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청담동 프라이빗 짐 ‘루미너스’ 전용 주차장.
소율은 차 시동을 끈 뒤, 운전대에 이마를 깊게 묻고 가쁘게 떨리는 호흡을 골랐다.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과 수치심이 온몸의 신경을 날카롭게 긁어댔다.
하지만 지금 무너지면 모든 것을 빼앗긴다.
소율은 이를 악물고 감정을 억누르며 단축 번호 1번을 눌렀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기도 전에 익숙하고 명쾌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 어, 소율아! 웬일이야? 이 시간에 먼저 전화를 다 하고.
대학 동기이자 국내 최고 로펌 출신의 이혼 전문 변호사, 박지은이었다.
“지은아. 지금 통화 괜찮아?”
- 응, 방금 서면 하나 넘겼어. 왜 그래? 목소리가 왜 이렇게 가라앉았어?
지은의 예리한 물음에 소율은 떨리는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며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나…… 이혼하려고.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어.”
수화기 너머로 잠시 팽팽한 침묵이 흘렀다.
- ……최민우? 여자 생겼어?
“응. 어젯밤에 링크온 메시지를 봤어. 호텔에서 만났다더라. 사진도 찍어뒀고.”
- 잘 들어, 소율아. 지금 절대 남편한테 티 내거나 화내면 안 돼. 유책 배우자들은 낌새를 채는 순간 차명 계좌로 돈부터 빼돌리고 증거부터 인멸해.
“알아. 안 그래도 아무 일 없는 척하고 나왔어.”
- 잘했어. 네 부모님이 빌려준 돈하고 네가 회사에서 한 일부터 정리하자. 계좌 내역이나 카드 전표는 네가 합법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료만 보내. 없는 자료는 내가 절차 밟아서 확보할게. 블랙박스도 원본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고. 하린이 문제는 따로 꼼꼼하게 볼 거야. 지금은 밥부터 먹고, 운전 못 하겠으면 차 세워.
“응. 사진부터 보낼게. 나 지금 주차장이야. 숨 좀 돌리고 올라갈게.”
전화를 끊은 소율은 뜨거워진 눈가를 손등으로 꾹 눌러 닦았다.
이제 단순한 피해자로 주저앉아 눈물 흘리던 시절은 끝났다.
하린이를 지키고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똑바로 서야만 했다.
***
라커룸에서 기능성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트레이닝 룸으로 들어서자, 차도진이 기구 정리를 마치고 돌아섰다.
검은색 트레이닝복 너머로 드러난 도진의 압도적인 피지컬과 서늘한 눈빛이 소율을 향했다.
도진의 시선이 소율의 걸음걸이와 굳어 있는 어깨 라인을 훑더니 미간을 미세하게 좁혔다.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선생님.”
소율이 애써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도진은 소율의 곁으로 다가와 서늘한 숲 향기를 풍기며 낮게 말했다.
“어제보다 승모근과 목덜미가 잔뜩 솟아 있습니다. 걸을 때도 턱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군요.”
“……네?”
“몸은 거짓말을 안 합니다, 사모님. 밤사이에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도진의 날카로운 지적에 소율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냥 잠을 좀 설쳐서요.”
“그렇습니까.”
도진은 더 캐묻지 않았지만, 그의 깊고 묵직한 눈동자는 소율이 가슴속에 억누르고 있는 거대한 분노와 불안을 이미 꿰뚫어 본 듯했다.
“매트에 엎드리십시오. 오늘은 흉추 신전과 견갑골 안정화부터 들어갑니다.”
소율은 매트 위에 엎드려 폼롤러 위에 가슴을 얹었다.
도진이 소율의 등 뒤로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묵직하고 뜨거운 체온이 소율의 등 전체로 고스란히 쏟아져 내렸다.
“숨 들이마시고…….”
도진의 커다란 손바닥이 소율의 날개뼈 안쪽 깊숙한 능형근을 지그시 짚어 눌렀다.
“흣……!”
굳어 있던 근육이 강하게 압박되며 날카로운 통증이 척추를 타고 번졌다.
소율이 반사적으로 어깨를 웅크리자, 도진의 낮고 단단한 음성이 귓가를 스쳤다.
“어깨를 더 밀어 올리지 마세요. 힘이 들어가면 제가 누르는 곳도 더 아픕니다. 잠깐 쉬었다 하죠.”
도진은 손을 댄 채 압박을 풀었다. 소율이 숨을 고르는 동안 척추 옆으로 손가락을 옮겨 긴장된 곳을 살폈다.
손길 하나하나에서 전해지는 흔들림 없는 지지력과 묵직한 안정감.
남편에게서 평생 받아보지 못했던 진정한 존중과 보호가 이 서늘한 남자의 손끝에서 전해지고 있었다.
“숨을 길게 내쉬세요. 말하기 싫은 일은 안 하셔도 됩니다.”
도진의 지시에 소율은 천천히 숨을 토해냈다.
후우-.
가슴을 옥죄던 답답한 응어리가 서서히 흩어지며, 굳게 닫혀 있던 흉골이 거짓말처럼 활짝 열렸다.
뜨거운 전율과 함께 소율의 눈가로 참아왔던 눈물 한 방울이 매트 위로 툭 떨어졌다.
도진은 모르는 척 소율의 손에 깨끗한 수건을 쥐여주며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서 거울을 보십시오.”
소율이 거울 앞에 섰다.
말려 있던 어깨가 반듯하게 펴져 있었고, 굽어 있던 목선이 우아하게 곧추서 있었다.
초라하게 주눅 들어 있던 사모님은 사라지고,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 시작한 단단한 눈빛의 여자가 서 있었다.
“자세가 아주 곧아졌습니다. 이 감각을 잊지 마십시오.”
도진이 만족스러운 듯 나지막이 읊조린 바로 그 순간.
‘또각- 또각-.’
트레이닝 룸 복도 너머에서 날카로운 하이힐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어머, 도진 쌤! 여기서 VVIP 레슨 중이셨어요?”
열린 문틈으로 들려오는 낯익고 간드러진 목소리.
소율의 시선이 문 쪽으로 꽂혔다.
그곳에는 화려한 운동복 차림의 상간녀, 윤세라가 서 있었다.
1년 뒤, 가을의 초입.청담동의 아틀리에 한소율과 루미너스 웰니스 타워에는 올해 글로벌 웰니스·오트쿠튀르 대상 수상을 알리는 표지가 걸려 있었다.기업 가치 1조 원을 평가받은 뒤, 브랜드는 120개 주요 도시의 거점으로 판매와 운영을 넓혔다. 소율의 책상에는 여전히 확인할 원단과 서류가 함께 놓였다. 상을 받았다고 해서 마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오후 4시, 8층 집무실.소율은 유럽 3호점 착공에 관한 결재를 마치고 펜을 내려놓았다. 버건디 블라우스의 소매를 정리하며 의자에서 일어나려던 때 문이 열렸다.“엄마!”여섯 살이 된 하린이가 노란 원복 차림으로 들어왔다. 소율은 몸을 낮추고 두 팔을 벌렸다. 아이가 안겨오자 웃으며 등을 토닥였다.“유치원에서 뭐 했어?”하린이는 소율에게 안긴 채,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율은 아이를 의자에 앉히고 눈높이를 맞췄다. 뒤에서 들어온 도진이 가방을 내려놓았다.그는 소율의 책상 위를 한 번 보고 물었다.“오늘 일은 끝나셨습니까?”“네. 방금 마지막 결재했어요.”“그럼 아래층 예약한 시간에 내려가시죠. 하린이는 지은 씨하고 뮤지컬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아이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잠시 뒤 지은이 찾아와 하린이의 손을 잡았다.“엄마, 아빠. 운동하고 저녁에 만나!”하린이가 손을 흔들었다. 소율도 손을 흔들고 지은에게 부탁한다는 눈인사를 했다. 문이 닫힌 뒤에도 아이가 복도에서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소리가 잠깐 들렸다.***7층 프라이빗 트레이닝 룸.소율은 검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섰다. 창 너머의
청담동 루미너스 타워 8층 그랜드 볼룸.아시아 메디컬 웰니스·하이엔드 패션 대상 시상식과 기념 갈라가 열렸다. 현장에는 바이어와 업계 관계자 등 400여 명이 참석했고, 100여 개국 매체에 관련 자료가 전달됐다.소율은 버건디 백리스 드레스를 입고 무대 옆에 섰다. 도진이 턱시도 소매를 정리하며 곁으로 왔다. 그녀는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의 이름이 호명됐다.단상으로 걸어가며 소율은 객석의 직원들을 봤다. 익숙한 얼굴들이 웃으며 손뼉을 치고 있었다. 그녀는 마이크 앞에서 준비한 종이를 펼쳤다.“감사합니다. 현장에서 매일 사람을 만나고, 옷과 프로그램을 고치고, 다시 확인하는 분들과 함께 받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그녀는 팀의 이름을 차례로 말했다. 원단과 패턴을 다듬는 사람, 매장에서 손님을 맞는 사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일이 짧은 인사 속에 들어갔다.“제가 처음 일로 돌아왔을 때, 혼자서는 다 할 수 없다는 말을 인정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도움을 구하고 다른 의견을 듣는 것이 일을 더 낫게 만든다는 걸 배우고 있습니다.”소율은 곁의 도진을 봤다.“앞으로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이름으로 일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그녀가 인사를 마치자 박수가 났다. 협회 위원장이 최우수 브랜드 대상 트로피를 건넸다. 소율은 두 손으로 받고 도진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트로피가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녀가 손을 조금 바꾸어 잡자 도진이 아래를 받쳐주었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단상에서 내려오며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들어보니 무겁네요.”“저도 조금 놀랐습니다.”직원들이 다가와 축하했다. 소율은 트로피를 함께 들어보자며 내밀었다
제주 가족 서약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째.소율은 커피 냄새를 따라 침실 밖으로 나왔다. 한남동 집의 거실에는 아침 볕이 들어와 있었다. 주방에서 도진이 토스트를 접시에 옮겼다.“일어났어요?”그가 평소보다 편한 말투로 물었다. 소율은 식탁 앞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보카도와 스크램블에그, 자몽 주스가 놓여 있었다.“하린이는요?”“가방 챙긴다고 들어갔습니다. 인형도 데려가겠다고 해서 얘기 중이고요.”소율은 아이 방 쪽을 보고 웃었다. 도진이 가까이 와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녀가 얼굴을 들자 입술에도 짧게 닿았다.“아침부터요?”“인사입니다.”“인사가 길어지겠는데요.”소율이 웃으며 그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그때 방문이 열리고 하린이가 가방을 멘 채 나왔다.“엄마, 아빠! 다 챙겼어!”가방 지퍼 사이로 인형 귀가 나와 있었다. 도진이 무릎을 굽혀 아이를 봤다. 하린이는 그 시선을 눈치채고 가방을 뒤로 돌렸다.“인형은 집에서 기다리기로 하지 않았어?”“작은 것만.”소율은 아이 곁에 앉아 오늘 유치원에 가져가도 되는 날인지 물었다. 하린이는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결국 인형은 소파에서 기다리기로 했다.도진은 가방을 식탁 옆에 세워주었다. 하린이는 인형이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오늘 끝나고 아빠가 데리러 와?”“응. 약속한 시간에 갈게.”“아이스크림도?”도진이 소율을 봤다. 그녀는 아이에게 밥을 다
제주 서귀포 해안의 풀빌라.소율은 전복죽 냄새에 눈을 떴다. 커튼 사이로 바다가 보였고, 거실에서는 하린이가 소라 껍데기를 테이블에 놓는 소리가 났다.주방의 도진이 그녀를 보고 웃었다.“일어나셨습니까?”“하린이도 일어났네요.”“조금 전에요. 여기서 소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아이가 껍데기를 귀에 대고 소율에게도 들어보라고 했다. 소율은 옆에 앉아 귀를 가까이했다. 하린이는 무슨 소리가 들리느냐고 몇 번이나 물었다.도진이 식탁에 전복죽과 빵, 한라봉 주스를 놓았다. 소율은 뜨거운 죽을 한 숟갈 떠 입으로 불었다. 하린이는 빵을 잘라 죽에 넣어도 되는지 물었다.“조금만 넣어봐. 마음에 안 들면 더 안 넣으면 되니까.”소율이 말하자 아이는 작은 조각부터 넣었다. 도진은 자기 그릇에도 조금 넣어 맛을 봤다. 하린이가 그 표정을 살피고 웃었다.***오전 10시, 풀빌라 앞 해변.하린이가 소라 껍데기를 들고 도진에게 달려왔다.“아빠, 여기서도 소리 나!”도진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어제 들은 호칭이 오늘도 이어졌다. 그는 아이 앞에 몸을 낮추고 껍데기를 받아 귀에 댔다.“하린이도 들어볼까?”아이와 번갈아 들어본 뒤 도진이 목말을 태워주었다. 하린이는 높아진 자리에서 바다를 보고 소리쳤다.“엄마! 바다가 더 커졌어!”소율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도진은 젖은 모래가 시작되는 곳 앞에서 멈췄다. 아이를 내려놓고 세 사람은 물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았다.모래성을 만들기 시작했다. 도진이 젖은 모래를 모아 올리고 소율이 옆면을 다졌다. 하린이는 조개껍데
제주의 작은 프라이빗 비치.흰 꽃으로 장식한 아치 뒤로 파도가 밀려왔다. 서울에서 부부의 서약을 한 두 사람은 이번에는 하린이와 함께 가족의 약속을 남기기 위해 섰다.지은과 강태욱, 가까운 팀원 등 십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 화려한 조명 대신 해 질 무렵의 빛이 모래 위로 길게 놓였다. 첼로 소리가 바람에 섞였다.하린이는 분홍 화관을 쓰고 꽃바구니를 들었다. 꽃잎을 한 줌 집었다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조금 내려놓았다. 지은이 눈을 맞추며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했다.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치 쪽을 봤다.“엄마, 아빠! 나 준비됐어!”도진이 그대로 멈췄다. 하린이는 자기가 어떤 말을 했는지 곱씹지도 않고 바구니를 높이 들었다. 소율은 도진의 손등에 손을 얹었다.그가 아이를 보고 웃었다.“응. 기다리고 있어.”하린이는 꽃잎을 뿌리며 걸었다. 바람에 몇 장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자 아이가 잡으려 했다. 지은이 그대로 두어도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하린이는 다시 앞을 보고 천천히 걸었다.소율은 흰 실크 드레스의 자락을 들고 도진과 나란히 걸었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잡은 손이 평소보다 조금 떨려 소율이 웃으며 물었다.“왜 이렇게 긴장했어요?”“방금 하린이가 부른 말 때문에요.”소율의 눈가도 뜨거워졌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더 꼭 잡았다.아치 아래에서 세 사람이 나란히 섰다. 도진은 준비한 종이를 펴고 먼저 읽었다.“나는 하린이가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듣겠습니다. 같이 놀기로 한 약속을 잊지 않겠습니다. 약속을 바꿔야 할 때는 먼저 설명하고, 미안하다고 말하겠습니다.”하린이가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도진은 소율을 보고 말을
토요일 오전, 한남동 펜트하우스의 다이닝 룸.식탁 위에 제주 항공 일정과 리조트 평면도, 짧은 서약서가 놓였다. 소율과 도진은 하린이를 가운데 앉히고 바닷가 사진을 함께 봤다.서울에서 많은 사람 앞에 서약했던 두 사람은 이번에는 아이와 함께 조용한 약속을 남기기로 했다. 하린이는 사진 속 모래를 가리켰다.“여기서 꽃 뿌려?”“네가 하고 싶으면.”소율이 답했다. 도진은 아이가 들고 온 꽃바구니를 받아 바닥에 내려주었다. 하린이는 빈 바구니에서 꽃잎을 꺼내는 시늉을 하며 거실을 걸었다.“엄마, 봐봐. 이제 안 쏟아.”소율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진은 아이가 자기 자리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이번에는 하린이도 하고 싶은 말 해보자.”“무슨 말?”“엄마랑 삼촌한테 바라는 거.”하린이가 진지하게 생각했다. 소율은 종이를 앞으로 당겨 아이의 말을 적을 준비를 했다. 아이는 한참 후에 쉬는 날 같이 놀아달라고 말했다.도진은 그것부터 적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율은 작은 글씨로 받아썼다. 길고 근사한 서약보다 아이가 금방 기억할 수 있는 말들이 먼저 적혔다.***오후 2시, 청담동 아틀리에 피팅 룸.소율은 제주에서 입을 드레스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전부터 그려둔 스케치를 바탕으로 직접 마무리한 흰 실크 드레스였다. 앞선은 간결했고, 등은 깊게 파여 있었다.도진은 블랙 턱시도를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커튼이 열리자 그가 다가왔다. 소율은 치맛자락을 조금 들어 걸어 보였다.“서울에서 입은 것보다 가볍죠?”“걷기도 편하십니까?”&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