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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달

Author: moominkille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2 17:01:22

이튿날 그녀는 하루 종일 남쪽으로 걷는 저를 발견했다.

깨달은 것은 해가 기울 무렵이었다. 갈림길 돌무더기 앞에서 발이 멎었을 때, 그림자가 가리키는 쪽이 어제까지의 방향과 반대였다. 몸이 마음보다 먼저 셈을 끝내고, 임자 몰래 저울 위로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제 발로 맹 앞에 서면 가주는 살려 준다고.

운설은 돌무더기 곁에 오래 서 있었다.

남쪽 하늘은 무거웠다. 저 하늘 아래 어딘가에 갇힌 집이 있고, 화로가 있고, 목이 아직 붙었다더군, 하는 소문 속의 아버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그녀가 제 발로 걸어 들어가면 열린다는 문이 있었다. 문 안에서 무엇이 기다리는지는 누구도 말해 주지 않았다. 맹의 법이 재앙의 씨에게 어떤 그릇을 준비해 두었을지, 짐작은 어렵지 않았다.

죽는 것이 두려워 발이 멎은 것이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멎게 한 것은 노인의 손이었다. 문 앞에 쓰러졌던 밤, 죽어 가면서도 그녀의 손을 놓지 않던 마른 손. 삭월의 마지막, 이라고 그 손은 말했다. 잊으라고 준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저울 위로 올라가 버리면, 그 밤에 넘겨받은 것들은 임자를 잃는다. 멸문당한 부족의 마지막 물음이, 답을 듣지 못한 채 맹의 창고에서 녹슨다. 아버지가 열여덟 해를 감춘 것도, 노인이 목숨으로 넘긴 것도, 흰 무복이 골목에서 비켜서며 북으로 가시오, 하던 것도 — 모두 헛것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아직 제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모르는 채로 죽으러 갈 수는 없었다. 그것은 효도 아니고 속죄도 아니고, 다만 셈이 빠른 자들에게 셈을 넘겨주는 일이었다. 아버지를 살릴 길이 정말 그 저울 위에만 있는지, 저울을 만든 손을 알기 전에는 믿을 수 없었다. 진실이 북에 있다면 — 아버지를 옭아맨 열여덟 해 전의 매듭도 북에 있을 것이었다. 매듭은 푸는 것이지, 목을 거는 데 쓰는 것이 아니다.

죄책은 분노보다 먼저 와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어 노인을 들인 밤부터, 청하 운씨의 마당은 기울기 시작했다. 삼백 식솔. 어제까지 그녀를 조카라 부르던 입들, 그 입에 딸린 아이들의 밥. 그들이 그녀를 버린 것은 참이나, 그들을 그 저울 앞에 세운 것이 누구인가를 따지면 셈은 자꾸 그녀의 문간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지 말았어야 했나. 죽어 가는 사람을 문밖에 두었어야 했나. 그 물음에 이르면 그러나 그녀는 매번 같은 자리에 닿았다. 의녀는 문을 연다. 그 밤으로 백 번 돌아가도 백 번 열 것이었다. 그렇다면 죄는 문을 연 손에 있지 않았다.

운설은 북쪽 길로 들어섰다.

걸음은 무거웠고, 무거운 채로 나아갔다. 분노가 걸음마다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낯선 감정이었다. 의녀의 손은 성내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속에서 자라는 것은 분명 분노였다. 사람의 정을 그물코로 쓰는 자들. 종이 한 장으로 열여덟 해를 재앙이라 고쳐 쓰는 자들. 늙은 아비의 목숨에 값을 매겨 딸을 부르는 자들. 그 모든 것이 법(法)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세상.

분노는 뜨겁지 않았다. 화로의 불꽃이 사그라진 뒤에 남는 숯의 온도. 오래가는 온도였다. 그녀는 그것이 무서웠다. 이 온도가 세월을 먹으면 어떤 것이 되는지, 아직 알지 못해서 무서웠다.

밤이 왔다. 바람이 자고, 눈 벌판이 달빛을 받아 낮게 빛났다.

운설은 바위 그늘에 짐을 부리고, 소매에서 신패를 꺼냈다. 처음으로, 달빛에 비추어 오래 들여다보았다. 손바닥만 한 쇠 위에 이지러진 달이 돋을새김되어 있었다. 하늘의 달도 마침 이지러져 있었다. 쇠 속의 달과 하늘의 달이 같은 모양으로 기울어,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삭월(朔月). 그믐과 초승 사이, 어둠에 잠기는 달. 그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어떤 밤에 이 패를 새겼을까. 이것을 품고 죽으러 오던 노인은, 이 달을 보며 무엇을 빌었을까.

그때였다.

물소리가 났다.

강이 흐르는 소리였다. 낮고, 넓고, 아주 먼 데서부터 차오르는. 운설은 고개를 들었다. 눈 벌판은 달빛 아래 끝까지 비어 있었다. 이 들에 강은 없었다. 얼어붙지 않은 물은 더욱 없었다.

소리는 바깥에서 오지 않았다.

가슴 안쪽, 노인이 두고 간 것이 가라앉아 있던 그 깊은 자리에서 — 강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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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438화 — 타지 않는 아홉 이름

    불은 마른 약초부터 먹었다.월계단 아래 연기가 차오르자 운설은 하진 들것부터 밖으로 밀었다. 야란이 명부를 향해 돌아서자 운설이 팔을 잡았다.“몸부터 나가요.”“저 이름이 또 타면 묵할멈과 저만 기억합니다.”“사본이 있어요.”“사본에 없는 몸이 아래 있어요.”야란은 지하 약방 북쪽 벽을 가리켰다. 하진이 나온 우물 말고도 아이들이 옮겨진 배수로가 있었다.묵할멈이 젖은 천을 머리에 쓰고 불 속으로 들어갔다. 야란도 뒤따랐다. 운설은 막는 대신 두 사람 허리에 밧줄을 묶었다. 선우현과 사백이 밖에서 줄을 잡았다.혈비도 줄을 잡겠다고 했다. 야란이 허락할 때까지 손을 대지 않았다. 안에서 밧줄이 한 번 울리자 운설이 물었다.“세 번째 자리에 언니 손을 보태도 됩니까?”두 번 당기는 답이 왔다. 혈비는 선우현 뒤에서 줄을 잡았다. 예전처럼 맨 앞을 차지하지 않고도 사람을 끌어낼 힘을 보탰다.“세 번 당기면 나옵니다.” 운설이 말했다.야란이 고개를 저었다.“세 번은 더 들어오라는 뜻으로 하죠. 나올 때는 제가 이름을 부르겠습니다.”이번에는 구조받는 사람이 신호를 정했다.지하 약방 안에서 묵할멈은 왕가 명부를 물통에 던졌다. 종이는 젖었지만 불길은 피했다. 야란은 북쪽 벽에 매달린 아홉 쇠패를 떼었다. 각 패 뒤에 약이 끝난 뒤 몸을 옮긴 곳이 새겨져 있었다.연기 속에서 늙은 사내가 나타났다. 우물 간수 복장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불붙은 횃불이 들려 있었다.묵할멈이 그를 알아봤다. 왕가가 무너진 뒤에도 겨울 궁 지하를 떠나지 않은 간수 마도였다. 하진의 쇠사슬을 당겨 맥을 확인한 사람도 그였다.야란이 물었다.“왜 살려 두었습니까?”“문을 열 명이 돌아올까 봐.”“왜 직접 열지 않았지요?”“나는 명이 있어야 움직이는 사람이었다.”마도는 횃불을 내려다봤다. 이번에도 황실 장수의 명을 받고 원본을 태우러 왔다. 평생 반대되는 명을 기다리며 자기 손을 남의 것으로 살았다.“지금은 누가 명했습니까?”“황실이.”“따를 겁니까?”마도

  • 설야팔부 (雪夜八部)   제437화 — 열린 성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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