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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Penulis: 희나리K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5-26 22:43:52

시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강우주.

조용한 진료실, 익숙한 풍경, 익숙한 업무였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정리 하다 가도, 다시금 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은하는 괜찮겠지….”

정신과 의사인 우주. 사실 그가 정신 의학과라는 길을 선택한 이유도 동생, 은하 때문이었다.

은하가 9살이던 그날 이후. 그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가혹했던 사건이 지나간 후, 은하는 완전히 변해버렸다. 

활기라곤 온데간데 사라졌고, 과거의 기억을 잃었으며, 때때로 보이는 불안한 모습과 깊이 새겨진 트라우마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는 결심했다.

“이제 은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 하나뿐이야.”

혼자서 감당해야 할 것들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은하의 상처는 너무나도 깊었고, 단순한 치료나 상담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게다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선을 넘을 수 없는 단단한 벽이 존재했다. 그 벽은 생각보다 견고하게 세워져 있는 듯 했다.

우주는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오랜 시간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은하는 과거와 맞서지 못한 채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이제, 또다시 새로운 환경에 던져졌다.

“강 선생님?”

노크 소리와 함께 간호사가 문을 열었다. 너무도 익숙한 일상이 찾아왔다. 

“네?”

“다음 환자 대기 중이세요.”

우주는 다시 한 번 시간을 확인했다. 걱정은 이만 하고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네.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넥타이를 고쳐메며 속으로 되뇌었다. 부디 오늘은, 은하가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마칠 수 있기를.

***

점심시간이 되자 교실은 빠르게 소란스러워졌다. 삼삼오오 모여 나가는 학생들, 급식을 받으러 가는 학생들, 교실에서 간식을 나눠 먹는 무리들. 

은하는 교실에서 다른 학생들이 전부 빠져나가길 기다렸다가, 최대한 조심스레 움직였다. 

이곳에서 아직 편한 친구가 없었기에,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매점으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복도를 따라 걷던 은하는, 한쪽에서 들려오는 낯선 소리에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계단 아래, 조금은 어두운 구석진 공간이었다.

“답답하네 진짜.”

낮고 나른하지만, 묘하게 위압적인 목소리. 그리고 그곳에서는 교실에서 마주했던 백이현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차가운 벽에, 마치 한 학생을 가둬 두듯 서 있었다. 한 손으로 그 학생의 교복 깃을 쥐고는, 입가엔 느슨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말을 하면 좀 알아듣지? 적어도 내가 말할 때는.”

상대 학생은 잔뜩 움츠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온 몸은 긴장을 한 듯 굳어있는 모습이었다. 

은하는 순간, 가슴 한쪽이 서늘하게 얼어붙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단순히 친구들끼리 장난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괴롭힘. 그 단어가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동시에, 등 뒤에서 다른 학생들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백이현은 또 저러고 있네.”

“괜히 끼어들면 피곤해져. 가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은 익숙하다는 듯 모른 척하며 지나갔다. 아무도 개입하려 하지 않았다. 그냥 그 광경을 스치듯 지켜보며, 자기들끼리 수군댈 뿐이었다.

하지만 은하는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가만히 서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때마침 은하의 시선을 느낀 백이현이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눈이 정확히 마주쳤다.

“전학생, 여기서 뭐 해?”

복도를 가볍게 울리는 목소리 안에는 분명 도발적인 흥미가 섞여 있었다.

은하의 시선은 여전히 이현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 옆에서 움츠려 있는 학생이 더 신경 쓰였다.

“…….”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자 이현은 한쪽 눈썹을 살짝 올리더니, 벽에 기대어 있던 자세를 풀고 성큼성큼 은하 쪽을 향해 걸어왔다. 

몇 걸음도 되지 않아, 코 앞까지 다가온 그림자.

“뭐냐고? 전학생?”

얼굴에는 여전히 나른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은하는 그 미소가 불편할 정도로 가볍지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아니야. 아무 것도.”

이현은 은하의 반응이 더욱 더 흥미롭다는 듯 킥킥 웃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럼 그냥, 가던 길 가면 되잖아.”

이현이 다시 벽 쪽에 서 있던 학생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그 학생은 조금 더 몸을 웅크렸다. 은하는 가만히 자신의 손끝을 말아 쥐었다.

이대로 무시해야 할까? 아니면…

고민할 틈도 없이, 또 다른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백이현.”

낮고 차분한 목소리에 은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한 사람. 단정한 교복, 흔들리지 않는 시선, 그리고 여유로운 걸음걸이. 정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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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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