 영상을 돌려보았고 영상 중 화면을 캡처해 계속 확대했다.“김대철이 복수하러 온 거네! 어서, 팀장님한테 얘기해서 놓치면 안 된다고 전해줘!”나는 경찰서 벤치에 앉아 조용히 엄마가 바삐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리고 마음속에는 걷잡을 수 없이 뿌듯함이 자리 잡았다. ‘역시 엄마네.’용의자를 알아본 지 하루 만에 그를 체포하여 재판에 건넸다.엄마는 다시 내 앞에 서서 내 얼굴의 핏자국을 살살 닦았다. 그러나 아무리 닦아도 닦이지 않았다.평소에는 내가 손을 깨끗이 씻지 않으면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던 엄마였는데, 이번에는 싫어하지 않았다.엄마는 내 시체를 안고 낮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자장가는 내가 어렸을 때, 하정의 침실 문 앞에서 몰래 수없이 들었던 노래였다.나는 엄마가 나에게 불러줬으면 했었는데, 드디어 오늘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그러나 나는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엄마는 노래가 거의 끝나자, 목 놓아 울었고 내 시체를 꼭 안고 말했다.“하진아, 엄마가 잘못했어, 미안해. 내가 왜 네 오빠의
꼬박 사흘 동안, 엄마는 쉬지 않고 엎드려 내 머리뼈를 계속 쓰다듬으며, 라인을 조금씩 더 그려주었다.열 번째 그림까지 완성했을 때, 엄마의 남은 이성까지 완전히 무너졌다.나는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그림을 한 장씩 다 봤고 정말 잘 그렸다. 나와 완전히 똑같았다.나는 두리번거리다 문득 내가 엄마의 그림 속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음에 놀랐다.여덟 살 때, 엄마가 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그림만 잘 그린다고 생각했었다.그리고 나는 반 친구들에게 엄마를 자랑했고 그들은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지, 반 고흐보다 더 대단한지 보겠다고 했다.그러면 나는 턱을 치켜들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당연하지,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센 사람이야!”학교가 끝나면 나는 집으로 돌아가 집안일을 다 했고 그다음 조심스럽게 엄마에게 나를 그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그때 엄마는 날 힐끗 쳐다보더니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엄마는 보통 나쁜 사람이거나 죽은 사람을 많이 그려, 네가 죽으면 엄마가 너 그려줄게.”그 말이 현실이 되었고 법의학자는 엄마가 힘들어하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옆에서 위로했다.“언니, 아이 이젠 보내주세요. 저희가 최대한 빨리 범인 찾을게요!”엄마는 굳은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래, 범인 잡아야지, 하진을 위해 복수해야 해.”말이 끝나자마자 엄마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온 알림 소리가 났고 엄마는 핸드폰을 꺼냈다.그러자 메시지가 나에게서부터 왔다고 떴다. 엄마가 메시지를 열어보니 동영상이 있었다.엄마가 영상을 누르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내가 영상에 나왔고 손톱이 뜯겨 한쪽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으며 얼굴에는 마구 교차한 상처가 나 있었다.가슴팍에는 구멍이 나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가면을 쓴 남자가 칼을 들고 내 앞에 서서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내 몸을 칼로 찌르고 있었다.남자는 카메라를 보며 화를 냈다.“임지연, 이게 네 딸이지? 어때? 마음 아파?”곧이어 남자는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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