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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화 - 공개

ผู้เขียน: 뽁뽁이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5-12 23:41:29

"재하."

이름이 입 밖으로 나간 뒤에도 회의실 공기는 바로 바뀌지 않았다.

화가 다 풀린 것도 아니고, 바깥 문제가 끝난 것도 아니고, 몇 주를 건너온 마음이 한 번에 정리될 리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 한 단어 이후로는 숨길 게 줄었다. 지안은 그걸 먼저 알았다. 더는 다시 모른 척할 수 없는 거리라는 걸.

재하는 지안이 손을 놓을 때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섣불리 끌어안지도 않았고, 급하게 붙잡지도 않았다. 그게 지금은 맞았다.

지안이 먼저 열었고, 그래서 재하도 그 속도를 그대로 받는 쪽을 고르는 게.

"가요."

지안이 먼저 말했다.

"네."

둘은 회의실 문을 나섰다. 복도는 퇴근 직전보다 더 조용해져 있었다.

멀리서 팀장 목소리가 아직 회의실 안쪽에 걸려 있었고, 프린터 불빛만 하나 남아 있었다.

예전 같으면 이 시간에 둘이 같은 복도를 나오는 것부터 신경 썼을 거다. 누가 보는지, 몇 걸음 차이 둘지, 엘리베이터는 따로 탈지. 그런데 오늘은 그런 계산이 올라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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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배님, 그 밤 기억나시죠   # 99화 - 공개

    "재하."이름이 입 밖으로 나간 뒤에도 회의실 공기는 바로 바뀌지 않았다.화가 다 풀린 것도 아니고, 바깥 문제가 끝난 것도 아니고, 몇 주를 건너온 마음이 한 번에 정리될 리도 없었다.그런데도 그 한 단어 이후로는 숨길 게 줄었다. 지안은 그걸 먼저 알았다. 더는 다시 모른 척할 수 없는 거리라는 걸.재하는 지안이 손을 놓을 때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섣불리 끌어안지도 않았고, 급하게 붙잡지도 않았다. 그게 지금은 맞았다.지안이 먼저 열었고, 그래서 재하도 그 속도를 그대로 받는 쪽을 고르는 게."가요."지안이 먼저 말했다."네."둘은 회의실 문을 나섰다. 복도는 퇴근 직전보다 더 조용해져 있었다.멀리서 팀장 목소리가 아직 회의실 안쪽에 걸려 있었고, 프린터 불빛만 하나 남아 있었다.예전 같으면 이 시간에 둘이 같은 복도를 나오는 것부터 신경 썼을 거다. 누가 보는지, 몇 걸음 차이 둘지, 엘리베이터는 따로 탈지. 그런데 오늘은 그런 계산이 올라오지 않았다.그냥 재하랑 나란히 걸었다.그 사실만으로도 웃길 정도였다.***다음 날 아침, TF는 사실상 끝난 분위기였다.최종본 전달은 마무리됐고, 남은 건 자잘한 수정 대응이랑 종료 정리 정도.팀장은 아침부터 유난히 얼굴이 펴져 있었고, 소율은 "이제 좀 살겠다"는 말을 세 번쯤 했고, 서연은 외부 공유 폴더 정리하면서 삭제해도 되는 버전들을 하나씩 골라냈다.지안은 자리에 앉자마자 커피 뚜껑을 열었다.맞은편에선 재하가 메일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잠깐, 시선이 마주치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려다 멈췄다.예전 같았으면 바로 돌렸을 거리인데, 오늘은 안 돌려도 됐다. 그 차이가 아직 몸에 안 붙어서 좀 어색했다.그리고 재하는 평소처럼 묻는 대신,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커피 식기 전에 드세요."지안은 컵을 들다가 멈췄다.별거 아닌 말인데, 그걸 별거 아닌 얼굴로 듣는 게 낯설었다.예전 같으면 누가 들을까 먼저 봤을 텐데, 오늘은 그 반사 동작이 나오지 않았다."

  • 선배님, 그 밤 기억나시죠   # 98화 - 다시

    이번엔 자기가 먼저였다.손잡이를 누르자 회의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안엔 재하 혼자 있었다. 통화는 끝난 뒤였는지 휴대폰은 화면만 꺼진 채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재하는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가, 지안을 보자 그대로 멈췄다. 놀란 표정이 길게 가지는 않았다. 대신 아주 짧게 숨을 고르는 얼굴. 예상은 못 했는데, 도망치지도 않는 얼굴."잠깐 얘기해요."지안이 먼저 말했다.재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는 몇 걸음이 생각보다 길었다.지안은 테이블 맞은편에 서 있다가 결국 의자를 당기지 않았다. 앉으면 괜히 더 오래 돌릴 것 같아서. 지금은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돌릴 만큼 돌렸고, 피해 갈 만큼 피해 갔다."나 확인했어요."재하 시선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발표본이랑 메일이랑, 사진이랑. 다.""...네.""운영사무국 메일도 봤고."재하는 변명하지 않았다. 죄송하다는 말도 바로 안 했다. 그 침묵이 재하답다고 생각하면서, 지안은 괜히 더 짜증이 났다."그게 제일 열받았어."지안이 낮게 말했다."네가 맞았다는 거."재하는 눈을 들었다. 뭔가 말하려는 얼굴이 잠깐 스쳤다가 다시 가라앉았다."내가 나중에야 확인한 것도 열받았고, 네가 그걸 다 해 놓고도 말 안 한 것도 열받았고."지안은 잠깐 쉬었다."아직도 화나요. 늦은 거, 숨긴 거, 멋대로 시작한 거. 다.""알고 있습니다."짧고 조용한 대답이었다."아니, 모를 수도 있지."지안은 피식 웃었다."윤재하 씨는 맨날 절반만 말했으니까."그 말에 재하가 입을 열었다."선배님.""근데."지안이 바로 끊었다. 지금은 저 사람 설명으로 끌려가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화가 나는데도, 끝이라고 말하는 건 또 안 되더라."회의실 안이 아주 조용해졌다. 에어컨 바람 소리만 얇게 돌았다.재하는 움직이지 않았다. 섣불리 다가오지 않는 쪽을 고르는 사람처럼.지안은 테이블 위에 손끝을 짚었다. 손바닥에 힘이 조금 들어갔다."한동안

  • 선배님, 그 밤 기억나시죠   # 97화 - 찾아갈 이유

    내가 먼저 가서 물을 수도 있겠구나.그 생각은 집에 도착하고도 사라지지 않았디.지안은 현관에 서서 한참 신발도 못 벗었다. 가방 끈이 어깨에 걸린 채로, 휴대폰만 쥐고 있었다.누구한테 연락할 것도 아니고, 당장 어디로 갈 것도 아닌데 몸이 먼저 멈췄다.갈 수 있겠구나, 가야 하나, 는 완전히 다른 문장이라서.지안은 결국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거실은 조용했고, 시계 초침 소리만 얇게 들렸다. 생각은 계속 같은 데를 맴돌았다.왜 그랬냐고 묻는 건 이미 늦었다. 그 질문 뒤엔 결국 또 재하 설명만 남을 것 같았다. 지안이 알고 싶은 건 이제 조금 달랐다.그 사람이 뭘 했는지보다, 그걸 다 보고 난 뒤 자기가 뭘 할 건지.그게 어려웠다.지안은 눈을 감았다 뜨고, 머릿속으로만 몇 번 정리했다.용서해 주려고 가는 거 아님.불쌍해서 가는 것도 아님.내가 선택할지 말지, 그걸 더 미루기 싫어서.그 정도까지 오자 좀 숨이 붙었다. 이유가 없어서 못 가는 건 아니었다.이유를 자꾸 상대 쪽에서 찾느라 늦었던 거지.지안은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이제 와서야 겨우 방향이 잡히는 게 웃겼다. 그래도 적어도 끌려가는 쪽은 아니라서 전보다 낫긴 했다.다음 날 아침, 사무실은 평소보다 더 분주했다.프로젝트 마감 주간 특유의 조급한 공기."오늘 끝나면 TF도 사실상 정리네."소율이 지나가듯 말했고, 지안은 그 말에 손을 잠깐 멈췄다.사실상 정리.그 단어가 유독 오래 남았다.프로젝트가 끝나면 숨길 이유도, 핑계도 같이 줄어든다. 회사 안에서 둘 사이를 가리는 명분도 점점 얇아진다. 그 사실이 갑자기 너무 분명해졌다.계속 미루다 보면 그냥 타이밍이 지나가는 쪽이 먼저 올 수도 있다는 뜻.맞은편에선 재하가 내부 수정본을 정리하고 있었다.대외 공유에서 빠지고 난 뒤로 더 조용해진 자리. 움직임은 평소 같았는데, 일의 결이 달라진 건 이제 누가 봐도 알았다.팀장도 재하한테 말 거는 횟수가 줄었고, 외부 통화는 거의 서연이나 지안 쪽으로

  • 선배님, 그 밤 기억나시죠   # 96화 - 거울

    그래도..그 한 단어가 집에 가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 올랐다.지안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 현관 비밀번호를 누를 때까지도 그다음 문장을 못 붙였다.그래도. 그 뒤의 문장은 떠오르지 않았다.차라리 싫다, 아니다, 끝났다, 같은 쪽이면 편했을텐데. 지금은 무슨 마음인지 잘 모르겠다.소파에 가방을 던져 두고도 한동안 불을 안 켰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이 바닥에 길게 걸렸다. 지안은 거실 한가운데 서서 휴대폰만 내려다봤다.연락할 사람도 없고, 올 연락도 없는데 화면만 껐다 켰다.그러다 결국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미치겠네."누가 들을 것도 아닌데 목소리가 작았다. 진짜 미치겠다고 소리치는 쪽이 아니라, 자기가 어디쯤 와 있는지 이제 무시가 안 되는 쪽.다음 날 점심시간 직전에 서연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오지안.""왜.""밥.""입맛 없어.""그럼 커피.""그것도 없어."서연은 한쪽 눈썹만 올렸다."네가 입맛 없다고 해서 세상이 멈추진 않거든.""박서연.""빨리와."지안은 결국 노트북을 덮었다. 따라나서면서도 기분은 별로였다. 정확히는, 서연이 무슨 말을 할지 대충 보여서 더.둘은 회사 건물 뒤편 작은 카페로 갔다. 점심시간 끝 무렵이라 사람이 애매하게 빠져 있었다.서연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두 잔 시키고는 창가 자리에 먼저 앉았다. 지안은 컵을 받아 놓고도 바로 마시지 않았다."그래서?"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어제 그 뒤로 뭐 했어.""뭘 하긴.""계속 생각했겠지.""너 점쟁이냐.""아니, 네 친구."서연은 빨대를 한 번 눌렀다가 놓았다."표정이 딱 그 얼굴이야. 생각은 엄청 했는데 결론 낸 척하는 얼굴."지안은 웃음도 안 났다."결론 안 냈어.""그것도 알아.""그럼 왜 물어?""네가 뭘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보려고."지안은 그 말에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기준이 뭐긴 뭐야.""왜 자꾸 걔가 뭘 잘못했고 뭘 대가로 내고 있는지만

  • 선배님, 그 밤 기억나시죠   # 95화 - 차이

    "걔, 네 앞에서만 조용한 거 아니야."서연 말이 탕비실 안에 오래 남았다.지안은 종이컵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한 번 눌렀다가 놓았다. 눌린 자국이 금방 펴졌고, 그 별것 아닌 모양이 괜히 눈에 들어왔다.네 앞에서만 그런 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 침묵도, 무표정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도 전부 자기 앞에서만 만들어 낸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그래서."지안이 겨우 입을 열었다."그게 뭐."서연은 바로 답하는 대신, 지안을 한 번 쭉 봤다. 지금 이 인간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까 고민하는 얼굴."뭐긴 뭐야."결국 서연이 말했다."네가 자꾸 같은 패턴으로 생각하고 있단 거지.""무슨 패턴?""이용하고 빠지는 쪽."지안은 너무 정확해서 웃지도 못했다. 반박할 문장이 떠오르기 전에 먼저 열이 올랐다. 자기 속을 싫은 방식으로 짚히면 늘 그랬다."야.""왜. 틀렸어?""지금 쟤 편 드는 거야?""아니."서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나는 네 편 드는 거지. 네가 자꾸 이미 끝난 상처 방식으로 지금 걸 읽는 게 답답해서."지안은 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탕비실 냉장고 모터 소리가 얇게 들렸다. 밖에선 누가 프린터를 쓰는지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났다. 전부 평범한 회사 소리인데, 지금은 전부 다 거슬렸다."같은 게 아니라고."서연이 낮게 덧붙였다."이용만 하고 빠지는 사람이 자기 쪽 일 먼저 잘리게 놔둬?"그 말이 그대로 꽂혔다.프리랜서 연결 하나가 다른 사람한테 넘어갔고, 대외 설명 자리에서 빠졌지만, 이유는 다들 돌려 말했다.그걸 다 듣고도 지안은 아직 마음 한쪽에서 같은 질문을 붙들고 있었다. 결국 너도 네 필요 때문에 움직인 거 아니냐고. 그런데 그 문장이 갑자기 예전만큼 단단하지 않았다."필요가 없진 않았겠지."지안이 툭 내뱉었다."나한테."말을 뱉고 나서도 기분이 더러웠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쪽으로 자꾸 문장이 가서.서연은 한숨도 안 쉬고 받았다."그래. 필요했을 수도 있지. 좋아했고, 미안했고, 그래서

  • 선배님, 그 밤 기억나시죠   # 94화 - 세 마디

    지안은 순간 재하 쪽을 봤다. 재하는 이미 화면으로 시선을 내리고 있었다. 손은 마우스를 잡고 있었고, 표정은 특별히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무표정이 더 신경 쓰였다.대신 들어간 오후 미팅 설명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시안 흐름도 알고, 클라이언트 포인트도 알고, 원래 자기 일에 가까웠으니까.다만 설명하면서도 자꾸 한쪽에 찝찝함이 남았다. 원래 여기 재하가 앉아 있어야 하는 자리에 자기만 있는 느낌. 클라이언트가 별말 없이 넘어갈수록 더 그랬다. 다들 그냥 자연스럽게 교체된 것처럼 받아들였다. 회사는 늘 그런 식으로 조용히 사람을 옮겼다.미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재하를 마주쳤다. 재하는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지안이 다가오자 바로 화면을 잠갔다."끝나셨어요?""네.""문제 없었죠?""네."짧았다. 딱 일만 확인하는 말. 그런데 지안은 그 말 안에 어딘가 피로가 낀 걸 느꼈다."윤재하 씨."이름을 부르고 나서 지안은 바로 뒷말을 못 이었다. 왜 그랬는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자기한테도 애매했다.재하가 먼저 기다렸다."네."결국 다른 말을 골랐다."시안 파일, 최종본 폴더에만 다시 넣어 주세요. 버전 겹쳐서 헷갈려요.""네. 정리해 둘게요."그 말이 끝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둘은 같이 탔고, 같이 서 있었지만, 끝까지 말은 더 하지 않았다. 좁은 공간인데도 서로 너무 멀었다. 옆에 있는 사람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 의식 안 하는 척하느라 더 피곤한 쪽.사무실로 돌아오는 동안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열리는 그 짧은 시간 안에서 하나가 자꾸 걸렸다.재하의 목소리. 끝나셨어요, 문제 없었죠, 네. 세 마디. 전부 일 얘기뿐.해명도, 변명도, 자기 사정 한마디도 없었다. 대외 자리에서 빠지고, 설명 미팅에서도 밀리고, 그걸 다 알 텐데 지안한테 와서 한 말이 시안 파일 정리 확인뿐이었다.이용하는 사람은 저런 식으로 안 한다.그 생각이 복도를 걸으면서 불쑥 올라왔다. 자기한테 필요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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