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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남자가 돌아왔습니다

Auteur: 유월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21 22:39:24

마린 애슈포드는 이재율이라는 이름을 검색한 뒤에도 한동안 전화를 끊지 않았다.

화면에는 한국 배우의 사진이 떠 있었다. 영화 시사회에서 웃고 있는 모습, 유명 잡지의 화보, 최근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라는 기사까지. 외모도 경력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린의 관심을 끈 것은 그가 도아윤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도아윤의 전 남자친구라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얼마나 만났죠?”

[삼 년 정도요.]

마린은 천천히 웃었다.

삼 년.

그 정도면 단순히 스쳐 지나간 남자는 아닐 것이다. 서로의 습관과 약점을 알고 있을 만큼 충분히 긴 시간이었겠지. 특히 도아윤이 지금까지 숨기고 있는 과거가 있다면, 이 남자는 그것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왜 헤어졌어요?”

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개인적인 일입니다.]

“아, 그래요?”

마린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렇게 개인적인 일이라면서 처음 보는 여자한테 연락해서 옛 연인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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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을 말하다   오늘 밤은 조금 더 가까이

    당신의 집에 들어간다는 것도아윤은 자신이 조금 전 어떤 말을 했는지 레이 컨덜튼의 집 앞에 도착해서야 제대로 실감했다.오늘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다고 했다.그것도 자신이 먼저.레이의 집에 가겠다고.차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동안 아윤은 창밖만 바라봤다. 지나가는 조명이 유리창 위로 길게 번졌다가 사라졌다. 평소였다면 별다른 생각 없이 감상했을 풍경이었지만, 지금은 차가 조금씩 속도를 줄일 때마다 심장도 함께 내려앉는 기분이었다.그녀는 손가락을 맞잡았다.‘그냥 밥 먹으러 가는 거야.’아윤은 속으로 자신을 설득했다.분명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다. 레이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고,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시간이 늦으면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이상할 것이 전혀 없었다.그런데.‘오늘은 정말 널 보내기 싫어질 것 같아서.’조금 전 레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아윤은 무릎 위에 놓은 가방을 끌어안았다.그 순간 옆자리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레이였다.아윤은 고개를 돌렸다.“아무 생각 안 했는데요.”“가방이 불쌍해서.”“……네?”그의 시선이 그녀의 손으로 내려갔다.아윤은 그제야 자신이 가방을 지나치게 세게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손가락 마디가 희게 변해 있을 정도였다.황급히 힘을 풀자 레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긴장했어?”“아니요.”“그렇구나.”“진짜예요.”“응.”믿지 않는 얼굴이었다.아윤은 입술을 삐죽였다.“레이 씨는 원래 사람 놀리는 게 취미예요?”“아니.”“그런데 왜 자꾸 놀려요?”레이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네 반응이 귀여워서.”아윤은 입을 다물었다.저런 말을 할 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화를 내자니 기분이 나쁜 건 아니고, 웃어주자니 너무 쉽게 넘어가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다.결국 그녀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정말 재수 없어.”“그 말도 오랜만이네.”“어제도 했거든요.”“그러니까 오랜만이지.”차가 멈췄다.

  • 사랑을 말하다   과거의 남자가 돌아왔습니다

    그날 저녁 여덟 시 십 분.DW의 마지막 작업실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아윤은 수정된 메인 목걸이를 확대경 아래에 놓고 있었다. 중앙의 핑크 다이아몬드가 부드러운 조명 아래 반짝였다. 두 개의 곡선은 처음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펜던트의 무게도 목표 범위 안으로 줄었다.무엇보다 착용감이 좋아졌다.아윤은 체인을 손가락에 걸어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됐다.”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샬럿이 환하게 웃었다.“대표님, 이번에는 정말 마음에 드세요?”“응.”아윤은 목걸이를 바라봤다.“아주.”그녀는 펜던트의 중심을 손끝으로 가볍게 건드렸다.하트가 아니었다.누군가에게 익숙한 사랑의 상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디자인도 아니었다.그저 서로를 향해 뻗어가는 두 개의 선.끝내 닿지 않은 작은 간격.그리고 그 사이에서 빛나는 보석.아윤은 작게 웃었다.“이제야 언스포큰 러브 같네요.”샬럿도 고개를 끄덕였다.“말하지 못한 사랑.”“맞아요.”아윤은 조심스럽게 목걸이를 내려놓았다.그런데 문득.자신이 며칠 전 레이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한쪽이 끝내 다가오지 않으면?’‘그럼 놓아줘야겠죠.’그때는 그렇게 대답했다.하지만 지금이라면 조금 다른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놓아주는 것도 사랑일 수 있지만.서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 역시 사랑이라고.아윤은 스케치북을 펼쳤다.그리고 완성된 목걸이 아래에 짧은 문장을 적었다.말하지 않아도, 당신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그 문장을 보는 순간.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아윤은 잠시 펜을 내려놓았다.‘이런.’레이가 생각났다.그 남자에게 자신이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끝났어?]레이였다.아윤은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방금요.][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아윤의 눈이 커졌다.[벌써 왔어요?][응.][언제부터요?]잠시 후.[조금 전부터.]아윤은 시계를 확인했다.여덟 시 십오 분.그녀는 급하게 가방을 챙겼다.샬럿이 물었다.“대

  • 사랑을 말하다   과거의 남자가 돌아왔습니다

    그녀는 결국 전화를 걸었다.몇 번 신호가 울린 뒤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아윤.]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만으로도 그가 웃고 있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바빠요?”[회의 들어가기 전이야. 왜?]“회사에서 확인할 게 하나 생겼어요.”레이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무슨 일인데?]아윤은 접근 기록과 외부 공유 상황을 설명했다.레이는 중간에 말을 끊지 않았다. 아윤이 어떤 조치를 진행하고 있는지까지 들은 뒤에야 입을 열었다.[잘했어. 우리 쪽 계약 담당자에게도 필요한 자료를 확인하게 할게.]“고마워요.”[아윤.]“네.”[무섭지 않아?]그 질문에 아윤은 잠시 침묵했다.“……조금요.”[응.]“그런데 더 화가 나요.”레이가 낮게 웃었다.[그럴 것 같았어.]“왜요?”[네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것 같거든.]아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저를 그렇게 잘 알아요?”[아직은 부족하지.]“그럼요?”[더 알아가야지.]너무 자연스럽게 나온 대답이었다.아윤은 괜히 볼펜을 굴렸다.“레이 씨.”[응.]“회의 늦겠어요.”[왜 갑자기 쫓아내?]“안 쫓아내거든요.”[목소리 빨개졌는데.]아윤의 손이 멈췄다.“목소리가 어떻게 빨개져요!”전화기 너머에서 웃음이 터졌다.그 소리를 듣자 아윤도 결국 웃고 말았다.[저녁에 볼래?]레이가 물었다.아윤은 잠시 일정을 떠올렸다.“오늘은 샘플 수정이 늦게 끝날 것 같아요.”[기다릴게.]“몇 시가 될 줄 알고요?”[끝날 때까지.]아윤의 심장이 조용히 뛰었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그럼 제가 연락할게요.”[좋아.]그리고 레이가 조금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보고 싶어, 아윤.]아윤은 순간 말을 잃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 말을 들으면 당황해서 화를 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은 달랐다.잠시 망설인 뒤 그녀가 작게 말했다.“……나도요.”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아윤은 자신의 대답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나 싶었다.“레이 씨?”[다시 말해줄래?]“

  • 사랑을 말하다   과거의 남자가 돌아왔습니다

    마린 애슈포드는 이재율이라는 이름을 검색한 뒤에도 한동안 전화를 끊지 않았다.화면에는 한국 배우의 사진이 떠 있었다. 영화 시사회에서 웃고 있는 모습, 유명 잡지의 화보, 최근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라는 기사까지. 외모도 경력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린의 관심을 끈 것은 그가 도아윤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그러니까 당신이 도아윤의 전 남자친구라는 거네요?”[그렇습니다.]“얼마나 만났죠?”[삼 년 정도요.]마린은 천천히 웃었다.삼 년.그 정도면 단순히 스쳐 지나간 남자는 아닐 것이다. 서로의 습관과 약점을 알고 있을 만큼 충분히 긴 시간이었겠지. 특히 도아윤이 지금까지 숨기고 있는 과거가 있다면, 이 남자는 그것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그런데 왜 헤어졌어요?”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개인적인 일입니다.]“아, 그래요?”마린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그렇게 개인적인 일이라면서 처음 보는 여자한테 연락해서 옛 연인에 관해 묻는 건 괜찮고요?”[…….]“이상하네요. 당신도.”이재율은 대답하지 않았다.마린은 그 침묵을 즐겼다.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순간을 알아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히 지금처럼 뭔가를 원하면서도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다루기 쉬웠다.“아윤을 만나고 싶다는 거죠?”[네.]“그런데 아윤은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고?”[연락이 닿지 않습니다.]“그럼 답이 나왔네요.”마린이 웃었다.“싫다는 거잖아요.”[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남자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거칠어졌다.마린의 눈빛이 흥미롭게 변했다.“어머. 화내는 거예요?”[제가 그녀에게 직접 확인할 일이 있습니다.]“무슨 일인데요?”[당신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마린은 휴대전화를 귀에서 조금 떼었다.기분이 나빴다.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려고 연락한 주제에 이렇게 오만하게 굴다니. 하지만 전화를 끊지는 않았다. 아직 이 남자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럼 하

  • 사랑을 말하다   당신을 지키는 방법

    회의를 마친 뒤 레이는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아윤은 그가 회의실 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을 발견했다.“왜요?”“잠깐 시간 있습니까?”“얼마나요?”“십 분.”아윤은 시계를 확인했다.“십 분이면 괜찮아요.”레이는 그녀를 바라봤다.“사적으로.”아윤이 멈칫했다.“……지금요?”“네.”“회사에서?”“공적인 이야기는 끝났으니까.”아윤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그러다 결국 웃었다.“정말 못 말리는 사람이네.”그녀는 회의실 옆 작은 휴게 공간으로 레이를 안내했다. 직원들이 주로 커피를 마시거나 잠시 쉬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사람이 없었다.창가에는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작은 소파가 놓여 있었다.아윤은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그래서 무슨 이야기인데요?”레이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그런데 생각보다 가까웠다.아윤은 무심코 그의 어깨를 바라봤다.어제까지는 거리가 조금만 가까워져도 당황했는데, 이제는 그때와 다른 종류의 긴장이 느껴졌다.키스를 했기 때문일까.레이의 입술이 어떤 감촉인지 알고 있기 때문일까.아윤은 괜히 손끝을 만지작거렸다.레이가 낮게 물었다.“어젯밤.”“……네.”“후회했습니까?”아윤의 손이 멈췄다.“뭘요?”레이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 잠시 머물렀다.“키스.”아윤의 얼굴이 달아올랐다.“……그걸 여기서 물어봐요?”“여기에는 우리밖에 없으니까.”“그래도요.”레이는 기다렸다.그녀가 대답할 때까지.아윤은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어제의 장면이 떠올랐다.호텔 정원.차가운 밤공기.가까워진 얼굴.그리고 자신의 허리에 닿았던 손.아윤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안 했어요.”레이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다행이네.”“레이 씨는요?”이번에는 아윤이 물었다.레이가 웃었다.“나는.”그가 조금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후회할 틈도 없었는데.”아윤의 심장이 뛰었다.“……왜요?”“다시 하고 싶어서.”“…….”아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정말 이 남자는.말을 너무 잘했다.레이가 손을

  • 사랑을 말하다   당신을 지키는 방법

    아윤은 손끝을 내려다봤다.그제야 레이가 자신을 바라볼 때 가끔씩 보이던 표정이 이해됐다.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어느 순간 갑자기 물러나던 남자.다가왔다가 다시 거리를 두려던 사람.그건 단순한 망설임이 아니었다.두려움이었다.“비아.”“응?”“그때 사고는 어떻게 됐어?”“수사는 했어. 그런데 사고를 직접 일으킨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하지 못했어. 오빠는 지금도 당시 자료를 가지고 있어.”“그렇구나.”아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올리비아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윤.”“응.”“혹시 무섭다면 오빠랑 거리를 둬도 돼.”아윤이 고개를 들었다.“…….”“너까지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아윤은 친구를 바라봤다.올리비아는 진심이었다.오빠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아윤도 아끼는 사람이었다.그 두 마음 사이에서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아윤은 잠시 생각하다 올리비아의 손을 마주 잡았다.“나 아직 결정한 거 없어.”“응.”“레이 씨랑 사귀는 것도 아니고.”“……응.”“그런데.”아윤은 천천히 말했다.“누군가 무섭게 군다는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피해야 한다면, 그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올리비아의 눈이 조금 커졌다.“윤.”“응?”“방금 뭐라고 했어?”아윤은 눈을 깜박였다.“뭐가?”“좋아하는 사람?”“…….”정적.올리비아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아윤은 뒤늦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아니, 그게…….”“윤!”“야, 조용히 해!”“너 우리 오빠 좋아해?”“그런 뜻이 아니라!”“그런 뜻이잖아!”아윤은 쿠션을 집어 올리비아에게 던졌다.올리비아는 그것을 받아 들고 웃었다.조금 전까지 굳어 있던 얼굴에 비로소 익숙한 장난기가 돌아왔다.“세상에. 도아윤이 남자를 좋아한대.”“아니라고!”“그것도 우리 오빠를!”“비아!”“대박!”아윤은 결국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그런데 이상하게.조금 웃음이 났다.아무리 무서운 일이 있어도 올리비아는 결국 자신을 웃게 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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