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응급실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그녀의 코 끝을 간질였다.
희미하게 떠진 눈꺼풀 사이로 천장의 하얀 불빛이 그녀를 일으켜 새웠다.
고개를 돌리자 초췌한 기색의 남자의사가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신이 좀 드십니까? 몸 상태는 괜찮으세요?”
의사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전을 맴돌았지만, 내 온신경은 곧바로 내 몸 내부의 깊은 정적을 향해 곤두섰다.
아랫배에 손을 살며시 얹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하게 느껴지던, 내 안에서 차오르던 그 작고 경이로운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의사는 차트를 만지작거리며 머뭇거렸다.
“그게…… 환자분, 갑작스러운 충격이나 스트레스는 신체에 큰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혈압도 많이 낮아지셨고, 당분간은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합니다.”
그는 자꾸만 뜬구름 잡는 소리만 늘어놓으며 알맹이 없는 위로를 이어갔다.
본론을 피하려는 그의 태도가 오히려 피를 말렸다.
나는 떨리는 입술을 열어 겨우 물었다.
“아이…… 아이는요? 태동이 안 느껴져요.”
의사는 한참 동안 입을 다물었다.
마침내 나지막하게 내뱉은 단어는 내 세계를 완전히 산산조각 내버렸다.
“죄송합니다. 병원에 오셨을 땐 이미……유산 상태였습니다.”
그 말이 공기를 가르는 순간, 귓속에서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유산. 내 몸속에서 한 생명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툭 하고 끊어졌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로 차마 담아낼 수 없는 절망이었다.
“아아...아아...”
병원 복도를 찢는 듯한 울음소리가 내 목구멍을 터뜨리고 흘러나왔다.
그것은 이성을 잃은 짐승의 울부짖음과도 같았다.
링거 바늘을 쥐어뜯고 침대 위에서 뛰쳐나가려고 하자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들어 나를 눌렀지만, 가슴을 짓누르는 거대한 허망함과 슬픔은 그 어떤 힘으로도 누를 수 없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차가운 병원 바닥에서 슬픔을 토해낸뒤, 어떻게 집까지 돌아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영혼이 빠져나간 껍데기처럼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도어록을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신발을 벗기도 전에, 거실에 있던 엄마가 다짜고짜 다가와 내 등짝을 세게 내리쳤다.
“너 이 기집애,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너 정하랑 왜 헤어졌어?”
엄마의 쏘아붙이는 소리에 고개가 힘없이 떨어졌다.
“정하한테 연락 왔다! 헤어졌다고 이제 연락하지 말라더라 너 나이가 몇인데 그 착하고 번듯한 애를 차? 네가 또 예민하게 굴고 잘못했겠지! 당장 전화해서 싹싹 빌고 사과해, 알았어?”
엄마는 내 초췌한 얼굴도, 피기 없는 입술도 보이지 않는 듯했다.
평소 엄마는 그를 친아들 이상으로 아꼈고, 우리 결혼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그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다가 나에게 걸렸고, 그 충격으로 내가 아이를 잃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평생 그를 사위처럼 자랑스러워했던 엄마에게 그 잔인한 진실까지 얹어줄 수는 없었다.
그 슬픔과 배신감을 나 혼자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나 좀 쉴래.”
갈라진 목소리로 한마디를 내뱉은 뒤 엄마의 고함 소리를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와 문을 걸어 잠갔다.
그날부터 어두컴컴한 방 안에 나를 가두었다.
불도 켜지 않은 채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식음을 전폐했다.
배 속의 허전함이, 그 차가운 정적이 나를 끊임없이 갉아먹었다.
그가 나를 배신했다는 분노보다, 내 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며칠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아 몸은 점점 마르고 이성은 희미해져 갔다.
삶의 의지마저 소멸해 가던 그 무렵이었다.
머리맡에 놓여 있던 핸드폰 화면이 환하게 켜지며 요란한 알람 진동이 울렸다.
지독한 정적을 깨뜨리는 진동 소리에 힘겹게 손을 뻗어 핸드폰을 들었다.
대학 동창들이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이었다.
무심코 화면을 슬라이드해 확인한 메시지들은 나를 또다시 깊은 지옥으로 내던졌다.
[ 얘들아 정하랑 지연이 알지? 둘이 결혼 전제로 만나고 있대! ]
[ 무슨 소리야? 정하, 다영이랑 오래 만났잖아! 둘이 깨진 거야? ]
[몰라 지연이가 인스타에 정하가 프러포즈한 반지 사진 올렸어. 조만간 상견례 한다는데? ]
[다영아..괜찮아?]
그들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재밌는 이야기거리를 발견한 하이에나 처럼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기대하고 있을뿐이었다.
[ 와, 진짜 대반전이다. 지연이랑 정하가? 그럼 다영이는 어떻게 된 건데? ]
대화방은 순식간에 수십 개의 메시지로 폭발하고 있었다.
차지연.
그가 나 몰래 바람을 피우던 내 절친.
내가 아이를 잃고 방 안에서 죽어가는 동안, 그 인간은 나를 배신했던 그 여자와 결혼을 준비하며 행복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핸드폰 화면을 쥔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피가 마르고 호흡이 가빠졌다.
내가 잃어버린 아이의 존재를 새까맣게 모른채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주인공처럼 굴고 있었다.
아이가 사라진 뒤 그녀의 마음을 채운건 그저 황망함 뿐이었다.
"...흐윽..."
그렇게 다영은 혹여나 울음소리가 새어나갈까, 이불을 뒤집어 쓴뒤 입을 틀어막은채로 홀로 눈물을 삼켰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과거의 통곡과 상처, 그리고 비틀린 집착의 기억을 마저 털어놓은 차지연은 마침내 입을 다물었다. 카페 안의 정적은 한층 더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지연은 멍한 눈으로 다영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이제 다 알겠어? 내가 얼마나 멍청하게 그 사람을 짝사랑했는지. 내가 얼마나 비참하게 너한테 질투를 느끼고, 그 사람이 만든 가짜 무대 위에서 악역을 자처했는지."차지연의 눈빛에는 더 이상 예전의 날 선 독기도, 오만한 위엄도 없었다. 그저 사랑받지 못한 자의 깊은 상처와 허탈함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정하가 너한테 청첩장 보낸 것도, 나랑 가짜 결혼식을 올린 것도…… 전부 네가 자기를 미워하게 만들어서 미련 없이 떠나보내기 위한 거였어. 그 사람은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오직 너 하나만 생각했으니까."지연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글라스를 다시 써서 붉게 짓무른 눈가를 가린 그녀는 트렌치코트 깃을 여몄다."나도 이제 지쳤어. 그 사람 옆에서 가짜 아내 노릇 해주는 것도 오늘로 끝이야. 허다영…… 너한테 사과 같은 건 안 해. 하지만 그 사람한테 가봐. 길어야 몇 달 안 남았으니까."차지연은 다영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카페 밖으로 걸어 나갔다. 딸랑거리는 문가 종소리와 함께 그녀의 뒷모습이 멀어졌다.홀로 남겨진 다영은 식어버린 아메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정하의 묵직한 대답에 지연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늦은 시각, 그 단정한 하정하가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하려고 했다니. 설마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을 뿐, 그 역시 자신을 조금이라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헛된 기대감이 찰나의 순간 지연의 뇌리를 스쳤다. 차지연은 마시던 와인 잔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두 손으로 꽉 쥐었다.그러나 이어진 정하의 한마디는 지연의 실낱같은 기대와 자존심을 한순간에 박살 냈다."……뒤에서 다영이 이상한 소문 퍼뜨리는 거 그만해."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지연의 몸이 딱딱하게 얼어붙었다."……오빠…….""이건 마지막 경고야."정하의 목소리에는 단 한 치의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묵직하고 서늘한 분노만이 차갑게 깔려 있었다. 그가 먼저 연락하려 했던 이유, 그가 자신에게 말을 건넨 단 하나의 이유는 차지연이라는 여자에 대한 관심이 아닌, 오직 허다영을 보호하기 위한 경고였다.기대와 달라도 너무 다른 현실, 또다시 자신이 아닌 허다영만을 두둔하고 감싸고도는 정하의 태도를 확인한 순간, 차지연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참아왔던 억울함과 서러움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오빠, 왜 나는 안 봐주는데……! 내가 몇 년이나 오빠 옆에 있었는데! 샵에 들러서 예쁘게 꾸미고, 오빠 수강 신청 따라 하고, 오빠 동선 따라다닌 거 다 알면서…… 왜 또 허다영이
하지만 콧대 높은 차지연의 자존심은 끝까지 자신의 마음을 먼저 고백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하정하라는 궤도 주변을 서성이는 방식을 택했다. 정하가 수강 신청을 한 교양 과목과 전공 수업의 목록을 몰래 빼내어 그대로 따라 신청했고, 그와 수업이 겹치는 날이면 아침 일찍 청담동 샵에 들러 전문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까지 받고 강의실에 들어섰다.친구들의 입을 통해 들려오는 소문은 지연의 확신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주었다. 조용하고 과묵해 보이던 정하가 사실은 국내 굴지의 재벌가인 하명그룹의 외손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었다. 집안 배경과 재력, 외모, 품격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 차지연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역시 내가 찍은 남자는 달라. 내 남자친구 자리에 앉기에 부족함이 없어.'그녀는 정하가 자신과 같은 부류의 특권층이며, 조만간 자연스럽게 연인이 될 것이라 의심치 않았다. 정하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 관계를 공식화하려 마음먹었던 어느 청명한 봄날, 지연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캠퍼스 중앙 도서관 앞 잔디밭에서 정하를 발견한 지연이 반갑게 다가가려던 순간이었다. 정하의 곁에는 낯선 여자애 하나가 바짝 붙어 있었다. 아담한 체구에 수려하지만 화려하지 않은 차림새를 한 여자애는 정하의 팔에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있었고,
차지연과의 미묘했던 만남 이후, 다영은 밤새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 정하가 잔인할 정도로 가혹한 거짓말을 던지고 떠난 이유, 그리고 그 비극의 가장자리에 서서 악역을 자처하던 차지연의 떨리던 눈빛이 머릿속에서 얽히고설켜 끊임없이 다영을 괴롭혔기 때문이다.결국 다영은 다음 날 아침, 차지연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잠시 만나서 얘기 좀 해.]약속 장소는 대학가 구석에 위치한 조용한 카페였다. 주말 오전이라 카페 안은 적막에 가까울 정도로 고요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식어가는 아메리카노를 멍하니 바라보던 다영의 시야에, 선글라스를 깊게 눌러쓰고 들어오는 차지연의 모습이 들어왔다. 전날의 화려했던 신부 드레스는 온데간데없고, 차가운 톤의 트렌치코트를 입은 그녀의 얼굴은 초파리처럼 핼쑥해져 있었다.차지연은 맞은편 의자를 거칠게 빼서 앉으며 선글라스를 탁 소리 나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붉게 충혈된 그녀의 눈동자에는 피로와 함께 거친 경계심이 가득했다."나한테 아직도 할 말이 남았어?"차지연이 입술을 짓씹으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어제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세워두려 했던 자존심의 껍데기는 여전히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다영은 그녀의 날 선 반응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어제 비상계단에서 정하의 오열을 들은 이후, 차지연을 향했던 분노는 모두 휘발되어 없어진 지 오래였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오직 하나의 커다란 의문뿐이었다."
화장실 밖으로 나온 두 사람 주변의 공기는 기이할 정도로 얼어붙어 있었다. 다영의 엉망이 된 옷가지와 거칠어진 숨소리,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정하의 차가운 눈빛은 지나치던 이들의 걸음을 멈추게 만들기에 충분했다.사람들은 수군거렸지만 다영에게는 그 소리조차 아득한 먼 곳의 소음처럼 느껴졌다. 예식장 로비의 화려한 조명과 하객들의 소란스러움은 이미 다른 세상의 일처럼 느껴졌고,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만이 다영의 귓전을 맹렬하게 때리고 있었다.전남친 하정하의 시한부 판정과 그 그늘 뒤에 숨겨진 진실, 그리고 그 진실을 덮기 위해 악역을 자처했던 차지연. 폭풍처럼 덮쳐온 감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다영이 선택한 것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듯한 일탈이었다.그러나 가슴속을 가득 채운 공허와 죄책감은 그 어떤 충격이나 자극으로도 메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속이 텅 비어버린 듯한 무력감이 온몸의 피를 차갑게 식게 만들었다.정하는 다영의 어깨에 자신의 두터운 코트를 걸쳐주고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이끌어 그 자리를 벗어났다.복도를 지나는 동안에도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정하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앞만 보며 걸었고, 다영 역시 멍한 눈으로 바닥만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밖으로 나오자 서늘한 계절 바람이 피부를 스쳤다. 화려한 예
그 말에 정하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묻고싶었지만, 이미 눈물로 엉망이 되어 공허만이 남은 표저응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 앞에서 결국 그 말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그저 이 여자가 원하는 대로 해줄 수 밖에.그는 지금 하고 싶다는 그녀의 팔목을 잡아 이끈 뒤, 같은 층 화장실 칸으로 그녀를 밀어넣었다.그리고 그녀가 저항조차 하지 못하게, 굳게닫혀있던 바지 지퍼를 내린뒤, 자신의 물건을 그녀의 자그마한 입술사이로 욱여넣었다."웁....""이 세우지마."그는 그녀의 뒷통수를 잡은채, 자신의 허리를 빠르게 움직였다.그때마다 자신의 성기를 그대로 담고 있는 그녀의 입술이 오므라졌다가 벌어졌다.그리고 그녀의 입안에 한 가득 하얀 정액을 뱉어냈다.그러자 그녀는 그 정액을 뱉지도 않은채 혀로 머금은뒤 삼켰다."지금 뭐하는...!""...나 정신못차리게..거칠게 해줘. 응?"그 한마디에 결국 그의 이성은 끊어졌다.원래의 그는 그녀의 좁디좁은 질 안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시작했지만, 그의 핏대서린 눈은 마치 오늘은 그러지 않을것이라는걸 암시하는 듯 했다.그는 투박하게 자신의 두껍고 긴 두 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넣은 뒤 바로 그녀의 구멍으로 거칠게 넣었다."아아..!"그녀가 아픈듯 신음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은채 그녀의 분홍빛 구멍에 침을 뱉은뒤 자신의 거대한 물건을 우악스럽게 집어넣었다."아악..!"그 비명소리가 밖에 울려퍼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허리를 움직였다.'퍽퍽...!'마치 질이 찢어지는것만 같은 고통이었지만, 처음느껴보는 쾌락이 온 몸에 퍼져나갔다.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기분이었다."더..빠르게...!""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