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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Author: 임공
말을 마치고 지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 밖으로 나갔다.

진아는 순간 눈을 번쩍 뜨며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눈가에 얇은 물기가 번졌다.

‘부지하... 아직도 여기 있어?’

‘내가 그렇게까지 차에서 뛰어내렸는데, 그래도 놓아주지 않는 거야?’

문 너머로 지하와 의사의 대화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환자가 많이 아파합니다!”

“아직 부상 후 24시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머리를 다쳤으니 관찰이 필수예요. 지금 진통제를 쓰면 상태를 가릴 수 있습니다.”

“그럼 어쩌란 말입니까? 그냥 이대로 두라고요?”

그러나 결과는 뻔했다. 지하는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지하의 얼굴에는 불만과 초조함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진아의 손을 잡아 들어 입술에 가볍게 닿게 했다.

“의사가 아직은 안 된대. 자기야, 조금만 참아. 관찰 기간만 지나면 바로 맞게 할게.”

사실 지하도 두려웠다. 혹시라도 진아의 상태에 다른 문제가 있을까 봐.

진아는 간신히 힘을 내어 그의 손을 뿌리치고 눈을 감았다. 더는 보고 싶지 않았고, 더는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지하는 잠시 굳어 있더니,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차에서 뛰어내린 사람인데, 지금 날 무시하는 게 뭐가 이상하겠어.’

‘하지만... 이 사람이 날 이렇게 버리려 해도, 난 절대 놓지 않아.’

약기운에 취해 진아는 흐릿하게 잠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곁에 지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갔나...? 정말 간 거야?’

가슴이 잠시나마 가벼워지는 듯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문이 열리더니 지하가 들어왔다. 이번엔 정장 대신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깼어?”

지하는 다가와 침대 옆에 앉으며 진아의 이마를 짚었다.

“푹 잤네. 중간에 토하지도 않았고. 좀 나아진 거 맞지?”

그는 진아의 뺨도 살짝 만졌다. 차갑던 피부가 조금은 따뜻해져 있었다.

진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지하는 계속 혼잣말을 이어갔다.

“아까는 밖에서 일 좀 처리했어. 널 혼자 두진 않았어. 지금 물 마실래? 의사 말로는 이제 조금씩은 괜찮대. 맑은 국도 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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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591화

    지하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매일 같이 진아 곁을 지키며 손수 돌보고 챙겨 왔는데 돌아오는 말이 고작 이거라니.순간적으로 그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지하는 허리를 굽혀, 그대로 진아를 안아 들었다.“놔! 나 진짜 당신이랑 있고 싶지 않아! 이렇게까지 하는 게 재밌어?”“흥...”지하는 낮게 비웃었다. 진아의 발버둥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재밌어 죽겠는데? 네 말 중에 맞는 말 하나는 있더라. 죽더라도, 너는 내 옆에서 죽어야 해.”진아는 그 말에 그대로 얼어붙었다.더 이상 몸부림치지도 않았다.배가 접안하자, 지하는 진아를 안은 채 그대로 내렸다.이미 길가에는 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두 사람은 곧바로 별장으로 돌아갔다.도망친 일을 들킨 이상, 다시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진아는 아예 체념한 듯,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됐다.지하는 달여 둔 약을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진아는 고개를 돌렸다.“안 마셔.”“마셔.”지하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먼저 한발 물러섰다.“배에서는 내가 너무 심했어. 그건 미안해. 화내지 말고, 약만 마시자.”몇 번을 타일렀지만, 진아는 끝내 반응하지 않았다.지하는 결국 그릇을 들어, 그녀 입가로 가져갔다.“안 마신다니까! 싫다니까!”진아는 팔을 번쩍 들어, 그릇을 쳐냈다.쨍그랑!그릇은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고, 약물이 사방으로 튀며 1층 전체에 진한 약 냄새가 퍼졌다.지하는 움직이지 않은 채, 그녀를 내려다봤다.진아는 순간 마음이 움찔했지만, 곧 지하의 행동이 떠올라 냉소를 띠었다.“내가 당신 앞에서 죽는 거 보고 싶다며? 그럼 잘됐네. 오늘부터 약 안 먹을게.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당신 소원 이뤄 주지.”그 말을 듣는 순간, 지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표정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진아 역시 편하지 않았다.‘나는 지금 부지하 심장을 찌르는 거야.’‘하지만 나 자신도 같이 베고 있는 거지.’그런데도, 그녀는 알고 있었다.이렇게 해야만, 지하가 그녀를 놓아줄 가능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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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은 여전히 거센 바람과 폭우가 몰아치고 있었다.태풍은 아직 물러날 기미가 없어 보였다.만두를 먹고 나자, 진아는 한껏 만족한 얼굴로 깨끗한 방석 하나를 찾아 바닥에 깔았다.그리고 그 위에 작은 담요를 접어 올려, 강아지를 위한 임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진아는 강아지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밖에 나갈 수가 없어서 새집은 못 사 주네. 일단 이걸로 좀 버텨 보자.”“멍...”강아지는 작게 울며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꼬리를 흔들었다.진아는 강아지의 턱 밑을 쓰다듬으며 웃었다.“뭐라고 하는 거야?”지하가 웃으며 말했다.“고맙다고 하는 거지.”“그래?”진아는 맞장구를 쳤다.“별말씀을.”그러다 고개를 들어 지하를 보며 말했다.“근데 얘 아직 이름이 없잖아. 계속 강아지, 강아지 할 순 없고... 이름 하나 지어 주자.”“응.”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강아지니까, 네가 지어.”“내가?”진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고민했다.“근데 잘 생각이 안 나. 당신은 좋은 생각 없어?”“음...”지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선물.”“선물?”“응.”지하는 차분히 설명했다.“갑자기 우리 집 덤불 밑에서 나타났잖아. 하늘이 너한테 준 선물인 셈이지. 그리고 선물이라는 말, 너랑 정말 잘 어울려. 딱 들어도 네 아이 같아.”진아는 지하의 선물인 셈.정말 그렇다고 할 수 있었다. “하하.”진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나 그 이름 마음에 들어.”그녀는 고개를 숙여 강아지를 향해 말을 걸었다.“선물아, 이제부터 네 이름은 선물이야. 선물, 선물?”“멍! 멍멍!”강아지는 알아들은 것처럼 연신 짖으며 기뻐했다.“하하하...”지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꼈다.선물이 생긴 뒤로, 진아는 할 일이 생긴 듯 보였다.며칠 전처럼 멍하니 앉아 있거나, 자주 생각에 잠기는 모습은 눈에 띄게 줄었다.비는 며칠째 계속 내렸고, 여전히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진아는 선물을 안고 위층으로 올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588화

    지하가 만두를 빚고 있을 때, 진아는 거실로 나가 텔레비전을 켰다.지하는 틈틈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한 번씩 확인했다.그녀가 도망갈까 봐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몸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알아차리기 위해서였다.그런데 마지막으로 고개를 들었을 때, 거실에 진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진아!”지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급히 거실로 나가 봤지만, 눈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 진아는 정말 없었다.‘어디 간 거야?’지하는 바로 몸을 돌려 집 안을 위아래로 찾아다녔다.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진아는 보이지 않았다.“진아!”‘설마... 정말 나간 건가?’밖은 태풍으로 바람과 비가 몰아치고 있었다.이런 날씨에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그 작은 몸으로는, 부두까지 가는 것도 버거울 텐데.그때 문득 수영장 쪽으로 이어지는 유리문이 열려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진아!”지하는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진아, 진아?”“나 여기 있어!”이번에는 분명히 진아의 목소리였다.지하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진아는 마당 한쪽에 쪼그려 앉아, 그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진아!”지하는 성큼성큼 달려가 그녀 앞에 섰다.손을 뻗어 그대로 안아 들려고 했는데, 그녀는 이미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이런 데서 뭐 해! 비가 이렇게 오는데! 빨리 안으로 들어가!”“잠깐만!”진아는 버티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그리고 다급하게 담장 옆의 관목을 가리켰다.“저기 봐.”“뭐가?”지하는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숙여 봤다.관목 아래에,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었다.빗소리가 너무 커서, 진아는 얼굴을 들고 소리쳤다.“강아지야!”그녀는 지하의 팔을 뿌리치고 허리를 숙여, 그 작은 생명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지하도 그제야 확실히 보였다.아주 작은 강아지였다. 아직 젖내가 날 것 같은 어린 강아지.어쩌다 이런 곳에 숨어들었는지, 비를 맞아 떨고 있었다.진아는 강아지를 꼭 안은 채 놓지 않았다.자기 몸으로 바람과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587화

    진아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커튼은 치지 않았지만, 방 안으로 들어오는 빛은 평소만큼 밝지 않았다.“깼어?”발소리가 들려왔고, 지하였다.방 안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지하는 원래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모니터로 진아가 깬 걸 보자마자 바로 올라온 것이었다.“응.”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지하는 쿠션을 하나 가져와 진아의 등 뒤에 받쳐 주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었다.“일단 좀 앉아 있어. 정신 좀 깨고 일어나.”“알겠어.”진아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갑자기 일어났다가 혈압이 변하면, 뇌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하는 그녀의 병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알아보고 있었다.지하는 누군가에게 잘해 주기로 마음먹으면, 그 부분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이었다.물론,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진아는 시선을 들어 창밖을 바라봤다.“비 와?”“응.”지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태풍 영향이야. 비가 꽤 세게 와. 가사도우미도 오늘은 못 들어왔어.”‘그래?’진아는 잠시 멍해졌다가, 바로 물었다.“이렇게 비 오는데... 그럼 나 뭐 먹어?”그건 거의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지하의 눈에는, 어딘가 순진하고 멍해 보이면서도 괜히 귀여워 보였다.지하는 낮게 웃음을 흘렸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데 네가 굶겠어? 집에 재료 다 있어. 네가 언제 깰지 몰라서 미리 안 했어. 식으면 안 좋잖아. 말해 봐, 뭐 먹고 싶어?”“음...”진아는 진지하게 고민했다.“만두. 당신 할 수 있어?”“그 정도야 문제없지.”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바로 먹을 수는 없어. 좀 손이 가서, 조금은 기다려야 해.”“그럼 먼저 채소 샐러드 하나 해 주고, 우유도 데워줘.”“알겠어.”지하는 팔을 내밀었다.“일어날래? 나는 내려가서 요리할 건데, 너도 같이 있을래?”진아는 눈썹을 찌푸렸다.“꼭 내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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