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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네 번째 숨이 끝나기 전에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2 17:01:18

밤이 깊어질수록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끝까지 버티려 했지만 몸은 죽음과 회귀를 모두 겪은 사람의 의지를 오래 받아주지 않았다.

엘리시아는 왼손목을 누른 채 네 번의 호흡을 반복했다.

네 번째 숨이 끝나기 전에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바람이 멎었다.

창밖의 벌레 소리와 복도를 걷는 경비의 발소리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벽난로의 재 냄새도, 백합의 풋내도 끊겼다.

엘리시아는 눈을 떴다.

침실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창문 밖에는 황궁 정원 대신 별도 달도 없는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책상 위에 쌓아두었던 문서는 사라졌고, 

문은 검은 벽 안에 박힌 것처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엘리시아는 어느새 맨발로 바닥에 서 있었다.

잠옷 자락이 발등을 덮었다. 목에는 상처가 없었지만, 

처형 직전의 차가운 금속 감각이 다시 살아났다.

문손잡이가 움직였다.

엘리시아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검은 제복을 입은 남자가 문밖에 서 있었다.

칼릭스 반 아델하이트.

처형대 위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과 같은 얼굴이었다.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 머리, 빛이 없는 공간에서도 선명한 금빛 눈,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단단히 다문 입술까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다만 그는 문턱을 넘지 않았다.

엘리시아가 침묵하자 칼릭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엘리시아.”

한때 가장 듣고 싶었던 목소리였다.

엘리시아는 손목 안쪽을 눌렀다. 호흡을 세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을 만큼 머릿속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이름을 부르지 마십시오.”

칼릭스의 시선이 그녀의 손목에 잠시 머물렀다가 곧 내려갔다.

“알겠습니다.”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다가오지도 않았다.

그 점이 오히려 더 불길했다.

엘리시아는 문과 그 너머를 살폈다. 

칼릭스의 뒤에는 황궁 복도도 왕의 침실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어둠뿐이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짧은 대답 뒤 침묵이 붙었다. 칼릭스가 거짓말할 때 보이던, 

지나치게 완전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들어왔습니까?”

“눈을 떴을 때 문밖에 서 있었습니다.”

“나가세요.”

칼릭스는 즉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출구가 없었다. 

어둠 속으로 물러난 발이 다시 같은 문턱 앞에 놓였다. 

방이 그를 내보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엘리시아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칼릭스가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여섯 걸음쯤이었다. 

전생의 그라면 엘리시아가 가까이 왔을 때 손을 내밀었을 거리였지만, 

지금 그의 손은 몸 옆에 내려가 있었다.

엘리시아는 세 걸음을 남기고 멈췄다.

“오늘이 언제인지 말해보세요.”

“결속식 삼십 일 전입니다.”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그가 날짜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황제라면 일정 정도는 알고 있을 수 있었다.

엘리시아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제가 죽은 날을 기억하십니까?”

칼릭스의 표정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눈꺼풀이 아주 느리게 내려갔다 올라왔다. 

숨이 끊긴 사람처럼 가슴이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기억합니다.”

“제가 결백하다고 말했던 것도요?”

“기억합니다.”

“폐하께서 제 말을 믿지 않았던 것도 기억합니까?”

칼릭스는 대답하기 전 짧게 숨을 삼켰다.

“예.”

엘리시아는 그제야 확신했다.

이것은 자신의 꿈이 아니었다.

꿈속의 칼릭스라면 그녀가 아는 만큼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남자는 엘리시아가 보지 못한 죽음 이후의 시간을 품고 있었다. 

감추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 피로와, 

이미 한 번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의 침묵이 눈 아래에 남아 있었다.

칼릭스도 돌아왔다.

그 사실이 희망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엘리시아는 문손잡이를 잡았다. 금속이 손바닥 아래에서 차갑게 식었다.

“그렇다면 더 잘 아시겠군요.”

칼릭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제 삶에서 나가주십시오.”

엘리시아가 문을 닫았다.

문짝이 두 사람 사이를 가르기 직전, 칼릭스의 목소리가 틈으로 들어왔다.

“그 요청은 받아들이겠습니다.”

문이 멈췄다.

칼릭스가 손으로 막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몸 옆에 있었다. 

방 자체가 문을 완전히 닫지 못하게 붙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칼릭스가 낮게 덧붙였다.

“하지만 이곳이 저를 내보내지 않습니다.”

문틈 너머로 금빛 눈이 보였다.

“저도 이 방에 갇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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