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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묵묵연화
시연의 뺨에 빠르게 다섯 손가락 자국이 떠올랐다.

시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면서 화끈거리는 뺨을 감쌌다. 한참 뒤에야 겨우 반응했다.

“감... 감히 나를 때려?”

시연이 손을 들어 되받아치려고 하자, 슬비가 더 빠르게 손목을 잡았다.

다음 순간, 슬비가 다시 손을 휘둘렀다.

짝!

시연의 고개가 돌아갔다. 정성 들여 만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면서 뺨에 달라붙었다.

시연은 두 눈을 부릅떴다. 자신이 연달아 두 대나 맞았다는 사실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듯했다.

룸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모든 시선이 두 여자에게 꽂혔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성준조차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의 눈동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가늘게 떨렸다.

‘슬비가 들을 수 있게 됐나?’

성준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무심코 옆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맞은편의 술 진열장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짙은 거울 장식의 문이 따뜻한 벽 등의 불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아, 거울을 보고 있었구나.’

성준은 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어딘가 이상한 느낌을 더 생각할 새도 없었다.

시연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더러운 년! 얼굴을 찢어 버릴 거야!”

시연은 슬비에게 달려들었다. 길게 세운 손톱이 곧장 얼굴을 향했다.

두 사람의 손이 공중에서 뒤엉켰다.

슬비는 빠르게 시연의 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시연은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그만해!”

성준이 성난 소리와 함께 앞으로 나섰다.

두 사람을 억지로 떼어 놓고 팔을 사이에 넣더니, 그대로 슬비의 손목을 붙잡았다.

“너희 둘 다 이제 그만해.”

그 틈을 타 시연이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슬비는 가슴이 조여들면서 성준의 손아귀를 뿌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손목이 너무나 단단히 잡혀 있었다. 아무리 힘을 줘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슬비는 입술을 벌려 놓으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목에서 나온 것은 갈라진 숨소리뿐이었다.

청력은 돌아왔지만, 전날 밤 심한 열이 나면서 목이 꽉 잠겨 버렸다. 제대로 된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슬비는 다급했지만 한 마디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슬비가 버둥대는 모습을 보자 성준이 잠깐 손을 멈췄다.

그 짧은 사이, 시연의 손바닥이 날아왔다.

슬비는 본능적으로 피했다. 뺨을 정통으로 맞지는 않았지만, 날카로운 손톱이 뺨을 긁고 지나가면서 화끈한 통증을 남겼다.

슬비의 뺨에 피가 맺힌 상처가 난 걸 본 성준은 흠칫하며 굳어졌다.

곧 시연을 세게 밀쳐 내며 분노했다.

“강시연, 뭐 하는 짓이야!”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뒤로 밀려난 시연은 비틀거리다가, 뒤쪽의 술 진열장에 어깨가 세게 부딪혔다.

쾅!

큰 소리가 울렸다.

술 진열장이 심하게 흔들렸다. 진열되어 있던 값비싼 술병들이 기울어지더니 미끄러지면서 떨어졌다. 술이 공중에 튀면서, 무거운 술병들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조심해!”

비명 속에서 성준은 곧장 시연에게 몸을 던졌다. 자기 몸으로 시연을 완전히 덮었다.

술병이 성준의 등에 부딪혀 둔탁한 소리를 냈고,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옆에 있던 슬비는 겨우 팔을 들어 머리와 얼굴을 가렸다.

그때 술병 하나가 어깨뼈를 강하게 때렸다.

엄청난 통증이 터졌고, 뒤이어 더 많은 술병이 슬비의 몸 위로 떨어졌다.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거센 힘에 눌린 슬비는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잘게 부서진 유리와 차가운 술이 온몸에 뒤덮였다. 이마에서 피가 배어 나오면서 술과 섞여 흘렀다.

바닥에 웅크린 채 슬비는 몸의 반이 감각을 잃은 것 같았다. 어깨와 등, 뒤통수에서 둔한 통증이 퍼져 나갔고, 귀에서는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뒤섞였다.

“오빠!”

시연이 바로 눈물을 쏟았다.

“발이 너무 아파...”

성준은 등을 얻어맞은 통증도 잊고 시연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디 맞았어? 봐 봐.”

“발목이... 너무 아파...”

시연은 눈물로 젖은 얼굴을 들었다.

깨진 유리가 발목을 스치면서 피가 좀 배어 나왔다.

겉보기에는 심각하지 않았지만, 시연은 마치 세상이 끝난 듯 서럽게 울었다.

그때 슬비는 바닥을 짚고 버티며 시야가 까맣게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왼팔을 움직여 보려고 애쓰면서, 떨리는 손끝을 성준 쪽으로 뻗었다. 입술을 달싹였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성준은 이미 시연을 안아 들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성준아! 슬비도 다친 것 같은데...”

누군가 참지 못하고 바닥에 웅크린 슬비를 가리켰다.

성준은 걸음을 멈추고 급히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품 안의 시연이 훌쩍이며 성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오빠, 나 정말 죽을 만큼 아파. 뼈 다친 거면 어떡해...”

성준은 시선을 거두고 미간을 찌푸렸다.

“너희가 슬비가 좀 봐 줘. 괜찮으면 집에 데려다줘. 나는 먼저 시연이 병원에 데리고 가서 검사 받게 할게. 시연이는 통증을 잘 못 견뎌.”

말을 들은 친구는 멍해진 채 입을 열려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성준은 더 머무르지 않았다. 시연을 안은 채 룸을 빠르게 나갔다.

남아 있던 친구 몇 명은 서로 눈치를 봤다.

슬비가 아직 바닥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도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슬비야, 괜찮아? 일어날 수 있어?”

“야, 바보야. 못 듣잖아. 수어 할 줄 알아?”

“아, 내가 그걸 어떻게 해?”

그때 슬비의 시야는 이미 흐릿했다. 귀로 들어오는 소리는 두꺼운 얼음막 너머에서 들리는 것처럼 멀었다.

눈앞의 사람들의 입이 움직이는 것만 보일 뿐, 무슨 말을 하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마에서는 피가 더 많이 흘러내렸다. 피가 눈으로 들어가면서 세상이 어두운 붉은빛으로 번졌다.

고개를 젓고 싶었지만 그럴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너무 추워...’

뼛속에서부터 스며 나오는 추위였다.

주변 풍경이 휘어지며 돌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그림자가 겹겹이 흔들렸다.

누군가 놀라 외쳤다.

“야... 머리에서 피 난다! 피가 너무 많아!”

슬비는 귀에 닿는 소리가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검은 그림자가 층층이 내려앉았다. 풀리지 않는 먹물처럼 짙은 어둠이 밀려오며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119 불러!”

“성준이는 진짜... 왜 전화를 안 받아...”

...

슬비는 통증 때문에 눈을 떴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눈부시게 하얀 천장이었다.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손가락을 움직이자 어깨가 당기면서 둔중한 통증이 밀려왔다.

이마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왼팔은 고정되어 있었다. 뒤통수는 맥박이 뛰는 것처럼 욱신거렸다.

병실은 조용했다. 규칙적으로 울리는 기계음만 남아 있었다.

슬비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봤다.

하늘은 회색빛으로 흐려 있었다. 새벽인지 저녁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문이 열렸다.

하얀 가운을 입은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마른 체구에 서늘한 분위기, 콧등에는 금테 안경이 얹혀 있었다.

“깼어요?”

침대 옆으로 다가온 유희천은 발치에 걸린 차트를 넘겨보면서, 모니터 수치도 확인했다.

“어때요?”

‘유 선생님...’

슬비는 자신이 희천이 있는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사실이 뜻밖이었다.

지난 반년 동안 슬비의 청력 재활 치료를 맡은 사람은 줄곧 희천이었다.

희천 덕분에 슬비는 마침내 소리를 다시 듣게 됐다.

슬비가 입을 열었지만, 목에서는 갈라진 숨소리만 새어 나왔다.

희천은 손을 저었다.

“말하지 마세요. 성대 자체에는 큰 문제는 없어요. 고열 때문에 급성 후두염이 온 건데 며칠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

희천은 주머니에서 펜과 작은 수첩을 꺼내 슬비에게 내밀었다.

슬비는 받아 들고 고개를 숙여 몇 글자를 적었다.

[제 귀를 고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희천은 그 글을 보고 웃었다. 수첩을 돌려주며 묘한 말투로 말했다.

“저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부탁을 받고 한 일입니다. 귀를 못 고치면 누가 저를 호강시에 못 돌아가게 할 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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