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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날, 신부가 도망쳤다

Penulis: 유월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13 07:20:47

연화는 입을 벌렸다.

잠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겨우 입술을 달싹였다.

“저…… 아직 혼례 안 치렀는데요.”

“알고 있다.”

“그러니까 서방님은 아니시죠.”

문밖이 조용해졌다.

연화는 그 침묵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는 산신님의 신부가 되겠다고 한 적도 없어요.”

“그렇더군.”

“네?”

“도망가는 것을 보니 알겠더구나.”

연화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상했다.

산신이라면 자신이 도망친 것을 알고 분노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남자는 마치 재미있는 장난을 구경한 사람처럼 느긋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문을 열어라.”

“싫어요.”

“왜?”

“잡아먹으실 거잖아요.”

이번에는 꽤 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남자가 물었다.

“누가 그러더냐?”

“마을 사람들이요.”

“그렇군.”

“…….”

“내가 인간을 잡아먹는다고?”

“예.”

“특히 신부를?”

“예.”

남자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화는 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혹시 화가 나서 돌아간 걸까.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문밖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구나.”

연화는 어이가 없었다.

재미있다고?

자신은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

“저는 하나도 안 재미있거든요!”

“그런 것 같구나.”

“그러니까 그냥 돌아가세요!”

“내 집에서?”

연화는 멈칫했다.

“……여기가 산신님 집이에요?”

“내 산이지.”

“이 사당도요?”

“그렇다.”

“그럼 제가 나갈게요.”

연화는 벌떡 일어났다.

문밖에서 남자가 다시 웃었다.

“어디로?”

“산 아래로요.”

“그 길은 위험하다.”

“산신님보다요?”

이번에는 대답이 없었다.

연화는 빗장을 잡았다.

어차피 이대로 사당에 숨어 있어 봐야 소용없었다. 산신이 마음만 먹으면 문짝 하나쯤은 쉽게 부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문을 열고 틈을 노리는 편이 나았다.

연화는 천천히 빗장을 들어 올렸다.

끼이익.

낡은 문이 열렸다.

차가운 밤공기가 밀려들었다.

그리고 달빛 아래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연화는 순간 숨을 잊었다.

남자는 검은 도포를 입고 있었다. 옷자락에는 금실로 수놓은 산과 구름 문양이 희미하게 빛났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은 밤바람에 느리게 흔들렸다.

얼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곧게 뻗은 콧날과 선명한 턱선, 가늘고 긴 눈매에는 인간에게서 보기 어려운 서늘함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눈동자였다.

금빛.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황금빛 눈동자.

연화는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났다.

남자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래도록.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는 사람처럼.

그러다가 아주 느리게 입꼬리를 올렸다.

“찾았다.”

연화는 눈을 깜빡였다.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도망친 신부를 찾았다는 뜻일 텐데, 어째서인지 그보다 훨씬 오래된 무언가를 찾아낸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남자의 시선이 연화의 얼굴에서 머리카락으로, 다시 찢어진 혼례복과 흙투성이가 된 신발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녀의 손목에서 멈췄다.

금빛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다쳤느냐?”

연화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네?”

“발목.”

남자가 그녀의 발을 가리켰다.

그제야 연화는 오른쪽 발목이 욱신거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탈길을 내려오다 삐끗했던 모양이었다.

“안 다쳤는데요.”

“절뚝이고 있다.”

“원래 이렇게 걸어요.”

남자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런가.”

“네.”

“그럼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걸을 셈이냐?”

연화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 산신, 생각보다 말이 많았다.

그리고 이상하게 얄미웠다.

그때 남자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연화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가 내민 것은 무시무시한 무기가 아니었다.

붉은 족두리였다.

연화가 산길에 버리고 온 바로 그 물건.

“네 것이더군.”

“…….”

“머리 장식은 왜 버렸느냐?”

“무거워서요.”

“그렇군.”

남자는 족두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다음에는 가벼운 것으로 준비하마.”

연화는 잠시 말을 잃었다.

다음?

무슨 다음?

“저기요.”

“말해라.”

“다음은 없는데요?”

남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연화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저는 산신님의 신부가 될 생각이 없어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알아보시는 게…….”

“싫다.”

단호한 대답이었다.

연화는 눈을 크게 떴다.

“왜요?”

남자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직하게 대답했다.

“이미 오래 기다렸으니까.”

연화의 가슴이 이상하게 철렁 내려앉았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물으려던 순간이었다.

사당 뒤편의 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의 표정이 변했다.

아주 잠깐이었다.

방금 전까지 느긋하게 웃고 있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금빛 눈동자가 숲속을 향했다.

“……벌써.”

낮은 중얼거림이었다.

연화는 그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대신 남자가 자신 쪽으로 한 걸음 다가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오지 마세요!”

남자가 멈췄다.

“연화야.”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연화는 숨을 삼켰다.

이름을 알려 준 적이 없었다.

물론 산신이라면 신부의 이름쯤 알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가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어쩐지 지나치게 익숙했다.

연화는 그 감각이 무서웠다.

산신이 자신을 잡아먹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는 다른 종류의 두려움이었다.

마치 잊어버린 무언가가 가슴 깊은 곳에서 깨어나려는 것 같았다.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리 오너라.”

연화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그쪽은 위험하다.”

“산신님 옆도 위험하거든요!”

“나는 너를 해치지 않는다.”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연화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이상하게도 슬퍼 보였다.

하지만 연화는 그 이유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당 옆으로 난 좁은 길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조금만 달리면 남자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화는 소도를 움켜쥐었다.

남자의 시선이 잠시 그녀의 손으로 내려갔다.

그 짧은 순간.

연화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다시 뛰었다.

“안녕히 계세요!”

남자는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연화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속으로 뛰어들었다. 발목이 아팠지만 이를 악물고 달렸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스쳤고, 찢어진 혼례복이 뒤로 길게 휘날렸다.

열 걸음.

스무 걸음.

서른 걸음.

남자가 따라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연화는 속으로 환호했다.

‘됐다!’

정말 도망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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