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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作者: 서은월
주인장은 그제야 목소리를 되찾고는 다리를 덜덜 떨며 말을 내뱉었다.

“나, 나는… 너희가 성왕부 사람이라는 걸 안다! 성왕부라고 백성을 이렇게 괴롭혀도 되는 것이냐!”

하지만 지금의 아설은 울기밖에 못 하던 나약한 설강이 아니었다. 그녀는 소매 속에서 계약금을 낸 영수증을 꺼내 들었다.

“대체 누가 누굴 괴롭힌다는 겁니까? 가격을 올린 건 바로 당신이잖아요. 이 간사한 장사꾼아! 여기 보세요. 여섯 날 전에 체결한 계약입니다. 서명도 하고 도장도 찍었지요. 약속대로 물건을 내지 않는 건 당신이지 않습니까? 말을 뒤집은 것도 당신이잖아요!”

그때 아람도 마차에서 내려왔다.

“주인장은 우리가 이곳 말고는 목재를 구하지 못할 줄 알고 이렇게 나오는 거겠지요.”

주인장은 뒤를 봐주는 배경이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별볼일 없어도 이 우주 땅의 목재만큼은 그가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그는 며칠 전 받은 계약금을 내던지듯 휙 뿌려댔다.

“이놈의 장사는 안 할란다! 꺼지거라!”

성왕부 수리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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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31화

    “왜 그래? 경치가 별로야?”“예쁘긴 예쁘죠.”맹진영이 입맛을 다시며, 한껏 동경 어린 얼굴로 대답했다.“헌데 전 아버지처럼 고사성어를 줄줄 읊는 재주도 없고, 어머니처럼 바람만 스쳐도 바로 몸이 나가는 솜씨도 없잖아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반짝이는 두 눈에는, 이 선경과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인간 냄새가 가득 배어 있었다.“이런 풍경이면 말입니다... 네모난 상 하나 딱 펼쳐놓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동솥 하나 걸어놓고, 부드러운 양고기 몇 접시 썰어 올리고, 거기에 뜨끈한 양탕 한 그릇까지 곁들이면…”말을 이어가던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슬쩍 침을 삼켰다.“그게 진짜 사람 사는 냄새죠!”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멀지 않은 매화나무 뒤편에서 노골적인 비웃음이 흘러나왔다.“누군가 했더니 먹보였군. 진국공부의 맹 아가씨다워.”보랏빛이 감도는 남색 비단 옷에 옥관을 단 소년 하나가 나무에 기대 서 있었다.열세네 살쯤 되어 보이는 나이에 이목구비는 또렷하고 단정했다.맹진영은 그를 보자마자 방금까지 웃고 있던 얼굴을 단번에 굳혔다.“차유담? 너 개야? 왜 가는 데마다 나타나?”그는 주종현의 벗 차윤서의 장남으로, 맹진영과 함께 국자감에서 공부하는 사이였다. 둘은 평소에도 앙숙이었다.차유담은 팔짱을 낀 채 비스듬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이런 설경과 매화 앞에서, 머릿속엔 온통 양고기 생각뿐이라니. 역시 글 한 자 모르는 촌스러움다워.”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한숨까지 곁들였다.“맹 상서 같은 청류 선비에게서 어떻게 너 같이 먹을 것밖에 모르는 딸이 나왔는지... 참으로 알 수가 없군.”“내가 네 집 쌀이라도 먹었어?”맹진영은 순식간에 발끈했다. 소매를 걷어붙이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이 위선 떠는 새끼! 뒤에서는 몰래 야담이나 읽으면서, 스승님 앞에서만 사람인 척하는 꼴이 퍽 우습단 말이지!”“헛소리 하지 마!”차유담은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얼굴빛이 확 바뀌었다.“너야말로 헛소리야! 그건 민심을 살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30화

    가을이 가고 겨울이 찾아왔다. 그 석 달 동안, 주연아는 단 한 번도 소림을 보지 못했다. 흠천감에서 점지한 황후 책봉의 길일도 스쳐 지나갔으나 궁에서는 재촉하는 기색 하나 없었다. 흠천감은 그저 다시 길한 날을 골라야 한다고만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기다림이 길어지며, 그녀는 집에서 한동안 더 고요하고 평온한 나날을 누릴 수 있었다.“연아 언니! 연아 언니! 살려줘요!”사람은 아직 당도하지도 않았는데, 다급한 목소리부터 먼저 달려들었다. 주연아가 창가에 기대어 뜰에 쌓인 눈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바람처럼 요란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맹진영이 사냥꾼에게 쫓기는 토끼처럼 후다닥 따뜻한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뒤에는 숨이 턱까지 차오른 어린 시녀 하나가 간신히 따라붙어 있었다. 맹진영은 곧장 주연아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팔을 와락 끌어안더니, 아예 몸을 기대 매달렸다.“저, 아버지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아요!”어린 소녀의 앳된 얼굴이 금세 울상으로 일그러졌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듯한 목소리였다.“어디서 그런 괴상한 말을 들으셨는지, 여자애는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면서 매일 저를 서재에 가둬 놓고 책 읽고 글 쓰게 하세요. 연아 언니, 저 요즘은 글자만 보면… 아버지의 그 무표정한 얼굴 보는 것보다 더 어지러워요!”주연아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그녀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손을 들어 흐트러진 앞머리를 살며시 정리해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외삼촌도 다 너를 위해서 그러시는 거야.”“전 그런 거 필요 없어요!”맹진영은 고개를 방울처럼 세차게 흔들었다.“그냥 지난번 조가 집에서 제가 체면 구겼다고 화나신 거예요!”입을 삐죽이며 억울함이 얼굴 가득 묻어났다.“마침 이틀 동안 궁에 들어가 의논하신다니까, 그 틈에 겨우 빠져나온 거예요.”검은 눈동자가 반짝이며 기대와 간절함으로 가득 찼다. 오래 갇혀 있던 새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어 안달이 난 듯한 모습이었다.“연아 언니, 우리 백마사에 놀러 가요!”그녀는 주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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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다 진국공부 맹 아가씨까지 있다니!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 소녀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맹진영은 웃음을 뚝 그치더니, 허리에 손을 척 얹고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나이는 어렸지만, 진국공부에서 자라난 기세만큼은 조금도 약하지 않았다.“언니들, 참 한가하네요.”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눈은 반짝였지만 말투는 전혀 사양이 없었다.“조정에서 폐하의 후궁 문제로 머리 싸매고 있는 대신들이, 언니들 반만큼이라도 배짱이 있었으면 말이에요...”말끝을 길게 늘이며, 맑은 목소리에 노골적인 비웃음을 실었다.“지금쯤 폐하의 후궁이 이렇게 텅 비어 있진 않았겠죠? 게다가 오로지 우리 연아 언니가 어른으로 자라기를 기다리고 있지도 않았을 테고요!”또렷하고 시원하게 꽂히는 말에 소녀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하지만 입술만 달싹일 뿐, 한마디도 내놓지 못했다.뒤에서야 수군거릴 수 있지, 정작 당사자 앞에서 입을 놀릴 용기는 없었던 것이다.주연아는 미래의 중궁 황후였다. 게다가 폐하와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 그 마음 한가운데에 자리한 존재였다.그들뿐 아니라, 그들의 아버지나 형제들조차 주연아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할 터였다.맹진영은 그들이 숨죽인 채 아무 말도 못 하자, 그제야 만족한 듯 코웃음을 쳤다.그리고 고개를 홱 돌려 주연아 곁으로 다가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나중에 아버지가 또 나더러 계집애답지 못하다 뭐라 하면, 오늘 일 보여줘야죠. 이런 분들이야말로 명문가 규수의 ‘본보기’니까요!”주변에서는 이미 이쪽 소란을 눈치채고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그 소녀들은 더 버티지 못하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사할 겨를도 없이 얼굴을 붉힌 채 거의 달아나듯 자리를 떠났다.주연아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어이없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해서 손을 뻗어 맹진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너 말이야, 외삼촌에게 들키면 분명 필사 벌 받는다.”하지만 맹진영은 눈을 반짝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작은 어른처럼 주연아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28화

    맹시은은 초청장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조가에서 화초 장인이 또 새로운 품종을 길러냈다더구나. 한번 가서 보겠느냐?”“갈래요!”“진영이도 같이 데리고 가거라. 네가 보고 싶다고 늘 말하더라. 며칠 전 변주에서 막 돌아왔으니, 둘이 함께 얘기도 나누고.”맹진영은 외삼촌 맹서강의 장녀로, 올해 막 열한 살이 된 아이였다.집안에서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키운 작은 폭죽 같은 아이로, 성격은 활달하고 불같이 뜨거웠다.국화 연회는 조가 후원에서 열렸다. 정원 가득 금사국이 피어 있었다.둥글게 뭉친 꽃송이들이 층층이 모여, 곳곳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특히 새로 길러낸 몇몇 품종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꽃잎은 용의 발톱처럼 말려 있었고, 색은 금빛에 붉은 기운이 어우러져 햇살 아래에서 찬란하게 빛났다.귀한 규수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감탄을 쏟아낼 만했다.조가의 화초 장인은 과연 경성 제일이라 할 만했다. 작년에 들여온 두 그루도 이미 보기 드문 명품이었는데 올해는 이런 희귀한 것까지 길러냈다니.꽃을 보러 온 이들은 많았다. 사람이 많으면, 말도 많아지는 법이었다.주연아는 맹진영의 손을 잡고 태호석으로 꾸며진 조경을 돌아 나가던 중, 멀지 않은 곳에서 낮게 깔린 웃음소리를 들었다.화려하게 차려입은 소녀 몇이 돌탁자에 둘러앉아 있었다.“들었습니까? 폐하께서는 얼마 전까지 궁에 안 계셨대요.”연노랑 옷을 입은 소녀가 비밀스럽게 입을 열었다.“당연하지요. 조정이 난리가 났다잖아요. 어서에 쌓인 상소문이 산더미라던데요.”“폐하도 아직 젊으시고, 강남에서 막 돌아오셨으니… 혹시 어디 미인 보러 가신 거 아닙니까?”그 말에 묘한 웃음이 퍼졌다.연보랏빛 치마를 입은 다른 여인이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미인이라니, 소식이 너무 늦었네요.”그녀는 목소리를 더 낮췄다.“폐하께서 직접 밖에 놀러다니는 경영군주를 잡으러 가셨대요.”‘잡는다’는 말에는 은근한 조롱과 흥미가 섞여 있었다.“잡아서 뭐 하게요?”아까 그 연노랑 옷 소녀가 물었다.“성지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27화

    “연아. 짐의 곁에 있는 것이 너를 지치게 하느냐. 너는… 짐을 원망하느냐. 네 날개를 꺾어 버렸다고.”그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주연아는 소림을 미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했던 그 시간들 속에서, 잠깐이나마 마음이 흔들렸고, 그에게 기대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앞으로 어깨 위에 내려앉게 될 그 책임 역시, 완전히 거부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그녀는 그저 끝이 훤히 보이는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었다.이부상서 조씨 가문에서 세 번째로 국화 연회 초청장이 들어왔을 때, 맹시은이 그녀를 찾아왔다.그때 주연아는 창가의 푹신한 의자에 기대 앉아 단풍잎 하나가 천천히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맹시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녀는 딸의 가느다란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잠시 시선을 놓쳤다.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금방이라도 고개를 돌리며 “어머니” 하고 달콤하게 부르던 그 어린 아이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듯했다.하지만 알고 있었다. 이제 그녀의 딸은 다 자라 자신만의 고민을 품게 되었다는 것을.맹시은은 다가가 딸 곁에 앉으며 따뜻한 연경을 한 그릇 건네주었다.“연아야.”그녀의 목소리는 물처럼 부드러웠다.“입궁하는 일로 마음이 쓰이느냐.”매끄러운 백자 그릇을 감싸 쥐자 그녀의 손끝으로 따뜻함이 전해졌다.주연아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맹시은이 더는 대답을 듣지 못하리라 생각할 즈음, 그녀는 턱을 팔 위에 살짝 괴고 낮게 입을 열었다.“어머니… 궁궐은 규칙이 너무 많아요. 너무 많아서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어떤 기쁨과 슬픔을 느껴야 하는지까지도,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그 복잡한 옷자락마다 다 쓰여 있는 것처럼요.”그녀의 말에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쓸쓸함과 막막함이 스며 있었다.맹시은의 가슴이 살짝 저려왔다.그녀는 손을 뻗어 딸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연아야.”맹시은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시선이었다.“네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면 누구도 너를 강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26화

    “어머니!”경성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쩐지 올 때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마차가 채 멈추기도 전에, 문 앞에 서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아버지와 어머니, 외삼촌과 외숙모, 심지어는 국자감에 있어야 할 복동이까지. 모두 그 자리에 서 있었다.주연아는 치맛자락을 움켜쥔 채, 거의 비틀거리듯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러자 맹시은이 급히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늘 침착하던 그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딸을 꽉 끌어안은 채,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돌아왔구나. 돌아오기만 하면 됐다.”따뜻한 품과 익숙한 향기가 그녀가 그동안 겨우 붙들고 있던 마음을 단번에 무너뜨렸다.“외삼촌, 외숙모…”주연아는 어머니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콧물이 섞인 목소리였다.그녀를 바라보는 맹서강의 눈에는 애틋함과 자책이 깊이 담겨 있었다.“미안하다, 연아야. 정현의 상황을 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네가 그곳까지 가게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네가 그런 위험에 처하게 둘 줄은… 이건 전부 내 불찰이다.”주연아는 고개를 저었다.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다른 한 사람이 불쑥 끼어들었다.“누님!”그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소년이 그대로 달려들었다.예전엔 그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누님이라 부르던 그 통통한 아이가 이제는 훤칠하게 자란 소년이 되어 있었다.하지만 지금 이 열다섯, 열여섯의 소년은 누구보다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누님!”그녀를 또박또박 부르는 목소리에는 억눌린 분노와 공포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밖에 나가 놀겠다고 한 건 그렇다 쳐도, 왜 집에 편지 한 통을 안 보내는 것입니까! 편지 안 보낸 것도 그렇다 칩시다. 헌데 어떻게… 어떻게 그런 위험한 곳에 스스로를 내몰 수가 있는 겁니까!”말을 할수록 감정이 격해졌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듯했다.주연아는 그런 동생을 보며 마음이 아프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손을 뻗어 예전처럼 그의 볼을 꼬집으려 했지만 이제는 까치발을 들어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293화

    아람은 정현에서 위심을 다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지난번에는 기억을 잃더니 이번에는 중독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돌아다니기에 몸이 성할 적이 없는 걸까? 아설은 요 며칠 사이에 겨우 조금 회복이 된 상태였다. 위심을 데리고 돌아갔다가 치유돼서는 또 훌쩍 떠나버린다면 아설은 어떻게 살아가라는 말인가? 아람은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어르신, 치료할 수는 있는 건가요?”약초밭 주인 인 손 할아범이 대답했다.“치료는 가능합니다. 다만 시간이 들 뿐이지요. 일단 얼른 데리고 가세요.”아람은 이백 냥짜리 은표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283화

    아람은 자기 딸이 인색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강세오가 사다 준 군것질거리도 언제나 골목 아이들과 나누어 먹는 아이였다. 비록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장 아주머니에게서 몇 번이나 들은 적이 있었다. 골목 끝 집 사람들은 무례하고 포악한데 그 집 아들은 못된 기질이 끝이 없다고 말이다.아람은 차갑게 말했다.“당신 집 아이나 잘 단속해요.”주근의 할머니는 골목에서 모를 사람이 없을 만큼 악명이 높았다. 이 골목의 처녀며 새댁이며 늙은 아주머니들 전부 그녀에게 기가 눌려 지고 살았다. 그녀는 허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288화

    소휘는 경성을 떠나더니 아예 날개를 펼친 셈이었다. 예전 경성에서 온화한 공자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는데다가 여기서 더 말했다가는 말도 안되는 소리까지 튀어나올 것이 뻔했다. 아람은 차라리 연아의 손을 잡고는 그들을 에둘러 지나 뒤뜰 쪽으로 성큼 걸어가 버렸다. 강세오는 누이의 어딘가 흐트러진 뒷모습에 눈길을 두었다가 소휘를 향해 굳은 시선으로 말을 건넸다.“전하, 예전엔 누이를 지킬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전하께서 만약 …”소휘는 흥미로운 듯 입가를 치켜올리며 말했다.“예전에는 없었지. 지금은 있지 않느냐?”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286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주근 할머니는 문짝에 부딪혀 붙어 있다가 그대로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겨우 비명을 한 번을 내지르더니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철이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일에 놀라 얼어붙었다. 문 앞의 사내는 병색이 완연했으나 온몸에 서린 살기는 마치 지옥에서 기어나온 귀신 같았다.“입에서 그딴 소리가 또 나오면 뼈도 못 추릴 줄 알아.”철이 어머니가 바들바들 떨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사, 살… 살인이야.”주근 할머니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크게 다쳐 한동안 침상에 누워 있어야 했다.침대머리를 부들부들 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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