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모임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처음에는 네 사람이 함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는 얼굴들이 하나둘 합류했다.애리와 같은 예일 학생들도 있었고, 지율과 샬롯이 아는 얼굴들도 있었다.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사람도 계속 바뀌었다.그러다 다시 테이블로 돌아오면 이안은 어김없이 말을 걸었다.“예일에서 무슨 수업 들어?”“여러 개.”“뭐가 제일 재밌는데?”애리가 이안을 바라봤다.“또 시작이네.”“뭐가?”“질문.”이안은 그제야 자신이 또 묻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듯 입을 다물었다.그 모습을 보던 샬롯이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돌렸다.지율은 별다른 반응 없이 음료를 마셨다.그때 애리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는 줄리안의 이름이 떠 있었다.“나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이 적은 쪽으로 걸어갔다.통화 버튼을 누르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뭐 해?”“아직 모임이야.”애리는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근데 이제 거의 끝날 것 같아.”“재밌어?”“응. 지율이랑 샬롯도 만났어.”“잘됐네.”주변이 조금 시끄러운지 줄리안의 목소리 뒤로 사람들의 말소리가 희미하게 섞여 들렸다.애리가 물었다.“오빠는 아직 촬영 중이야?”“응.&rdqu
10월이 되자 뉴헤이븐의 공기도 제법 선선해졌다.애리도 어느새 대학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었다.수업이 있는 날이면 직접 차를 몰고 학교에 갔고, 수업이 끝나면 뉴헤이븐의 집으로 돌아왔다.줄리안은 3집 활동 때문에 뉴욕에 있는 날이 많았다.덕분에 평일에는 혼자 집에 있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그날 오후.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애리에게 제이미가 물었다.“이번 주 토요일에 갈 거지?”“어디?”“아이비리그 모임.”애리가 걸음을 멈췄다.“아.”잊고 있었다.학기가 시작된 뒤 처음 열리는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교류 행사였다.예일뿐 아니라 하버드와 프린스턴을 비롯한 다른 학교 학생들도 참석할 예정이었다.애리는 문득 두 사람이 떠올랐다.지율과 샬롯.지난여름 이스트햄튼에서 만난 게 마지막이었다.애리는 핸드폰을 꺼내 지율과 샬롯에게 각각 문자를 보냈다.[너희도 토요일에 와?]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연달아 도착했다.지율이 먼저였다.[응. 갈 거야.]곧이어 샬롯에게서도 답장이 왔다.[가지. 오랜만에 얼굴 보겠네.]애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그럼 토요일에 보자.]잠시 후 지율에게서 메시지가 하나 더 왔다.[나 친구 한 명 같이 갈 거야.]애리가 바로 답했다.[누구?][같은 학교 친구.][같은 수업 들어.]지율다운 대답이었다.애리는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토요일 오후.
9월 말.실버라인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이 공개됐다.Horizon.발매와 동시에 반응이 쏟아졌다.음반 판매량은 첫날부터 빠르게 올라갔고, 온라인 다운로드 순위에도 앨범 수록곡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라디오에서는 타이틀곡 Chasing the Light가 빠르게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2집의 성공 이후 실버라인의 새 앨범을 기다리던 사람은 이미 많았다.하지만 이번 반응은 그 이상이었다.발매 첫 주 집계가 끝난 뒤 공개된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Horizon은 곧바로 1위에 올랐다.그리고 며칠 뒤.새로운 Hot 100 차트가 공개됐다.가장 높은 곳에는 Chasing the Light가 있었다.1위였다.그 아래에도 익숙한 이름이 계속해서 보였다.앨범에 실린 열 곡 가운데 무려 여섯 곡이 동시에 Hot 100에 진입했다.실버라인에게도 처음 있는 기록이었다.그중에서도 Summer Starts With You의 반응은 유독 빨랐다.이미 여름은 끝났어도 곡의 인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여름 초 이스트햄튼에서 열린 비공개 파티에서 줄리안이 미공개곡을 불렀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한차례 화제가 됐던 곡이었다.당시 대중은 곡을 직접 들을 방법이 없었지만, 앨범이 공개되자 곧바로 다운로드 순위 상위권으로 올라섰다.2집 In Between Lights의 성공을 넘어, 3집은 더 빠른 속도로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었다.음악 매체들은 앞다투어 새 앨범을 다뤘다.특히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름은 줄리안이었다.열 곡 전부 그의 손에서 나왔다.작사와 작곡 모두 마찬가지였다.2집에서 Stay Until Tomorrow를 두고 회
며칠 뒤.애리는 수업을 마치고 평소보다 늦게 기숙사로 돌아왔다.복도를 따라 걷던 애리는 자기 방 앞에 도착하자 걸음을 멈췄다.문손잡이에 양말 한 짝이 걸려 있었다.애리는 가만히 그것을 바라봤다.“…뭐야.”마침 옆을 지나던 여자애가 애리를 보더니 문손잡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안 들어가는 게 좋을걸.”애리가 고개를 돌렸다.“왜?”여자애가 양말을 가리켰다.“저거 몰라?”애리는 다시 양말을 바라봤다.몇 초 후, 그 의미를 알아차린 애리의 표정이 굳었다.“설마.”여자애가 웃으며 지나갔다.애리는 문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굳이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결국 몸을 돌려 제이미와 니키의 방으로 향했다.노크를 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니키가 문을 열었다.애리를 본 니키가 바로 웃었다.“또?”애리가 한숨을 내쉬었다.“응. 또.”안쪽에서 책을 보고 있던 제이미가 고개를 들었다.“이번에는 뭔데?”애리는 방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문에 양말 걸려 있어.”니키가 바로 알아들었다.“아.”제이미도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린지 진짜 대단하다.”“나 이제 놀랍지도 않아.”애리는 빈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고 침대 끝에 걸터앉았
9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애리는 예일 기숙사에 들어갔고, 본격적인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처음 며칠은 정신없이 지나갔다.새로운 강의실을 찾아 캠퍼스를 돌아다녔고, 수업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고등학교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이던 때와 달리 수업 사이에 몇 시간씩 비는 날도 있었고, 하루 종일 강의가 이어지는 날도 있었다.그래도 혼자는 아니었다.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제이미와 니키가 같은 기숙사에 배정되면서 셋은 자연스럽게 자주 어울리게 됐다.점심을 먹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니키가 말했다.“나 오늘 낮잠 좀 자야겠다.”제이미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너 아까 수업에서도 잤잖아.”“그건 잔 게 아니라 눈 감고 들은 거야.”애리가 웃었다.“그게 잔 거지.”세 사람은 함께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제이미와 니키의 방은 같은 층에 있었다.둘은 운 좋게 룸메이트로 배정됐다.애리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너희는 좋겠다.”제이미가 물었다.“왜?”“둘이 같은 방이잖아.”“너도 룸메 있잖아.”“있지.”애리가 어깨를 으쓱했다.“근데 아직 잘 모르겠어.”니키가 웃었다.“며칠 같이 살았는데?”“마주칠 일이 별로 없어. 들어오는 시간도 다르고.”“어떤 애인데?”애리는 잠깐 생각했다.“잘 모르겠어. 되게 바쁜 것 같던데.”그때까지만 해도 애리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서로 생활 시간이 다르면 오히려 편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뉴헤이븐 시내.안경을 쓴 40대의 여자 부동산 중개인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안녕하세요.""웨스트 씨 맞으시죠?""저는 메건입니다. 오늘 집 안내를 맡았습니다."줄리안이 먼저 악수를 건넸다."잘 부탁드립니다."중개인이 미소를 지었다."저도요.""미리 말씀드린 대로 세 곳 준비했습니다.""먼저 첫 번째 집부터 보시죠."줄리안과 애리는 메건의 안내에 따라 차에 올랐다.운전을 하며 메건이 말을 꺼냈다."첫 번째는 콘도입니다.""예일까지는 걸어서 7분 정도고요.""보안이 좋아 교수님들이나 대학원생분들도 많이 거주하세요."차는 어느 건물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메건이 리모컨을 누르자 차단기가 올라갔다."입주민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깔끔한 복도가 이어졌다.메건이 현관문을 열었다."여기입니다."둘은 안으로 들어가서 집을 둘러보았다.거실과 주방이 이어진 구조였고, 안쪽에는 침실 두 개가 있었다.전체적으로 깔끔했다.애리가 거실을 둘러보며 말했다.“괜찮은데?”“응. 나쁘지 않네.”줄리안도 천천히 안을 둘러봤다.그러다 메건에게 물었다.“여기 방음은 어때요?”“방음이요?”“제가 밤에도 기타를 치는 편이라서요.”메건이 생각하듯 말했다.“그렇다면 이곳은 조금 불편하실 수도 있어요. 건물 규정상 늦은 시간에는 소음에 꽤 민감하거든요.”줄리안의 표정이 바로 미묘해졌다.애리가 그걸 보고 웃었다.“여기는 안 되겠네.”줄리안도 웃었다.“그러게.”메건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음 집을 보시죠.”세 사람은 다시 차에 올랐다.두 번째 집은 예일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학교 주변을 벗어나자 거리도 한결 조용해졌다.차는 나무가 늘어선 주택가 안쪽으로 들어갔다.잠시 후 메건이 비슷한 형태의 집들이 이어진 곳 앞에 차를 세웠다.“여기입니다.”애리가 차에서 내려 건물을 올려다봤다.2층짜리 타운하우스였다.첫 번째 콘도와 달리 각각의 집마다 현관이 따로 나 있었고, 앞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