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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5 10:35:18

청담동 프라이빗 짐 ‘루미너스’ 전용 주차장.

소율은 차 시동을 끈 뒤, 운전대에 이마를 깊게 묻고 가쁘게 떨리는 호흡을 골랐다.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과 수치심이 온몸의 신경을 날카롭게 긁어댔다.

하지만 지금 무너지면 모든 것을 빼앗긴다.

소율은 이를 악물고 감정을 억누르며 단축 번호 1번을 눌렀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기도 전에 익숙하고 명쾌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 어, 소율아! 웬일이야? 이 시간에 먼저 전화를 다 하고.

대학 동기이자 국내 최고 로펌 출신의 이혼 전문 변호사, 박지은이었다.

“지은아. 지금 통화 괜찮아?”

- 응, 방금 서면 하나 넘겼어. 왜 그래? 목소리가 왜 이렇게 가라앉았어?

지은의 예리한 물음에 소율은 떨리는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며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나…… 이혼하려고.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어.”

수화기 너머로 잠시 팽팽한 침묵이 흘렀다.

- ……최민우? 여자 생겼어?

“응. 어젯밤에 링크온 메시지를 봤어. 호텔에서 만났다더라. 사진도 찍어뒀고.”

- 잘 들어, 소율아. 지금 절대 남편한테 티 내거나 화내면 안 돼. 유책 배우자들은 낌새를 채는 순간 차명 계좌로 돈부터 빼돌리고 증거부터 인멸해.

“알아. 안 그래도 아무 일 없는 척하고 나왔어.”

- 잘했어. 네 부모님이 빌려준 돈하고 네가 회사에서 한 일부터 정리하자. 계좌 내역이나 카드 전표는 네가 합법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료만 보내. 없는 자료는 내가 절차 밟아서 확보할게. 블랙박스도 원본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고. 하린이 문제는 따로 꼼꼼하게 볼 거야. 지금은 밥부터 먹고, 운전 못 하겠으면 차 세워.

“응. 사진부터 보낼게. 나 지금 주차장이야. 숨 좀 돌리고 올라갈게.”

전화를 끊은 소율은 뜨거워진 눈가를 손등으로 꾹 눌러 닦았다.

이제 단순한 피해자로 주저앉아 눈물 흘리던 시절은 끝났다.

하린이를 지키고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똑바로 서야만 했다.

***

라커룸에서 기능성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트레이닝 룸으로 들어서자, 차도진이 기구 정리를 마치고 돌아섰다.

검은색 트레이닝복 너머로 드러난 도진의 압도적인 피지컬과 서늘한 눈빛이 소율을 향했다.

도진의 시선이 소율의 걸음걸이와 굳어 있는 어깨 라인을 훑더니 미간을 미세하게 좁혔다.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선생님.”

소율이 애써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도진은 소율의 곁으로 다가와 서늘한 숲 향기를 풍기며 낮게 말했다.

“어제보다 승모근과 목덜미가 잔뜩 솟아 있습니다. 걸을 때도 턱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군요.”

“……네?”

“몸은 거짓말을 안 합니다, 사모님. 밤사이에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도진의 날카로운 지적에 소율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냥 잠을 좀 설쳐서요.”

“그렇습니까.”

도진은 더 캐묻지 않았지만, 그의 깊고 묵직한 눈동자는 소율이 가슴속에 억누르고 있는 거대한 분노와 불안을 이미 꿰뚫어 본 듯했다.

“매트에 엎드리십시오. 오늘은 흉추 신전과 견갑골 안정화부터 들어갑니다.”

소율은 매트 위에 엎드려 폼롤러 위에 가슴을 얹었다.

도진이 소율의 등 뒤로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묵직하고 뜨거운 체온이 소율의 등 전체로 고스란히 쏟아져 내렸다.

“숨 들이마시고…….”

도진의 커다란 손바닥이 소율의 날개뼈 안쪽 깊숙한 능형근을 지그시 짚어 눌렀다.

“흣……!”

굳어 있던 근육이 강하게 압박되며 날카로운 통증이 척추를 타고 번졌다.

소율이 반사적으로 어깨를 웅크리자, 도진의 낮고 단단한 음성이 귓가를 스쳤다.

“어깨를 더 밀어 올리지 마세요. 힘이 들어가면 제가 누르는 곳도 더 아픕니다. 잠깐 쉬었다 하죠.”

도진은 손을 댄 채 압박을 풀었다. 소율이 숨을 고르는 동안 척추 옆으로 손가락을 옮겨 긴장된 곳을 살폈다.

손길 하나하나에서 전해지는 흔들림 없는 지지력과 묵직한 안정감.

남편에게서 평생 받아보지 못했던 진정한 존중과 보호가 이 서늘한 남자의 손끝에서 전해지고 있었다.

“숨을 길게 내쉬세요. 말하기 싫은 일은 안 하셔도 됩니다.”

도진의 지시에 소율은 천천히 숨을 토해냈다.

후우-.

가슴을 옥죄던 답답한 응어리가 서서히 흩어지며, 굳게 닫혀 있던 흉골이 거짓말처럼 활짝 열렸다.

뜨거운 전율과 함께 소율의 눈가로 참아왔던 눈물 한 방울이 매트 위로 툭 떨어졌다.

도진은 모르는 척 소율의 손에 깨끗한 수건을 쥐여주며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서 거울을 보십시오.”

소율이 거울 앞에 섰다.

말려 있던 어깨가 반듯하게 펴져 있었고, 굽어 있던 목선이 우아하게 곧추서 있었다.

초라하게 주눅 들어 있던 사모님은 사라지고,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 시작한 단단한 눈빛의 여자가 서 있었다.

“자세가 아주 곧아졌습니다. 이 감각을 잊지 마십시오.”

도진이 만족스러운 듯 나지막이 읊조린 바로 그 순간.

‘또각- 또각-.’

트레이닝 룸 복도 너머에서 날카로운 하이힐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어머, 도진 쌤! 여기서 VVIP 레슨 중이셨어요?”

열린 문틈으로 들려오는 낯익고 간드러진 목소리.

소율의 시선이 문 쪽으로 꽂혔다.

그곳에는 화려한 운동복 차림의 상간녀, 윤세라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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