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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Penulis: 삼구이사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4-08 23:53:18

예리는 점심조차 1층 카페의 샌드위치로 대충 때운 채, 해성 관련 자료를 훑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해상 그룹.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 IT와 통신, 금융을 넘어 이커머스까지 국민의 일상을 장악한 그들은 거대한 블랙홀이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 영향력 가졌다. ‘해상이 무너지는 날엔 대한민국 전 국민이 무너진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 정도였다.

그런 박 회장의 직접 움직이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의뢰 대상이 유은호라는 점이 예리를 더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마흔에 가까운 두 아들에게 직접 생선 살을 발라주는 사진이 화제가 될 만큼, 첫째와 둘째를 향한 박 회장의 애정은 유별났다. 그런 그녀가 발 벗고 나선 상대가 금지옥엽 두 아들이 아닌, 배다른 자식으로 알려진 막내 유은호라니.

자식의 결혼조차 철저히 계산된 비즈니스로 이용할 박해미였다. 이득이 없는 곳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녀가 유은호의 결혼을 주도한다는 사실은, 이번 방문이 결코 순수한 의도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유도현도 유동현도 아니고, 왜 하필 유은호지?’

그때 태블릿 화면 속, 19년 전 기사 하나가 예리의 눈에 들어왔다.

[[단독]’아르케 리서치’ 박해미 대표, 해상 유상만 회장과 11일 백년가약]

이혼 후 두 아들을 홀로 키우던 박해미와 은호의 부친인 유상만 회장이 재혼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정·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해상 그룹의 새로운 안주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자선 행사에서 만나 약속이라도 한 듯 빠르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혼인 신고 후 세 아들과 함께 매체에 자주 얼굴을 비췄다. 대중의 부러움을 사는 화목한 재벌가 가족의 표본이 되었지만, 그 행복은 그리 얼마 가지 못했다.

예리는 화면을 위로 쓸어 넘겼다. 2년 뒤, 유 회장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알리는 대대적인 보도들이 줄을 이었다. 예리는 그 중 뉴스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해상 그룹 유상만 회장이 어젯밤 교통사고로 별세했습니다. 유 회장은 가족과의 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직접 운전대를 잡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화면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구겨진 고급 승용차가 비쳤다.

-당시 폭우가 쏟아지는 야간이었으며, 차량은 빗길에 미끄러지며 가드레일을 추돌한 뒤 절벽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경찰은 현재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한 상태입니다.

화면이 바뀌며 응급실로 급히 실려 들어가는 이동 침대 위, 유은호의 모습이 잡혔다. 앳된 얼굴은 붉은 피와 검은 그을음으로 얼룩져 있었다.

예리는 차갑게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사고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건, 뒷좌석에 타고 있던 당시 중학생이던 유은호뿐이었다.

이후 유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박해미와 유은호에게 상속한다는 유언장이 공개되었다. 박해미는 본래 가진 지분에 유 회장에게 상속받은 몫, 그리고 미성년자였던 유은호의 법정대리인 권한까지 합쳐 완벽한 캐스팅보트를 손에 넣었다.

그녀는 장례를 치른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사진을 전부 갈아치웠다. 박해미의 측근으로 채워진 이사회는 주주총회 승인을 전례 없이 공격적으로 밀어붙였다.

[해상 그룹, ‘박해미 체제’ 공식 출범… 장례 일주일만의 초고속 인사 단행]

그렇게 그녀는 해상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태블릿 화면을 훑어내리던 예리의 손가락이 박 회장의 최근 동향 항목에서 딱 멈춰 섰다.

“최근엔 상속 전문 변호인단까지 수시로 만났단 말이지.”

해상 내부에서 또다시 상속과 관련된 은밀한 움직임이 일고 있었다.

‘박 회장이 상속을 준비하는 건가? 아니면….’

예리의 머릿속에 과거 박해미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이용했던 유은호의 지분이 떠올랐다.

만약 박 회장이 유은호의 지분을 다시 한번 이용하려는 속셈이라면, 변호인단과 접촉한 정황과도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왜? 하필 우리 인연이지?’

업계 1위라고는 하나, 해상과 특별한 접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상속 전쟁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굳이 우리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명확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예리는 이번 의뢰의 핵심 키가 될 유은호의 정보를 태블릿에서 찾아 내려갔다.

유은호는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다. 이사장으로 있는 해상 아트센터 행사조차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그간 스캔들은커녕 결혼과 관련된 기미조차 보인 적이 없었다.

부친 사망 이후, 당시 중학생이던 유은호는 종적을 감췄다. 그 빈자리를 채운 건 박해미의 두 아들, 유동현과 유도현이었다. 박해미는 의도적으로 두 아들을 언론에 노출했다.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을 연출하며 이들이 해상의 유일한 승계자임을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두 사람이 차기 리더로 받아들여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느덧 사람들 사이에서 선대 회장의 친아들인 유은호의 존재는 서서히 지워져 갔다. 박해미의 작전이 완벽히 성공한 셈이었다.

간혹 유은호의 근황을 묻는 이들도 있었지만, 박해미의 답변은 늘 한결같았다.

"지금은 그저 조용한 곳에서 마음의 상처를 돌보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어요….”

예리가 화면 속 인터뷰 구절을 나지막이 읊조렸다. 이 대답 역시 은호를 나약한 인간으로 낙인찍어 후계 구도에서 완전히 밀어내려는 속셈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는 박 회장의 말처럼 정말 조용한 곳으로 떠났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아버지가 떠오르지 않는 곳에서 트라우마를 털어내려는 듯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 후, 전공을 바꿔 미술 경영 석사를 마친 그는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 회사 ‘크리스털’ 뉴욕 본사에서 근무했다.

그렇게 타국에서 제 자리를 잡은 듯했던 그가 돌연 귀국을 선택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마지막 행적이… 1년 전?”

업계 최고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인연의 VIP 전담팀이 샅샅이 긁어모은 자료조차 1년 전 자선 행사가 마지막이었다. 그나마도 멀리서 찍힌 흐릿한 사진뿐이었다.

취향이나 사생활을 포함한 개인적인 자료는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유은호 스스로 제 흔적을 지워낸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막막함이 먹구름처럼 밀려오던 그때, 예리의 시야에 유은호의 얼굴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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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너무 재밌어요.다음화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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