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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作者: 삼구이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26 22:53:42

"전 비서님 접니다. 당장 경찰 쪽 인맥 전부 연락 넣….”

탁.

예리가 다급히 손을 뻗어 은호의 휴대폰을 낚아챘다.

통화 종료 버튼을 거칠게 연타하는 예리를 보며 은호가 붉어진 눈으로 시선을 맞춰왔다. 그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리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그 사람들 때문에 팀장님, 죽을 뻔했습니다. 두 사람, 하루라도 빨리 처벌받게 해야 합니다."

"아니요, 지금은 안 돼요.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 오히려 무혐의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아요."

은호가 억지로 이성을 붙잡으려,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렸다.

한참을 그 자세로 서서 생각에 잠겼던 그의 입술 사이로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당분간은 안 됩니다. 사람을 붙여드리겠습니다."

"이사님."

"그 사람들 계획, 나 팀장님 때문에 실패한 겁니다. 이성을 잃고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걱정이 뚝뚝 묻어났지만, 예리를 응시하는 눈빛만큼은 완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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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61화

    조심조심 틈새를 벌려 상자 날개를 펼치자,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단내를 풍기는 애플파이가 모습을 드러냈다.예리는 뜻밖의 내용물에 가만히 눈을 치켜떴다가 가볍게 흘겼다.시선을 돌리자, 종이가방 표면에 박힌 작은 로고가 예리의 눈에 들어왔다.지난주 점심시간, 은영이 한참 동안 자랑을 늘어놓았던 유명한 디저트 카페의 로고였다.바삭한 식감부터 입안에 퍼지는 달콤함까지 워낙 생생하게 읊어대기에, 예리 역시 나중에 한번 먹어보고 싶다며 맞장구를 쳤었다.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예리의 입술 틈으로 피식, 짧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지나가듯 뱉은 사소한 말까지 다 주워 담았으면서, 정작 제 앞에서는 인연에 대한 믿음이 없다고 서늘하게 날을 세우다니.“정말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파이 상자를 닫는 예리의 손끝이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 공예품을 다루듯 조심스러웠다.박 회장과 이복형제들에게 평생을 고립된 채 감정을 지워내며 살아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그게 상처받기 싫어 부리는 서툰 방어기제인 줄도 모르고, 낮에는 그 말에 진심으로 서운할 뻔했다.…잠시만. 서운?“아니, 이건 아니지. 나예리.”자신이 뱉은 단어에 소스라치게 놀란 예리가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런 감정을 느낄 상대가 아니었다.박 회장의 의뢰를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목표물. 그게 전부였다.그래, 이건 오기였다.그의 호감을 얻어 덫에 빠뜨리기 위해 그동안 들인 공이 얼마인데, 제대로 걸려들기는커녕 믿음이 없다는 소리로 밀어내다니.예리가 파이 상자를 냉장고에 넣고 문을 쾅 닫았다.그가 정 그렇게 믿음 타령을 하며 벽을 친다면, 원하는 대로 그 잘난 신뢰를 질리도록 안겨줄 생각이었다.“아주 질려서, 제 발로 먼저 도망치고 싶어질 때까지 옆에 딱 붙어 있어 줄 테니까. 두고 봐, 유은호.”예리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은호가 풍경을 바라보는 척, 창에 비친 예리의 옆모습을 훔쳐봤다.예리의 이마에서부터 콧날로 매끄럽게 떨어지는 라인을 좇던 은호의 눈매가 짓눌리듯

  •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60화

    “팀장님 말씀 잘 알겠습니다.”은호를 바라보는 예리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하지만 예리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테이블 위에 흐트러진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런데 팀장님께서도 잊으신 게 있네요.”서류 뭉치를 모아 테이블 위로 탁탁 내리치던 예리의 손길이 허공에서 멈췄다.은호가 테이블 쪽으로 상체를 깊숙이 숙였다.“제가 매칭에 참여하면서 걸었던 조건 말입니다.”예리의 미간이 좁혀졌다. 서류를 쥔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갔다.“그래서 해진 씨 일에 언제 손을 뗄지 역시 제 의사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수줍게 말문이 막히던 조금 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이 은호의 눈동자가 낮게 가라앉았다.“벌써 제게 인연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판단하셨다면 큰 오산입니다.”예리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가 서늘하게 얼어붙은 채 은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냈다.드르륵- 은호가 의자를 뒤로 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이기적이라는 걸 알았다. 유치한 억지라는 것도.그래도 상관없었다.은호는 재킷 깃을 툭 잡아당기며 예리에게 등을 돌렸다. 그러고는 감정을 한 꺼풀 걷어낸 목소리로 쐐기를 박았다.“제 조건은 아직 유효합니다, 나 팀장님. 그러니 내일도, 이 회의실에서 뵙겠습니다. 오늘은 외부 일정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그대로 회의실을 빠져나가는 은호의 뒤로 문이 닫혔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 흩어져 있던 무거운 정적이 테이블 위로 툭 떨어졌다.***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연의 1층 로비는 퇴근길에 오른 직원들로 북적였다.한참 동안 허공에 머물던 예리의 시선이 가방 속 휴대폰으로 향했다. 잠금 화면을 열어 지하철 노선도를 검색하는 손가락이 미세하게 굳었다가 움직였다. 조금 전 제게 등을 돌린 채 서늘한 말을 뱉고 가던 은호의 넓은 등판이 화면 위로 자꾸만 겹쳐 보였다.예리는 곧바로 투명한 회전문 앞으로 걸어갔다.고작 일주일이었다.그런데 혼자서 이 두꺼운 유리문을 밀어내는 감각이 낯설어 손끝이 멈칫거렸다.예리는 고개를 가볍게

  •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59화

    순간 세 사람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승호가 이제야 모든 퍼즐이 다 맞춰졌다며 손가락을 튕겼다.“어쩐지! 무술 9단이라 할 때부터 보통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어. 왜, 전에 팀장님한테 계속 질척거렸던 진상 고객도 딱 한 방에 제압하셨잖아.”승호가 허공에 주먹을 뻗으며 그날 소진이 보여준 동작을 요란하게 흉내 냈다. 은호의 시선이 승호의 요란한 몸짓을 훑다가 멈췄다.‘질척대?’은호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지는 사이, 혜린 역시 고개를 깊게 끄덕이며 곁에 있던 빈 의자를 은영 쪽으로 바짝 끌어당겨 앉았다.“맞아, 강 비서님 이번만이 아니라 매번 이런 구하기 어려운 정보들 무조건 따오시는 것도 수상했어. 올 초에 재직증명서 위조한 고객 털어낼 때도 진짜 대박이었잖아. 완전 사이다.”팀원들의 목소리가 겹치며 회의실이 소란스러워지는 와중, 가람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책상에 한쪽 팔을 올리곤 턱을 괴었다.“있냐, 나는 솔직히 국정원 출신 아닌가도 생각했었는디… 왜냐믄 강 비서님 과거 이야기 일절 안 하시자네.”“헉? 그럼, 막 블랙요원 이런 거?”입을 떡 벌린 승호가 두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더니, 조준하듯 손가락 끝을 예리에게 확 겨누었다.“팀장님, 팀장님은 강 비서님 이전 직장 아시죠? 이력서 직접 보셨을 거 아니에요.”승호가 채근하듯 물었지만,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예리의 손가락은 일정한 박자를 유지했다.예리는 서류 화면에서 시선조차 떼지 않은 채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니요. 이력서에 전 직장 칸은 비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 비서님 뽑은 건 제가 아니라 나 대표님이시고요. 저도 그전에 무슨 일을 하셨는지는 몰라요.”은호가 조용히 시선을 예리의 얼굴로 돌렸다. 그녀의 옆얼굴을 가만히 응시했으나, 깜빡임 없는 눈동자에는 그저 노트북의 하얀 불빛만 반사되어 흔들릴 뿐이었다.예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승호가 아예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으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국정원 블랙요원 맞네! 솔직히 형사면 이력서에 적었지. 완전 스펙인데! 이력서에

  •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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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57화

    예리가 레이저 포인터로 예약 내역서의 출국 날짜를 가리켰다.“노민수, 오지연. 보험금 수령 즉시 한국을 떠날 계획이었어요. 저번 주 토요일이 두 사람이 정한 디데이였고요.”탑승객 이름부터 날짜까지 쭉 시선을 옮기던 해진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막연한 의심과 실체를 마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칼날로 심장을 베이는 느낌에 해진의 뺨을 타고 참지 못한 눈물이 툭, 떨어져 내렸다.가람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티슈를 몇 장 뽑아 해진에게 건넸다.휴지가 해진의 눈물로 젖어 들어가는 걸 지켜보던 예리가 말없이 새로운 영상을 재생시켰다.화면의 장소는 어느 건물의 옥상이었다.먼지가 자욱하게 가라앉은 가구 무더기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회색 문이 열리더니, 검은색 마스크와 모자를 쓴 여자가 발을 들였다.“……!”해진이 벌어진 입술을 젖은 휴지로 틀어막았다.화면 속 여자는 난간으로 성큼 다가갔다. 망설임 없이 밑을 내려다본 여자가 곧장 옆에 놓인 화분을 집어 들었다.난간 밖으로 뻗어 나온 붉은색 화분이 허공에 멎은 것은 찰나였다. 물을 먹지 못해 말라비틀어진 잎사귀가 거센 바람에 파르르 흔들렸다.한 번 더 아래를 향해 고개를 숙인 여자가 그대로 손을 놓았다.붉은색 화분이 무서운 속도로 궤적을 그리며 화면 밑으로 추락했다.허리를 반쯤 숙여 밑을 내려다보던 여자는 지체 없이 몸을 돌려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스크린에서 시선을 뗀 예리가 해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해진은 흔들리는 눈으로 처음으로 되돌아간 영상을 응시하고 있었다.“해진 씨, 누군지 알아보겠어요?”“멀리서 찍혀서 얼굴이 정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저 모자.”해진이 훌쩍임을 참아내며 검지 손가락으로 스크린 한 곳을 가리켰다.“제가 오지연한테 선물한 거예요.”고개를 끄덕인 예리가 굳은 표정으로 소진에게 시선을 돌렸다.“다음 영상 보여주세요.”화면이 전환되며 텅 빈 헬스장 내부가 비쳐 들었다. 곧이어 노민수가 들어왔다.카운터

  •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56화

    “해진아, 넌 왜 항상 너만 생각하는 거 알아? 지금 네 이런 행동, 정말 이기적인 거야.”창밖으로 빠르게 지나치는 가로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민수가 낮게 읊조렸다.“민수 씨… 그게 무슨 말이야….”“너만 생각할 게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이도 생각해야지. 솔직히 말해서 이런 일이 또 없을 거라는 보장도 없는 거잖아. 만약에, 만약에….”톤이 높아졌던 그의 목소리에 일순간 물기가 어렸다.“그런 일이 또 일어나면, 너랑 아이 둘뿐이라 생각하니까….”민수가 뒷말을 삼키며 눈가를 손으로 꾹 눌렀다.“여보….”해진의 목소리에도 덩달아 물기가 비쳤다. 잔뜩 웅크린 채 떨고 있는 그의 등을 바라보던 해진이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여보, 내가 지금은 휴직 상태라 당장 상해 보험에 새로 가입하긴 그렇고… 지금 가진 건강 보험에 상해 한도라도 올릴게.”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민수가 창틀에 기댔던 팔을 떼며 해진을 돌아보았다. 붉어진 눈을 한 그가 가죽 시트 위에 놓여 있던 해진의 손을 잡아 제 품으로 거칠게 끌어당겼다.택시 기사가 룸미러로 두 사람의 모습을 힐끔 살폈지만, 민수는 해진을 안은 팔에 꽉 힘을 줄 뿐이었다.“그래, 잘 생각했어! 해진아. 우리, 그리고 미래의 아이를 위해서….”민수의 어깨에 턱이 얹어진 해진은 귓가에 닿아오는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등을 토닥였다.창문 너머로 초록색 잎사귀들만 빠르게 뒤로 스쳐 지나갔다.해진은 가슴 깊은 곳에서 고개를 드는 기시감을 외면하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그래, 그가 이렇게 좋아하면 된 거다.***“그럼, 그때 한도 때문에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신 거군요.”팔짱을 낀 채 테이블 한곳에 시선을 묻고 있던 은호가 고개를 들었다.“네, 맞아요. 설계사분 말씀으로는 상해사망 한도만 따로 올릴 수는 없고, 기존 계약을 해지한 뒤에 새로 가입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그렇다면 마지막 상해보험은 정확히 언제 가입하신 겁니까?”은호의 질문에 해진의 얼굴에 다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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