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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색 의회는 제 혼인부터 의심했습니다

Auteur: 유월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9-11 13:19:40

칠색 의회는 드래곤들조차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아르카디아의 일곱 영지가 맞닿는 중앙 산맥, 어느 색의 드래곤에게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중립지대. 일곱 개의 거대한 첨탑이 원을 그리듯 세워져 있었고, 중앙에는 오래된 원형 궁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궁전 외벽에는 적색, 은색, 금색, 흑색, 청색, 녹색, 그리고 지금은 거의 사라진 백색의 마력석이 차례로 박혀 있었다.

칠색 의회.

드래곤들이 전쟁을 결정하고, 영지 간 분쟁을 조정하며, 인간 왕국과의 외교 문제를 논의하는 곳.

아르셀리아는 그 앞에 도착하자마자 생각했다.

귀찮다.

아주 많이.

“왜 그런 얼굴을 하십니까?”

옆에서 아스테리온이 물었다.

“돌아가고 싶어.”

“아직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아르셀리아는 원형 궁전 위로 떠 있는 일곱 개의 마력 고리를 올려다봤다.

평소라면 이 장소에는 가까이 오지도 않는다. 칠색 의회의 소집장이 날아와도 웬만한 문제라면 대리인을 보내거나 아예 무시했다. 레드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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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검은 드래곤과 혼인하고 싶어 합니다   제 자리를 직접 고르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아르셀리아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소파가 아니었다.침대 옆 협탁.정확히는 그 위에 놓인 작은 종이 한 장이었다.[서고에 먼저 가 있습니다.오늘은 쪽지를 남겼습니다.— 아스테리온]“…….”아르셀리아는 이불 속에서 한동안 그 종이를 바라봤다.어제 한 약속.아침에 먼저 나가면 쪽지를 남기기.고작 그것뿐인데.정말 해 놨다.그것도 마지막에 굳이 ‘오늘은 쪽지를 남겼습니다’라고 강조하면서.“바보.”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종이를 집어 드는 손은 꽤 조심스러웠다. 읽었으면 버려도 되는 종이였다. 내용도 별것 없었다. 어디 있는지 알려 주는 한 줄짜리 쪽지.그런데 아르셀리아는 버리지 않았다.한 번 접었다.그리고 협탁 서랍을 열었다.안에는 머리끈과 작은 보석 장식 몇 개, 읽다 만 책갈피, 전에 아스테리온이 시장에서 사 준 작은 장식품이 있었다.아르셀리아는 그 사이에 쪽지를 넣었다.서랍을 닫고 나서.잠깐.멈췄다.“……왜 넣었지.”다시 열었다.종이가 그대로 있었다.꺼낼까.잠깐 고민했다.“…….”결국.그대로 닫았다.읽은 종이도.자기 거니까.마음대로 해도 된다.그뿐이었다.서고에 가 보니 아스테리온은 정말 거기 있었다.창가 책상.어제와 같은 자리.그런데 오늘은 문서를 정리하는 대신 편지를 쓰고 있었다.아르셀리아가 문에 기대 물었다.“누구한테.”아스테리온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일어나셨습니까.”“응.”“쪽지는 보셨고요?”“봤어.”“다행입니다.”“그래서 누구한테 쓰는데.”아르셀리아가 다가가자 아스테리온은 편지를 숨기지 않았다.맨 위에 적힌 이름부터 보였다.세레니스.“월백촌?”“예.”어제 말했던 것.다음에는 자기가 직접 물어보겠다고 했던 것.아르셀리아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뭐라고 썼어.”“읽으셔도 됩니다.”“네 편지잖아.”“주인님께는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아르셀리아는 종이를 당겼다.문장은 생각보다 정중했다.[세레니스 님께.지난번

  • 성검은 드래곤과 혼인하고 싶어 합니다   다음 약속은 하나만 해도 충분합니다

    아르셀리아가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 건 천장이었다. 그다음으로 느껴진 건 이불 안의 온기였고, 세 번째는 어젯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한 희미한 기억이었다.손을 잡고 싶어.자기가 먼저.분명히 그렇게 말했다.“…….”아르셀리아는 눈을 감았다.다시 자고 싶었다.가능하다면 어젯밤으로 돌아가 그 말을 하기 직전의 자기 입을 막아 버리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기억은 아주 선명했다. 아스테리온이 일부러 모르는 척 “어디로”라고 물었고, 자기가 결국 손이라고 말했고, 그것도 모자라 잡고 싶다고 직접 인정했다.그리고 그 검은.아니.그 아스테리온은.분명 목록에 적었을 것이다.아르셀리아의 눈이 번쩍 뜨였다.“아스테리온.”대답이 없었다.소파가 비어 있었다.아르셀리아의 몸이 먼저 일어났다.“아스테리온?”침실 안을 훑었다. 욕실 문은 열려 있었고, 소파 위에는 어젯밤 읽던 책만 엎어져 있었다. 외투도 없었다. 아르셀리아는 침대에서 내려오며 인상을 찌푸렸다.없다.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가슴 안쪽이 아주 작게 철렁했다.아침에 일어나기 전에 제자리.그건 아스테리온이 먼저 약속한 것도 아니었다. 자기가 부탁했고, 그는 지켰다. 최근에는 거의 매일 눈을 뜨면 소파에 있었으니까 어느새 그게 당연해졌다.그런데 오늘은.없었다.아르셀리아는 가운만 걸치고 문을 열었다.“아가씨?”복도를 지나던 불 정령 하나가 화들짝 멈췄다.“아스테리온 어디 있어?”“성검님이요?”“응.”“아래층에―”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아르셀리아가 계단으로 향했다.“아가씨!”불 정령이 뒤에서 따라왔다.“성검님 안 없어졌어요!”“알아.”“근데 엄청 빨리 가시는데요!”“배고파서 그래.”“식당은 반대쪽이에요!”아르셀리아의 걸음이 멈췄다.“…….”불 정령도 멈췄다.“…….”“너.”“네?”“오늘 청소 어디야.”“서쪽 회랑이요.”“가.”“네!”정령은 살아남았다는 얼굴로 달아났다.아르셀리아는 잠시 서 있었다.그리고.아주 천천히.자기가 향하던

  • 성검은 드래곤과 혼인하고 싶어 합니다   전투가 없는 날의 눈을 보러 갑니다

    아르셀리아가 아침에 눈을 뜬 건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아직 창밖의 붉은 빛이 침실 바닥까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고, 화염궁도 드물게 조용했다. 불 정령들이 복도를 뛰어다니기 전, 주방에서 아침 준비가 시작되기 전, 하루가 완전히 깨어나기 직전의 시간이었다.그리고 아스테리온은 약속대로 소파에 있었다.“…….”아르셀리아는 이불 속에서 눈만 움직여 그를 확인했다. 어젯밤 손을 잡고 있다가 자신이 잠든 뒤에는 놓고 소파로 돌아가라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는 제자리에 있어 달라고도 했다. 아스테리온은 정말 그 약속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켰다.소파에 반쯤 기대 잠들어 있는 검은 머리의 남자.그 모습을 잠깐 보던 아르셀리아는 다시 눈을 감으려다가 멈췄다.소파 옆 탁자 위에 종이가 있었다.어제의 목록.[앞으로 하고 싶은 것.]아르셀리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아래로 내려갔다. 요리 옆에는 작게 ‘첫 시도. 재미있었음. 다시 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 아래로 말 타기, 낚시, 연극, 시장, 눈 보기, 수영 같은 것들이 이어졌다.그리고.맨 아래.[아르셀리아의 손을 잡는 것.]“…….”여기까지는 어젯밤 들었다.문제는.그 밑이었다.[허락받고 손등을 만지는 것도.]아르셀리아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아스테리온.”금빛 눈이 바로 열렸다.“예.”“일어나.”“일어났습니다.”“저거 뭐야.”아스테리온의 시선이 그녀의 손끝을 따라갔다.목록.그리고.마지막 줄.“제가 좋아하는 것.”“그건 알아.”“그런데요.”“왜 저렇게 자세해.”“정확한 기록을 위해.”“너 리엔이야?”“아닙니다.”“그럼 지워.”“싫습니다.”아르셀리아의 눈이 가늘어졌다.아스테리온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아주 평온하게 덧붙였다.“제 목록입니다.”“…….”또.그 말.자기가 가르친 말.아르셀리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네 목록이라고 다 써도 돼?”“주인님께서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내 손등까지 네 취향 목록에 들어갈

  • 성검은 드래곤과 혼인하고 싶어 합니다   좋아하는 걸 하나씩 늘려 가기로 했습니다

    아스테리온이 단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다음 날, 화염궁의 아침 식탁은 평소와 조금 달라졌다.가장 먼저 달라진 건 차였다.아스테리온의 자리에는 늘 올라오던 진한 홍차 대신 따뜻한 우유가 놓였고, 그 옆에는 작은 꿀단지가 하나 붙어 있었다. 아르셀리아는 자기 앞의 차를 마시면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아스테리온은 식당에 들어온 순간부터 자기 자리만 보고 있었다.“왜 안 앉아?”“보고 있습니다.”“뭘.”“제 것.”아르셀리아의 시선이 우유와 꿀단지로 내려갔다.“어제 먹고 싶다며.”“예.”“그래서 준 건데.”“알고 있습니다.”“그럼 앉아.”아스테리온은 순순히 의자를 당겨 앉았다. 하지만 곧바로 마시지는 않았다. 꿀단지의 뚜껑을 열어 안을 한 번 보고, 작은 숟가락을 들어 꿀을 떠 보더니 다시 아르셀리아를 봤다.“얼마나 넣어야 합니까.”“그걸 왜 나한테 물어.”“처음이라서.”“…….”아르셀리아는 찻잔을 내려놓았다.“조금 넣어 보고 먹어. 안 달면 더 넣으면 되잖아.”“그렇군요.”아스테리온이 한 숟가락을 넣었다. 천천히 저어 한 모금 마신 뒤 가만히 생각했다.“어때?”“답이 필요합니까?”“궁금하니까 물었지.”“좋습니다.”“얼마나.”“꿀과자보다 조금 덜.”“그럼 더 넣어.”두 번째 숟가락.다시 한 모금.이번에는 금빛 눈이 아주 조금 커졌다.아르셀리아가 피식 웃었다.“그게 더 좋아?”“예.”“그럼 앞으로 두 숟가락.”“매일요?”“먹고 싶으면.”아스테리온은 컵을 내려다봤다.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아침에 무슨 음료를 마실지, 거기에 꿀을 몇 숟가락 넣을지. 그런데 그 사소한 선택 하나를 꽤 오래 바라보는 모습 때문에 아르셀리아는 괜히 가슴 한쪽이 묘해졌다.“왜.”아스테리온이 물었다.“뭐가.”“보고 계셨습니다.”“꿀 너무 많이 넣나 봤어.”“두 숟가락이라고 정해 주신 분은 주인님입니다.”“다음부터 네가 정해.”“예.”“세 숟가락 넣든 네 숟가락 넣든.”“다섯 숟가락도?”

  • 성검은 드래곤과 혼인하고 싶어 합니다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르셀리아는 아침부터 옷장 앞에 서 있었다.정확히는.십 분째였다.평소라면 이런 일은 없었다. 입을 옷을 고르는 데 시간을 쓰는 건 아르셀리아가 가장 귀찮아하는 일 가운데 하나였다. 검은색, 짙은 적색, 가끔 금색 장식. 그 정도면 충분했다. 적월제처럼 반드시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가 아니면 옷장 가장 앞에 걸린 것을 집어 입는 게 보통이었다.그런데 오늘은.세 번째 드레스를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이건 너무 빨개.”침대 옆에서 기다리던 아스테리온이 고개를 기울였다.“적염령의 드래곤께서 붉은색이 너무 붉다고 하시는 겁니까.”“오늘은 안 돼.”“왜요.”“너랑 맞추는 것처럼 보이잖아.”아스테리온은 자기 옷을 내려다봤다.검은색이었다.목깃과 소매 끝에 아주 얇은 금실 장식이 들어간 옷. 적월제 때처럼 붉은 자수는 없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단정하고 차분했다.“저는 붉은색을 입지 않았습니다.”“내가 입으면 네 눈이랑 맞잖아.”“…….”아르셀리아가 멈췄다.아스테리온도 멈췄다.“아니.”“예.”“방금 건.”“예.”“잊어.”“싫습니다.”“아스테리온.”“제 눈 색까지 고려해 주셨다는 말인데 어떻게 잊습니까.”“고려 안 했어.”“방금 하셨습니다.”“그냥 나온 말이야.”“그런 말이 더 좋습니다.”아르셀리아는 네 번째 드레스를 꺼냈다.짙은 자주색.은색 장식.아스테리온이 바로 말했다.“그건 싫습니다.”아르셀리아가 홱 돌아봤다.“왜.”“은색이라서.”“은색이 왜.”“세레니스 님과 맞춥니다.”“…….”“싫습니다.”너무.당당했다.아르셀리아가 어이가 없어 그를 봤다.“너 지금 질투해?”“예.”즉답이었다.“숨길 생각도 없어?”“주인님께서 싫으면 싫다고 말하라고 하셨습니다.”“그건 일할 때.”“일할 때만 적용됩니까.”“…….”생각해 보니.그럴 이유는 없었다.아르셀리아는 자주색 드레스를 다시 넣었다.아스테리온의 눈이 아주 조금 밝아졌다.“좋습니까.”“옷이 별로였어.”“예.”“네 말 들어준

  • 성검은 드래곤과 혼인하고 싶어 합니다   놓으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르셀리아가 눈을 떴을 때.가장 먼저 느낀 것은.따뜻함이었다.손.정확히는 오른손.무언가에 감싸여 있었다.“…….”아직 잠이 덜 깬 채 손가락을 조금 움직였다.그러자.맞물려 있던 손가락도.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아르셀리아의 눈이.천천히.커졌다.어젯밤이 떠올랐다.첫 월급.머리핀.작은 화산목 상자.청혼.그리고.자기가 먼저 내민 손.얼마나 잡고 있느냐는 질문에.내가 놓을 때까지.그렇게 말했다.그 뒤로.잠들었다.그런데.지금도.잡혀 있었다.아르셀리아가 고개를 돌렸다.아스테리온은 침대 옆 바닥에 앉아 있었다. 등을 침대 옆면에 기대고, 한쪽 팔을 매트리스 가장자리에 올린 채 잠들어 있었다.소파가 아니라.바닥.그런데도.손은.놓지 않았다.“……바보.”아르셀리아가 작게 중얼거렸다.대답은 없었다.정말 잠든 모양이었다.검은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조금 흐트러져 있었고, 고개는 살짝 옆으로 기울어 있었다. 저 자세로 얼마나 잔 건지 모르겠다.불편해 보였다.아르셀리아의 미간이.조금 좁아졌다.그냥 손 놓고 소파 가서 자면 됐잖아.자기가 잠든 다음에는.그래도 됐을 텐데.그런데.또 생각해 보면.자기가 말했다.내가 놓을 때까지.그리고.자기는.놓지 않았다.“…….”아르셀리아는.얽힌 손을 봤다.풀면 된다.지금.손가락만 빼면.끝이다.그런데.이상하게.조금 아쉬웠다.아침의 온기가.사라지는 게.“아스테리온.”작게 불렀다.금빛 눈이.바로 열렸다.“……주인님?”목소리가 잠겨 있었다.아르셀리아가 조금 놀랐다.“안 잤어?”“잤습니다.”“근데 왜 바로 일어나.”“부르셔서.”아스테리온은 몸을 일으키려다가.손을 보고.멈췄다.“…….”아르셀리아도.같이 봤다.“아직 잡고 있네.”“예.”“왜.”아스테리온의 눈이.천천히.그녀에게 올라왔다.“놓으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주인님이 놓을 때까지라고 하셨으니까.”아르셀리아는.잠깐.말이 없었다.“밤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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