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밤이 깊어질수록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끝까지 버티려 했지만 몸은 죽음과 회귀를 모두 겪은 사람의 의지를 오래 받아주지 않았다.
엘리시아는 왼손목을 누른 채 네 번의 호흡을 반복했다.
네 번째 숨이 끝나기 전에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바람이 멎었다.
창밖의 벌레 소리와 복도를 걷는 경비의 발소리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벽난로의 재 냄새도, 백합의 풋내도 끊겼다.
엘리시아는 눈을 떴다.
침실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창문 밖에는 황궁 정원 대신 별도 달도 없는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책상 위에 쌓아두었던 문서는 사라졌고,
문은 검은 벽 안에 박힌 것처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엘리시아는 어느새 맨발로 바닥에 서 있었다.
잠옷 자락이 발등을 덮었다. 목에는 상처가 없었지만,
처형 직전의 차가운 금속 감각이 다시 살아났다.
문손잡이가 움직였다.
엘리시아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검은 제복을 입은 남자가 문밖에 서 있었다.
칼릭스 반 아델하이트.
처형대 위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과 같은 얼굴이었다.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 머리, 빛이 없는 공간에서도 선명한 금빛 눈,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단단히 다문 입술까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다만 그는 문턱을 넘지 않았다.
엘리시아가 침묵하자 칼릭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엘리시아.”
한때 가장 듣고 싶었던 목소리였다.
엘리시아는 손목 안쪽을 눌렀다. 호흡을 세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을 만큼 머릿속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이름을 부르지 마십시오.”
칼릭스의 시선이 그녀의 손목에 잠시 머물렀다가 곧 내려갔다.
“알겠습니다.”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다가오지도 않았다.
그 점이 오히려 더 불길했다.
엘리시아는 문과 그 너머를 살폈다.
칼릭스의 뒤에는 황궁 복도도 왕의 침실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어둠뿐이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짧은 대답 뒤 침묵이 붙었다. 칼릭스가 거짓말할 때 보이던,
지나치게 완전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들어왔습니까?”
“눈을 떴을 때 문밖에 서 있었습니다.”
“나가세요.”
칼릭스는 즉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출구가 없었다.
어둠 속으로 물러난 발이 다시 같은 문턱 앞에 놓였다.
방이 그를 내보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엘리시아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칼릭스가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여섯 걸음쯤이었다.
전생의 그라면 엘리시아가 가까이 왔을 때 손을 내밀었을 거리였지만,
지금 그의 손은 몸 옆에 내려가 있었다.
엘리시아는 세 걸음을 남기고 멈췄다.
“오늘이 언제인지 말해보세요.”
“결속식 삼십 일 전입니다.”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그가 날짜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황제라면 일정 정도는 알고 있을 수 있었다.
엘리시아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제가 죽은 날을 기억하십니까?”
칼릭스의 표정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눈꺼풀이 아주 느리게 내려갔다 올라왔다.
숨이 끊긴 사람처럼 가슴이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기억합니다.”
“제가 결백하다고 말했던 것도요?”
“기억합니다.”
“폐하께서 제 말을 믿지 않았던 것도 기억합니까?”
칼릭스는 대답하기 전 짧게 숨을 삼켰다.
“예.”
엘리시아는 그제야 확신했다.
이것은 자신의 꿈이 아니었다.
꿈속의 칼릭스라면 그녀가 아는 만큼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남자는 엘리시아가 보지 못한 죽음 이후의 시간을 품고 있었다.
감추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 피로와,
이미 한 번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의 침묵이 눈 아래에 남아 있었다.
칼릭스도 돌아왔다.
그 사실이 희망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엘리시아는 문손잡이를 잡았다. 금속이 손바닥 아래에서 차갑게 식었다.
“그렇다면 더 잘 아시겠군요.”
칼릭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제 삶에서 나가주십시오.”
엘리시아가 문을 닫았다.
문짝이 두 사람 사이를 가르기 직전, 칼릭스의 목소리가 틈으로 들어왔다.
“그 요청은 받아들이겠습니다.”
문이 멈췄다.
칼릭스가 손으로 막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몸 옆에 있었다.
방 자체가 문을 완전히 닫지 못하게 붙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칼릭스가 낮게 덧붙였다.
“하지만 이곳이 저를 내보내지 않습니다.”
문틈 너머로 금빛 눈이 보였다.
“저도 이 방에 갇힌 것 같습니다.”
그녀는 사람을 넣지 않는 선택을 했다.그 선택 때문에 왕이 대형 가짜 왕핵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안전한 해결은 아니었다.다만 현재 감당할 수 있는 위험과 감당하지 않을 위험을 나눴다.현장팀은 목표를 달성한 뒤 더 깊은 온실을 보러 가지 않았다.아델라이드 잔류를 유지하던 수면이끼 매개체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확인할 수 있는 문 하나가 스무 걸음 밖에 있었지만,이미 계획한 작업은 끝났고 흰 뿔의 왕과의 거리도 줄어들고 있었다.테사가 철수를 지시했다.법무관 보조가 물었다.“온실 영상 하나도 안 봅니까?”“다음에 안전할 때 봅니다. 오늘 영장은 연결선 차단까지고,사람 살려서
사람들은 서로를 보지 않고 압력계를 봤다.제한 시간이 필요했다.테사는 현장 수치를 계산한 뒤 로스테에 말했다.“관 자체를 닫는 게 아니라 본체 쪽 흡입관을 먼저 막아야 합니다.여기서 스무 걸음 더 들어가면 분기점이 있습니다.”엘리시아가 물었다.“노출 수치는요?”“현재는 기준 이하입니다.”“시간은?”“들어갔다 돌아오는 데 십 분 안쪽.”“철수 기준은 그대로 유지합니다.방향감각 검사 한 번이라도 틀리면 작업 중단하세요.”
엘리시아의 입술이 아주 조금 굳었다가 풀렸다.그가 위험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니었다.황제의 왕핵 반응을 더 강한 미끼로 내보내면대형 가짜 왕핵의 참조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는 계산은 그에게 너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달라진 점은 생각이 행동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그렇게 계속 제외하세요.”“예.”그녀는 고맙다고 하지 않았다.칼릭스도 칭찬을 기다리지 않았다.그것으로 충분했다.흑갑 비상터널 입구는 예상보다 상태가 나빴다.오 년 전 레나르트가 지나갔을 때에도 오래된 길이었고,그 뒤 북부 지반이 두 차례 크게 얼고 녹으면서 천장 일부가 내려
테사가 설계도를 확대했다.생체 매개체와 대형 본체는 같은 방에 있지 않았다.매개체는 더 북쪽의 독립된 온실형 지하시설에 있었고,신성 잔류는 좁은 유리관과 성유 수지를 통해 대형 본체 쪽으로 전달됐다.사람을 매개체 방까지 보내지 않아도 중간 연결선 한 곳을 차단할 수 있었다.다만 그 중간 지점이 흑갑 비상터널과 겹쳤다.레나르트가 오 년 전 지나갔다고 진술한 길이었다.하겐은 지도를 확인하면서 말했다.“이번엔 사람을 아예 안 보낼 수는 없겠군.”테사도 부정하지 않았다. 외부에서 작동하는 차단밸브가 없었고,오래된 기계식 잠금 하나를 물리적으로 닫아야 했다.현장까지 가는 데도 두 시각 이상 걸렸다.
“마지막 공급원이 누구입니까?”엘리시아가 물었다.문서에는 이름 대신 보관함 코드가 적혀 있었다.서쪽 열 3번.성녀 묘역 기록과 대조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아델라이드.회의실 안이 한동안 조용해졌다.북부에서 살아 있는 성녀처럼 감지된 파장은 다른 성녀가 아니었다.아델라이드의 오래된 표본 잔류를 살아 있는 수면이끼 군락이 반복해서흘려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생체성 파동처럼 보였던 것이다.엘리시아는 문서를 덮지 않은 채 말했다.“아델라이드가 살아 있다는 식으로는 어디에도 쓰지 마세요.저 반응은 본인의 의지도, 생명도
북부 깊은 곳에서 감지된 성녀계 파장이 실제 사람의 것인지 확인하는 일은, 대형 가짜 왕핵의 위치를 찾는 것보다도 훨씬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엘리시아는 ‘살아 있는 성녀계 반응’이라는 임시 표현부터 수정하게 했다. 현재 제국에 성녀는 자신 한 사람뿐이고, 북부에서 잡힌 신호는 이름도 신분도 신체도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오래된 감정장치가 그렇게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성녀나 후보가 살아 있다고 기록할 수는 없었다.“생체성 신성 반응이라고 씁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걸 성녀라고 부르기 시작하면 바로 고쳐주세요. 지금 확인된 건 일정한 간격으로 신성력이 변하고 있다는 것뿐입니다.”테사는 그 조건에 맞춰 관측기준을 다시 잡았다. 사람의 심박이나 호흡처럼 보이는 주기가 있는지, 신성력이 스스로 순환하는지, 외부에서 공급받는 힘을 단순히 흘려보내는지부터 나눠 확인하기로 했고, 로스테에서 새 표본을 보내 비교하는 방식은 처음부터 제외했다.북부 반응지와 대형 가짜 왕핵 사이에는 오래된 흑갑 수송로 하나가 지나고 있었으나, 두 시설이 직접 연결됐다는 증거도 아직 없었다.하겐은 지도를 한동안 내려다보다가 북벽 최신 관측치를 옆으로 밀었다. 흰 뿔의 왕은 밤새 대형 가짜 왕핵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였지만 속도는 빨라지지 않았고, 소형 개체들도 성벽 쪽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당장 로스테를 공격하는 움직임이 없는 만큼 사람을 북부 깊은 곳까지 밀어넣을 이유도 없었다.“왕이 저 신성 반응을 먼저 찾아낼 가능성은 있나?”테사가 두 파형을 비교했다. “있습니다. 대형 가짜 왕핵이 보호단계에 들어가면서 그쪽 반응을 재충전원 후보로 잡았고, 흰 뿔의 왕도 같은 구역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만 둘 중 어느 신호를 따라가는지는 아직 구분이 안 됩니다.”“사람이면?”하겐의 질문에 엘리시아가 먼저 답했다. “사람이라고 확인되는 순간 조사보다 구조가 먼저입니다. 다만 지금부터 누군가 갇혀 있다고 가정해서 구조대를 보내지는 마세요. 들어갈 길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