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범인이 나를 학대하고 있을 때 형사과장인 아빠와 법의학자인 엄마는 대회에 참가하고 있던 여동생 임설아와 동행하고 있었다. 과거 아빠에게 붙잡혔던 범인은 보복으로 내 혀를 자른 후 내 휴대폰으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빠는 단 한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너한테 무슨 일이 있든 오늘 네 동생 설아 대회가 제일 중요해!” 범인이 조롱하듯 키득거렸다. “내가 사람을 잘못 납치했네. 그래도 친딸을 더 사랑할 줄 알았는데.” 범죄 현장에 도착한 엄마와 아빠는 시신의 끔찍한 모습에 충격을 받고 범인의 잔인함에 분노하며 비난했다. 하지만 그렇게 비참하게 죽은 사람이 바로 자기들의 딸이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View More임설아는 객석에 있는 엄마, 아빠, 오빠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내가 없으면 자신이 가족들의 애정을 독차지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중간 휴식 시간이 되자 임설아는 애교를 부리며 아빠의 팔짱을 감쌌다.“엄마, 아빠, 오빠, 와줘서 너무 기뻐요.”시상대에 오른 임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기자들 앞에서 그녀는 해맑게 웃었다.“가족들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없었을 거예요. 앞으로도 엄마 아빠의 자랑이자 오빠가 가장 아끼는 동생이 되고 싶어요!”자랑스러워하는 임설아를 보며 나는 왠지 역겨움을 느꼈다.내 아픔을 딛고 서서 행복해하는 모습이라니.임설아는 나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으면서 왜 본인은 박수 속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는 걸까.객석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얼마 전에 언니가 죽었다며, 참 안쓰러우면서도 대단해.”“쟤 언니는 공부도 못하는 양아치야. 바람피우다가 남자한테 죽었다던데.”임설아는 수군거리는 소리에 만족스러운 듯 더욱 찬란하게 웃었다. 날 죽인 승리의 미소 같았다.그런데 갑자기 여러 명의 경찰이 나타났고 미소가 굳어진 임설아에게 다가갔다.“사람 잘못 보신 것 같은데? 난 이번 대회 우승자라고요!”오빠가 피식거렸다.“너 잡으러 온 거 맞아. 우승자도 더러운 속셈은 숨길 수 없는 거지.”임설아가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빛날 때 그녀의 추악한 본색이 드러났다.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두 눈을 부릅떴다.“증거 있어? 아빠, 엄마 살려줘요, 오빠가 미쳤어요!”엄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지막이 물었다.“안우진이 녹음 펜을 넘겼고 우린 이미 네가 했던 말 다 들었어.”임설아가 날 죽이라는 말도, 부모님을 두 늙은이라고 한 말까지 전부 녹음되어 있었다.안우진은 장난스럽게 녹음기가 숨겨져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내가 왜 그 여자를 놔줬는지 알아? 너희가 애지중지 키운 가짜 딸이 너희 딸을 죽였으니까, 너희를 더 고통스럽게 하고 싶었어!”임설아는 그 말에 잿빛이 된 얼굴
내 죽음을 알게 된 오빠는 끝내지 못한 출장을 뒤로하고 서둘러 돌아왔다.오빠가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와 아빠는 무거운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고 눈에는 고통이 가득했다.그 옆에는 눈물을 흘리는 임설아가 있었는데 두 눈은 울어서 붉게 물들고 코끝이 붉어져 있었다.“오빠, 드디어 왔네요. 언니가 죽었어요! 범인은 아직 못 잡았어요. 언니가 평소에 사람들에게 밉보이는 행동을 많이 했는데 이번엔 혹시...”아빠가 갈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그만해! 이 사건의 범인은 이미 확정되었고 경찰이 총출동해서 잡고 있어. 네 언니와 그놈은 아무 접점이 없어.”말하며 그는 엄마와 서로를 바라보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살인범이 동생을 데려간 것에 대한 복수를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와 아빠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하기 직전이었다.그들이 가장 싫어했던 딸이 그들 때문에 죽었다.이 말을 들은 임설아의 눈에 긴장감이 역력했고 그녀는 치마를 꽉 움켜쥐며 이마에 식은땀을 떨구었다.“이렇게 빨리 범인을 찾았어요? 그럼 언니를 왜 죽인 거예요?”엄마가 그림자가 드리운 눈으로 초췌하게 입을 열었다.“설아야, 엄마 아빠가 네 경기를 보러 가지 못해서 대회에 영향을 줬네. 미안해.”오빠가 콧방귀를 뀌었다.“유설이가 평생 돌아오길 바라겠죠. 슬픈 기색이 하나도 없잖아요.”임설아는 불쌍한 눈빛으로 오빠를 보고는 엄마의 품에 파고들었다.“오빠, 언니와 피를 나눈 남매인 건 알지만 언니의 죽음으로 나한테 화풀이하진 마요. 내가 꼭 언니 몫까지 엄마 아빠 잘 모실게요!”엄마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엄마가 나를 위해 우는 모습에 풀린 내 마음이 감동적이면서도 아팠는데 임설아를 옹호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나니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임설아는 나를 심연으로 밀어 넣었고 내 죽음을 초래한 공범이었다.살아있을 때는 엄마가 임설아의 거짓말을 알아채고 나를 부드럽게 보호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젠 사실을 알고 난 뒤 부모님의 반응만 기대되었다.아
수사관도 눈물을 머금은 채 말했다.“임 형사, 아내와 먼저 경찰서로 돌아가. 부대장과 내가 수사에 진전이 보이면 연락할게.”그러나 엄마는 못 들은 척 장갑 낀 손으로 바닥에 묻은 혈흔을 쓸었다.“유설이가 얼마나 아팠을까.”경찰관들은 이미 작은 목소리로 흐느끼고 있었고 부모님은 넋을 잃은 채 차에 탔다.영혼이 나간 것처럼 보이는 둘의 모습에 나는 가슴이 시큰거렸다.집에 돌아오고부터 죽을 때까지 나는 한 번도 부모님이 유설이라고 부르는 걸 듣지 못했다.검사과 이지영이 검사 결과를 아빠에게 내밀면서 동정 어린 눈빛으로 넋이 나간 엄마를 슬쩍 보았다.“임 형사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아빠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움찔하더니 보고서를 꼼꼼히 넘기며 이름을 반복해서 확인했다.한참 후, 그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이지영이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아빠의 어깨를 두드렸다.“임 형사님, 범죄 현장도 이미 확인했고 시신은 부검실에 있어요. 가짜일 리가 없죠.”엄마는 갑자기 앞으로 돌진하며 검시 보고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는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아까 시신에서 빼낸 반지를 뒤적거렸다.반지 안쪽에 희미하게 새겨진 내 이름 알파벳을 바라보며 엄마의 눈물이 투명한 증거물 봉투 위로 뚝뚝 떨어졌다.경찰서 사람들은 처음에 반지에 새겨진 이름이 시신의 이름이라고 분석했지만 사실 그건 내가 임 씨 저택으로 돌아온 뒤 돌려받길 바라던 이름이었다.아빠는 엄마를 부축하며 힘겹게 걸음을 옮겨 부검실로 들어갔다.끔찍하게 훼손된 내 시신을 바라보며 고통스러운 울림이 목구멍으로 새어 나왔다.나는 의아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왜 아파하는 거지?분명 내가 떠나길 고대했으면서.내 등에 있는 화상 흉터를 쓰다듬는 엄마의 목소리가 떨렸다.“유설아, 엄마가 왜 이런 곳에서 너랑 만나게 됐을까. 네가 처음 집에 왔을 때는 말괄량이처럼 까맣고 말라서 앞으로 네 아빠랑 너 살 통통하게 찌우겠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나쁜 짓 하는 네
엄마는 무언가 예감한 듯 아빠의 팔을 꽉 움켜잡고 있었고 손톱이 그의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사망자는 법의관님 딸 엄유설 씨입니다.”엄마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같은 말만 반복했다.“엄유설? 어떻게 걔가...”아빠는 엄마가 바닥에 쓰러지지 않도록 꼭 안아주었고 팀에 경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임 형사님, 범죄 현장이 발견됐는데 폐건물 근처 자택이랍니다.”아빠는 단호하게 말했다.“일단 현장부터 가보자, 감식과에서 실수한 게 틀림없어.”경찰차에서 거듭 내 번호로 연락을 걸었고 아빠는 다른 곳에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운전하며 위로를 건넸다.“겁내지 마. 엄유설이 경찰서로 가서 감식과와 짜고 우릴 속이는 걸지도 몰라.”이런 일을 꾸며낼 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이게 무슨 느낌일까, 독사가 내 몸을 감싸는 것처럼 질식할 것 같았다.자택에는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살았는데 심지어 몇몇은 위조 신분증을 가지고 있어서 경찰의 수색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엄마와 아빠가 도착했을 때 집 앞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고 문이 열리자 코를 찌르는 비린내가 진동했다.침대 시트는 피로 흠뻑 젖어 있었고 벽과 바닥은 핏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영혼이 된 지금도 죽기 전에 당한 고문을 생각하면 몸이 떨렸다.내가 끌려가던 날 임설아가 나한테 연락했었다.넘어져서 다리를 다쳤는데 내일 경기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했다.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말한 장소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뒤에서 나를 가격했고 눈을 가린 천을 걷어냈을 때 임설아와 이상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나는 그 남자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임설아의 말에 소름이 돋았다.“내가 얘를 유인했으니까 약속대로 날 보내줘. 난 그 두 늙은이 상대하러 가야 해.”남자는 그 말에 뺨을 몇 번 씰룩거리더니 능글맞게 손을 흔들었다. “입단속 잘해.”임설아는 뒤돌아 떠나며 코웃음 쳤다.“이 문만 나서면 우리는 만난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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