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민하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남자와 여자라는 힘의 차이가 너무 컸다. 민하윤이 필사적으로 뒤로 빠지려는 순간, 부감독이 거칠게 끌어당겨 민하윤을 품에 가뒀다.아까까지만 해도 점잖아 보이던 부감독은 딴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부감독은 민하윤의 손목을 사납게 움켜쥐고 놓지 않았다.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눈빛이 번뜩였다. 부감독은 민하윤의 목덜미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 숨을 들이켜듯 민하윤의 몸에 코를 가져다 대면서 향수 냄새를 맡았다.민하윤은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민하윤은 입을 열어 보려 했지만 목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부감독은 민하윤의 반응을 보더니 비웃듯 웃었다.“말 못 하는 사람이면 아무리 소리 질러도 소용없지. 다만 넌 이런 곳과 어울리지는 않네. 이렇게 예쁜데 무슨 예능을 찍겠다고 그래? 내 말만 잘 들으면 널 드라마 팀에 추천할게.”부감독은 민하윤을 벽으로 몰아붙이면서 다른 한 손으로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머릿속이 하얘진 민하윤은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저 애원하는 눈빛으로 3층 계단 쪽을 바라보면서 누군가가 와서 자신을 구해주기를 간절히 바랐다.부감독은 숨을 거칠게 내쉬었고 입에서 풍기는 냄새가 지독했다. 부감독은 민하윤의 목에 두른 스카프를 확 잡아당겼다.스카프가 풀리자 민하윤의 쇄골 아래로 감춘 이빨 자국이 드러났다. 부감독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부감독은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올라온 듯 낮게 물었다.“남자 친구 있어?”민하윤은 마지막 동아줄이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누군데?”부감독은 표정이 굳었다. 욕망에 취했던 표정이 조금 가라앉았고,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돌아가기 시작했다.‘하긴...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솔로겠어? 젠장... 이 년은 말을 못 하잖아.’부감독의 표정은 정말 말이 아니게 흉측했다. 반쯤 내려간 바지는 벗지도 다시 입지도 못했다.“젠장, 내가 묻잖아! 네 남자가 누구냐고!”하지만 민하윤은 고개를 저었고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민하윤이 자신의 말을 귀담아듣자, 나지혜는 마음속의 긴장과 어색함이 순식간에 풀렸다. 나지혜는 연거푸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반찬을 좀 더 해둘게요. 사모님, 나가실 때 조심하시고요.”민하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신발을 갈아 신고 집을 나섰다.호출한 택시는 촬영장 출입증이 없어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민하윤은 어쩔 수 없이 길가에서 내렸다. 발목은 아직도 은근히 욱신거렸다. 민하윤은 길가에 서서 임형섭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하지만 10분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임형섭이 촬영 중이라 그런가 싶었다. 민하윤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민하윤은 백누리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관찰실 세트장은 촬영 별장 옆에 붙어 있으니 금방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전화는 몇 번 울리다가 그대로 끊겼다.민하윤은 고개를 숙이고 메시지 창을 닫고 메일함을 열었다. 그리고 초대장에 적힌 담당자 연락처로 문자를 작성해 보냈다.그러자 곧바로 담당자한테서 답장이 왔다.[민하윤 씨, 잠시만요. 바로 갈게요.]민하윤은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지난번의 그 어두운 그림자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민하윤은 또다시 그 음흉한 남자와 마주칠까 봐 겁이 났다.그 음흉한 남자는 민하윤에게 더럽고 상스러운 말을 쏟아냈고 심지어 손까지 함부로 댔다. 민하윤은 그 일을 하도진에게 말할지 한참을 망설였다.하지만 하도진의 차가운 얼굴과 무심한 눈빛이 떠오르자, 민하윤은 입을 다물고 싶어졌다.‘말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하도진은 또 비웃기만 할지도 몰랐다. 민하윤에게 교활하다느니, 남자를 유혹했다느니, 그런 딱지를 씌울지도 몰랐다.민하윤은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안경을 쓴 부감독이 숨을 헐떡이며 민하윤 앞에 나타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다.“민하윤 씨, 죄송합니다. 오늘은 날이 좋아서 외부 촬영을 더 뽑아야 해서 다들 밖에서 정신이 없네요. 오래 기다리셨죠?”[괜찮습니다.]민하윤은 휴대폰에 문자를 입력한 후, 화면을 뒤집어 부감독에게 보여 줬다.부감독은 눈
민하윤은 집에서 꼬박 일주일을 쉬었다.그 사이 연애 예능 촬영도 막바지로 접어들었고 프로그램 협업 제안 메일이 민하윤의 받은 편지함에 수북이 쌓였다.민하윤은 아직도 정체불명의 음흉한 남자가 떠오를 때마다 등골이 서늘했다.나지혜가 정성껏 보살핀 덕분에 삐끗했던 발목도 말끔히 가라앉아 이제는 걸어 다닐 수 있었다.그런데 아무리 집안을 뒤져도 임형섭이 선물해 준 그 팔찌는 나오지 않았다.민하윤은 멍하니 카펫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혹시 취한 뒤 기억이 엉킨 건 아닌지 자신을 의심했다.민하윤은 드레스룸에서 포장도 뜯지 않은 흰색 민소매 원피스를 꺼내 갈아입고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돌려 봤다.그러다 시선이 무심코 마른 쇄골로 떨어졌다.딱지로 굳어 있는 이빨 자국이 유난히도 눈에 밟혔다.민하윤은 다시 드레스룸으로 돌아가 액세서리 서랍을 뒤적였다.그리고 한 명품 실크 스카프를 골라 목에 가볍게 묶었다.그러자 상처가 딱 가려졌다.민하윤은 그 위로 베이지색 롱 트렌치코트를 걸쳤다.그러다 문득 익숙한 쇼핑백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순식간에 불쾌한 기억이 치고 올라왔다.나지혜는 하도진이 사다 준 옷과 신발을 습관처럼 분류해 드레스룸에 정리해 두고는 했다.그런 야한 속옷들까지도 나지혜는 깔끔하게 접어 따로 넣어 둔 상태였다.민하윤은 화장을 꼼꼼히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발목에는 아직도 잔통이 조금 남아 있었다.주방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나지혜가 허둥지둥 뛰어나왔다.“사모님, 누워서 쉬셔야죠. 발목을 다치면 오래 가요.”민하윤의 단정한 차림을 보자 나지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어머, 사모님, 밖에 나가세요?”민하윤은 웃는 얼굴로 수어를 했다.[네. 피할 수 없는 일이 있어서 잠깐 나가야 해요. 저녁은 준비하지 마세요. 아주머니도 일찍 쉬어요.]민하윤은 나지혜가 마음에 들었다.요리도, 청소도, 손길이 야무졌고 선을 넘지 않았다.무엇보다 민하윤의 수어를 알아듣는다는 점이 고마웠다.그러자 나지혜가 입술을 달싹이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
하도진은 여자의 표정과 반응을 읽는 데 능했다.민하윤에 대해서는 거의 속속들이 꿰고 있는 사람처럼 굴었다.민하윤은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채, 눈만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눈물과 땀이 뒤섞여 민하윤의 두 볼을 타고 흘렀다.“하윤아....”“민하윤...”“하윤아...”하도진은 숨을 삼키듯 짧게 신음하며 흐트러진 숨결 사이로 민하윤의 이름을 집요하게 불렀다.“민하윤...”다급하게 잡아당기는 힘과 함께 속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방 안을 갈랐다.민하윤은 구석에 길게 찢겨 떨어진 붉은 천 조각을 힐끗 봤다.‘직접 입혀 놓고, 또 찢어 버릴 거면... 처음부터 왜 나한테 입힌 걸까?’어느새 밖은 완전히 어두워지고 있었다.멀리 보이는 도심의 빌딩들이 하나둘 불을 밝혔고, 겹겹이 포개진 불빛이 커다란 통유리 창에 번져 비쳤다.민하윤은 침대에 누운 채, 아랫배 쪽이 묵직하게 욱신거리는 통증을 억지로 참았다.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팔이 저릴 만큼 당기는 통증을 견디다가 이불을 끌어 올려 몸을 덮었다.땀에 젖을 만큼 지친 뒤에도 이상하게 잠은 오지 않았다.침대 끝에는 선물 주머니들이 수두룩했다.민하윤은 굳이 열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하도진은 이미 마음을 정한 사람처럼 보였고 민하윤과의 관계를 오래 끌고 가겠다는 듯했다.민하윤이 손등으로 눈을 가리자 마음이 무뎌지는 느낌이 들었다.‘이 관계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두 사람은 법적으로는 부부지만 현실은 단지 서로가 필요한 게 있다는 핑계로 버티는 관계였다.겉만 번지르르한 하도진의 아내라는 자리였다.결국 민하윤은 누군가의 욕구와 기분에 맞춰 움직이는 사람일 뿐이었다.하도진이 내뱉었던 말이 하필이면 민하윤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민하윤, 어차피 나도 착한 척할 필요 없어. 우리는 서로 필요한 게 있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잖아.”욕실 물소리가 잦아들자, 문이 열리더니 하도진이 나왔다.뒤로 하얀 김이 밀려 나왔고 물기 어린 숨결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는 듯했다.“혼
민하윤은 차갑게 얼굴을 굳힌 채, 하도진을 거칠게 밀쳐 냈다. 민하윤의 표정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손을 치켜들더니 망설임 없이 하도진의 뺨을 후려쳤다.하도진은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채 멈춰 섰고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입안으로 피 비린내가 번졌다. 하도진은 혀로 입꼬리를 눌러 보더니, 핏기 섞인 침을 한 번 뱉어냈다.민하윤을 올려다보던 하도진은 전혀 감정이 읽히지 않는 얼굴로 낮게 물었다.“왜? 찔렸어? 내가 맞는 말을 하니까... 열받은 거야?”하도진은 민하윤의 손목을 움켜쥐고 앞으로 끌었다.발목에서 송곳처럼 날카로운 통증이 치고 올라왔다. 민하윤은 숨을 들이켜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민하윤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자신이 더 서러웠다.민하윤의 이상한 기색을 알아챈 하도진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부어오른 발목을 확인한 순간, 굳어 있던 미간이 조금 느슨해졌다. 하도진은 말없이 민하윤을 번쩍 안아 올렸다.민하윤은 이를 악물고, 하도진의 품에 그대로 몸을 맡겼다.하도진의 뺨 한쪽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도진은 발로 침실 문을 툭 차 열더니, 민하윤을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아니, 거의 던지듯 올려놓았다.민하윤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때 시선이 침대 끝 러그 위로 향했다. 포장까지 번듯한 쇼핑백과 선물 상자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하도진도 민하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하도진이 그중 하나를 대충 집어 들고, 민하윤 앞에서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꺼냈다.하도진의 손끝에 걸린 건 선명한 붉은색의 얇은 천 조각이었다. 하도진의 시선이 민하윤에게 느리게 내려앉았다. 하도진은 목울대가 한 번 꿀렁이더니 입을 열었다.“이걸로 갈아입어.”하도진은 얇은 천쪼각을 민하윤의 발치로 툭 던졌다.얼굴이 확 달아오른 민하윤은 이를 꽉 깨물고 시선을 돌렸다. 그건 대답조차 없는 거절이었고, 민하윤이 늘 써오던 방식이었다.하도진은 참을 만큼 참았다는 듯 숨을 낮게 내쉬었다. 하도진이 다시 한번 아까와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번에 하도진의 목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민하윤은 표정을 바꿨다. 민하윤은 억지로 하도진의 품에서 벗어났고 얼굴에 옅은 분노를 띠었다.그러자 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입에서 나온 말은 유난히 듣기 싫었다.“재밌어? 남자 둘 사이에서 왔다가 갔다가 하면서... 그런 과정이 그렇게 즐거워?”민하윤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말하기 힘든 감정이 차올랐다. 실망인지, 아니면 이미 무감각해진 건지는 민하윤도 잘 몰랐다.이런 불평등한 관계에서 민하윤이 얻은 게 대체 뭐가 있겠는가. 하도진은 늘 가장 못 된 말, 가장 아픈 말부터 내뱉었다.하도진이 던지는 질문은 사실 민하윤이 마음속에 오래 묻어 둔, 끝내 꺼내지 못한 질문이기도 했다.‘도진 씨는 어때요? 이 결혼을 계속 이어 갈 이유가 있어요? 우리 관계에서 감정이라는 게 존재하긴 해요? 도진 씨도 두 여자 사이를 오가고 있잖아요. 한쪽에는 7년을 사랑한 전 연인이 있고, 서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7년을 차지했잖아요. 다른 한쪽에는 또 도진 씨가 사랑하지 않는 제가 있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저에게서 사랑을 받아내려 하는 건데요?’민하윤은 차갑게 하도진을 바라봤다. 하지만 차마 그런 말들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말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대체 무슨 변명이 가능하겠는가.하도진은 손을 뻗어 민하윤의 턱을 들어 올렸고 눈가에 옅은 물기가 어렸다.“민하윤, 이제는 수어도 하기 싫어진 거야?”하지만 대답 대신 두 사람 사이에는 쥐 죽은 듯한 침묵만 남았다.어두운 조명 아래서 수없이 봐 온 얼굴이었다. 그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도 하도진은 본 적이 있었다..그런데도 이상하게 지금의 민하윤은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다.두 사람은 서로 잠자리도 가졌고, 뜨거운 밤도 함께 보냈는데 정작 하도진은 민하윤의 마음에 한 번도 발을 들여놓지 못한 기분이었다.민하윤의 마음에는 항상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하도진이 아무리 부르고 아무리 두드려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하도진은 숨을 고르며 비웃
서명인은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가 응급실 밖에 도착했다. 응급실 밖 벤치에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서명인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을 새도 없이 아무나 붙잡고 물었다.“하 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수술 중이에요.”진호영은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눈에 익었다.“도진이 형 비서세요?”서명인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비백산했다. 그는 보험 회사에서 연락받은 뒤 액셀을 힘껏 밟으며 병원에 도착했다. 하도진이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하다니.“대표님 아버님과 채 선생님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서
“누나, 촬영하러 가봐야 한다고 했잖아요. 이 정도로 다쳤으면 도망가지 못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얼른 가요.”진호영은 고은율을 데리고 병실을 빠져나갔다. 가만히 서 있던 서명인은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병실에 단둘이 남겨지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하도진은 그윽한 눈빛으로 민하윤을 쳐다보고 있었다.면봉을 들고 있는 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하도진은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나는 네가 오지 않을 줄 알았어.”그 말에 민하윤은 씁쓸하게 웃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는 솟구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창밖의 눈부신 햇빛 때문에 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얇은 흰색 커튼은 빛을 전혀 가려주지 못했다.어젯밤 진호영 등 사람들과 모임을 가진 하도진은 비록 흥이 나지 않았으나 친구들이 술을 억지로 먹이는 바람에 그만 취해버렸다. 그리고 취한 뒤의 일들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하도진은 손을 들어 눈을 가리려고 했으나 왼팔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잠시 뒤 저린 감각이 온몸을 휩쓸었다.하도진은 몸을 비틀며 고개를 살짝 돌렸고 그제야 자신의 품에 민하윤이 안겨 있다는 걸 발견했다. 민하윤은 아주 편
구준오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도진아, 뭐 찾는 거야?”하도진은 자신이 보고 싶던 사람을 찾지 못해 조금 실망했으나 티를 내고 싶지는 않아 감정을 추스른 뒤 덤덤히 말했다.“서 비서는?”서명인은 조금 놀랐다. 그동안 수년간 묵묵히 고생하며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하도진의 비서가 된 보람이 있었다. 하도진은 비록 평소에는 차갑고 냉정하며 무자비해 보였지만 큰 고비를 넘긴 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서명인을 찾았다.서명인은 감동을 받고 코를 훌쩍이면서 횡설수설 말했다.“저 여기 있어요. 대표님, 무슨 지시 있으신가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