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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날, 신부가 도망쳤다

Penulis: 유월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13 07:19:45

무거운 장식을 벗자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다. 연화는 금비녀 두 개를 뽑아 품속에 넣고,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었다. 그리고 치맛자락을 무릎 위까지 걷어 올려 미리 준비한 끈으로 단단히 묶었다.

마지막으로 가죽신의 끈을 조였다.

완벽했다.

연화는 돌계단 위쪽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안개 너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산신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자신은 저 계단을 올라갈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산신님.”

연화는 두 손을 모아 허공에 대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신부는 다른 데서 알아보세요.”

그리고 몸을 돌렸다.

죽어라 뛰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연화는 산길을 잘 알았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청운산을 오르내렸으니 웬만한 길은 눈을 감고도 찾을 자신이 있었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작은 폭포가 나오고, 그 아래의 바위틈을 지나면 산 아래로 이어지는 짐승길이 있었다.

문제는 산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여기가 왜 또 나와?”

연화는 눈앞에 나타난 소나무를 바라보았다.

굵은 줄기에 번개 맞은 흔적이 있는 나무였다.

조금 전에도 분명 지나쳤다.

처음에는 비슷하게 생긴 나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줄기 아래에 자신이 칼로 새긴 작은 표시까지 남아 있었다.

연화는 입술을 깨물었다.

‘길을 잘못 들었나?’

그럴 리 없었다.

아무리 어두워도 산길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눈이 나쁘지는 않았다.

연화는 나무에 손을 짚고 주변을 살폈다.

안개가 더 짙어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달마저 구름 뒤로 숨어 버렸다.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방향을 알 수 없었다.

그때 숲속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

연화는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또 웃음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 같았다.

연화는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산짐승은 아니야.’

짐승이 저런 소리를 낼 리 없었다.

혹시 요괴일까.

청운산에는 오래전부터 요괴가 산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사람을 홀려 길을 잃게 만드는 여우 요괴, 밤마다 나그네의 이름을 부르는 귀신, 나무 위에서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산괴까지.

평소라면 허튼소리라며 웃어넘겼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연화는 소도를 꺼내 들었다.

“누구세요?”

대답이 없었다.

“거기 누구 있으면 나오세요.”

바람이 불었다.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그리고 바로 귓가에서 누군가 속삭였다.

‘도망쳐.’

연화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홱 몸을 돌렸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어서.’

이번에는 분명했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렸다.

연화는 더 생각하지 않았다.

그대로 달렸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스치고, 돌부리에 발이 걸려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붉은 혼례복은 진작 진흙투성이가 되었고, 치맛자락 한쪽은 가시덤불에 걸려 길게 찢어졌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뒤에서 무언가 따라오고 있었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멈출 때마다 숲 전체가 숨을 죽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연화는 숨을 헐떡이며 비탈길을 내려갔다.

그때 멀리 작은 불빛이 보였다.

“사람이다!”

연화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녀는 마지막 힘을 짜내 불빛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자 그곳이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낡은 사당이었다.

지붕의 기와는 반쯤 무너져 있었고, 문짝은 비뚤어져 있었다. 사당 앞에는 오래된 석등 하나가 서 있었는데, 불빛은 바로 그 안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연화는 잠시 망설였다.

이런 곳에 들어가도 괜찮을까.

하지만 뒤를 돌아보자 안개가 무섭게 밀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결국 사당 안으로 뛰어들었다.

“실례합니다!”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그리고 문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연화는 한참 동안 숨을 골랐다. 목구멍에서는 쇠 맛이 났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그래도 일단 살아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아이고, 산신님.”

연화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신부 하나 잡겠다고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연화는 주먹밥 하나를 꺼냈다.

소담이 싸 준 것이었다.

“일단 먹고 생각하자.”

그녀는 주먹밥을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쌀알 사이에 소금과 깨가 들어 있었다. 평소 같으면 심심하다고 투덜거렸을 음식인데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처럼 느껴졌다.

연화는 허겁지겁 주먹밥을 먹으며 사당 안을 둘러보았다.

오래된 제단이 있었다.

제단 위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향로와 깨진 그릇 몇 개가 놓여 있었다. 뒤편에는 나무로 만든 신상이 있었는데 얼굴 부분이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연화는 신상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했다.

보통 산신상이라면 호랑이를 거느린 노인의 모습이거나, 긴 수염을 기른 위엄 있는 사내의 모습으로 조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 신상은 달랐다.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젊은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신상의 한쪽 손에는 작은 꽃이 들려 있었다.

연화는 저도 모르게 신상 가까이 다가갔다.

“산신님이신가?”

먼지를 털어 내자 신상 아래쪽에 글자가 드러났다.

하지만 대부분 닳아 없어져 읽을 수 없었다.

그 가운데 유독 선명하게 남은 글자 두 개가 있었다.

연화.

연화는 숨을 멈췄다.

“……뭐?”

그녀는 눈을 비볐다.

분명 자신의 이름이었다.

연꽃 연(蓮), 꽃 화(花).

어머니가 지어 주셨다는 이름.

그런데 어째서 이 오래된 사당의 신상 아래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걸까.

연화는 손끝으로 글자를 문질렀다.

그 순간이었다.

머릿속에 낯선 장면이 스쳤다.

붉은 꽃이 흐드러지게 핀 뜰.

검은 옷을 입은 남자.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목소리로 웃는 여자.

‘다음에도 저를 찾아오실 건가요?’

연화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아……!”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손목의 붉은 반점이 다시 뜨거워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소매를 걷었다.

이번에는 착각이 아니었다.

꽃잎 모양의 반점 주변에 금빛 선이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손목에 작은 꽃을 그려 넣는 것 같았다.

그때 사당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사박.

사박.

느린 걸음이었다.

연화는 그대로 굳었다.

발소리는 사당 앞에서 멈췄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있느냐.”

연화는 숨을 삼켰다.

대답하지 않았다.

문밖의 남자는 잠시 기다렸다.

“많이도 도망쳤구나.”

그 목소리에는 분노가 없었다.

오히려 묘하게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연화는 조심스럽게 소도를 움켜쥐었다.

산신일까.

아니면 산속에 사는 다른 요괴일까.

어느 쪽이든 지금 문을 열어 줄 생각은 없었다.

“누구세요?”

연화가 물었다.

문밖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났다.

“네가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

연화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산신님?”

“그래.”

남자가 대답했다.

“네 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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