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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S국 황실이 반지훈을 귀빈으로 접대했었고 그가 S국 황실 공주와 친구라는 건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었다. 그는 당연히 S국 황실의 귀빈 기념 휘장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녀가 꺼낸다 하여도 진위를 가릴 수 있었다!

강성연은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어떻게 그 귀한 물건을 함부로 너에게 보여줄 수 있겠어?"

강미현은 분노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여전히 웃는 표정을 유지했다.

"그럴 용기가 없는 거 아니야?"

"지훈씨,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분명 당신이 황실의 접대를 받아본 적이 있어 기념 휘장의 모양을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꺼내지 못하는 거지요."

그녀가 반지훈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반지훈은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

"1942억을 내는 사람, 디자이너 Zora를 요청하려고 했던 사람도 나다. 만약 당신이 Zora라는 걸 증명할 수 있다면 오늘 일은 따지지 않을게."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반지훈은 그녀에게 다가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넌 서울에서 지내지 못할 거다."

그가 다가왔을 때 풍겨온 옅은 향기에 강성연은 몸이 굳어졌다.

구찌 남자 향수!

왜 그에게서 6년 전 그 남자와 똑같은 향수 냄새가 날까?

반지훈은 강성연의 조금 창백해진 얼굴을 보고 허리를 폈다. 그는 그녀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

"증명할 수 없다면 그만 떠나. 내가 사람을 불러 당신을 쫓아내기 전에."

강미현은 흡족해 하면서 웃었다.

강성연, 성연아, 6년이 지났는데 왜 스스로 죽을 자리를 찾아온 거지?

강성연은 별안간 고개를 들더니 환하게 웃었다.

"사장님, 정말 그렇게 할 건가요?"

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장님, 만약에 제가 저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다면 아까 제가 맞은 뺨은 어떻게 할 건가요?"

강미현은 다시 표정이 바뀌었고 조심스럽게 반지훈을 쳐다 보았다.

비록 그녀는 반지훈의 여자가 되었지만 반지훈은 여태까지 그녀를 건드린 적이 없었다.

만약 6년 전 그녀가 깨끗하게 뒷정리를 하고 스스로의 주민등록증으로 방을 예약한 것이 아니라면 반지훈은 일찍부터 자신을 의심했을 것이다.

"지훈씨......"

"미현더러 사과하라고 할게."

반지훈이 덤덤하게 말했다.

강성연은 가방을 뒤지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전 뺨을 맞았는데 고작 사과를 하게 하겠다고요?"

반지훈의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어?"

강성연은 그와 눈을 맞췄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속담이 있어요. 저도 강미현의 뺨을 때려야 공평하지 않겠나요?"

주위 사람들은 모두 찍소리도 못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감히 반지훈 앞에서 당당하게 이런 말을 하다니, 설마 정말......

반지훈은 그녀의 오만한 태도를 보고 얇은 입술을 꾹 닫았다.

서울에서 그와 이런 태도로 말하는 사람은 강성연이 처음이었다.

잠시 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 욕심이 너무 많군."

"그렇다면 다른 디자이너를 찾으세요. 전 손해를 보는 건 싫거든요."

강성연은 기념 휘장을 그의 눈앞에 흔들었다.

"사장님이 황실 기념 휘장을 본 적이 있다고 하니 잘 보세요."

그녀는 기념 휘장을 가방 안에 넣은 후 쿨하게 돌아섰다.

강미현 고개를 숙이고 몰래 이를 악물었다. 이럴 수가, 저 년이 어떻게......

반지훈은 그녀를 도와 자신의 명의로 "세설"에서 디자이너 Zora를 요청했었다. 만일 그가 1942억을 내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런 가격을 지불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사람이 강성연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늘 그녀가 강성연에게 한 행동은 반지훈의 체면을 깎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훈씨, 저......"

강미현은 손을 뻗어 그의 팔짱을 끼려고 했지만 반지훈은 팔을 뿌리쳤다. 그는 몸을 돌리면서 싸늘한 표정으로 강미현을 보았다.

"스스로 해결해."

말을 마친 후 반지훈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그가 홀에서 나오자 롤스로이스 곁에서 기다리고 있던 보디가드가 차문을 열었다.

그는 차에 탄 후 조수석에 앉은 남자에게 말했다.

"이틀 안에 디자이너 Zora의 모든 자료를 찾아와."

오션뷰 별장.

"흥, 강미현은 정말 얄미워!"

강유이는 인형을 안고 강시언, 강해신과 함께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찡그린 표정으로 모니터 속의 여자를 보고 있었다.

"정말 못생겼네."

강시언은 고개를 돌려 남동생과 여동생을 보았다.

"이 여자가 우리 엄마를 괴롭혔으니 우린 가만히 놔둘 수 없어."

강유이는 턱을 괴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복수하지?"

그들은 방법 하나를 강구해 엄마를 속여야 했다.

강시언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양엄마가 말했었잖아, 강미현이 부자와 교제한다고. 그러면 강미현과 교제하는 부자부터 접근하면 되지!"

"그 남자의 이름이 뭐라고 했지?"

강유이가 고개를 들고 생각했다.

"반지훈!"

강해신이 키보드로 그 이름을 타자하자 곧바로 자료 페이지가 나타났다.

강해신이 반지훈의 자료를 클릭해 남자의 사진이 나타나자 세 쌍둥이는 한참 동안 멍해졌다.

"이 남자...... 왜 우리랑 이렇게 비슷하게 생겼지?"

강시언은 아주 의아하여 사진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엄마는 한번도 그들에게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설마 이 남자가......

그들의 아빠인 건 아니겠지?

강해신은 콧방귀를 뀌더니 교활한 눈빛으로 말했다.

"저 사람이 정말 우리의 아빠라면 일이 쉬워지지."

강시언은 의아해했다.

"하지만 어떻게 저 남자에게 접근하지?"

"걱정하지마, 오빠들. 나에게 맡겨. TG그룹 아래 아동복 브랜드에서 모델을 찾고 있잖아. 내가 나서면 꼭 성공할 거야!"

강유이가 가슴을 내밀면서 말했다. 그녀는 세 쌍둥이 중에서 성격이 가장 통통 튀는 아이라 그녀가 나서면 꼭 문제없을 것이다.

"귀염둥이들, 내가 돌아왔어!"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세 쌍둥이는 얼른 컴퓨터 페이지를 껐다.

"엄마! 여왕 전하!"

세 쌍둥이는 줄줄이 방에서 나와 그녀에게 안겼다.

아이들이 얌전하게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자 강성연은 웃으면서 쪼그려 앉았다.

"양엄마를 귀찮게 한 건 아니지?"

"엄마는 저희가 양엄마를 괴롭힌다고 생각해요?"

강해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강유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맞아요. 저희가 왜 양엄마를 괴롭히겠어요? 양엄마는 돌아와서 저희에게 케익도 사줬어요!"

강성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녀가 자신이 낳은 세 쌍둥이를 모를까?

세 쌍둥이 중 가장 장난기가 많은 건 둘째 해신이고 독설을 잘하고 생각이 깊은 성격은 그녀와 닮지 않았다. 첫째 시언은 비교적 듬직하고 마음이 따뜻했으며 남동생과 여동생을 끔찍하게 아꼈다.

그리고 셋째 강유이는 통통 튀는 성격으로 엉터리 아이디어를 자주 내어 오빠들을 나쁜 길로 이끌고 있었다.

"엄마, 왜 표정이 이렇게 어두워요? 누가 괴롭힌 거 아니에요?"

눈썰미가 빠른 강시언은 곧 강성연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강성연은 멈칫했다. 왜서인지 오늘 만나 그 남자는 그녀에게 아주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 특별히 그의 얼굴과 6년 전 그 남자 특유의 남자 향수 냄새가.

"엄마가 저희에게 뭔가를 감추고 있네요!"

강시언이 또 알아맞히자 그녀는 애써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너희들은 어른들의 일을 신경 쓸 필요 없어. 엄마가 음식을 준비할게."

그녀가 주방으로 가려고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

수신전화를 본 강성연은 입 꼬리를 올렸다. 역시 강미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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