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왜 그래? 경치가 별로야?”“예쁘긴 예쁘죠.”맹진영이 입맛을 다시며, 한껏 동경 어린 얼굴로 대답했다.“헌데 전 아버지처럼 고사성어를 줄줄 읊는 재주도 없고, 어머니처럼 바람만 스쳐도 바로 몸이 나가는 솜씨도 없잖아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반짝이는 두 눈에는, 이 선경과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인간 냄새가 가득 배어 있었다.“이런 풍경이면 말입니다... 네모난 상 하나 딱 펼쳐놓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동솥 하나 걸어놓고, 부드러운 양고기 몇 접시 썰어 올리고, 거기에 뜨끈한 양탕 한 그릇까지 곁들이면…”말을 이어가던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슬쩍 침을 삼켰다.“그게 진짜 사람 사는 냄새죠!”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멀지 않은 매화나무 뒤편에서 노골적인 비웃음이 흘러나왔다.“누군가 했더니 먹보였군. 진국공부의 맹 아가씨다워.”보랏빛이 감도는 남색 비단 옷에 옥관을 단 소년 하나가 나무에 기대 서 있었다.열세네 살쯤 되어 보이는 나이에 이목구비는 또렷하고 단정했다.맹진영은 그를 보자마자 방금까지 웃고 있던 얼굴을 단번에 굳혔다.“차유담? 너 개야? 왜 가는 데마다 나타나?”그는 주종현의 벗 차윤서의 장남으로, 맹진영과 함께 국자감에서 공부하는 사이였다. 둘은 평소에도 앙숙이었다.차유담은 팔짱을 낀 채 비스듬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이런 설경과 매화 앞에서, 머릿속엔 온통 양고기 생각뿐이라니. 역시 글 한 자 모르는 촌스러움다워.”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한숨까지 곁들였다.“맹 상서 같은 청류 선비에게서 어떻게 너 같이 먹을 것밖에 모르는 딸이 나왔는지... 참으로 알 수가 없군.”“내가 네 집 쌀이라도 먹었어?”맹진영은 순식간에 발끈했다. 소매를 걷어붙이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이 위선 떠는 새끼! 뒤에서는 몰래 야담이나 읽으면서, 스승님 앞에서만 사람인 척하는 꼴이 퍽 우습단 말이지!”“헛소리 하지 마!”차유담은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얼굴빛이 확 바뀌었다.“너야말로 헛소리야! 그건 민심을 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찾아왔다. 그 석 달 동안, 주연아는 단 한 번도 소림을 보지 못했다. 흠천감에서 점지한 황후 책봉의 길일도 스쳐 지나갔으나 궁에서는 재촉하는 기색 하나 없었다. 흠천감은 그저 다시 길한 날을 골라야 한다고만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기다림이 길어지며, 그녀는 집에서 한동안 더 고요하고 평온한 나날을 누릴 수 있었다.“연아 언니! 연아 언니! 살려줘요!”사람은 아직 당도하지도 않았는데, 다급한 목소리부터 먼저 달려들었다. 주연아가 창가에 기대어 뜰에 쌓인 눈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바람처럼 요란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맹진영이 사냥꾼에게 쫓기는 토끼처럼 후다닥 따뜻한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뒤에는 숨이 턱까지 차오른 어린 시녀 하나가 간신히 따라붙어 있었다. 맹진영은 곧장 주연아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팔을 와락 끌어안더니, 아예 몸을 기대 매달렸다.“저, 아버지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아요!”어린 소녀의 앳된 얼굴이 금세 울상으로 일그러졌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듯한 목소리였다.“어디서 그런 괴상한 말을 들으셨는지, 여자애는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면서 매일 저를 서재에 가둬 놓고 책 읽고 글 쓰게 하세요. 연아 언니, 저 요즘은 글자만 보면… 아버지의 그 무표정한 얼굴 보는 것보다 더 어지러워요!”주연아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그녀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손을 들어 흐트러진 앞머리를 살며시 정리해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외삼촌도 다 너를 위해서 그러시는 거야.”“전 그런 거 필요 없어요!”맹진영은 고개를 방울처럼 세차게 흔들었다.“그냥 지난번 조가 집에서 제가 체면 구겼다고 화나신 거예요!”입을 삐죽이며 억울함이 얼굴 가득 묻어났다.“마침 이틀 동안 궁에 들어가 의논하신다니까, 그 틈에 겨우 빠져나온 거예요.”검은 눈동자가 반짝이며 기대와 간절함으로 가득 찼다. 오래 갇혀 있던 새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어 안달이 난 듯한 모습이었다.“연아 언니, 우리 백마사에 놀러 가요!”그녀는 주연아
거기다 진국공부 맹 아가씨까지 있다니!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 소녀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맹진영은 웃음을 뚝 그치더니, 허리에 손을 척 얹고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나이는 어렸지만, 진국공부에서 자라난 기세만큼은 조금도 약하지 않았다.“언니들, 참 한가하네요.”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눈은 반짝였지만 말투는 전혀 사양이 없었다.“조정에서 폐하의 후궁 문제로 머리 싸매고 있는 대신들이, 언니들 반만큼이라도 배짱이 있었으면 말이에요...”말끝을 길게 늘이며, 맑은 목소리에 노골적인 비웃음을 실었다.“지금쯤 폐하의 후궁이 이렇게 텅 비어 있진 않았겠죠? 게다가 오로지 우리 연아 언니가 어른으로 자라기를 기다리고 있지도 않았을 테고요!”또렷하고 시원하게 꽂히는 말에 소녀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하지만 입술만 달싹일 뿐, 한마디도 내놓지 못했다.뒤에서야 수군거릴 수 있지, 정작 당사자 앞에서 입을 놀릴 용기는 없었던 것이다.주연아는 미래의 중궁 황후였다. 게다가 폐하와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 그 마음 한가운데에 자리한 존재였다.그들뿐 아니라, 그들의 아버지나 형제들조차 주연아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할 터였다.맹진영은 그들이 숨죽인 채 아무 말도 못 하자, 그제야 만족한 듯 코웃음을 쳤다.그리고 고개를 홱 돌려 주연아 곁으로 다가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나중에 아버지가 또 나더러 계집애답지 못하다 뭐라 하면, 오늘 일 보여줘야죠. 이런 분들이야말로 명문가 규수의 ‘본보기’니까요!”주변에서는 이미 이쪽 소란을 눈치채고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그 소녀들은 더 버티지 못하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사할 겨를도 없이 얼굴을 붉힌 채 거의 달아나듯 자리를 떠났다.주연아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어이없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해서 손을 뻗어 맹진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너 말이야, 외삼촌에게 들키면 분명 필사 벌 받는다.”하지만 맹진영은 눈을 반짝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작은 어른처럼 주연아
맹시은은 초청장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조가에서 화초 장인이 또 새로운 품종을 길러냈다더구나. 한번 가서 보겠느냐?”“갈래요!”“진영이도 같이 데리고 가거라. 네가 보고 싶다고 늘 말하더라. 며칠 전 변주에서 막 돌아왔으니, 둘이 함께 얘기도 나누고.”맹진영은 외삼촌 맹서강의 장녀로, 올해 막 열한 살이 된 아이였다.집안에서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키운 작은 폭죽 같은 아이로, 성격은 활달하고 불같이 뜨거웠다.국화 연회는 조가 후원에서 열렸다. 정원 가득 금사국이 피어 있었다.둥글게 뭉친 꽃송이들이 층층이 모여, 곳곳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특히 새로 길러낸 몇몇 품종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꽃잎은 용의 발톱처럼 말려 있었고, 색은 금빛에 붉은 기운이 어우러져 햇살 아래에서 찬란하게 빛났다.귀한 규수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감탄을 쏟아낼 만했다.조가의 화초 장인은 과연 경성 제일이라 할 만했다. 작년에 들여온 두 그루도 이미 보기 드문 명품이었는데 올해는 이런 희귀한 것까지 길러냈다니.꽃을 보러 온 이들은 많았다. 사람이 많으면, 말도 많아지는 법이었다.주연아는 맹진영의 손을 잡고 태호석으로 꾸며진 조경을 돌아 나가던 중, 멀지 않은 곳에서 낮게 깔린 웃음소리를 들었다.화려하게 차려입은 소녀 몇이 돌탁자에 둘러앉아 있었다.“들었습니까? 폐하께서는 얼마 전까지 궁에 안 계셨대요.”연노랑 옷을 입은 소녀가 비밀스럽게 입을 열었다.“당연하지요. 조정이 난리가 났다잖아요. 어서에 쌓인 상소문이 산더미라던데요.”“폐하도 아직 젊으시고, 강남에서 막 돌아오셨으니… 혹시 어디 미인 보러 가신 거 아닙니까?”그 말에 묘한 웃음이 퍼졌다.연보랏빛 치마를 입은 다른 여인이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미인이라니, 소식이 너무 늦었네요.”그녀는 목소리를 더 낮췄다.“폐하께서 직접 밖에 놀러다니는 경영군주를 잡으러 가셨대요.”‘잡는다’는 말에는 은근한 조롱과 흥미가 섞여 있었다.“잡아서 뭐 하게요?”아까 그 연노랑 옷 소녀가 물었다.“성지
“연아. 짐의 곁에 있는 것이 너를 지치게 하느냐. 너는… 짐을 원망하느냐. 네 날개를 꺾어 버렸다고.”그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주연아는 소림을 미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했던 그 시간들 속에서, 잠깐이나마 마음이 흔들렸고, 그에게 기대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앞으로 어깨 위에 내려앉게 될 그 책임 역시, 완전히 거부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그녀는 그저 끝이 훤히 보이는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었다.이부상서 조씨 가문에서 세 번째로 국화 연회 초청장이 들어왔을 때, 맹시은이 그녀를 찾아왔다.그때 주연아는 창가의 푹신한 의자에 기대 앉아 단풍잎 하나가 천천히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맹시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녀는 딸의 가느다란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잠시 시선을 놓쳤다.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금방이라도 고개를 돌리며 “어머니” 하고 달콤하게 부르던 그 어린 아이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듯했다.하지만 알고 있었다. 이제 그녀의 딸은 다 자라 자신만의 고민을 품게 되었다는 것을.맹시은은 다가가 딸 곁에 앉으며 따뜻한 연경을 한 그릇 건네주었다.“연아야.”그녀의 목소리는 물처럼 부드러웠다.“입궁하는 일로 마음이 쓰이느냐.”매끄러운 백자 그릇을 감싸 쥐자 그녀의 손끝으로 따뜻함이 전해졌다.주연아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맹시은이 더는 대답을 듣지 못하리라 생각할 즈음, 그녀는 턱을 팔 위에 살짝 괴고 낮게 입을 열었다.“어머니… 궁궐은 규칙이 너무 많아요. 너무 많아서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어떤 기쁨과 슬픔을 느껴야 하는지까지도,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그 복잡한 옷자락마다 다 쓰여 있는 것처럼요.”그녀의 말에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쓸쓸함과 막막함이 스며 있었다.맹시은의 가슴이 살짝 저려왔다.그녀는 손을 뻗어 딸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연아야.”맹시은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부드럽지만 단단한 시선이었다.“네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면 누구도 너를 강
“어머니!”경성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쩐지 올 때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졌다.마차가 채 멈추기도 전에, 문 앞에 서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아버지와 어머니, 외삼촌과 외숙모, 심지어는 국자감에 있어야 할 복동이까지. 모두 그 자리에 서 있었다.주연아는 치맛자락을 움켜쥔 채, 거의 비틀거리듯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러자 맹시은이 급히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늘 침착하던 그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딸을 꽉 끌어안은 채,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돌아왔구나. 돌아오기만 하면 됐다.”따뜻한 품과 익숙한 향기가 그녀가 그동안 겨우 붙들고 있던 마음을 단번에 무너뜨렸다.“외삼촌, 외숙모…”주연아는 어머니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 콧물이 섞인 목소리였다.그녀를 바라보는 맹서강의 눈에는 애틋함과 자책이 깊이 담겨 있었다.“미안하다, 연아야. 정현의 상황을 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네가 그곳까지 가게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네가 그런 위험에 처하게 둘 줄은… 이건 전부 내 불찰이다.”주연아는 고개를 저었다.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다른 한 사람이 불쑥 끼어들었다.“누님!”그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소년이 그대로 달려들었다.예전엔 그녀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누님이라 부르던 그 통통한 아이가 이제는 훤칠하게 자란 소년이 되어 있었다.하지만 지금 이 열다섯, 열여섯의 소년은 누구보다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누님!”그녀를 또박또박 부르는 목소리에는 억눌린 분노와 공포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밖에 나가 놀겠다고 한 건 그렇다 쳐도, 왜 집에 편지 한 통을 안 보내는 것입니까! 편지 안 보낸 것도 그렇다 칩시다. 헌데 어떻게… 어떻게 그런 위험한 곳에 스스로를 내몰 수가 있는 겁니까!”말을 할수록 감정이 격해졌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듯했다.주연아는 그런 동생을 보며 마음이 아프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손을 뻗어 예전처럼 그의 볼을 꼬집으려 했지만 이제는 까치발을 들어
그는 자신이 지난날의 고충을 털어놓고, 곁을 지키며 정성을 다한다면 되돌릴 수 있으리라 여겼다. 지금에 와서야 그가 내준 것들이 그녀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는 더 이상 영국공부에서 발버둥치던 강시아가 아니었다. 그들의 관계 또한 차츰차츰 멀어진 것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그는 그녀의 진심을 알아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아람은 강가에 늘어선 수양버들 사이를 천천히 걸어갔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불꽃이 터지고 있었고, 길 위의 사람들은 삼삼오오 기대어 그 빛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막 큰길로 들어서는 순간
주종현의 시선이 그 두 사람에게 내려앉더니 이내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보아하니, 이 둘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군. 그렇다면 형제들의 손을 좀 빌리도록 하지.”아전들이 막 나서려는 순간, 복이 삼촌이 다급히 외쳤다.“잠깐만!”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여러분, 오해입니다. 이 땅은 제 땅이예요. 여기 이 다섯 마지기는 작년에 조 씨네 도련님이 내기에서 지고 넘겨준 것이란 말입니다! 집에 그 증거로 쓴 쪽지도 있구요!”“쪽지라...”주종현이 그를 한 번 보고는 석 포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 조 씨 도련님은
정현의 하천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현에는 외지에서 들어온 품꾼들이 부쩍 늘어났다. 장 아주머니는 하루 종일 하천 공사장 뒤편의 취사장에서 손을 놓을 새가 없었고 그 바람에 집 안의 뒤주방은 텅 비어버렸다.수련은 공사장에서 어머니를 도와 일하고 있었고 연아와 수주는 날마다 정신없이 뛰어놀기만 했다. 보다 못한 아람은 두 아이를 개인 서당에 보내버렸다. 두 녀석이 괜히 사고라도 칠까 봐서였다. 강세오와 주종현, 위심은 말 그대로 얼굴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바빴다.하 가의 남매도 돌아갈 생각은 없는 듯했다. 하연은 늘 강세오
곧바로 아졸 하나가 다가와 그의 신발을 벗겼다. 신발 바닥에는 희끗한 가루가 조금 묻어 있었고, 신발 위쪽에도 마찬가지였다. 관리인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동가께서 약방에서 해충을 없애는 약가루를 지어 오게 하셨습니다. 논두렁 가장자리에 뿌려 둔 것이지요.”이 말을 듣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복이 삼촌에게로 옮겨갔다.그의 옆에 쓰러져 있던 괭이에도 같은 흰 가루가 소량 묻어 있었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분노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에잇, 네 집 큰아들이 성실하고 착해 보이길래 친정 쪽에까지